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열어 보지 마! : 슬라이미 절대 열어 보지 마!
샤를로테 하버작 지음, 프레데릭 베르트란트 그림, 고영아 옮김 / 한솔수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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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초등학생들이 학교 올 때 액괴(액체괴물)을 가방에 넣어 가지고 와서 수업 시간에도 만지작 거렸던 적이 있다. 손에 와 닿는 물컹한 촉감이 좋았나보다. 전문가 중에 한 분은 부모로부터 받는 사랑이 결핍되었을 경우 물컹한 촉감으로 감정상의 위로를 받는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다양한 색상의 액괴가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넘어 몰입도가 높아지자 수업 참여의 집중도를 높이고자 액괴 금지령을 내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교사들 사이에 있었다. 우리 집 딸 아이도 액괴에 빠진 적이 있다. 심지어 액괴 만드는 영상을 보고 직접 만들기도 했다. 액괴 만드는 취미가 상당히 오래 간 것으로 기억한다. 

 

<절대 열어 보지마> 슬라이미 편은 바로 액체괴물을 소재로 삼고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을 시기한 괴물 세계에서 한 도시를 혼돈에 빠뜨리고자 소포로 액괴를 보낸다. 수취인도 괴상하게 적어서. 우체부 아저씨로부터 배달된 소포상자를 주인공 네모가 뜯어 본다. 친구들과 함께. 외눈박이 녹색 액괴가 배달되어 온 것을 보자 모두 신기해 하지만 슬라이미(액괴)에게는 특별한 효능과 이상징후가 있다. 효능을 말하자면, 슬라이미에서 뜯어낸 액체 덩어리를 피부에 바르면 10년은 젊게 보일 정도로 주름살이 펴지고, 부스럼이나 피부병도 금방 낫는다. 이상 징후는 슬라이미가 원 주인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슬라이미가 머무는 도시는 쉬지 않고 비가 내린다. 실제로 슬라이미가 소포에서 나온 순간 비가 내려 네모네 도시는 보트나 카약을 타고 다닐 정도로 물바다가 되어 버린다. 

 

슬라이미를 취득한 네모와 그의 친구들은 슬라이미가 왔던 곳으로 돌려 보내려는 원래의 취지를 상실하고 슬라이미를 이용해 돈을 버는 일에 쏙 빠지고 만다. 불티나게 팔리는 슬라이미 액체 덩어리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돈 맛을 보자 아이들의 마음도 돌변한다.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주장과 원래대로 주인에게 돌려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결국 주변 상황이 악화되자 슬라이미를 돌려주지 않을 수 없었다. 

 

<절대 열어 보지 마> 슬라이미 편은 독자들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무엇일까?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어당길 정도로 재미난 캐릭터를 선정한 것은 탁월한 부분인 것 같다. 비록 아이들일지라도 돈 버는 재미에 빠지다보면 원래의 초심을 잃어버리고 욕심에 지배당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젊어지고 싶나 보다. 슬라이미를 발라보고 효능을 맛본 이들은 젊음을 다시 찾아준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아빠가 감전 사고를 당하고, 도시가 물바다가 되어 가는 모습을 본 뒤야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되는 주인공들은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돈 벌이가 된다면 뭐든 다 하려고 하는 사람의 본성을 아이들의 모습에서 발견하게 된다. 책 속에는 돈벌이를 위해 슬라이미를 훔쳐 가는 어른이 있다. 거짓말과 자신의 욕심을 감추기에 급급한 어른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게 된다. 

 

네모네 도시는 다시 평화를 찾게 된다. 그런데 후속편을 알리는 소포가 다시 배달된다. 이번에는 슬라이미(액체괴물)가 아니라 뱀파이어 인형이다. 다시 후속편을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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