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철학이 필요한 순간 - 나는 어떤 교사로 살고 싶은가? 행복한 교과서 시리즈 53
조욱 지음 / 행복한미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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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조욱 교사는 교사로서의 자신의 철학을 학부모들에게 정기적으로 알림장 형식으로 배부하고 있다.  A4 종이에 컴퓨터로 글을 쓰고 모아찍기(2쪽)로 출력한 뒤 학급 알림장 공책에 풀칠을 해서 학생 개개인에게 배부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교사의 알림글을 읽고 다 읽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서명을 받는다. 개중에는 담임교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답글 형식으로 적어 보내오시는 학부모들도 있다. 학생들과 수업하기에도 벅찬 초등학교 교실에서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학부모들에게 매번 철학이 담긴 알림장을 쓰는 것이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데 조욱 교사는 학부모와의 소통을 위해서는 자신이 하는 일이 최소한의 노력이라며 겸손하게 말한다.  

 

<교사에게 철학이 필요한 순간>을 불현듯 느끼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무작정 좋은 교사가 되고픈 욕심으로 학교에서 예스맨으로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며 후회 아닌 후회를 하게 된 이유가 자신에게 철학이 부재하다는 사실이었다고 한다. 교사에게 철학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교사는 수업을 매개로 학생들과 만나는 특수한 직업을 가진 존재다. 학생들은 살아 꿈틀거리는 변화무쌍한 존재다. 물건처럼 정형화되어 있고 매뉴얼대로 취급하는 대상이 아니기에 하루에도 수십번 씩 학교 교실 현장에서는 예기치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학생들의 감정의 변화도 시시각각이어서 교사 혼자 힘으로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란 사실 중노동이다. 수업도 늘 변수가 다양하게 발생된다. 준비된 수업이라도 의도한 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이 수업이다. 작은 사회라고 불리우는 교실 속에서는 작은 다툼에서 시작해서 학교폭력에 준하는 일까지 일어난다. 보이지 않는 갈등은 해결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교사는 학생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자녀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생 수보다 더 많은 학부모(부+모+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만난다. 그뿐인가. 학교 건물 안에는 다양한종류의 교직원들이 상주해 있고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수업에 대한 생각이 일치하지 않기에 발생되는 갈등들이 늘 발생한다. 복잡다단한 환경 속에서 교사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철학' 이다

 

교사가 철학으로 단단하게 무장하고 있을 때면 거센 바람도 든든히 이겨낼 수 있다. 그야말로 뿌리깊은 나무다. 다양한 시대 변화 속에서 좌우로 흔들리지 않고 학생에 대한 관점, 교육에 대한 안목에 중심을 지켜 갈 수 있다. 조욱 교사는 철학을 다져가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아끼지 않은 듯 싶다. <교사에게 철학이 필요한 순간> 곳곳에 그의 깊이 있는 독서 이력을 엿볼 수 있다. 오래전부터 다져온 그의 시 쓰기와 독서 습관이 지금의 조욱 교사로, 조욱 교사만의 철학을 소유하게 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의 철학은 수업과 생활지도, 학부모 알림장에 고스란히 녹여져 있다. 학생이 참여하는 수업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되 중심이 되는 것은 그의 확고한 철학이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을 통해 교과서를 넘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며 학생들의 삶을 배제하지 않고 수업으로 학생들을 끌어 들이며 고민과 아픔을 발견하여 상담으로 치유한다.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하면서도 지지배배 늘 담임 교사에게 물어보고 고자질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학교에서 서로를배려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생활교육을 포기하지 않는다. 학급에서 일어난 일들을 학부모 알림장을 통해 학부모와 소통하는 일도 결코 건너뛰지 않는다. 교사의 철학을 이야기하며 함께 동참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기도 한다. 교사가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다. 사교육 대신 가정에서도 더디지만 자녀들이 스스로 학습을 해 갈 수 있도록 돗자리를 펴는 일을 하고 있다. 자신처럼 예스맨이 되어가는 자녀들을 보며 가슴앓이하기도 한다.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흔들리지 않고 초지일관 자신의 교육관을 펼쳐갈 수 있는 것도 '철학'을 세워 놓았기 때문일게다. 교사마다 철학을 세워가는 방법도 다양할 것이다. 자신만의 철학 세우기를 늦추지 말았으면 한다. 참고로 조욱 교사의 학교 생활을 엿보며 몇 가지 응용해 보면 좋을 듯 싶은 것들을 생각해 보았다. 학부모에게 알림장을 쓰듯 교직원(교사)에게 알림장을 써서 소통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을 해 본다. 철학을 공유하는 모임이 있다면 지위역할을 막론하고 배움의 자리에 함께 동석하며 참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외딴 섬처럼 혼자서 고립을 자초하며 누가 날 알아주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품을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신규 교사든 교직원이든 인사를 하며(조욱 교사네 학교에서는 '해밀입니다'라고 인사한다고 한다. 그리고 먼저 인사하기에 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가까이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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