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리 종활 사진관
아시자와 요 지음, 이영미 옮김 / 엘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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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칠 종' 자에 '활동' 할 때 '활'을 붙여서 '종활'이에요. 인생을 아쉬움 없이 마무리할 수 있도록, 예를 들면 유산 상속과 관련된 확실한 유언장을 마련한다거나 묘지를 준비한다거나 원하는 장례식에 관해 가족에게 의견을 전해두기도 하죠. 그중에, 조금 전에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생전사진이라고 부르는데, 자기 영정사진을 살아 있는 동안 찍어두는 활동도 포함돼요"(174).

우린 언젠가 모두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지금의 삶과 작별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언제 끝이 날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끝이 난다는 것은 알고 있지요. 아무리 완벽하고 아름답게 준비를 한다 해도 아쉬움은 남겠지만, 그 작별의 시간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요? 누군가는 유서를 남기기도 하고 재산을 정리하기도 합니다. 영정사진과 수의를 준비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아버지는 할머니의 부탁으로 수의와 영정사진을 준비하실 때 많이 우셨습니다. 그래야 안심이 된다는 할머니의 말도, 그래야 더 오래 사신다는 풍습도, 할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을 때의 기억도 아버지에게는 위로가 되지 못했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건 모두가 알았습니다. 

<아마리 종활 사진관>은 영정사진 전문 사진관입니다. '종활', 그러니까 인생을 마무리 짓기 위한 활동의 하나로, 돌아가신 후에 영정으로 쓸 사진을 찾기 위해 허둥지둥하지 않도록, 고인을 기억하게 될 마지막 모습, 생전의 가장 그 '답다'고 할 수 있는 모습을 남기는 곳입니다.


"아마리가 찍는 사진에는 이야기가 있었다"(128).

<아마리 종활 사진관>은 <첫 번째 유언장>, <십이 년 만의 가족사진>, <세 번째 유품>, <두 번째 영정사진> 이렇게 총 4편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아마리 종활 사진관의 가족은 4명입니다. 아마리 종활 사진관을 책임지는 유메코, 사진을 담당하는 아마리, 카메라 견습생 도톤보리, 헤어디자이너 하나가 그들입니다. 유메코는 친절하고 다정하지만 셈이 빠르고 다소 영악해 보이는 구석도 있습니다. 아마리는 사진 하나는 끝내주게 찍지만 다소 무례하고 불친절해 보입니다. 이상한 오사카 사투리를 구사하는 도톤보리는 좀 어수룩해 보이지만 그와 함께 있으면 마음을 활짝 열고 마는 능력을 지녔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화자인 '하나'는 할머니의 수상한 유언장 때문에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찍은 아마리 종활 사진관까지 찾아왔다가 뒤늦게 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아마리 종활 사진관>은 "영정사진을 둘러싼 네 가족의 미스터리를 따뜻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유산상속에서 하나의 엄마만을 제외시킨 할머니. 그 할머니가 가족들을 위해 준비한 마지막 퀴즈를 풀어내는 <첫 번째 유언장>, 엄마가 죽어가는 순간을 말없이 지켜보기만 했던 아들(손주).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야 할아버지의 영정사진을 통해 가족들이 알지 못했던 진실을 깨닫고 뜨겁게 화해하게  되는 <십이 년 만의 가족사진>, 만삭의 산모와 남편이 찍은 영정사진 속의 비밀을 파헤치는 <세 번째 유품>, 아름답고 매력적인 젊은 아가씨와 한 번, 아내와 다시 한 번 그렇게 2번의 영정사진을 찍어야만 했던 아버지의 따뜻한 사연을 다룬 <두 번째 영정사진>. 가족의 비밀을 풀어가는 미스터리이지만, 미스터리보다는 따뜻한 가족애를 다룬 가족 드라마처럼 읽힙니다.


"오해가 풀렸다고 떠난 가족이 되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다시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멈춰 있던 시간은 다시 움직이게 할 수 있을지 모른다"(150).

<아마리 종활 사진관>은 삶의 시작에도 끝에도 결국 가족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인간 세상이 참 크고 복잡한 것 같아도 한평생 가족의 반경을 벗어나지 못하며 결국 생의 의미를 찾고 생의 의미를 남기는 곳은 가족 안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더 큰 오해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는 것, 그래서 가족은 어렵다는 것, 그럼에도 그 사랑과 이별이 내 삶의 시작과 끝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해줍니다.

<아마리 종활 사진관>은 제목에 그 이름을 내걸고 있는 '아마리'라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더 자세했다면, 다소 무례해 보이고 불친절해 보이는 그는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인물인지를 이야기해주었더라면 더 매력적이고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를 비롯해 유메코, 아마리, 도톤보리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소설입니다. (작가가 그럴 계획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형사 시리즈처럼 다음편을 기대해보고 싶습니다. 아머리 종활 사진관과 이대로 작별하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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