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속성 - 사람은 어떻게 시장을 만들고 시장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레이 피스먼.티머시 설리번 지음, 김홍식 옮김 / 부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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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간의 교류로 인해 꽤 오래 전부터 형성되어 왔다. 심지어 포로수용소 안에서도 시장은 활발히(?) 이루어져 왔다. 3일장, 5일장처럼 장터를 중심으로 판매자와 구매자가 약속이라도 한듯이 어낌없이 물건의 교류를 해 왔다. 오늘날에는 시장, 장터라는 개념 말고 '플랫폼' 이라는 용어로 온라인 상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것을 보면 시장은 계속해서 진보하고 있고 시장의 역사 속에서도 흥망성쇠의 모습들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앞부분에 잠깐 언급했던 포로수용소 안에서 포로들 간의 자발적인 물건 교류로 시장이 형성되어 사례를 <시장의 속성> 첫 챕터에서 소개하고 있다. '포로수용소의 경제적 조직'이라는 논문을 작성한 래드퍼드는 실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포로로 잡혀가 수용소 생활을 하다가 풀려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포로수용소 안에 형성된 시장은 일반 시장과 유별난 특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노동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거래와 가치 창출이' 진행 되었기 때문이다. 적십자가 보내온 생필품 중 서로의 필요에 의해 물물교환식으로 거래가 진행되었지만 그곳에서도 엄격한 규칙이 존재했다. 가장 선호도가 높았던 담배가 곧 포로수용소 안에서 거래되는 물품의 화폐 기준이 된 것이다. 예를 들면 담배 일곱 개비의 가격은 마가린 1회분 배급량 또는 초콜릿 한 토막 반 식으로 교환되었다. 물론 수요와 공급에 따라 변동 상황은 존재했다.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시장의 속성은 위계질서가 엄격한 군대, 수용소 보다 느슨한 분위기의 포로수용소 안에서 시장의 기능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구성원들의 생존율을 높였다는 것이다. 시장을 옹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응용되는 사례이다. 

 

시장과 경제학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시장이 형성되면서 경제학이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겨제학은 수학적인 배경을 활용해 더욱 발전해 나갔다. 대부분의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수학을 통해 객관적인 분석을 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경제를 논하지 않고서는 세상을 이야기할 수 없듯이 경제학을 뿌리내리게 한 수학이야 말로 혁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전자상거래의 시작은 핵 연구자들이 만들어 낸 자료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웹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1989년이다. 최초의 온라인 소매업자인 찰스 스택은 1992년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서점을 운영하던 사람이었다. 아마존보다도 훨씬 빨랐다. 온라인 안에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소위 정보의 비대칭이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애컬로프의 <개살구 모형>을 예로 들면, 중고 자동차 온라인 시장에서 구매자보다 판매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압도적이어서 시장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극단적으로는 구매할 자동차의 정보를 확인할 수 없어 구매자들이 점점 줄어들면 온라인 자동차 중고 시장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빛 좋은 개살구 몇 개 때문에 자동차 중고 시장에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시장 확대가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온라인 상에서 판매자는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신호를 보낸다. 100% 환불 보장과 같은 말로 판매 제품을 보증하겠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야 거래가 성사된다. 마이클 스펜스의 <신호 보내기 모형>은 왜 유수의 증권 기업들이 하버드대 출신의 철학 전공자를 직원으로 채용하는지, 대규모 영리 기업이 왜 자선 기업에 기부금을 쾌척하는지, 폭력조직 집단이 왜 문신을 드러나게 보이는지를 <신호 보내기 모형>으로 설명한다. 명문 대학 학위는 구매자들에게 보내는 신뢰의 신호다. 문신은 범죄 조직 밖에서는 살아갈 수 없으니 일치감치 단념하라는 신호다. 시장의 지속성을 추구하기 위해 기업들은 나름대로 소비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전략을 수립한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큰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다!

 

12세기~13세기 상파뉴 지방에는 거대한 플랫폼이 형성되어 있었다. 일명 박람회가 정기적으로 개최되었던 곳이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금액이 어느 정도였냐면 상퍄뉴 플랫폼 지도자들은 당시 십자군 전쟁을 지원할 정도의 자금력을 가지고 있었고 기사단을 설립할 정도였다고 한다. 예술가들을 후원하는 일부터 우아한 취미 생활까지 자본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플랫폼이었다. 이러한 플랫폼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만만치 않았다. 신용은 기본이었고 보이지 않는 법률과 규칙으로 혹여 불공정한 거래가 발생될 경우에는 인근 나라 런던에게 고발장을 제출하여 보상을 받아낼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한 곳이 상퍄뉴 지방의 플랫폼이었다. 안전장치가 되어 있었기에 수 많은 거상들이 모여 들었고 입소문을 타서 흡입력은 점점 갈수록 더해갔다. 상품의 질이 떨어지거나 블랙리스트에 오르내릴 경우에는 생존할 수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러한 룰이 한 번 깨지기 시작하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이 '플랫폼' 의 속성이다. 

 

오늘날 거대한 플랫폼 시장을 두고 쟁탈전이 한창이다. 신용카드 회사간의 플랫폼 전쟁, 비디오 게임 장치, 컨네이너 수송, 택배, 잡지와 신문사업, 웹 검색, 부동산 중개, 보험, 쇼핑몰 등 하루가 다르게 다양한 플랫폼들이 등장하고 사라지고 있다. 구매자들을 오랫동안 붙잡아 두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손실만큼 어디에선가는 이익을 뽑아내야 한다. 아마존 같은 경우 일부 유명 상품의 재고를 확보하여 싸게 파는 수법으로 영리를 추구하기도 했다. 시장의 속성 중에 '탐욕' 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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