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으로 사는 인생
폴 투르니에 지음, 정동섭.박영민 옮김 / IVP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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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격의학을 발전시킨 스위스 의사, 폴 투르니에의 대표적인 저작이다. 올 8월, JDM KDTI 훈련생들을 대상으로 '모임 이사의 삶 & 이사의 역할' 에 대해 약 한 시간 반 가량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강의 후 답례로 받은 책이 바로 폴 투르니에의 『모험으로 사는 인생』 이었다. 책 더미에 쌓아 두고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한 두달 지나다가 이번 한 주간 독한 마음을 품고 다른 책을 멀리 하고 이 책만 고집하며 오늘에서야 1독을 마쳤다. 모험으로 사는 인생, 저자의 고백이며 나의 고백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KDTI 훈련생들에게 강의한 강의 주제도 '모험으로 사는 모임 이사'로 수정해야 할 듯 싶다. 인생의 책을 선물해 준 KDTI 훈련생들께 감사드린다.

 

폴 투르니에는 노년의 나이에 책을 써 달라는 청탁을 출판사로부터 받게 되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 집필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험이기도 했기에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모험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다. 출판사의 요구에 따라 책을 쓰는 것 자체는 모험이라기보다는 의무로 느껴진다" 라고 고백했다. 무슨 말인가? 어떤 모험도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말이다. 새로운 일을 할 때 그 당시는 모험일 수는 있지만 그 일이 오래 지속될 경우 감흥도 감응도 긴장감도 떨어져 어느새 익숙한 일로 둔갑되어버린다. 나이를 든다는 것은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고 정신이 노쇠해 지는 것도 있겠지만 폴 투르니에는 새로운 모험을 시도하겠다는 용기가 없어져 현실에 안주하려는 마음의 태도가 스스로를 노년으로 규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어떤가! 오십 줄에 들어서고 있다. 아직까지 무언가에 도전하고 싶고 새로운 영역에 겁없이 덤벼들고 싶은 마음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모험이라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진행하면서 얻는 유익은 역동감과 존재감을 느끼며 성취감을 통해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좋은 점만 있는게 아니다. 여유롭게 생각을 정리하고 묵상의 시간을 가짐으로 깊이로 나아가야 하는 시간들을 패스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심신이 지치고 일에 쫓겨 사는 내 자신을 돌아본다.

 

나도 나이가 들수록 행동 반경이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성취 보다는 존재함에 의미를 두어야 하는 때가 도래할 것이다. 잃어버린 젊음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거나 후회하며 아쉬워하기보다 움직임은 둔해질지언정 노년에 누릴 수 있는 장점인 살아있는 정신으로 존재의 깊이를 만들어감에 만족을 누리며 또 다른 모험의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죽음도 모험이다. 살아생전 누구도 죽음을 경험해 보지 못하기에 죽음으로 나아가는 삶도 모험이라고 볼 수 있다. 죽음도 잘 준비해야 한다. 죽음을 두려워할 대상으로 여기며 애써 회피할 것이 아니라 죽음을 통해 또 다른 삶을 기대하며 주어진 삶 속에서 의미있는 시간을 지속해 가는 것이 모험으로 사는 인생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분명 개인마다 자신이 '헌신할 가치가 있는 목표' 가 있어야 한다. 자신을 바칠 수 있는 목표가 있는 삶이 진정 복 된 삶이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삶이 과거보다 윤택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공허함을 느끼는 이유는 문명의 발전과 상응하는 '정신적인 보충' 이 없기 때문이다. 

 

의사 폴 투르니에는 질병과 건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참고로 그는 환자를 대할 때 환자를 인격체의 한 사람으로 대하며 독서 상담을 통해 환자 스스로가 자신의 존재를 깨달을 수 있도록 조언해 주는 의사였다. 

 

사람의 건강은 세균 감염이나 비타민 섭취의 문제만큼이나 자신과의 조화, 올바른 가치의 선택과 그 결과인 충만한 만족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272쪽)

 

질병은 세상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만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적한 곳을 찾을 수 있는 기회와 유익한 자기 성찰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164쪽)

 

모험으로 사는 인생은 두려움 없는 삶이 아니다. 두려움이 예상되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삶이다. 모험으로 사는 인생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인생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의 문제다. 기독교 의사인 폴 투르니에는 하나님의 목적에 맞추어 살아가는 삶을 모험으로 사는 인생이라고 말한다. 그는 인생에 관해서는 비관주의자지만 하나님에 관해서는 낙관주의자였다.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갖는 신체적 장애물들이 극복하지 못할 것들이 아니라 위대한 모험의 출발점, 성취와 성공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독한 책벌레였던 폴 투르니에는 책을 읽을 때마다 읽지 못한 책, 읽을 수 없을 책들을 생각하며 주어진 현실을 아쉬워하고 고치지 못하는 환자의 질병 때문에 자신의 무능함을 괴롭워했다. 극복할 수 없는 것들이지만 그것조차도 모험의 대상임을 고백한다. 

 

최근 폴 투르니에의 저작들을 대하면서 한 번 읽고서 책장에 꽂아 두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책도 그렇다. 두고 두고 읽을 책이다. 특히 나이가 들어가는 이 때에.

 

p.s. 죄송합니다. 한창 젊은 나이에 나이 타령을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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