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좀 다녀오겠습니다 - 마음을 움직인 세계 곳곳의 여행 기록
이중현 지음 / 북스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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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인상은 여행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로 인해 물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중요한 것은 목적지까지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가느냐이다.

좋은 여행을 위해서는 여행도, 사람도 완벽하지 않고 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403일간 3,500만원을 들고 전 세계 일주를 떠난 이십대 청년의 여행 에세이다. 부모님의 이혼이라는 아픔과 사람과의 만남에 두려움, 이별에 따른 공허감으로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무작정 배낭을 들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까지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남미와 중미, 북미를 거쳐 한국에 도착하는 여정으로 지구 한 바퀴를 돌고 온 청년의 이야기를 만나 보시라.

 

여행은 사람을 성장시키고, 글 재주가 없는 사람이라도 글을 쓰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다. 여행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에 익숙한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보고 듣고 만나면서 다양한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그 생각들을 놓치지 않고 쓰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다. 저자는 여행 중에 짬을 내어 기록을 남겼다. 블로그에 그때 그때 감정과 생각을 담아냈다. 새롭게 만나는 도시의 풍경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적어냈다. 바쁜 일상에 쫓기다보면 나 자신을 돌아볼 겨늘이 없다. 여행은 오로지 나를 만날 수 있다. 물론 여행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 상황으로 해외 여행 뿐만 아니라 국내 여행도 사실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살아내야 하는 삶은 일상의 반복일 수밖에 없다. 집, 직장을 오가며 가급적 사람들과의 접촉을 멀리하며 가족과의 반복된 만남으로 살아간다.

 

그나마 나는 올해 근무지 새로 옮기게 되어 여행하듯 직장에 출근하게 될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는 것이 설레일 것 같다. 종전까지는 집에서 걸어서 20여분 거리에 있는 곳이라 늘 익숙한 풍경을 보며 직장을 오갔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풍경도 새로운 느낌을 주긴 했지만 같은 곳을 3년 간 걸어다니다보니 이제 새로운 곳으로 옮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침, 3월부터 정든 곳을 떠나 새로운 지역으로 직장을 옮기게 되었다. 그것도 걸어서가 아니라 자동차를 타고 30~40분 정도 되는 거리로. 물론 고속도로를 타야 하는 한다.

 

올해에는 직장을 여행하듯 다니고 싶다. 고속도로를 달려야 하기에 다니다 보면 지루하겠지만, 새로운 근무지에서 만나는 사람들, 지역 풍경을 눈에 담으며 살아가야겠다. 잘 해내야겠다는 욕심보다는 배워가야겠다는 마음으로, 많은 말을 내뱉기보다는 많은 이야기를 듣는 사람으로 살아내야겠다. 조급한 마음으로 서두르기보다는 늦더라도 여유를 가지고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며 일을 해내야겠다. 만약 여유가 있다면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파란 동해 바다 내음을 들이키고 와야겠다. 카메라에 석양이 지는 바다 풍경도 담아 봐야겠다. 희망사항이다.

 

이십대 청년 이중현님의 평생 버킷리스트 <지구 좀 다녀오겠습니다>에는 도전과 용기, 실패를 딛고 일어나겠다는 젊은이의 패기가 담겨 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용기가 부럽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체력만큼은 젊은이를 따라갈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욕심 내지 말고 살아내자. 입가가 피곤의 흔적이 생기지 않더라도 일의 강도를 잘 조절할 줄 아는 것도 현명한 삶의 태도다. 저자처럼 세계 일주는 도전하지 못하더라도 올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조금씩 해 내자. 여행지에서 생각지 못한 곤경에 빠졌을 때 누군가의 댓가 없는 도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한 저자처럼 나 또한 그런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 나 또한 그런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다양하다. 세계 곳곳에 두루 다녀본 사람들은 그만큼 시야가 넓어지고 사람에 대한 생각과 포용력도 깊어지는 듯 싶다. 그래서 여행을 다녀보라고 권하는가 보다. 올해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게 걸어다니는 여행보다는 앉아서 하는 여행을 종종 떠나봐야겠다. <지구 좀 다녀오겠습니다>처럼 세계 일주를 다녀온 여행 에세이를 통해 떠나보는 여행도 의외로 괜찮다. 저자가 담아온 세계 곳곳의 풍경 사진과 그때의 감회를 보고 읽노라면 마치 내가 그곳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독자 여러분들도 지금의 상황에 아쉬워만 하기보다 저처럼 '앉아서 하는 여행'을 떠나보시면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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