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만델라 어록 - 전 인류의 스승, 넬슨 만델라 최초의 공인 어록
넬슨 만델라 지음, 윤길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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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슨 롤리랄라 만델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그리고 또 가장 많이 잘못 인용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5).

 

 

넬슨 만델라가 남긴 명언 중에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유명한 말은 "가장 위대한 무기는 평화입니다"라는 말입니다. <넬슨 만델라 어록>에서 이 말을 만나볼 수 있을까 기대하였는데, 원래의 말(?)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1998년의 연설에서는 "평화는 모든 국민을 성장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401)라고 했고, 동지들과 나눈 대화에서는 "적이 절대로 격퇴할 수 없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평화라네"(402)라고 말했습니다.

 

이 책의 편집자는 서문에서 넬슨 만델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그리고 또 가장 많이 잘못 인용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라고 밝힙니다. 지금도 "넬슨 만델라 재단 메모리 센터에는 넬슨 만델라 인용문의 진위를 확인해 달라는 문의가 수천 건이나 들어오고 있다"고 전합니다. 편집자는 "이 책을 내는 우리의 목적은 첫째, 정확하고 폭넓은 자료를 일반 대중에게 제공하고 둘째, 상당히 다양한 영역에 걸친 만델라의 말들을 한데 모아 기록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물로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의 발언들을 모은 어록이 탄생했다"(8)고 소개합니다. 이 책에는 넬슨 만델라의 2,000여 개의 발언이 수록되어 있으니, 그의 말을 인용하고 싶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백과사전 역할은 물론, 인용문의 진위를 가릴 수 있는 바이블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제된 문장 안에 담긴 세계적인 지도자의 사상과 투쟁과 의지와 고뇌와 신념을 읽을 수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고 싶습니다. 넬슨 만델라, 그는 말을 잘 하는 사람이기도 했지만 말을 신중하게 하는 사람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의 말 속에 담긴 정신이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의 어록을 읽는 의미가 크다 하겠습니다.

 

 


 

 

"말을 내뱉었으면 그 말의 진짜 의미를 실제 행동으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587).

 

 

사람들이 내뱉는 말에는 그 사람의 성격과 성품과 인격이 배여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말로 교묘하게 사람들을 속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말만 번지르르할 뿐 행동이 따라주는 않는 말쟁이들도 있습니다. 우리가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실망을 하는 이유 중 하나도 언제나 말뿐이고 자신의 말대로 사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지도자들이 쏟아내는 지켜지지 않는 약속들, 공허한 비전들이 국민의 마음에 미래에 상처를 입히고 있는데도, 그런 거짓된 행위들이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더 이상 그런 위선적인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우리에게는 말에 책임을 지는 지도자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넬슨 만델라가 존경스러운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신중하게 말을 고르고, 진심을 이야기하며, 사람들이 그의 진의를 쉽게 파악하기를 바"(8-9)랬던 인물었습니다. "나는 말을 가볍게 하지 않는다. 교도소에서 보낸 27년 동안 고독의 침묵 덕분에 말이 얼마나 소중한지, 말이 사람들의 생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었다"(587).

 

진실한 말의 힘을 알고 있었던 넬슨 만델라는 적군들과의 대화(협상)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최선의 무기는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382). 이러한 습관은 그의 "글쓰기" 철학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는 큰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조언합니다. "일주일이나 한 달에 하루는 편지 쓰기에 할애해서 글 쓰는 습관을 잘 기르도록 하렴. 먼저 편지의 초안을 잡은 다음, 쭉 훑어보면서 실수를 확인하고 네 생각을 명확하고 조리 있게 표현하는 게 좋다"(591).

 

 

 

 

 

"때로는 한 세대에게 위대한 일을 성취해야 할 책임이 따르기도 한다. 여러분이 바로 그 위대한 세대일 수 있다. 여러분의 위대함을 활짝 꽃피워라"(273).

 

 

<넬슨 만델라 어록>은 위대하고 멋진 말만 수록하고 있지 않습니다. 넬슨 만델라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말들도 많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라도 즐거움을 잃지 않는 유머 감각"입니다. 그의 유머 감각은 세계적으로 유명한데, 세계적인 지도자다운 여유와 그가 가진 긍정의 힘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참 유쾌한 성품을 지닌 사람이었다는 것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44살에 감옥에 들어가 28년을 갇혀 있다 72세의 나이에 풀려난 인생의 골곡을 생각할 때, 더욱 그러합니다.

 

<외모>라는 주제어로 부류된 어록을 읽으며, 그가 옷을 잘 입는 지도자는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와 나는 이 문제를 논의했다. 대주교가 내게 "------ 대통령 각하, 저는 각하가 옷차림만 빼면 모든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존경해 맞않는 대주교에게 이렇게 답했다. "음, 해결책이 없는 문제는 꺼내지 맙시다"(91-92). 그의 조카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델라의 옷차림에 대해 "아주 망신스럽다. 대통령은 언제나 흰 셔츠에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에 모자를 써야 하는데, 우리 삼촌의 옷차림새는 보기 흉하다. 꼭 술주정뱅이 같다"(92)라고 답했을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외모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교도소에 있을 때 쓴 편지를 보면, "체중이 급격히 늘어 점심식사와 오후 간식을 끊없었습니다"(91)라고 고백합니다. <넬슨 만델라 어록> 편집자들의 유머 감각도 만델라 못지 않은 듯합니다. 

 

<넬슨 만델라 어록>는 공인으로서 그가 했던 말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고백도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의 자서전 <나 자신과의 대화>를 읽을 때도 그랬지만, 대의를 위해 개인사를 희생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고뇌를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가족에게 헌신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반박이 있는데,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면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은 마음, 그것을 포기하는 건 아주 고통스럽더군. 마음이 아팠어"(233)

 

이 밖에도 "농사는 쉬운 일이 아니야"(233)와 같이 이것도 기억할 만한 명언인가 의구심을 갖게 되는 말들도 있지만, "에이즈는 이제 그냥 병이 아니다. 그것은 인권 문제이다"(77)라거나 "기초 의료 시설 같은 사회 기반 시설이 부족하면 평화가 있을 수 없다. 대다수의 의사와 의료 시설이 소수의 국민만 접근할 수 있는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면, 평화가 있을 수 없다"(400)와 같이 그의 말들은 곱씹을수록 우리에게 던져주는 묵직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의 희망은 현실이 될 것이다"(295).

 

1999년 2월 5일에 한 이 말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넬슨 만델라 어록>에는 평생 아프리카 사람들의 투쟁에 헌신했고, 백인의 지배와 흑인의 지배에 맞서 싸웠고, 이상을 품었고, 그 이상을 실현하고 싶었으며, 필요하다면 죽을 준비도 되어 있었던 한 사람의 위대한 꿈이 담겨 있습니다. 위대한 꿈을 좋아헀던 그처럼 저도 위대한 꿈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 어떤 위대한 꿈보다 넬슨 만델라가 꾸었던 위대한 꿈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넬슨 만델라 어록>은 그가 품었던 이상이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그가 신중하게 말을 하고 진심으로 말을 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 한마디, 한마디에 감동을 더합니다. 말한 대로 살고, 말에 책임을 질줄 알았고, 자신의 신념과 꿈을 말에 담을 줄 알았던 지도자가 이제는 우리 곁을 떠났다는 것이 더 없이 아쉽습니다. 그러나 그가 남겨진 유산을 가슴에 품고 그의 길을 따르는 지도자가 세계 곳곳에서 많이 일어나기를 기도해봅니다. 넬슨 만델라, 그의 진실했던 일생에 경의를 표합니다.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나는 똑같이 할 것이다. 자신을 인간이라 부를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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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균 2014-07-18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