질문의 시간 - 40일을 그와 함께
김헌 지음 / 북루덴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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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 작가는 일년에 한 번 쯤 나를 되돌아볼 시간으로 '예수'를 지목했다. 정치적 위험 인물로 낙인 찍힌 예수는 당시 로마의 지배를 당하고 있던 유대 지역에서 안팎으로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로마 식민지령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라는 명령을 받은 유대 총독 헤롯은 예수의 탄생부터 시작하여 죽음에 이르기까지 30년 넘게 통치자로 군림하며 그의 정적을 제거하기에 혈안되어 있었다. 헤롯은 급기야 예수의 탄생시점에서부터 시작하여 당시 1~2년 된 남자 아이는 모조리 학살한다. 예수가 탄생하는 순간부터 조그만한 베들레헴 땅은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예수는 고향을 떠나 방랑객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예수가 복음을 전하기 전부터 여러가지 유혹이 끊임없이 그에게 다가왔다. 권력, 인기, 재물 등 인간이라면 한 번 쯤 빠질법한 것들로부터 예수는 단호히 거부하며 제 갈길을 걸어간다. 천국 복음을 전하는 일이 그의 사명이었으며 가는 곳곳마다 소외된 자들, 병약한 자들, 고통에 빠진 자들을 품고 긍휼히 여겼다. 성경의 4복음서(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에는 그의 행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교회력에 따르면 예수의 부활 전 40일을 사순절로 지킨다. 사순절은 그리스도의 죽으심을 기억하며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간이 된다. 인간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돌아가신 예수를 기억하며 우리의 삶이 행여나 탐욕으로 가득차 있지 않는지, 성경의 진리를 놓치고 내 생각대로 살아가고 있지 않는지, 이 땅에 내가 태어난 이유가 오직 나를 위해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위를 돌아보며 가난한 이들, 아픔과 상처가 있는 이들, 사랑과 돌봄이 필요한 이들을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으로 품고 살아가야 될 것임을 다시 고백하고 결심하는 계기가 되기에 사순절 기간은 회개와 기도, 절제와 금식, 경건한 삶이 더더욱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어제 존경하는 분을 아내와 함께 찾아뵙고 왔다. 현직에 계셨을 때도 늘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주위를 챙기며 살뜰하게 삶을 살아내고 계신다. 놀라운 사실은 그분이 거처하고 계시는 집 구석구석에 기도책상이 놓여져 있고, 성경책이 펼쳐져 있다는 사실이다. 햇빛이 들어오는 창가 다락방에서 그분은 늘 말씀을 읽고, 기도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무릎으로 살아내고 계신다. 군불을 피워 따뜻한 구들장이 있는 구석방에도 여전히 기도책상과 성경은 한 세트가 되어 가지런히 놓여져 있고, 자신이 살아온 삶 모두가 그분의 은혜임을 고백하고 있다. 인사 차 들른 그분의 댁에서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으로 점심도 푸짐하게 대접받았다. 아픈 이들, 상처 난 분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하시는 말씀을 들으며, 들려 주시는 말씀보다 그분의 삶을 보며 도전받고 감동받으며 아내와 함께 내려왔다. 

 

사순절, 주님의 부활을 맞이하기 전 우리는 이 땅에서 어떤 삶을 살아내야 할까? 

 

드러내지 않고 주변을 챙기며 새벽마다 기도책상에 무릎을 꿇고 말씀에 의지하여 기도하는 그분의 삶대로 살아가는 것이 곧 사순절을 맞이한 나의 각오이기도 하다. 오늘 새벽 기도는 어제의 여운이 남아서 그런지 기도에 더욱 힘을 실을 수 밖에 없었다. 본 된 삶을 살아가는 무명의 그리스도인이 있기에 아직 우리 사회는 어둡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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