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이 알고 싶다 - 다시 읽는 요셉, 꿈을 이루시는 하나님 알고 싶다
노진준 지음 / 넥서스CROSS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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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교회가 가장 많이 오해하고, 가장 잘못 읽었던 이야기가 요셉과 다니엘의 이야기였습니다"(6).

돌잔치에 가보면, 아이를 축복하기 위해 말씀뽑기를 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이왕이면 요셉이나 다니엘과 관련된 말씀을 뽑기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강대국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한 두 인물처럼 큰 인물(?)이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신앙인들에게 요셉의 이야기는,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고난 가운데 있을지라도 하나님을 잘 섬기며 인내하면 하나님께서 결국 높여주신다는 이야기로 풀어집니다. "인생은 한 방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요셉은 대표적인 인물로 꼽힐 만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요셉이 알고 싶다>는 우리가 요셉을 오해해도 "너무" 오해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노예로 밑바닥 인생을 살던 요셉이 하나님을 잘 섬기며 진실하게 인내하며 살았더니 하나님께서 그를 애굽의 총리로 세우셨다"라고 해석하는 것은, "하나님을 섬김이 수단이고, 총리로의 출세가 목표"(100)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왜 문제입니까? 세상에서의 출세를 위해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것이 아니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요셉이 알고 싶다>는 "언제부터 교회가 형통을 물리적 축복이나, 편안하고 안락한 삶으로 읽기 시작했는지 모르겠"(52)고 한탄합니다. 요셉의 형통을 이렇게 이해하기 때문에, 우리가 요셉에 관해 많은 것을 오해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요셉이 알고 싶다>는 요셉 이야기를 "다시" 읽으며, 요셉이 꾸었던 꿈에 대해서, 성경이 말하는 요셉의 형통에 대해서, 요셉이 받은 유혹의 실체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합니다. 


"요셉 이야기의 절정은 요셉이 총리가 된다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하여 그 가족들이 애굽으로 가게 되었다는 데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요셉의 성공담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 이야기입니다"(53).

<요셉이 알고 싶다>는 하나님의 주권, 하나님의 언약이라는 관점에서 요셉 이야기를 다시 읽어냅니다. 요셉 이야기의 초점은 요셉이 어떻게 고난 중에서 애굽의 총리까지 될 수 있었는가가 아니라, 아브라함에게 주신 하나님의 약속이 어떻게 요셉을 통해 성취되는가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요셉의 생애의 결론은 그가 총리가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유골이 가나안으로 돌아갔다는 것입니다"(129).

요셉의 꿈은 요셉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꿈이었으며, 요셉의 형통은 "복을 받는 삶이 아니라, 복이 되는 삶"(55)에 있으며, 요셉이 받은 유혹은 "거룩과 성경을 위해 치열하게 자신과 싸워야 했던 사건"이 아니라, 생사의 갈림길에 선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였음을 다시 이야기합니다(64-65).

<요셉이 알고 싶다>는 한 편의 견고한 설교로 읽힙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날카로우며, 한 문장 한 문장이 진실하고 애통한 무게를 지니고 있습니다. 많은 설교를 읽고 들었지만 이분처럼 성경 말씀을 전하고 싶다(설교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보았습니다. 정말 흥미롭게 읽었고, 요셉 이야기를 통해 예수님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뻔뻔한 죄인인가를 사무치게 깨달으며, 우리 신앙의 초점이, 우리 삶의 초점이 어디에 있는가를 다시 점검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노진준' 목사님의 책을 찾아 읽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되는 대로 더 많은 메시지를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요셉 이야기를 '잘' 알고 있는 신앙인들에게 다시 읽기를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노진준 목사님은 요셉 이야기의 궁극적인 의미는 "세상에서의 출세가 아닌 하나님의 언약 성취의 수단으로 부름을 받았다는 데 있다"고 말하며, "문제는 현대 교회가 이 소명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도전합니다! 한국 교회가 다시 한 번 이 도전 앞에 서기를, 이 메시지가 들려지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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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리 종활 사진관
아시자와 요 지음, 이영미 옮김 / 엘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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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칠 종' 자에 '활동' 할 때 '활'을 붙여서 '종활'이에요. 인생을 아쉬움 없이 마무리할 수 있도록, 예를 들면 유산 상속과 관련된 확실한 유언장을 마련한다거나 묘지를 준비한다거나 원하는 장례식에 관해 가족에게 의견을 전해두기도 하죠. 그중에, 조금 전에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생전사진이라고 부르는데, 자기 영정사진을 살아 있는 동안 찍어두는 활동도 포함돼요"(174).

우린 언젠가 모두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지금의 삶과 작별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언제 끝이 날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끝이 난다는 것은 알고 있지요. 아무리 완벽하고 아름답게 준비를 한다 해도 아쉬움은 남겠지만, 그 작별의 시간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요? 누군가는 유서를 남기기도 하고 재산을 정리하기도 합니다. 영정사진과 수의를 준비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아버지는 할머니의 부탁으로 수의와 영정사진을 준비하실 때 많이 우셨습니다. 그래야 안심이 된다는 할머니의 말도, 그래야 더 오래 사신다는 풍습도, 할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을 때의 기억도 아버지에게는 위로가 되지 못했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건 모두가 알았습니다. 

<아마리 종활 사진관>은 영정사진 전문 사진관입니다. '종활', 그러니까 인생을 마무리 짓기 위한 활동의 하나로, 돌아가신 후에 영정으로 쓸 사진을 찾기 위해 허둥지둥하지 않도록, 고인을 기억하게 될 마지막 모습, 생전의 가장 그 '답다'고 할 수 있는 모습을 남기는 곳입니다.


"아마리가 찍는 사진에는 이야기가 있었다"(128).

<아마리 종활 사진관>은 <첫 번째 유언장>, <십이 년 만의 가족사진>, <세 번째 유품>, <두 번째 영정사진> 이렇게 총 4편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아마리 종활 사진관의 가족은 4명입니다. 아마리 종활 사진관을 책임지는 유메코, 사진을 담당하는 아마리, 카메라 견습생 도톤보리, 헤어디자이너 하나가 그들입니다. 유메코는 친절하고 다정하지만 셈이 빠르고 다소 영악해 보이는 구석도 있습니다. 아마리는 사진 하나는 끝내주게 찍지만 다소 무례하고 불친절해 보입니다. 이상한 오사카 사투리를 구사하는 도톤보리는 좀 어수룩해 보이지만 그와 함께 있으면 마음을 활짝 열고 마는 능력을 지녔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화자인 '하나'는 할머니의 수상한 유언장 때문에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찍은 아마리 종활 사진관까지 찾아왔다가 뒤늦게 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아마리 종활 사진관>은 "영정사진을 둘러싼 네 가족의 미스터리를 따뜻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유산상속에서 하나의 엄마만을 제외시킨 할머니. 그 할머니가 가족들을 위해 준비한 마지막 퀴즈를 풀어내는 <첫 번째 유언장>, 엄마가 죽어가는 순간을 말없이 지켜보기만 했던 아들(손주).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야 할아버지의 영정사진을 통해 가족들이 알지 못했던 진실을 깨닫고 뜨겁게 화해하게  되는 <십이 년 만의 가족사진>, 만삭의 산모와 남편이 찍은 영정사진 속의 비밀을 파헤치는 <세 번째 유품>, 아름답고 매력적인 젊은 아가씨와 한 번, 아내와 다시 한 번 그렇게 2번의 영정사진을 찍어야만 했던 아버지의 따뜻한 사연을 다룬 <두 번째 영정사진>. 가족의 비밀을 풀어가는 미스터리이지만, 미스터리보다는 따뜻한 가족애를 다룬 가족 드라마처럼 읽힙니다.


"오해가 풀렸다고 떠난 가족이 되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다시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멈춰 있던 시간은 다시 움직이게 할 수 있을지 모른다"(150).

<아마리 종활 사진관>은 삶의 시작에도 끝에도 결국 가족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인간 세상이 참 크고 복잡한 것 같아도 한평생 가족의 반경을 벗어나지 못하며 결국 생의 의미를 찾고 생의 의미를 남기는 곳은 가족 안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더 큰 오해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는 것, 그래서 가족은 어렵다는 것, 그럼에도 그 사랑과 이별이 내 삶의 시작과 끝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해줍니다.

<아마리 종활 사진관>은 제목에 그 이름을 내걸고 있는 '아마리'라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더 자세했다면, 다소 무례해 보이고 불친절해 보이는 그는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인물인지를 이야기해주었더라면 더 매력적이고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를 비롯해 유메코, 아마리, 도톤보리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소설입니다. (작가가 그럴 계획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형사 시리즈처럼 다음편을 기대해보고 싶습니다. 아머리 종활 사진관과 이대로 작별하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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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책 어디에 밑줄을 긋는가 - 고수들의 미니멀 독서법
도이 에이지 지음, 이자영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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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책 한 권에 그은 '하나의 밑줄'이
때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시작이 되기도 하고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릴 정도의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5).

<그들은 책 어디에 밑줄을 긋는가>라는 책 제목과 <고수들의 미니멀 독서법>이라는 부제'만' 보고 책을 골랐는데, 책을 읽자마자 첫 느낌은 '속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고수"들"의 "독서법"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열어보니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경제경영서 서평가"(도이 에이지)의 "경제경영서를 읽는 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며 꽤 높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인생은 하나의 밑줄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 줄 문장에 강하게 설득 당했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는) "경제경영서를 읽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지만, 독서습관에 얼마든지 적용 가능한 독서 전략입니다. 저자는 "공격하는 독서"와 "도망가는 독서"가 있다면, 이 책이 말하는 독서 전략은 "공격하는 독서"라고 표현합니다. 재미를 위해, 여가를 위해, 충전을 위해 읽는 편안한 책을 골라 있는 것이 도망가는 독서라면, 공격하는 독서는 "아직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비즈니스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 줄 문장을 찾아 밑줄을 긋는 독서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단순히 많이 읽는 것, 책을 빨리 읽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공격하는 독서는 밑줄을 그을 수 있는 책, 재미가 아니라 나에게 가치가 있는 책을 찾아 읽는 독서입니다. 이 책은 매일 3권씩 경제경영서를 2만 권 남짓 읽었다는 저자가 그 수많은 경제경영서 속에서 "밑줄 그을 만한 한 줄을 어떻게 찾아냈으며, 거기서 무엇을 흡수하고, 어떻게 행동으로 옮겼는지"(8)를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저자가 가르쳐주는 독서 전략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결과가 아니라 원인에 밑줄을 그으라는 것"입니다. 경제경영서를 읽다 보면, 성공적인 전략과 결과에 마음을 빼앗기기 쉬운데 우리의 인생을 움직일 한 줄 문장은 그러한 결과가 아니라 그러한 결과를 가져온 '원인'을 찾아내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또 보통 책을 읽을 때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저자는 숲이 아니라 나무, "전체가 아니라 부분을 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전체가 아니라 부분을 보아야 한다는 것은, 사소한 것에서 탁월함을 발견해야 한다는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데, 다른 말로 하면 자신의 전문 분야를 좀 더 깊게 파고드는 독서 전략입니다.


"결국 배움이란 유추하는 것이다.
다른 세계의 것을 받아들여 나의 세계에 적용해 어떤 성과를 내려고 하는 것.
그렇기 때문에 유추로 아무것도 볼 수 없다면 독자로서 무능한 것이다"(162).

밑줄을 그을 수 있는 책을 만나라는 저자의 조언을 다른 말로 하면 '차이'를 만들어내는 독서를 하라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은, 꾸준히 독서를 해오고 있는데 왜 변화가 느껴지지 않을까 답답해했던 저에게 뭔가 해결의 실마리를 던져주었습니다. 이 책의 교훈으로 저의 독서 습관을 반성해보자면, 가장 큰 문제점은 단순히 읽는 것으로 만족했다는 것입니다. 읽고 깨달은 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현장에서 확인해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이것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이 책은 저에게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조금 더 공격적인 독서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 똑똑한 책입니다. (법인세와 절세에 관해 생각지도 못한 중요한 힌트를 얻었다는 것은 비밀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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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임재 연습 - 완역판 세계기독교고전 17
로렌스 형제 지음, 이광식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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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평신도 형제들은 수도원 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일상적인 업무를 맡아야 했고, 로렌스 형제에게는 주방 일이 맡겨졌다. ... 자기 영혼이 너무 비루하여 하나님께서 그를 이런 일을 하도록 이끄셨다고 생각하니 그는 비참했고 괴로웠다. 이런 생각을 곱씹다가, 서서히 그는 자기 자신에게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수도원 일에 동참했고, '무슨 일을 하든지 하나님을 사랑하기'라는 단순한 생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결심했다. 이 결심이 그의 삶을 바꾸었다"(10-11).

하나님과의 만남은 '인격적'인 교제라고 했는데, 제 기도는 일방적인 것만 같아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교회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물었습니다. "하나님과 어떻게 대화하고 계십니까?하나님과 어떻게 사귀고 계십니까?" 하나님과 더 친밀해지고 싶은 소원이 간절했기에 제 질문은 진지하고도 절박했는데, 다들 싱겁게 웃고 말거나 피상적인 대답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시편을 묵상하며 기도하는 것, 십자가 바라보기, 하나님 생각 많이 하기, 영성일기 쓰기였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습니다.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에서 시리즈로 발간하고 있는 <세계기독교 고전>을 통해 하나님께서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과 더 깊은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신다는 생각이 들어, 기회가 닿는대로 전 권을 읽어보리라 나름대로 목표를 세워놓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하나님의 임재 연습>을 통해 제 절박한 물음에 응답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임재 연습>을 읽으며 아프게 깨달은 것은, 그동안 '하나님 생각 많이 하기'를 나름대로 연습하고, 실천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하나님 생각을 많이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하나님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하나님의 이름을 불러놓고 내 절박한 기도 제목들, 소원들을 늘어놓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을 생각했다고 했던 시간들이 사실은 '나'를 생각했던 시간들이었다는 것이 아프게 깨달아져 왔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묵상하고, 그분을 예배하고 경배하는 일에 내가 얼마나 서투른지 아프지만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임재 연습>은 '평신도' 형제로 수도원에 들어가 주방일을 하며 섬겼던 '로렌스 형제'가 주방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연습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하나님의 임재 연습>을 가르치기 위해 따로 집필된 책이 아닙니다. 로렌스 형제에게 일어난 '놀라운 변화'가 알려시기 시작하면서, 특별히 그와 자주 편지를 주고받고 대화를 나누었던 보포르의 수도원장이 그와 나누었던 대화를 편집하고 서신들을 함께 묶어 만든 책입니다. CH북스의 <하나님의 임재 연습>은 "하나님의 임재 연습"이라고 알려진 책의 완역판이라는 것입니다. 

그가 일하는 소란스러운 '주방'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연습하는 법을 터특한 로렌스 형제는 하나님의 임재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하나님의 임재란 우리 영혼이 하나님께 집중하는 것, 또는 현존하시는 하나님을 인식하는 것이다"(104). 그리고 하나님의 임재 연습은 이렇게 정의합니다. "영적인 삶에서 가장 거룩하고, 가장 일반적이며, 가장 필요한 훈련은 하나님의 임재 연습이다. 그것은 그분과의 거룩한 교제 속에서 기쁨을 발견하도록 하는 영의 훈련이다. ... 언제나 그분을 붙들고 매 순간 겸손하고도 애정 어린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95).

이 책을 오래 전에 읽었다는 한 동역자는, 이 책에서 <하나님의 임재 연습>을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연습 방법, 즉 일종의 영성 훈련 방법을 기대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로렌스 형제가 말하는 <하나님의 임재 연습>은
"삶의 방식"입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에 삶의 초점을 두는 것"이고, "하나님에 대해 생각하기로 결심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로렌스 형제가 터득한 <하나님의 임재 연습>을 '방법'적으로 굳이 말한다면, "이 세상에 오직 하나님과 나 외에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끊임없이 "하나님께 집중하는 것"입니다. 일상의 삶에서 하나님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로렌스 형제는 "하루 전체가 정해진 기도 시간인 것처럼" 하나님을 생각하며 다정한 대화를 나누었다고 고백합니다. "하나님께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이나 방법이 아니며, 오직 하나님을 향하고, 그분만을 위하고, 그분만을 사랑하기로 굳게 결심한 마음이다"(39). 

<하나님의 임재 연습> 속에서 얻은 또다른 유익은 일상 속에서 하나님을 경배하고 예배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기도하는 시간과 일하는 시간이 다르지 않다는 로렌스 형제는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하나님과 대화하고 그분을 경배하는 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그가 하나님께 드린 기도를 읽으며, 내가 하나님께 올린 경배와 대화의 내용이 얼마나 빈약한 것이었나 또 아프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그의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 법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주님, 주께서 능력을 주시지 않으면 제가 이 일을 행할 수 없습니다."

"제가 행하려는 이 일은 당신의 일입니다."

"오 나의 하나님, 주께서 저와 함께 계십니다. 이제 저는 당신의 명령에 복종하여, 저의 정신을 이런 외적인 일들에도 기울여야 합니다. 주님께 간청하오니, 저에게 은혜를 허락하사 계속하여 당신의 임재 속에 거하게 하소서. 이 목적을 위해 당신의 도우심으로 저를 형통하게 하시고, 제 모든 일을 받으시고, 제 모든 애정을 간직하소서."

"나의 하나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 나는 온전히 당신께 바쳐진 자입니다. 주여, 저를 빚어 당신의 마음을 닮게 하소서."

"나의 하나님, 저는 전적으로 당신의 것입니다. 오, 사랑의 하나님, 제가 온 마음으로 당신을 사랑하나이다. 제 마음이 당신의 마음을 닮게 하소서."


<하나님의 임재 연습>은 작정하고 "쓴" 책이 아니기 때문에, 같은 내용이 많이 반복되고, 좀 두서가 없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이 말하는 핵심, 가르쳐주는 진리는 분명하고도 단순합니다. 하나님의 임재 연습은 어떤 방법이나 수단에 의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어떤 '거룩한 일'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일어라는 일이라는 것, 내 자신에 대해서조차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하나님께만 집중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세상은 마치 우리의 주의를 붙잡아 하나님을 생각하지 못하게 하려는 듯 날이 갈수록 소란해지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 곁에, 우리 안에 와 계신 하나님을 깨닫지 못하고 우리가 스스로 얼마나 하나님과 멀리 있는지를 생각하면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우리 안에 '하나님의 임재'를 향한 갈망이 더 깊어지고, 더 깊어지기를 소원하며, '하나님의 임재'를 갈망하는 거룩한 지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추천합니다. 

"정녕, 하나님을 사랑하면서 쓰지 않은 하루는 잃어버린 날로 간주하십시오"(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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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한 번은, 피아노 연주하기 내 생애 한 번은 1
제임스 로즈 (James Rhodes) 지음, 김지혜 옮김 / 인간희극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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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쉬운 피아노 레슨!

 

 

드라마 <미생>에 보면 김대리가 그 나이를 먹도록 쌓아놓은 스펙 하나 없는 장그래에게 "그래! 참 보기 드문 청년일세"라고 놀리듯 놀라는 장면이 나옵니다. 저는 제 스스로 '요즘 참 보기 드문 사람'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친구들 학원 다닐 때 저는 무엇을 했는지 이렇다 할 특기 하나가 없고, 남들은 하나쯤 다 다룰 줄 안다는 악기 하나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게 없으니 말입니다. 엄마는 학교가 끝나면 냅다 현관에 가방을 던져놓고 그대로 뛰어나가 해가 질 때까지 동네를 뛰어다니며 노는 저를 잡을 수가 없어 학원에 못 보냈다고 하시는데, 악기 하나쯤은 억지로라도 배워두었으면 좋았을 걸이란 후회를 많이 합니다. (핑계 같지만) 나이가 들어서 배우려니 훨씬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사실 피아노 독학에 도전해본 적도 있고, 교회 반주자에게 드럼 기초도 잠깐 배운 적이 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끝까지 실력을 키우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피아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누가 버린다는 덩치 큰 구형 전자피아노도 주워다 놓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세상에서 제일 쉬운 피아노 레슨"이라는 이 책이 눈에 확 들어올 수밖에요.

<내 생애 한 번은 피아노 연주하기>는 하루에 45분씩 투자하면 단 6주 만에 제바스티안 바흐의 명곡 '프렐류드 1번'을 연주할 수 있다고 약속하는 책입니다. 독학을 위한 피아노 교본인가 싶었는데, 차가운 교본보다는 따뜻한 개인 레슨에 더 가까운 '책'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피아노 치는 즐거움과 끈기 있게 기초를 익힐 수 있도록 일깨워주는데, 특히 '음악교육'에 대한 저자의 철학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악기를 배우면 절제력, 자신감, 집중력, 문제해결능력, 언어능력, 문학·수학 능력뿐 아니라 개인적인 행복감도 높아진다"(11)는 최근 연구 결과를 전하며 저자는 '음악교육'에 대한 이렇게 피력합니다. "사실 이 책은 애초에 쓰일 필요가 없었어야 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아이가 이 책에 나온 것 같은 곡을 필수 교육과정으로 배울 수 있어야 하고 당연히 배워야만 하죠. 하지만 진보 정부들이 음악교육을 계속해서 축소해나갔고 결국에는 위기가 온 겁니다. 음악교육을 부활시키기 위한 대책을 이제는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12). 우리도 그저 특기 하나쯤으로, 그것도 사교육으로 악기를 가르칠 것이 아니라, 좀 더 진지한 교육철학과 목표를 가지고 음악교육을 다시 재고해보았으면 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피아노 레슨"에 관심을 가진 것은 사실 꾸준한 노력을 건너뛰고 단기 속성으로 피아노 명곡을 연습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오히려 그런 욕심을 내려놓게 만듭니다. 이제껏 봐왔던 피아노 독학 교재보다 훨씬 간단하게 기초를 가르쳐주어서 그런지, 지금은 그 '기초'를 정말 잘 다져놔야겠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그래서 '도레미파솔라시도'로 외우고 있던 피아노 건반의 자리를 다시 'CDEFGABC'
라는 이름에 익숙해지도록 연습 중입니다. 줄음표, 칸음표 따라 손가락 연습도 하고요.

<내 생애 한 번은 피아노 연주하기>는 피아노 연주와 음악을 사랑하게 만들어주는 책입니다. 이 책을 알고 나서 바흐의 '프렐류드 1번'을 시간이 날 때마다 감상하고 있는데, "장엄하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간결하고 말을 잃을 정도로 아름다운 곡"(37)이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음악과 사랑에 빠지기 좋은 계절, 피아노 레슨 교재나 독학 교재를 찾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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