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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말해 준 것
닐 도날드 월쉬 지음, 황하 옮김 / 연금술사 / 2015년 8월
평점 :
"이 세상 극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힘든 싸움에 사로잡혀 있다. 나날의 싸움이다. 단지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하기 위한, 살아 나기 위한, 다만 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싸움이다. ... 이것이 지금 무엇인가 잘못되어 있다는 가장 큰 단서이고, 가장 큰 힌트이며, 가장 확실한 신호이다. 어느 합리적 기준으로 보든 행복해야 할 사람들조차 행복하지 못할 때, 사회의 문화적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14).
삶의 밑바닥에서 자신의 삶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신에게 분노에 찬 편지를 써내려 가기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마치 받아쓰기를 하는 것처럼 신의 대답이 주어졌고, 종이 위에서 계속된 신과의 대화를 타이핑해 출판사로 보낸 것이, 총9권에 달하는 <신과 나눈 이야기>시리즈이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만을 가려뽑고 더 확장시켜 설명한 책이 바로 이 책 <신이 말해 준 것>이라고 합니다.
이 책이 출발 지점으로 삼고 있는 문제의식은 귀담아 들을 만합니다. 무엇인가 잘못되어 있는, 잘못 돌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인식은 누구보다 '종교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신앙생활'을, 특히 나눔이 없는 생활을 반성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종교의 약점, 종교인의 약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듯 예리한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특정 종교를 떠나서 "신을 '믿는 사람'이든 '믿지 않는 사람'이든, 신에 대한 생각은 많은 사람들이 전체 도덕 법칙을 세우는 토대가 된다"(27)는 측면에서, 또 "신에 대한 생각과 개념이 우리 자신과 삶에 대한 생각과 개념을 만"(116)든다는 측면에서 이 책이 던지는 화두는 유의미하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이 책이 전하는 신의 심오한(?) 메시지는 그리 새로울 것 없는 '범신론적 합일주의', 또는 '범신론적 신비주의'라는 카테고리 안으로 분류해 넣을 수 있을 듯합니다. 또한 신과 우리는 하나이고, 그러니 인간은 곧 신이라는 논리적 측면에서 뉴에이지적 메시지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신에 대한 오해(?)를 벗기고자 시도하며, '더 나은 길'도 아니고, 그렇다고 새로운 길도 아니고, 다른 길을 소개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기독교 신앙을 타겟으로 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기독교 신앙은 구원받을 수 있는 '오직 한 길'만을 말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기독교 신앙을 가진 신자의 입장에서는 경계해야 할 책으로 분류하고 싶습니다.
편협한 기독교 신앙으로 이 책의 메시지를 외면한다고 비판할 독자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좋은 말이 곧 옳은 말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하고 싶습니다. 선악과나무 밑에서 사탄은 "결국은 너희가 하나님(신)과 같이 될 거야"라고 유혹했습니다. 이 책의 메시지도 일견 달콤한 측면이 있습니다. 쓴소리도 들어야 할 때는 들어야 하지만, 좋은 말도 위험할 때는 멀리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생각이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신앙인들에게 권하고 싶지 않은 책입니다. 그리고 저자에게 우리에게 던졌던 메시지를 다시 돌려주고 싶습니다. "당신은 다른 사람에게 위협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당신의 믿음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