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나뭇잎, 이로도리 - 칠순 할머니들이 나뭇잎 팔아 연 매출 30억!
요코이시 토모지 지음, 강지운 옮김 / 황소걸음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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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000명 남짓 되는 산골 마을, 일본의 가미카츠에서 일어난 기적은 일본 사회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희망의 빛을 보여준 기적이다. "칠순 할머니들이 나뭇잎 팔아 연 매출 30억!" 여러 가지를 시사해주는 한 줄 문장이다. 이것은 단순한 사업적인 성공의 의미를 넘어선다. 전세계적으로 고령화 문제가 사회적인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일반적인 은퇴의 시기를 한참 넘어서고 누구도 경제활동인구로 기대하지 않는 할머니들이 나뭇잎 사업으로 젊은이들도 해내지 못한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산골 마을인 가미카츠에서 하는 "나뭇잎 사업이란, 일본 요리를 아름답게 장식하는 나뭇잎이나 꽃, 산나물 등을 계절에 맞춰 청과물 시장에 출하할 수 있도록 농가가 재배, 판매하는 농업 비즈니스의 한 종류다." 젊은이들이 떠나버린 시골, 농사도 지을 수 없는 산골 마을, 떠나지 않은 게 아니라, 남겨지고 버려졌다는 피해 의식에 사로 잡혀 비오는 날이면 할아버지는 술병을 들고, 할머니들은 험담을 입에 달고 살았던 한마디로 희망이 사라진 마을 사람들이 총 320종에 달하는 나뭇잎 사업으로 연간 매출 약 30억이라는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책 표지를 보고 나는 이 순박하고 마음씨 좋아 보이는 할머니가 이 놀라운 기적의 주인공이요, 저자인줄 알았다. 그러나 버려진 마을, 죽어가는 삶이나 다름 없었던 이 산골 마을에 놀라운 활력을 불어넣은 주인공은 이 책의 저자인 '요코이시 토모지'라는 영농지도원 출신의 공무원이다.

1958년생인 '요코이시 토모지' 씨는 스무 살이 되던 1979년에 농업대학교를 졸업하고 가미카츠에 영농지도원으로 채용되었다. 그는 한 사람의 공무원에 지나지 않았지만, 생기도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마을에 바라보며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눈을 떠도 특별히 할 일이 없는 무료한 삶을 바라보며 그의 마음에 "뭔가 해야 한다"는 뜨거운 열정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막연한 변화와 개혁을 향한 외침은 오히려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지금 우리에게는 위대한 공무원이지만, 당시 마을 어르신들에게 그는 경험도 부족하고 나이도 어린 무례한 젊은이로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당에서 우연히 보게 된 낙엽 한 장! 그것이 기적의 시작이었다. 고령화된 산골 마을에서 마을의 노인이나 여자들이 할 수 있는 사업을 계속 고민하던 요코이시 토모지 씨 그 나뭇잎 한 장에서 비로소 해답을 찾았다. 나뭇잎은 가벼우니까 할머니들도 따기 쉽고, 가미카츠의 산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상품'이었다. 

그러나 <기적의 나뭇잎 이로도리>가 보여주는 성공담은 동화처럼 예쁘고 마법 같은 기적이 아니었다. 이로도리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경영전략과 리더십의 결과물이다. 산골 마을에서 나뭇잎을 따다 판다고 해서 영세한 농가 사업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조직과 시스템을 갖추고 최고의 상품과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 정신이 빛이 난다. 

<기적의 나뭇잎 이로도리>는 성공 에피소드와 더불어, 희망 없는 시골 마을을 세계 그 어느 도시보다 활기 넘치는 마을로 바꿔놓은 기적의 주인공 요코이시 토모지의 리더십을 분석적으로 보여준다. '이로도리 성공 법칙'뿐만 아니라, 가미카츠의 다섯 가지 제언은 경영전략뿐만 아니라, 농촌의 노인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대안적 방향을 제시해준다. 그의 다섯 가지 제안은 이렇다.  '모두가 일하는 사회를 만들어라', '보호 대신 복지를 구현하라', '시골의 유리한 조건을 살려라, '현장과 눈높이를 맞춰라', '후세를 위한 꿈의 씨앗을 뿌려라!' 짧지만 생생한 그의 제안에 귀기울인다면 그 안에서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공무원이 있는 나라, 일본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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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 과거 그리고 미래의 화폐
네이선 루이스 지음, 이은주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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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GOLD)을 선택하라!
세계 통화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으로 금본위제로의 환원을 논하다.


"천정부지 금값, 최고치 경신!"
'과거 그리고 미래의 화폐'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골드>라는 책을 읽고 있는 요즘, 때맞춰 국제 금 시세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뉴스 보도가 연일 계속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달러화의 약세 흐름에다 미국 고용보고서 약세에 따른 투자자들의 안전 도피가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 시세는 올해 들어서 25% 이상이 올랐다고 하는데, 이같은 현상에는 무엇보다 미국 달러화의 지속적인 약세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그 값어치가 불안정해지니 믿을 수 있는 '금'(GOLD) 쪽으로 관심이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국제 간 금융거래의 가치 척도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 달러의 불안정이 세계적인 경제불안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골드>는 세계 통화 위기가 근본적으로 달러에 연동된 '변동환율제'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국제통용화폐로 기능하는 '달러'의 막강한 힘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점을 파헤치고 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화폐의 유형에서부터 설명을 시작하며 화폐의 기능과 원리를 상세히 설명해준다. 그러나 아무리 쉽게 설명한다 해도 익숙하지 않은 경제 용어나 경제 제도 등을 이해하며 그 원리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집중력을 요하는 독서가 될 수밖에 없었다.

화폐는 그 자체는 가치가 있는 무엇이 아니다. 물물교환의 수단이며, 가치를 환산하는 단위로 기능할 뿐이다. 문제는 저마다 가치가 다르고, 단위가 다른 화폐를 사용하는 국제 간 거래에서 세계 금융을 쥐락펴락하는 달러의 일방적인 폭행을 막고, 현재의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통화안정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화폐의 가치를 설정해주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금본위제'를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다. 금본위제는 화폐의 가치를 금의 가치에 고정하여 조율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처럼 달러의 가치가 불안정하다고 해서 자산을 안정적으로 보유하고 또 제태크의 개념으로 믿을 수 있는 금을 사재기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논의인 것이다.

저자의 의견을 반박하거나 비판할만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것이 아쉽지만, 하나의 경제이론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세계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게 된 것 같은 뿌뜻함이 생긴다. 전문서적이지만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관련된 논의이니 관심을 가지고 읽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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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청소년들의 부자가 되는 공부
마크 빅터 한센 지음, 장인선 옮김 / 명진출판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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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청소년들의 글로벌한 꿈을 만나다!


청소년들에게 부자가 되는 공부를 시킨다고? <글로벌 청소년들의 부자가 되는 공부>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 부자가 되는 공부법이, 그것도 청소년들에게 가르칠만한 부자가 되는 공부법이 있을까 의아했다. 더구나 한창 배워야 할 것도 많은 청소년들에게 부자가 되는 공부를 시킨다는 발상 자체가 괜히 좀 언짢았다. 높은 이상, 가치 있는 삶을 가르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청소년들의 부자가 되는 공부>는 생각의 크기, 꿈을 담는 그릇부터가 달랐다. 세상 물정 모르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 <글로벌 청소년들의 부자가 되는 공부>는 10대 창업에 성공한 세계의 청소년들을 소개해주고 있는데, 꿈을 향해 도전하는 청소년들의 진지함과 열정을 목격하며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책은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의 공저자 마크 빅터 한센이 아직 꿈을 찾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멋진 꿈을 찾도록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쓴 책이다. ’부자’라는 동기부여를 통해 사실은 청소년들의 꿈을 찾아주고, 꿈을 키워주고, 그 꿈을 실현하도록 돕는 것이 진짜 목적인 것이다. 특히 ’학교 안에서’ 좌절된 꿈을 안고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학교 밖에도’ 꿈이 숨어 있음을 가르쳐주고, 꿈을 찾는데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도록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저자의 말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배움과 꿈을 키워나가야 할 청소년들을 오히려 학교 성적이라는 견고한 울타리 안으로 몰아넣으며 스스로 꿈을 포기하게 만들고, 모든 가능성의 날개를 꺾어버리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글로벌 청소년들의 부자가 되는 공부>는 청소년들에게 ’부자의 꿈’을 심어주기 위해 미국에 있는 청소년 사업가들의 사례와 인터뷰를 실었다. ’어린 나이’에 놀랄만한 성공을 거둔 이 청소년들의 창의성과 열정과 실행력이 놀랍다! 창의력과 열정은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에게 넘쳐날 수 있다 해도 실행력은 좀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들이 보여주는 어른 못지않은 실행력이 놀라워 오히려 무서울 정도이다. 

<글로벌 청소년들의 부자가 되는 공부>는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하고 있지만,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는 예민한 시각, 꿈을 이루기 위한 이론적 설명, 그리고 동기부여의 내용이 어른들을 위한 경영서적이나 자기계발서의 수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아이들은 이미 글로벌 세계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미 성공을 '부자'로 성공한 10대들의 이야기는 부러움과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 책에서 청소년들에게 심어주고자 하는 꿈은, 그저 돈만 긁어 모으는 부자가 아니다. 첫째는 꿈을 향한 도전과 준비이고, 둘째는 꿈을 이룬 부자, 셋째는 (다소 짧게 다루고는 있지만) 나누어주는 부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세계를 품는 그릇으로, 글로벌한 꿈을 꾸는 리더로, 풍요로운 삶을 사는 부자로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그들을 양육하는 부모세대, 즉 어른들이 먼저 생각과 행동 모든 면에서 넓고 자유로운 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이들의 창의력을 방해하고 도전의지를 꺾는 것은 그 자신이 아니라, 오히려 시대에 뒤쳐진 부모세대일 때가 많으니 말이다. 또한 높은 이상과 가치 있는 삶은 이 책의 주제를 넘어서지만 청소년을 제대로 응원하고 싶다면, 언제나 그렇듯 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중요한 가르침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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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련의 이름은 자유다 - 모두가 포기한 고교 자퇴생이 10년 후 존스홉킨스 병원의 의사가 되기까지
김호경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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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당신께 행복, 성공, 돈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단지 한 번의 기회를 바라옵니다."

(1997년 2월 5일 밤에 중에서)

’단지 한 번의 기회’를 구하는 이 기도가 얼마나 애처롭게 들리는지, 차라리 죽여 달라는 울부짖음보다 내게는 더 처절하게 다가왔다. 부모님의 오래된 불화와 별거, 고등학교 자퇴, 결국 지워도 지워도 없어지지 않는 곰팡이 가득 한 방에 틀어 박혀 외톨이로 지냈던 김호경. 그리고 그에게 찾아온 단 한 번의 기회. 그의 간절한 기도는 뜻하지 않게 미국 이민을 떠나게 된 그의 절박함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말해준다.

역경을 이기고 일궈낸 모든 성공신화가 감동적이겠지만, <내 시련의 이름은 자유다>의 저자 김호경, 그의 성공신화가 내게 주는 감동은 조금 더 특별하다. 세상을 등지고 살았던 그의 가슴 속 어디에 이렇게 생동하는 꿈이 숨어 있었을까? 내가 경험했던 청소년기의 깊은 절망은 나를 지독한 무기력의 늪으로 몰아넣었다. 나는 지금도 그 후유증을 앓고 있다. 무엇을 해도 안 되는 일에 대한 포기가 빠르다. 

그런데 <내 시련의 이름은 자유다>의 저자 김호경은 스스로도 ’가망 없는 녀석’이라 낙인 찍힐 만큼 지독한 절망 가운데 처해 있으면서도, 기회를 포착했고,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의지하지 않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은 채 10년 만에 세계 최고의 병원에 최고의 의사라는 인생 대역전을 일구어냈다. 사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공부인데, 그가 얼마나 지독하게 공부에 매달렸는지 그 고통이 절절하게 마음에 와닿는다. 그것은 홀로 달려야 하는 외로운 길이며, 끊임없이 자신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고독한 싸움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운명은 내게 최고의 기회를 선물했지만 
그 기회를 성공이란 이름으로 쉽게 바꿔주지는 않았다. 
일생 동안 찾아오는 기회는 단 몇 번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기회를 성공으로 바꾸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노력에 달려 있다. 
그래서 나는 책에 매달렸다"(p. 180). 

그가 보여준 가능성은 거저 얻은 것이 아니었다. 그가 이룬 놀라운 성공은 대가를 지불한 것이었다. 그래서 더 당당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노력한다는 것, 최선을 다한다는 것,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가 꿈을 이루기 위해 지불한 정직한 수고에 집중하기보다는, 가슴 뛰는 일을 발견한 그가 부럽고, 그가 이룬 눈부신 성공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고통을 이겨내야만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그의 교훈이 내 놀부 심보에 가시처럼 박혀서 따끔거린다.

운이 좋으면 아이디어 하나로 대박이 나는 세상이고, 계층간의 벽이 두터워지면서 개천에서 용나는 시절은 지났다고 할만큼 타고난 환경이 미래를 결정하는 세상에, 저자 김호경 같은 인물이 있어서 나는 살맛이 난다. 나의 꿈을 응원하듯, 그의 뜨거운 꿈과 치열한 도전에 찬사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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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철학 스케치 1 - 이야기로 만나는 교양의 세계
김선희 지음 / 풀빛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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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대가 철학을 낳고, 철학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다.


풀빛에서 발간한 <동양철학 스케치>를 읽으며, 편협한 자기주장을 넘어 시대를 통찰하고 이끌어갈 철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각종 미디어의 발달로 다양한 논평이나 논단이 쏟아지고, 네티즌의 목소리도 높지만, 그 요란함에 비해 귀 기울여 들을만한 대안적인 목소리나 이권을 뛰어넘는 진지한 성찰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동양철학 스케치>는 "고대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를 이끈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철학자들이 주장한 철학적 개념이나 이론에만 치우치지 않고, 어떠한 시대적 토양을 배경으로 그러한 철학이 배태되었는지 철학자들이 처한 시대적 상황을 함께 고찰한다. 그렇게 한 시대를 이끈 철학자들의 이야기는 시대가 어떻게 철학을 낳고, 다시 철학이 어떻게 새로운 시대를 열어갔는지를 보여준다. 철학에는 시대 정신이 담겨 있으며, 동시에 시대 정신을 앞서 나갔던 것이다.

그런데 중국의 고대사에서부터 시작되는 <동양철학 스케치>는 한편으로는 중국사 읽기처럼 느껴지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의 통치 철학을 공부하는 느낌을 준다. 요임금부터 주나라까지 이어지는 중국 고대의 신화와 사상, 그리고 공자, 노자, 장자, 맹자, 묵자의 철학까지 ’정치의 중심에 선 철학자’라 이름붙여도 좋을 만큼, 국가의 통치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 새삼 흥미롭다. 중국의 역사와 시대적 배경에 초점을 두고 철학 사상을 설명해서 그런지, 중국의 철학은 정치와 함께 발전되어 왔고, 정치에 영향을 미쳐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치적인 분열은 사상적 분화로 연결된다. 일방향 소통이 아니라, 정치와 사상의 쌍방향 소통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의 고대 철학을 통치 철학이나 정치 철학으로 불러도 좋을 듯 하다.

총 2권으로 이루어진 <동양철학 스케치>는 ’동양철학’이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사상적 변화와 경향의 차이를 기준으로 크게 여섯 갈래로 나누고, 이를 다시 세 개의 결로 세분하여 동양 사상의 흐름과 변화를 살펴보고 있다. 중국 고대의 사유를 지나, 종교를 중심으로 한 인도의 사상과 불교가 중국에 전파되며 미치는 정치적 파장, 불교 사상의 발전을 살피고, 유학 사상의 부흥을 살펴본 뒤, 맨 마지막 장인 6부에 가서야 조선과 일본의 사상적 흐름이 조금 다루어진다. 동양철학의 자리에 우리나라의 사상적 입지가 좁은 것이 새삼 아쉽다(이런 아쉬움 때문에 ’한국의 철학은 존재하지 않는가’ 하는 물음이 생겼는데, 책의 뒷날개에 풀빛의 <한국 철학 스케치 1, 2권>이 소개되고 있어 반가웠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철학의 뿌리와 흐름을 배우고 익히는 것을 뛰어넘어,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우리나라의 사상가가 나와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절로 생긴다. 

<동양철학 스케치>의 저자 김선희 선생님은 "철학은 근본적으로 미래를 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불안과 혼란이 가중되는 이 시대야말로 철학이 필요한 시대라는 믿음이 생긴다. 시대를 이끌어가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이 살아나야 모두 함께 행복한 사회와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으리라. 김선희 선생님은 또한 "철학적 언어는 세계를 바라보는 창이며 틀이기 때문에 여기에는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과 어떤 해결 방식이 옳은가 그른가를 결정하는 힘까지 담겨 있다. 그래서 자기 생각과 언어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나는 현재 어떠한 철학을 가지고 ’오늘’이라는 시대를 살아가는지 질문해본다. 쉽게 답이 찾아지지 않겠지만, 가치 있는 인생, 주도적인 삶, 헛되지 않은 시간을 살고 싶다면 끈질기게 질문하며 끊임없이 성찰해야 할 나의 과제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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