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철학 스케치 1 - 이야기로 만나는 교양의 세계
김선희 지음 / 풀빛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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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대가 철학을 낳고, 철학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다.


풀빛에서 발간한 <동양철학 스케치>를 읽으며, 편협한 자기주장을 넘어 시대를 통찰하고 이끌어갈 철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각종 미디어의 발달로 다양한 논평이나 논단이 쏟아지고, 네티즌의 목소리도 높지만, 그 요란함에 비해 귀 기울여 들을만한 대안적인 목소리나 이권을 뛰어넘는 진지한 성찰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동양철학 스케치>는 "고대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를 이끈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철학자들이 주장한 철학적 개념이나 이론에만 치우치지 않고, 어떠한 시대적 토양을 배경으로 그러한 철학이 배태되었는지 철학자들이 처한 시대적 상황을 함께 고찰한다. 그렇게 한 시대를 이끈 철학자들의 이야기는 시대가 어떻게 철학을 낳고, 다시 철학이 어떻게 새로운 시대를 열어갔는지를 보여준다. 철학에는 시대 정신이 담겨 있으며, 동시에 시대 정신을 앞서 나갔던 것이다.

그런데 중국의 고대사에서부터 시작되는 <동양철학 스케치>는 한편으로는 중국사 읽기처럼 느껴지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의 통치 철학을 공부하는 느낌을 준다. 요임금부터 주나라까지 이어지는 중국 고대의 신화와 사상, 그리고 공자, 노자, 장자, 맹자, 묵자의 철학까지 ’정치의 중심에 선 철학자’라 이름붙여도 좋을 만큼, 국가의 통치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 새삼 흥미롭다. 중국의 역사와 시대적 배경에 초점을 두고 철학 사상을 설명해서 그런지, 중국의 철학은 정치와 함께 발전되어 왔고, 정치에 영향을 미쳐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치적인 분열은 사상적 분화로 연결된다. 일방향 소통이 아니라, 정치와 사상의 쌍방향 소통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의 고대 철학을 통치 철학이나 정치 철학으로 불러도 좋을 듯 하다.

총 2권으로 이루어진 <동양철학 스케치>는 ’동양철학’이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사상적 변화와 경향의 차이를 기준으로 크게 여섯 갈래로 나누고, 이를 다시 세 개의 결로 세분하여 동양 사상의 흐름과 변화를 살펴보고 있다. 중국 고대의 사유를 지나, 종교를 중심으로 한 인도의 사상과 불교가 중국에 전파되며 미치는 정치적 파장, 불교 사상의 발전을 살피고, 유학 사상의 부흥을 살펴본 뒤, 맨 마지막 장인 6부에 가서야 조선과 일본의 사상적 흐름이 조금 다루어진다. 동양철학의 자리에 우리나라의 사상적 입지가 좁은 것이 새삼 아쉽다(이런 아쉬움 때문에 ’한국의 철학은 존재하지 않는가’ 하는 물음이 생겼는데, 책의 뒷날개에 풀빛의 <한국 철학 스케치 1, 2권>이 소개되고 있어 반가웠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철학의 뿌리와 흐름을 배우고 익히는 것을 뛰어넘어,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우리나라의 사상가가 나와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절로 생긴다. 

<동양철학 스케치>의 저자 김선희 선생님은 "철학은 근본적으로 미래를 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불안과 혼란이 가중되는 이 시대야말로 철학이 필요한 시대라는 믿음이 생긴다. 시대를 이끌어가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이 살아나야 모두 함께 행복한 사회와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으리라. 김선희 선생님은 또한 "철학적 언어는 세계를 바라보는 창이며 틀이기 때문에 여기에는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과 어떤 해결 방식이 옳은가 그른가를 결정하는 힘까지 담겨 있다. 그래서 자기 생각과 언어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나는 현재 어떠한 철학을 가지고 ’오늘’이라는 시대를 살아가는지 질문해본다. 쉽게 답이 찾아지지 않겠지만, 가치 있는 인생, 주도적인 삶, 헛되지 않은 시간을 살고 싶다면 끈질기게 질문하며 끊임없이 성찰해야 할 나의 과제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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