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단어 돌파구 - 하버드 박사의 영단어 자유선언
이창열 지음 / 앱투스미디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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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미사를 잡아라!

 
요즘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 '암기'를 너무 하찮게 취급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쩔 수 없이 암기를 하긴 하지만, 그 자체를 너무 하등한 차원의 학습과정으로 대우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좀 고루한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학습과 학문의 기본은 '암기'라고 생각한다. '암기'의 토대 위에 응용력도 생겨나는 것이고, 창의력도 발휘되는 것이 아닐까. 응용력, 창의력, 분석력, 추리혁, 집중력 만큼이나 '암기력'도 우리가 길러야 할 중요한 학습력의 하나이며, 좀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할 과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암기'를 즐기지 못한다면, 기초가 부실한 학문의 토대를 쌓게 될테니 말이다. 

그러나 지루하다는 이유 때문에 할 수만 있다면 이 암기의 과정을 '생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또 '내 머릿속의 지우개'를 호소하는 학습자들을 위해, 암기에 관한 이런 저런 '요령'들이 상품화되고 있다. 효율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암기의 요령을 터득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학문을 너무 '요령'으로만 하려는 자세는 우리 스스로 학문하는 재미를 반감시키는 행위가 아닐까 한다. 값어치를 떨어뜨린다고나 할까. 학문하는 '요령' 자체를 나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요령'만 앞세우는 세태는 좀 우려가 된다.

사설이 길었지만, <영단어 돌파구>를 비판하기 위해 학문의 '요령'만 앞세우는 세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영단어 돌파구>는 영어 어휘력을 늘리고 새로운 단어를 쉽게 익힐 수 있는 요령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그러나 제시하는 학습법은 영문법의 법칙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건전한(!) 학습 노하우라고 생각된다. 요령은 요령이지만, 요령이라기보다는 꼭 알아두어야 할 문법적 '법칙'이다. <영단어 돌파구>는 하나의 단어나 어근에 붙는 각종 '접미사'를 익힘으로써 단어의 뜻을 쉽게 파악하고, 또 '접미사'를 활용하여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쓸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 <영단어 돌파구>는 파트별로 형용사로 바꾸는 꼬리말, 동사로 바꾸는 꼬리말, 부사로 바꾸는 꼬리말을 정리하여, 단어의 예를 제시해놓았다.

접미사 별로 영단어를 모아놓은 것이 이 책의 유일의 차별점이다. 그러나 상품화하기 위해 '요령'으로 포장되었지만, 영어를 공부하면서 이 정도는 기본적으로 알게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앞에서 '요령'만 내세우는 공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놓고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기는 한데, 영단어의 '돌파구'를 기대한 나에게는 참신성이 좀 떨어진다.

정리하자면, <영단어 돌파구>는 '접미사'라는 문법적 법칙을 활용하여 영단어를 익히고 활용하는 학습 방법이다. 특별한 요령을 기대한다면 실망하겠지만, 꼭 알아야 문법이고, 문법을 이렇게 활용하면 더 간단하고 쉽게 영단어를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그러나 접미사를 활용해 어림짐작으로 단어의 뜻을 유추할 수 있다고 하지만, 영단어의 기본형을 암기하고 있어야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 이 책은 기초 단계에 있는 학습자들이 활용하면 유익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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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백과사전 - 광수의 뿔난 생각
박광수 글.그림 / 홍익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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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이 다른 사전, '급'이 다른 생각!

 
조선일보라는 신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을 때, 오로지 '광수생각'을 보려고 그 신문을 구하던 때가 있었다. 그 생각이 주는 '여운'과 '느낌'이 좋았다. 그 '광수생각'의 박광수가 '사전'을 하나 편찬했다. 고급스러운 겉모양이 아깝지 않을 만큼 기발하고 멋진 이 사전의 이름은, '광수의 뿔난 생각'이라는 부제를 단 <악마의 백과사전>이다. <악마의 백과사전>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그의 삐딱(!)한 시선을 염두에 둔 것인가? 그의 사전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투영한다. 고정관념을 벗어던진 작가는 자신만의 사전을 새롭게 편찬하며, 세상을 다르게 정의내리고 있다. 'ㄱ'에서 시작하여 'ㅎ'까지 이어지는 그의 사전에는 세상과 인생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작가 철학은 물론, 세상을 비틀어보는 유머가 빛을 발한다. 몇 가지만 인용해보면 이렇다.

가치,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더 빛을 발하는 것. 교통 흐름이 원할하지 않는 사거리의 교통경찰 아저씨처럼,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라면 속의 떡처럼, 무인도에서의 불티나 라이터처럼"(24).

, "내가 끌려가는 게 아니라, 내가 밀고 가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꿈이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아주 오래 전에 다른 사람들이 이미 만들어놓은 것을 자기 것인 양 믿고 산다"(48).

달력, "1년이 단지 365일로만 한정되어 있다고 믿는 비관주의자들이 벽에 걸고 보는 종이시계. 반면에 낙관주의자들은 숫자의 나열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어 있는 희망을 본다. 학생들이나 직장인들로 하여금 '빨간 날'만 목 빠지게 찾게 한다는 점에서 색명을 촉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함"(71).

샐러리맨, "자신의 밥그릇을 위해 영혼을 내던진 육탄용사들. 자신은 회사를 위해 100점 만점에 200점짜리 일을 하는 데도 50점짜리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하며 늘 투덜대지만, 반면에 경영자들은 100점 만점에 50점밖에 일을 못함에도 200점의 급여를 지출한다며 항상 투덜댄다"(155).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기도 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기발한 발상으로 세상을 비틀어 보기도 하고, 혼자 책을 읽다가 키득키득거릴 만큼 재밌는 <악마의 백과사전>을 읽으며 내 마음에 가장 깊이 와닿은 한 가지를 말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배려'라고 대답하고 싶다. 삶과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 말이다.

배려 [配廬 , consideration]
누구나 충분히 갖고 있다고 스스로 믿지만, 막상 일이 닥치면 가장 인색해지는 것.
그래서 어떤 이들은 진정한 배려란 용기와 동의어라고 말한다.

<악마의 백과사전>은 '배려'를 정의하며, 저자의 초등학교 시절 추억 하나를 들려준다. 오줌을 싼 제자가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지 않도록 제자를 혼내는 척하며 교실 한쪽에 있던 양동이를 들고 와서 물을 확 끼얹어버린 그의 선생님(140-142)! 나는 '광수의 뿔난 생각'을 담은 <악마의 백과사전>이 바로 그 선생님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고백하기를 "나는 마음이 무척 약한 사람이다"라고 하는 이 사람이 용기(!)를 내어 자기의 생각을 세상에 내놓는 것이 바로 '배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악마의 백과사전>은 자신의 삶 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에도 예의를 갖추는 그의 배려가 느껴진다.

'광수생각'의 중심에는 삶에 대한 진지함과 옳은 것에 대한 끈질긴 투쟁이 보인다. 쓰라리고 아파도 그 아픔을 견디며 모래 한 알을 제 품에 품어 진주를 만들어내는 조개처럼, 광수 그의 생각은 제 살 속으로 파고드는 생존의 아픔을 고스란히 품어냄으로써 빚어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말만 번지르르한 지식인의 일침에는 거부감이 들고, 달변가의 궤변에는 쓴웃음이 나지만, '광수의 뿔난 생각'은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나누고 싶은 진정성이 느껴진다. 또 하나, 이 책을 통해 새롭게 깨닫게 된 사실. '광수생각'이 원래 이렇게 유머러스했던가? 도처에 난무하는 가벼운 농담을 향해 이렇게 외쳐보고 싶다. 농담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의 농담이 좋다!

덧붙여, 내가 살아온 경험과 배움을 토대로 나도 사전 만들기에 도전한다면 나는 어떤 단어를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본다. '광수'처럼 나도 세상을 해석하는 나만의 사전을 가질 나이가 된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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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다 잃어버린 머뭇거리다 놓쳐버린 - 너무 늦기 전에 깨달아야 할 사랑의 진실 42
고든 리빙스턴 지음, 공경희 옮김 / 리더스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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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 뒤에는 환멸이라는 그림자가 존재한다"(127).

 
지금 "이 사람과 계속 사귀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또는 "이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며 망설이는 연인이 있다면, 이 책이 크게 도움이 될 듯하다. 정신과상담의인 저자 고든 리빙스턴은 "행복한 관계를 위해 우리가 꼭 알고 있어야 할 지혜들"을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은 "우리의 행복이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6-7). 좋은 관계가 행복한 삶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저자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인간 관계는 바로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지혜이다. 마치 자녀에게 평생 함께할 인생의 짝(배우자)을 선택하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한 자 한 자 신중하게 써내려간 느낌을 준다.

저자는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 중에 하나는 "상대의 삶과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84)이라고 경고한다. 이러한 착각은 사랑의 힘을 과대평가해서 갖게 되는 환상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전반에 흐르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 "사랑은 마스터키가 아니다!"(33)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모든 어려움을 사랑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으로 인해 상대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희열을 느끼고, 거기서 사랑의 의미를 찾으려고"(33)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신과상담의인 저자는 단호하게 잘라 말한다. 사람의 성격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습관적인 방식은 고치기 어렵다"(40). 성격은 생각처럼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 사랑과 격려로 상대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낭만적인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두르다 잃어버린 머뭇거리다 놓쳐버린>은 "정신과상담의적 관점에서" 쉽게 고쳐지지 않는 인간의 성격이나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습관적인 방식 중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것들을 조목조목 정리해 경각심을 심어준다. 예를 들면, 우울함이나 불안함은 옆에 있는 사람에게까지 전염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관계를 지속할 경우 삶의 고단함과 상대에 대한 혐오만이 남겨질 위험이 크다(33).

사랑에 빠져들면 한동안은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마법은 서서히 풀리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이 피곤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엄청난 희생과 대가를 치룬 후에, 되돌리기에는 너무 많이 늦어버린 때에 말이다. 저자는 정규교육 과정 중에서 인간관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과목'이 없기 때문에, 학교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지식을 얻지 못하고 사회에 나와서 각자의 경험으로 터득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그러나 높은 이혼율이 보여주듯이 우리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떤 사람과 살 것인지 결정하려면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는 법부터 배워야 합니다. 행복은 현실과 환상을 얼마만큼 잘 구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132).

이 책은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이 아니라, 행복을 추구하는 데 중요한 요소인 '선택'에 초점이 맞추져 있다. 저자가 잔소리 처럼 반복하는 메시지는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성격과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누구도 타인의 뿌리 깊은 사고방식과 행동을 교정하지는 못한다"(87)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관계 맺을 사람들을 매우 신중하게, 그리고 이성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이유이다.

외로움을 일상처럼 껴안고 살다 보면, 어떤 날은 세상에 별 사람 없다고 자조하게 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그래도 나에게 꼭 맞는 환상의 짝꿍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도 한다. 사랑에 대한 이상은 높지만 현실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고 반쯤 포기한 심정으로 대충 사랑과 타협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저자도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지만, 나와 완벽하게 맞는 사람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격려한다. 사랑에 대한 환상으로 가득했던 시절에는, 내 눈에만 보이는 후광과 고동치는 내 심장으로 내 사랑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살았다. 그러나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이지 않은 감정적인 선택의 결과는 굉장히 참혹할 수 있다"는 이 책의 경고 덕분에 나는 크게 뜨고 있는 눈을 더욱 크게 뜨게 되었다. 눈높이를 무릎 아래고 내리고 한쪽 눈을 질끈 감아야 결혼을 할 수 있다는 주변의 충고 따위는 잊으리라. 여기서 하나더 챙겨야 할 교훈은,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내가 그 좋은 사람에게 걸맞는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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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풀리는 내 인생 - 무의식의 힘으로 인생을 바꾸는 기술 EFT
최인원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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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료하는 신흥종교?? 책의 정체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잡탕 같은 책이다. 장자의 철학 + 심리학의 무의식 + 한의학의 경락 + 그리고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믿음의 법칙(확언)까지 모두가 이 책에서 만나 하나로 통합되었다. 고등학교 때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친구가 실제로 몸에 병을 얻어 대수술을 하고 요양을 하러 떠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본 나는 정신(감정, 마음)이 육체를 어떻게 지배하는지 그 무서운 힘을 잘 알고 있다. 몸이 아파 한의원을 찾았던 한 지인은 울분을 마음에 쌓아두지 말고 표현을 통해 밖으로 표출하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펑펑 눈물을 쏟기도 했다. 부정적인 감정은 몸을 지배하고, 그러한 감정에 지배당한 약한 육체는 다시 마음의 병을 더 깊어지게 만드는 악순환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전세계적으로 유행을 했던 <시크릿>이나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꿈꾸는 다락방>과 같은 책은 우주의 에너지를 모으거나 생생하게 꿈을 그리는 믿음의 법칙, 다시 말해 마음의 힘을 통해 ’꿈’을 이루는 인생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술술 풀리는 내 인생>은 그런 책과 닮았으면서도 전혀 다른 차원을 이야기한다. 장자의 철학에 영향을 받고 있는 <술술 풀리는 내 인생>이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마음의 ’자유’라고 생각된다. <술술 풀리는 내 인생>은 경락을 두드려 부정적인 감정을 치유하며, ’확언’이라는 기술을 통해 무의식의 힘을 스스로 통제하여 인생의 막힌 곳을 뚫는 기술을 소개한다. 막힌 것을 뚫어 마음의 자유를 얻으면 애쓰지 않아도 ’다’ 되는 것이 인생이라는, 제목 그대로 술술 풀리는 인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무의식의 힘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EFT’(Emotional Freedom Techniques)를 정의하자면, "마음을 치료하는 침술이며 몸을 치료하는 침술이며 침을 사용하지 않는 침술이다"(16)고 한다. EFT는 침을 쓰지 않고 한의학의 경혈(타점, 침놓는 자리)를 두드려서 효과를 낸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두드리기 타점’을 두드리면 놀라울 정도로 많은 육체 증상이 좋아진다고 한다. 이 책은 부록으로 ’쉽게 따라하는 EFT’라는 제목의 CD를 제공하고 있는데, 실제로 ’불안즉석해결 사례’라는 동영상을 보니 믿기지 않을 정도로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데, 무슨 마법처럼 여겨질 정도이다. 

EFT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경혈에 감정을 치료하는 탁월한 기능이 있음’이 발견되면서부터라고 한다. 부정적인 감정은 경락이 막혀서 생기게 되고, 해소되지 않은 과거의 부정적인 감정은 반드시 몸에 나타난다고 한다. 또한 부정적 경험이 누적되면 부정적인 신념이나 태도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EFT는 경락을 두드려서 막힌 곳을 소통시킴으로 몸에 나타난 신체적 증상은 물론 부정적 경험에 결부된 부정적 감정까지 지우는 기술이다. 

어찌보면 접근하는 이론은 잡탕 같은 책이지만, <술술 풀리는 내 인생>이 가진 큰 차별성은 ’한의학의 경락’을 접목시켰다는 점이다. 경혈을 손으로 두드림으로써 부정적인 감정을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마인드콘트롤’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치료하는 이런 직접적인 기술은 처음 접해보는 듯하다. 또 하나 이 책이 가진 차별성은 확언을 통해 ’자신을 수용하는 것’이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진심으로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작업은 단순해보이지만 심리학적으로도 상당히 의미있는 작업이라 여겨진다. 

이 책이 말하는 EFT 기술은 단순하다. 그러나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장자의 철학을 기반으로 ’마음의 자유’를 얻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가 마치 새로운 종교를 창시하기라도 할 듯한 기세이다. 마치 목사님이 성경을 설교하고, 스님이 법전을 설파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해탈의 경지를 꿈꾸는 것은 좋은데, 삐딱한 종교 비판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이 솔직히 읽기 좀 불편했다. 왜 나는 이 책을 읽는데, 신흥종교의 새로운 교리를 읽고 있는 느낌이 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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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퍼홀릭 2 : 레베카, 맨해튼을 접수하다 - 합본 개정판 쇼퍼홀릭 시리즈 2
소피 킨셀라 지음, 노은정 옮김 / 황금부엉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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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개미와 베짱이?
칙릿소설의 발랄함과 해학적 풍자가 돋보이는, 쇼퍼홀릭의 성장 보고서!

 
<개미와 베짱이>이라는 이솝 우화를 현대 버전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이야기가 있다. 여름 내내 일만 했던 개미는 몸에 골병이 들어 겨울 내내 앓으면서 지냈고, 노래하기를 즐겨했던 베짱이는 음반을 발표하여 대박이 났다는 것이다. (다른 버전에서는 베짱이의 두 번째 앨범이 망해서 베짱이는 다시 쪽박을 차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이어지도 한다.) 이러한 해석에는 시대상을 반영하면서 당연하게 여기지는 것을 비틀어 생각하는 해학적 묘미가 들어 있다. <쇼퍼홀릭2 : 레베카, 맨해튼을 접수하다>는 <개미와 베짱이>의 현대 버전 같은 재미를 선사해준다. 주인공 레베카에게 구제불능의 '쇼핑 중독'은 더 이상 인생의 걸림돌이 아니라,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디딤돌되어 인생의 반전을 이루어내는 과정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이 책은 <쇼퍼홀릭> 시리즈 중 두 번째 책인데, 아직 다른 시리즈를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시리즈와의 내용적 연관성은 잘 모르겠다. 다만, 1권을 읽지 않고 2권을 읽었어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으며, 시즌제로 제작되는 드라마처럼 완성도 있는 하나의 에피소드를 재밌게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은 전할 수 있다.

칙릿소설에 등장하는 여성 중에 <쇼퍼홀릭2>에 등장하는 주인공 레베카 만큼 대책 없는 아가씨가 또 있을까 싶다. 쇼핑을 별로 즐기지 않는 나와는 멀어도 한 참 멀리 떨어진 세계에 사는 아가씨이다. <쇼퍼홀릭2>의 저자는 명품에 열광하고, 쇼핑을 사랑하는 여성의 심리를 발랄하고 유머러스하게 잘 묘사해주고 있다. 못말리는 쇼핑 중독에, 대책 없이는 사고뭉치에, 쾌활이 지나친 즉흥적인 낙천성에, 당황스러울 정도로 천진무구하기까지 한 레베카! "필요한 것만 사라"는 새로운 좌우명에도 불구하고, 근사한 브랜드와 상점을 볼 때마다, "아, 난 몰라!"를 외쳐대며 정신줄을 놓아버리는 그녀! 솔직히 나는 그녀가 좀 짜증스러웠다. 그 '처참한 하루'가 시작되기 직전, 내용의 2/3를 다 읽어갈 때까지 말이다.

 레베카 불름우드는 <모닝 커피>라는 아침 방송에 고정 출연하며, "돈을 돌보세요! 그러면 돈이 여러분을 돌봐줄 거예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외치는 재테크 상담가이다. 뉴욕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야심찬 연인 루크를 따라 뉴욕에 갈 때까지만 해도 그녀의 인생은 온통 핑크빛이었다. 물론 각종 청구서와 독촉장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주거래 은행의 블랙리스트에 오를 약간(!)의 위험에 처해 있기는 하지만, 뉴욕의 방송관계자들이 관심을 내보이고 있으니 이제 곧 새로운 일자리를 얻어 모두 갚아버리면 된다! 아무렴! 그러니까 구겐하임 미술관이 아니라 구겐하임 미술관 상점에서 꽤 예쁘고 훌륭한 문화를 접하고, 멋진 상점들이 즐비한 소호에서 쇼핑의 자유를 만끽하고, 자신의 미래를 위한 투자의 일종으로 산 베라 왕 드레스를 입고 루크와 함께 멋진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뉴욕이야말로 그녀가 "있어야 할 곳"이다!

그러나 레베카는 그녀의 쇼핑이 "이렇게 끔찍한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은 행복과 만족감으로 충만했던 '그 밤'이 지나고, 수치심이라는 뜨거운 물을 뒤집어쓴 채소가 되어버린 '그 날'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재테크 상담가의 무분별한 쇼핑과 약간(!)의 빚이 그녀가 손에 쥐고 있던 기회를 차버리고, 모든 것을 날려버렸다. 그녀는 물론, 루크의 것까지!

"그 꼴을 보고 있자니 멀미기가 느껴진다. 처음 살 때는 없으면 죽을 것 같던 저 모든 것들이, 나를 그렇게 신나게 했던 저 모든 것들이...... 이제는 그냥 산더미 같은 쓰레기 주머니들로 보인다. 대체 어디에 뭐가 들었는지도 알 수가 없다. 그건 다만...... 잡동사니일 뿐이다. 태산같이 쌓여 있는 잡동사니들"(395-396).

이 책의 2/3에 도달할 때까지, 재미는 있지만 한심하게 생각되는 레베카에게 애정을 느낄 수 없었던 나는 이 책이 그저 그렇고 그런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모든 것을 망쳐버린 그날, 레베카와 루크의 대화를 통해 '쇼핑 중독'의 문제를 '일 중독'의 문제와 대비하여 풀어가는 작가의 의도를 눈치채고 나서는 갑자기 이 책이 달라보이기 시작했다. 좀 철이 없는 정도가 아닌 레베카의 무책임한 쇼핑만큼이나, 피 똥싸게 일하며 성공에만 매달리고 있는 루크의 냉정한 생활도 문제가 많다는 것을 왜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일까.

더 이상 탈출구가 없어 보이는 밑바닦까지 곤두박칠 치게 된 레베카가 막바지에 멋진 반전을 이루어낼 수 있었던 것은 사람에 대한 그녀의 진심어린 마음 때문이었다. 그녀에게는 힘들어도 웃게 해주는 따뜻한 가족이 있었고, 친구가 있었다. 레베카는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빛나는 우정에 힘입어 모든 상황을 역전시킨다. 그녀는 진짜로 모두에게 "본때를 보여준다." 이에 반해 평소에도 매력이 넘치며 매사에 냉정하고 철두철미해 보이는 루크였지만, 그의 세계가 무너지고 있을 때 그의 옆에는 아무도 있어주지 않았다. 동료는 그를 배신하고, 친어머니는 그에게 관심조차 없다. 이 책은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 주었다. "쇼핑밖에 모르는 삶과 성공밖에 모르는 삶의 차이가 무엇이란 말인가?" 어리석은 것은 레베카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함부로 유혹에 빠지지 말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추구하라고. 그 말이 나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내 일, 내 인생, 내가 진정 무엇을 해서 먹고살기 원하는지에 대해서"(540).

다른 사람의 조언에 귀기울일줄 알았던 레베카는 자신의 무책임에 대한 값비싼 대가를 치루고 나서야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레베카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 했을 때, 레바카의 어머니는 레베카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며 말씀하셨다. "그런데 얘, 세상에 넌 대체 어떻게 돼먹은 애가 진작 그런 생각을 못했니?"(540). 이보다 더 유쾌하게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격려가 또 있을까 싶다.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자립해서 살고 있는 레베카는 이렇게 고백한다. "하루하루가 완전히 전쟁터다.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바쁘다. 하지만 나는 웬일인지 힘에 부치면 부칠수록, 일이 닥치면 닥칠수록, 더 바쁘면 바쁠수록 여기서 일하는 게 더 좋다"(536).

어릴 적 즐겨 읽었던 하이틴 로맨스라는 소설은 항상 마지막 열 장 정도를 읽을 때가 가장 신이 났었다. 모든 갈등이 시원하게 풀어지고, 오해와 갈등으로 멀어졌던 주인공들이 극적으로 다시 만나 아름답고 낭만적인 사랑을 속삭이며 끝을 맺기 때문이다. 이 책의 마지막 결말이 바로 그런 즐거움을 선사한다. 결말이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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