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임재 연습 - 완역판 세계기독교고전 17
로렌스 형제 지음, 이광식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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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평신도 형제들은 수도원 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일상적인 업무를 맡아야 했고, 로렌스 형제에게는 주방 일이 맡겨졌다. ... 자기 영혼이 너무 비루하여 하나님께서 그를 이런 일을 하도록 이끄셨다고 생각하니 그는 비참했고 괴로웠다. 이런 생각을 곱씹다가, 서서히 그는 자기 자신에게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수도원 일에 동참했고, '무슨 일을 하든지 하나님을 사랑하기'라는 단순한 생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결심했다. 이 결심이 그의 삶을 바꾸었다"(10-11).

하나님과의 만남은 '인격적'인 교제라고 했는데, 제 기도는 일방적인 것만 같아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교회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물었습니다. "하나님과 어떻게 대화하고 계십니까?하나님과 어떻게 사귀고 계십니까?" 하나님과 더 친밀해지고 싶은 소원이 간절했기에 제 질문은 진지하고도 절박했는데, 다들 싱겁게 웃고 말거나 피상적인 대답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시편을 묵상하며 기도하는 것, 십자가 바라보기, 하나님 생각 많이 하기, 영성일기 쓰기였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습니다.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에서 시리즈로 발간하고 있는 <세계기독교 고전>을 통해 하나님께서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과 더 깊은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신다는 생각이 들어, 기회가 닿는대로 전 권을 읽어보리라 나름대로 목표를 세워놓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하나님의 임재 연습>을 통해 제 절박한 물음에 응답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임재 연습>을 읽으며 아프게 깨달은 것은, 그동안 '하나님 생각 많이 하기'를 나름대로 연습하고, 실천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하나님 생각을 많이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하나님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하나님의 이름을 불러놓고 내 절박한 기도 제목들, 소원들을 늘어놓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을 생각했다고 했던 시간들이 사실은 '나'를 생각했던 시간들이었다는 것이 아프게 깨달아져 왔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묵상하고, 그분을 예배하고 경배하는 일에 내가 얼마나 서투른지 아프지만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임재 연습>은 '평신도' 형제로 수도원에 들어가 주방일을 하며 섬겼던 '로렌스 형제'가 주방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연습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하나님의 임재 연습>을 가르치기 위해 따로 집필된 책이 아닙니다. 로렌스 형제에게 일어난 '놀라운 변화'가 알려시기 시작하면서, 특별히 그와 자주 편지를 주고받고 대화를 나누었던 보포르의 수도원장이 그와 나누었던 대화를 편집하고 서신들을 함께 묶어 만든 책입니다. CH북스의 <하나님의 임재 연습>은 "하나님의 임재 연습"이라고 알려진 책의 완역판이라는 것입니다. 

그가 일하는 소란스러운 '주방'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연습하는 법을 터특한 로렌스 형제는 하나님의 임재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하나님의 임재란 우리 영혼이 하나님께 집중하는 것, 또는 현존하시는 하나님을 인식하는 것이다"(104). 그리고 하나님의 임재 연습은 이렇게 정의합니다. "영적인 삶에서 가장 거룩하고, 가장 일반적이며, 가장 필요한 훈련은 하나님의 임재 연습이다. 그것은 그분과의 거룩한 교제 속에서 기쁨을 발견하도록 하는 영의 훈련이다. ... 언제나 그분을 붙들고 매 순간 겸손하고도 애정 어린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95).

이 책을 오래 전에 읽었다는 한 동역자는, 이 책에서 <하나님의 임재 연습>을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연습 방법, 즉 일종의 영성 훈련 방법을 기대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로렌스 형제가 말하는 <하나님의 임재 연습>은
"삶의 방식"입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에 삶의 초점을 두는 것"이고, "하나님에 대해 생각하기로 결심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로렌스 형제가 터득한 <하나님의 임재 연습>을 '방법'적으로 굳이 말한다면, "이 세상에 오직 하나님과 나 외에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끊임없이 "하나님께 집중하는 것"입니다. 일상의 삶에서 하나님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로렌스 형제는 "하루 전체가 정해진 기도 시간인 것처럼" 하나님을 생각하며 다정한 대화를 나누었다고 고백합니다. "하나님께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이나 방법이 아니며, 오직 하나님을 향하고, 그분만을 위하고, 그분만을 사랑하기로 굳게 결심한 마음이다"(39). 

<하나님의 임재 연습> 속에서 얻은 또다른 유익은 일상 속에서 하나님을 경배하고 예배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기도하는 시간과 일하는 시간이 다르지 않다는 로렌스 형제는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하나님과 대화하고 그분을 경배하는 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그가 하나님께 드린 기도를 읽으며, 내가 하나님께 올린 경배와 대화의 내용이 얼마나 빈약한 것이었나 또 아프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그의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 법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주님, 주께서 능력을 주시지 않으면 제가 이 일을 행할 수 없습니다."

"제가 행하려는 이 일은 당신의 일입니다."

"오 나의 하나님, 주께서 저와 함께 계십니다. 이제 저는 당신의 명령에 복종하여, 저의 정신을 이런 외적인 일들에도 기울여야 합니다. 주님께 간청하오니, 저에게 은혜를 허락하사 계속하여 당신의 임재 속에 거하게 하소서. 이 목적을 위해 당신의 도우심으로 저를 형통하게 하시고, 제 모든 일을 받으시고, 제 모든 애정을 간직하소서."

"나의 하나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 나는 온전히 당신께 바쳐진 자입니다. 주여, 저를 빚어 당신의 마음을 닮게 하소서."

"나의 하나님, 저는 전적으로 당신의 것입니다. 오, 사랑의 하나님, 제가 온 마음으로 당신을 사랑하나이다. 제 마음이 당신의 마음을 닮게 하소서."


<하나님의 임재 연습>은 작정하고 "쓴" 책이 아니기 때문에, 같은 내용이 많이 반복되고, 좀 두서가 없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이 말하는 핵심, 가르쳐주는 진리는 분명하고도 단순합니다. 하나님의 임재 연습은 어떤 방법이나 수단에 의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어떤 '거룩한 일'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일어라는 일이라는 것, 내 자신에 대해서조차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하나님께만 집중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세상은 마치 우리의 주의를 붙잡아 하나님을 생각하지 못하게 하려는 듯 날이 갈수록 소란해지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 곁에, 우리 안에 와 계신 하나님을 깨닫지 못하고 우리가 스스로 얼마나 하나님과 멀리 있는지를 생각하면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우리 안에 '하나님의 임재'를 향한 갈망이 더 깊어지고, 더 깊어지기를 소원하며, '하나님의 임재'를 갈망하는 거룩한 지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추천합니다. 

"정녕, 하나님을 사랑하면서 쓰지 않은 하루는 잃어버린 날로 간주하십시오"(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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