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책의 날 기념, 10문 10답 이벤트!
1. 개인적으로 만나, 인생에 대해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누고픈 저자가 있다면?
이문열이요. 한 세대가 지나기도 전에 그의 작품은 너무나 다른 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힘들지 않냐고...
'이문열 아저씨~ 아저씨 역성 들다가 내가 얼마나 욕을 먹었는지 아세요? 만나면 꼭 얘기해 주세요. 사실 힘들다고, 본의 아니게 휘둘렸다고...'
2. 단 하루, 책 속 등장 인물의 삶을 살 수 있다면 누구의 삶을 살고 싶으세요?
그레고르 잠자가 생각나네요.
바퀴벌레로 변한 나. 창가의 비치는 햇살을 피해 조금씩 구석으로 숨어보지만 너무나 큰 갑충으로 변한 나는 그 햇살을 다 피할 수 없고. 내 몸을 태우는, 어제는 따사로웠던 햇살...
괴물로 변한 나를 바라보는 식구들의 비정한 눈빛에 괴물인 나는 두려움을 느끼겠죠. 내가 무엇이건간에 나는 나인데 내가 입은 껍데기로 인해 다른 시선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소름이 돋습니다. 정작 괴물은 누구인지... 괴물로 변한 나는 악취를 풍기며 인간을 혐오하겠죠, 또 그리워하구요.
절망의 끝을 경험해 보고 싶어요. 단, 하루 (그 하루도 너무나 두렵습니다. 다시 돌아온 나는 일상도 견디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3. 읽기 전과 읽고 난 후가 완전히 달랐던, 이른바 ‘낚인’ 책이 있다면?
마광수<즐거운 사라>. 검찰이 지랄만 안 했어도 볼일 없었던 책.
4. 표지가 가장 예쁘다고, 책 내용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책은?
표지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요. 디자인이나 시각적 미감은 꽝인지라......
그래도 제일 좋아하는 표지를 꼽자면 미하엘 엔데의 <모모> 표지가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맨발의 모모가 터덜터덜 황량한 거리를 걸어가는 장면이 쓸쓸해보여서 '모모란 불쌍한 아이의 이야기구나~' 착각하고 읽었는데 책을 읽고 표지를 다시 보니 모모는 하나도 불쌍해 보이지 않더라구요.
5. 다시 나와주길, 국내 출간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는 책이 있다면?
조지 오웰의 <버바 시절>이 다시 나오기 전까지 정말 학수고대 했었습니다. 지금은 딱히 생각나는 책이 없네요.
6. 책을 읽다 오탈자가 나오면 어떻게 반응하시는지요.
발견 잘 못해요^^ 그래도 발견한다면? "와! 오타 찾았다."
간혹 맞춤법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심각한 수준이라면, 해당 출판사에 편견이 생기겠죠.
자끄 엘륄의 저서를 출판하는 대장간의 책도 오탈자가 좀 있는 편인데, 출판만으로도 감사해서 오탈자 크게 신경 안 쓰기도 합니다.
편집.검수에 돈 많이 못쓰는 작은 출판사들은 안쓰러운 생각도 들어요.
7. 3번 이상 반복하여 완독한 책이 있으신가요?
이자크 디네센의 <바베트의 만찬>이요.
<바베트의 만찬>은 정말 볼매에요.^^ 바베트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난 예술가는 아니지만(참! 바베트는 예술가에요) 바베트로 인해 행복해지는 사람이 있다는 게 참 부러웠어요. 바베트와 같은 달란트가 제게 없는 건 분명하지만, 그래도 어느 구석 세상에(세상 사람들에게) 필요한 면이 있겠죠.^^
8. 어린 시절에 너무 사랑했던, 그래서 (미래의) 내 아이에게 꼭 읽어주고 싶은 책?
아빠가 읽어주는 모든 동화책들.
생각만으로 따듯해지려 합니다. 어린 시절 <백설공주>를 읽어주시던 아빠의 목소리가 생생하네요. 그래서 저도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고 있어요. 엄마처럼 구연은 못해도, 무뚝뚝하고 재미없게 읽어도 아빠가 읽어주는 책은 시간이 지나면 따듯한 추억으로 되새겨질 테니까요.
<모모>도 꼭 읽어주고 싶습니다.
9. 지금까지 읽은 책 가운데 가장 두꺼운(길이가 긴) 책은?
박경리<토지>, 단권으로는 <파우스트>정도 떠오르네요.
10. 이 출판사의 책만큼은 신뢰할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는?
문학동네는 책이 이쁘고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잘 만들어서 좋구요.
자끄 웰륄의 책을 꾸준히 내는 대장간은 망하지 않고 버텨줘서 좋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