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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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건 무엇일까?

 

 

낫지 않는 감기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뇌종양 4기,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 그것은 사실상 사망선고나 다름 없었습니다. ​부정 → 분노 → 공포 → 흥정 → 수용의 5단계를 거칠 겨를도 없이 그 앞에 난데 없이 '악마'가 등장합니다. 그와 꼭 닮은 모습이지만 성격은 정반대로 쾌활함이 넘치는 악마는 주인공에게 의미심장한 거래를 제안해옵니다.

 

 

 

"이 세상에서 뭐든 한 가지만 없앤다. 그 대신 당신은 하루치 생명을 얻는 겁니다"(22).

 

거래는 간단합니다. 이 세상에서 뭐든 한 가지만 없애면 그 대가로 하루치의 생명을 연장받는 것입니다. 거래의 원칙은 하나, "뭔가를 얻으려면, 뭔가를 잃어야 한다"(21)는 것입니다. 터무니 없는 일이고 터무니 없는 거래였지만, 인간은 몇만 년에 걸쳐 무수한 잡동사니를 만들어냈고, 그중에서 하나쯤 사라진다고 해도 아무도 곤란하지 않을 테고, 오히려 세상이 단순해질 수도 있으니 해볼만한 거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기 생명이 없어지면 어차피 모든 것이 끝인데 아무리 터무니 없는 거래라도 매달리게 되는 것이지요.

 

"세상에서 전화가 사라진다면, 나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까?"(36)

 

악마와의 첫 번째 거래는 '전화'였습니다. 어차피 그런 물건에 휘둘리는 자신에게 염증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전화가 사라진 대가로 하루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도 나쁜 거래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악마는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없앨 물건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38)까지 부여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악마와 주인공은 하루에 한가지씩 없애는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전화, 두 번째는 영화, 다음은 시계.

 

이 책의 역자는 악마와의 거래로 세상에서 사라진 것들의 의미를 이렇게 해석합니다. "전화는 문명과 과학기술의 상징이다. 인간이 그것에서 얻은 놀라운 혜택은 실은 더없이 소중한 무언가의 상실과 맞바꾼 결과물임을 시사한다. 두 번째로 없애는 영화는 문화의 상징이다. 우리는 철학, 사상, 문학, 예술, 법률과 같은 인간 고유의 문화적 창조물에 둘러싸인 환경에 놓여 있고 그 속에서 살아간다. 인간의 삶에서 이런 문화를 걷어낸다면 과연 어떤 세상이 도래할까? 일종의 사고실험인 셈이다"(221-222).

 

하루의 삶을 연장받기 위해 자기의 생명보다 덜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없애는 데 동의했던 주인공은 점차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이야 말로 이 세상에서 중요한 것이라는 깨달음을 더해갑니다. "전화가 생겨 곧바로 연결되는 편리함을 손에 넣었지만, 그에 반해 상대를 생각하거나 상상하는 시간은 잃어갔다"고 가치판단을 했던 전화. 그러나 그 전화의 편리함은 사랑하는 여인과의 추억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별은 예감했던 그 순간 그들에게 전화가 있었다면, 어쩌면 이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영화와 연결된 추억 속에는 연인뿐 아니라, 오랜 우정으로 곁을 지키고 있는 친구가 자리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 영화를 함께 본 연인이나 친구나 가족과의 추억을 내포한 채 내 안에 자리 잡은 영화들. 우리가 수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그래서 나를 형성해온 무수한 영화의 기억들. 그 모든 것이 아름다워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103). 그리고 깨닫습니다. 그 영화와 연결된 추억들이 단적으로 표현된 나 자체였다는 것을 말입니다.

 

시계가 사라져버린 세상에서 주인공은 시간 개념이 없는 고양이와 맞닥뜨립니다. 시간 개념이 없는 고양이는 자신을 그렇게 예뻐했던 주인공의 어머니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주인공은 "양배추(고양이 이름)를 주워왔던 어머니의 얼굴. 늘 양배추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던 어머니. 양배추가 잠들 때가지 무릎에서 어루만져주던 어머니. 결국 자기도 같이 잠들어버려서 소파에서 양배추와 나란히 몸을 웅크리고 자던 어머니. 그 평온한 얼굴"(134-135)을 떠올리며, 그런 엄마를 기억하지 못하는 고양이에게 경악합니다.

 

양배추의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어머니. 악마가 네 번째로 고양이를 없애자는 제안을 해왔을 때, 주인공은 비로소 깨닫습니다.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전화, 영화, 시계 사이사이에 아름다운 추억이 스며들어 있었으며, 그 추억이 자신의 삶이었고, 그것은 더없이 소중한 기억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묻다

 

좋은 책은 좋은 질문을 던져주고, 좋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참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은 역자의 말대로 '가치'를 묻는 책입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그 대가로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내 인생에서 진짜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사랑은 잃은 후에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고 했던가요. 평소에는 무관심했던 것들에 대해 그 소중함을, 그 고마움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 저자 자신도 혼란을 일으키는 듯한 대목이 종종 눈에 띕니다. 예를 들면, 전화가 우리에게 추억을 쌓아갈 시간을 빼앗아 갔다는 식의 비판을 하다가 전화를 통해 쌓을 수 있었던 추억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소중한 것을 소중히 여기며 후회 없는 인생을 살자는 식의 메시지는 던져주다가 그 후회마저도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래도 당신은 마지막 순간에 소중한 사람이나 둘도 없이 귀한 것들을 깨달았고,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게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알았어요. 자기가 사는 세상을 한 바퀴 돌아보고 새삼 다시 바라보는 세상은 설령 따분할 일상이었다라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걸 깨달았어요"(198).

 

어느 묘지에 가면 이런 말이 써 있다고 해요. "이것을 기억하세요. 사랑할 시간이 아주 짧다는 것을!"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우리에게 사랑할 시간도 모자란데 따분해야 할 틈이 어딨냐고 묻습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하루 이틀 더 살고 덜 살고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라는 것, 그러니 그냥 살지 말고 매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 한다는 것, 무엇을 얻는 대가로 무엇을 잃어야만 한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신중해야 한다는 것 등을 새삼 깨닫게 해줍니다.

 

진부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은 책입니다. 또 진부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참신한 구성으로 경쾌하게 이끌고 갔다는 점에서도 점수를 주고 싶은 책입니다. 생각 없이 읽다가 어느 순간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세상에 수많은 고양이가 있어도 서로에게 길들여진 단 한 마리의 고양이가 특별하듯,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있어도 오늘 나의 삶을 함께 엮어가며 생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는 점에 가장 큰 점수를 주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대단한 인물은 아니지만 눈부신 사랑을 주었던 어머니, 무뚝뚝하지만 나에게 보물상자를 안겨주었던 아버지, 특별할 것 없지만 좋은 것을 함께 나누었던 친구, 헤어진 사이일지라도 생의 한 부분을 아름답게 공유했던 지나간 사랑, 때로는 지루하고 거추장스럽기도 한 일상이었지만 함께 밥을 먹고 산책하고 체온을 나누었던 고양이. 그들에 대한 사랑으로 가슴이 뻐근해질 때 서로를 다시 용서하고 서로의 연약함을 껴안는 기적이 우리 안에 일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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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떠나는 영성순례 - 이어령의 첫 번째 영성문학 강의
이어령 지음 / 포이에마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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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의 언어를 통해서는 경험할 수 없는 영성의 세계!


 

이 책은 신학의 언어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영성 세계를, 문학의 언어가 더듬어 찾은 작은 틈새로 살짝 엿보는 책입니다. 그것은 "음악의 한 토막, 함성의 짧은 폭발음, 그리고 찰나의 냄새와 같은 지극히 순간적인 체험"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작은 틈새로 쏟아져 나오는 "영원한 빛과 생명"에 압도되어 본 사람은 문학이 가진 힘이 무엇인지, 왜 우리가 소설을 읽어야 하는지를 이미 알고 있는 독자일 것입니다.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 과학이고,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 문학이라고 합니다. "모순의 세계를 논리로 설명할 수 없고 법칙으로도 해명할 수 없기 때문에 소설과 시가 있는 것"(62)이라는 이야기지요. 신앙의 세계, 영성의 세계는 인간 이성으로 다 이해되어지고, 논리로 다 설명되어질 수 있는 세계가 아닙니다. 그것은 분명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과 같이 보이지 않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일상의 세계에서 기도의 세계로 들어가고 기도의 세계에서 영성의 세계로 들어가는 데는 문학적 상상력이나 시인이나 예술가의 마음이 필요"(12)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이어령 선생님은 소설이 우리를 매혹시키는 까닭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지극히 사소하고 일상적인 세상살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그 삶의 민낯을 볼 수 있습니다"(6). 거창하고 큰 이야기가 아니라, 지극히 작은 이야기, 한 집안, 한 도시, 한 가족, 한 소년의 이야기 속에서 잃어버렸던 영성의 세계와 만날 수 있는 것이 문학의 매력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학의 언어에는 거부감을 가진 독자라도, 소설을 읽은 뒤에 설명 불가능한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의심할 수 없는 신의 존재를 의식하게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다섯 편의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영성의 세계, 신앙의 세계, 신의 세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문학작품 자체는 하나님도 영성도 아니지만, 이것을 통해 볼 수는 있습니다"(10).

총 다섯 편의 문학 강좌를 통해 삶과 죽음의 깊은 심연을 들여다보는 이 책은 혼자 읽었을 때는 미치 깨닫지 못했던 깊은 통찰을 제공하기도 하고, 잘못 해석되고 있는 부분을 지적해주기도 하고, 소설을 읽으며 우리가 던져야 할 진정한 물음은 무엇인지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는 내내 쉴 새 없이 밑줄을 그어댔습니다. 다섯 편의 소설별로 가장 인상적인 문장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형제들> / 죄인들을 위한 잔치

아무리 나쁜 사람들도 파 뿌리 하나는 있습니다. 이 파 뿌리의 잔치가 열립니다. 우리는 성스러운 성찬식이 아니라 가난한 동네 가나의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들이고, 초대받은 우리에게 주님께서는 넉넉한 포도주를 주십시다. 서러워하지 마십시오. 우리들의 기쁨의 잔치는 끝나지 않습니다. 이것이 오늘의 결론입니다. 부디 오늘 우리들도 파 뿌리 하나씩 가지고, 끝나지 않은 가나 혼례식에서 주님이 내리시는 포도주를 마시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77).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테의 수기> / 도시인의 내면 풍경과 생명 찾기 ​

그러니까 오늘 <말테의 수기>를 읽는 것은, 그저 문학작품을 읽으라는 게 아니라, 우리 일상 속에서 굳은 살이 박여 아무리 만져도 느껴지지 않는 그 생명을,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손을 통해서 긁어보자는 것이지요. 릴케의 손톱으로 피가 나도록 긁어보자는 거예요. 그러면 그 굳은살 속에 말랑말랑하고 아주 여린 여러분들의 생명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됩니다(108).​

앙드레 지드의 <탕자, 돌아오다> / 집을 떠난 사람만이 돌아올 수 있다

​아무리 하나님이 붙잡고 행복을 주셔도 인간이란 "이런 행복 다 버리고라도 내 인생을 찾을겁니다. 하나님의 피조물로 살아가는 것이 아무리 행복해도, 나는 그렇게는 못 살겠습니다. 내가 내 발로 걸어 나가 당신의 동산이 아닌 나의 세계를 만들겠습니다. 내가 택한 것이 비극이고 비운이라 할지라도 이 행복 버리고, 나는 가겠습니다" 하는 존재입니다. 이게 휴머니즘이거든요(190).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 혁명이냐 사랑이냐


증오심으로 뭉친 한 사내가 미리엘 주교가 보여준 사랑에 감화되어 변화하는 이야기입니다. 미리엘 주교의 사랑이 없었던들 감옥에서 백번 나왔다고 해서 자유인이 될 수 없지요. 장발장을 자유인으로 만들고 쇠사슬에서 벗어나게 한 것은 은촛대의, 영혼을 밝혀주는 빛이었습니다. 이렇게 <레미제라블>은 정말로 혁명을 성공시킬 수 있는 길, 로베스피에르 식의 살육과 숙청이 아니라 사랑과 평화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것이지요(277).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  생명이란 이토록 기막힌 것

​​

먹고 먹히는 가열한 생존조건 속, 한시도 두려움과 경계를 늦출 수 없는 긴장 속에서 파이는 오히려 서로를 살리고 격려하고 끝내는 사랑과 믿음으로 교감하는 영성을 발견합니다. 모든 생명체가 살고 있는 지구가 작은 구명정으로 축소되고, 그 생명이 한 명의 소년과 한 마리 호랑이라는 결정체로 발견될 때, 우리는 비로소 불신하고 버렸던 신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335)​.

이어령 선생님은 "우리 일상 속에서 굳은 살이 박여 아무리 만져도 느껴지지 않는 그 생명을, 소설가의 손톱으로 피가 나도록 긁어보자"고 합니다. 이 책은 문학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닙니다. 황량한 영혼, 죄 많고 썩어 냄새가 나는 인간 세상,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존재의 불안과 공포의 민낯​, 무도덕의 무의미 등을 문학이 어떤 방식으로 드러내고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가를 추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깊이 와닿았던 부분은 과학과 합리주의가 신을 살해한 후, 오히려 인간은 기계적으로 전락하고 생명이 너무나 하찮게 다루어지면서 죽음마저 너무나 하찮게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너무나도 왜소해지고 가벼워진 우리들의 내면의 황량함,

한마디로 존재 자체가 너무나 빈약해졌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문학이 고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교회는 생명의 전율을 느끼고 죽음의 냄새를 맡을 줄도 아는 데라야"(129) 한다는 말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생에 대한 지독한 목마름이 없는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영성의 세계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생명을 그냥 소비하며 살기에도 바쁘기 때문입니다. 소설은 영혼의 갈증을 채워주는 도구가 아니라 영혼의 갈증을 일으키는 도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을 정말 사랑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영생을 구할 수 있습니까? 생이 지겹고 죄스러운 사람이 또 무슨 생을 살아요? 생이 빛나고 아름답고,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이 지극히 아름답기 때문에 더 살고 싶고 영생을 얻고 싶은 것이지, 요즘처럼 살래도 살기 싫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삶을 부활해서 또 살아요? 그러니까 교회에서든 어디서든 생이 얼마나 멋지고 빛나는 것인지를 알려주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데 미치도록 해야 합니다"(199).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의 작품에서 나는 영혼의 악취, 죄인의 악취, 부조의 악취, 죽음의 악취를 맡았는데, 너무나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생의 환희, 은촛대의 은총, 삶의 불꽃을 더 갈망하게 되었습니다. 지독한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과 바람, 공기를 갈망하게 되듯 말입니다. 단 하루를 살아도 불꽃이 있어야 하고,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 그것을 영성이라 이름붙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영성의 불꽃은 신학의 언어만으로 타오르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설교가들이 긴장해야 할 듯합니다. 문학이 이처럼 위대한 설교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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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뜻은 무엇인가?
조정민 지음 / 두란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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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뜻을 더 알고 싶습니까? 이미 알게 된 뜻부터 우리의 삶을 통해 드러나게 하십시다"(37)​.

기독교 출판 시장에서 '설교집'은 팔리지 않는 책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설교가 흔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생각해보면 참 복받은 성도입니다. "이 책은 베이직교회 성도들과 함께 나눈 하나님의 뜻에 관한 아홉 차례에 걸친 주일 말씀을 옮긴 것"(9)입니다. <하나님의 뜻은 무엇인가?>라는 설교집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설교를 매주 듣는 이 교회 성도들은 또 얼마나 큰 복은 받고 있는 하나님의 백성들인가!"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많은 성도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뜻입니다.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하나님의 뜻을 모르겠다, 이 문제가 내게 닥쳤는데 하나님의 뜻을 모르겠다, 이것이 궁금한데 하나님의 뜻을 모르겠다, 하나님의 뜻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를 묻습니다. 조정민 목사님은 이에 대해 아주 심플하고 분명하고 단호하게 대답합니다. 하나님의 뜻은 너무도 분명히 우리에게 계시되어 있다고 말입니다.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아야 하는 백성이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기도 합니다. "영적 여정의 시작과 끝은 하나님과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여정"(16)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너무도 분명히 계시된 하나님의 뜻에는 고개를 돌리고, 내가 믿는 신이 내 뜻을 이루어줄 의향이 있는가, 없는가만을 궁금해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은 무엇인가?>는 세상 종교와 기독교 신앙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세상의 종교는 내 뜻을 이루어줄 신을 찾습니다. 그러나 기독교 신앙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드리는 내가 되는 것입니다"(8).​ 내 뜻, 내 소원의 관철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드리는 것이 크리스천 삶의 본질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하나님의 뜻을 알려 하기 전에 우리 삶의 태도부터 분명히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에 대한 하나님 사자의 경고는 이렇습니다. "​하나님이 명령하신 하나님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서 하나님의 더 깊은 뜻을 알려 달라고 매달리는 사람이 있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때가 사실 더 위험합니다. 사탄이 슬그머니 천사로 가장해서 하나님의 뜻과 하나님의 음성인 것처럼 다가와 우리 귀에 들려주기 때문입니다"(36-37).

이 책에서 밝히는 ​우리에게 분명히 계시된, 너무도 분명한 하나님의 뜻은 총 9가지입니다. "​행복과 성공을 목표로 살아가는 우리를 향해 하나님은 "나 여호와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고 하십니다. 또 너 자신을 향해 질주하지말고 내게로 "돌이키라!"고 하십니다. 돌이키는 것이 살 길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나를 알라!"고 하십니다. 하나님을 모른 채 열심을 내는 것보다 위험한 게 없으며, 하나님을 아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하고, 서로 하나 되라!"고 명령하십니다. 그리고 여기에 "어느 날 하나님의 뜻으로 빨려 들어간 인생을 살았던 사람 바울이" 깨달은 하나님의 뜻 세 가지가 "기뻐하라, 기도하라, 감사하라!"이고(147), 예수님의 마지막 부탁이었던 "증인 되라!"가 하나님 뜻의 완결입니다(215).

"어느 날 하나님의 뜻으로 빨려 들어간 인생을 살았던 사람"이라는 한 문장을 읽는데 제 마음속에 강한 폭발음이 들리는 듯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내내 젖어 있었던 감정이 그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으로 빨려 들어간 인생을 살고 싶다는 것! 잘나가는 방송인이었으나 주님의 부르심으로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는 조정민 목사님은 구원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구원이란 영적 존재가 되어서 인간을, 세상을 죽음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하는 삶을 말합니다"(237).

​<하나님의 뜻은 무엇인가?>는 영적 존재로 부름받은 성도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매우 선명하고 단순하게 가르쳐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특히 제1편 "거룩하라"는 설교가 큰 도전이 되었습니다. 그 동안 내가 추구했던 거룩은 진정한 거룩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조정민 목사님의 설교는 거룩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겨내고 그 속살을 우리에게 펼쳐보여줍니다.

"​우리는 누구나 하나님의 뜻을 알고 싶어 합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미 다 알려 주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하고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야 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 귀에 "서로 사랑하라"고 들려주기 위해, "원수까지 사랑하고"고 가르치기 위해 십자가를 지셔야 했습니다"(117).

<하나님의 뜻은 무엇인가?>는 어렵지 않지만 깊이가 있습니다. 부정적이지 않지만 매섭습니다. 특히 거룩과 교회됨의 문제에 대해 깊은 통찰과 고민을 한국 교회에 던져주고 있습니다. 시간이 없어도 적어도 <하나님의 뜻 1강, 거룩하라>라는 설교 말씀은 꼭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몸속에 베리칩이 이식되고 있다며 이 땅의 크리스천들에게 마지막 때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높은 이때, 크리스천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그리고 예수님의 삶이 그러하셨듯이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이루어드려야 할 사명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막연히 하나님의 뜻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 분들은 읽지 않는 것이 좋을 것같습니다. 알고도 행하지 않는 것은 죄(약 4:17)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고 제가 계속 긴장 가운데 있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성령께서 도우실 줄 확신합니다!

설교 음성 파일 다운로드 받는 곳

↓↓↓

http://www.basicchurch.or.kr/%ea%b1%b0%eb%a3%a9%ed%95%98%eb%9d%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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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공식 - 우리의 관계, 미래, 사랑까지 수량화하는 알고리즘의 세계
루크 도멜 지음, 노승영 옮김 / 반니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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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지금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범죄예방국"이라는 기구가 세 예지자의 예지 능력을 활용하여 잠재적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체포하여 범죄를 예방한다는 미래 사회를 그리고 있습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묘사하는 세계에서 범죄자는 실제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체포되어 기소될 수"(152) 있습니다. 물론 세 예지자의 예측에 오류의 가능성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베경인 위싱턴 DC에서 최근 6년 동안 살인 사건이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152-153) 설정이 범죄예방국의 존재 의의를 보여줍니다. <만물의 법칙>은 '알고리즘'에 의해 영화 속 설정이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알고리즘"이란 컴퓨터 용어이면서 수학용어이기도 한데, IT 용어사전에 의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해진 일련의 절차.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기초가 되는 것이며, 컴퓨터를 동작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입력하고 입력된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며, 얻어진 테이터를 어떠한 형으로 출력, 표시하는가 등의 알고리즘을 프로그램으로 완전히 기술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책의 표지 사진을 보면 좀 더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알고리즘은 컴퓨터에서 단계별로 진행되는 일련의 명령일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 삶 곳곳에 숨겨져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 알고리즘이 우리의 정체성은 물론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까지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폭노합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요?

 

언제부터인가 쇼핑몰에서 오는 광고 메일이나, 인터넷 창에 제 실명이 등장하며 "OOO님이 관심을 가질만한 상품입니다"라는 광고가 나타나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컴퓨터 검색 이력이나 페이스북 '좋아요'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여 제가 좋아할 만한 상품을 예측해낸 것입니다. 2013년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진의 연구에 의하면, "미국의 페미스북 이용자 데이터에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인종, 나이, 지능지수, 성적 선호, 성격, 약물 사용, 정치적 성향 등의 특질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51)고 합니다.

 

단순하게 설명하면, 알고리즘을 활용한 만물의 공식이란, 창조성이나 사랑 같이 수량화할 수 없는 것을 수량화해서 "나는 누구인가?", "누구를 사랑해야 하는가?", "결혼이 깨질 확률은 얼마인가?"와 같은 질문에 답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알고리즘은 매일같이 접하는 정보는 줄 세우고 솎아내고 가려낸다. 구글이 보여주는 검색 결과, 페이스북에서 강조되는 친구 정보, 내가 좋아할 것 같다며 아마존이 보여주는 제품 뒤에는 모든 알고리즘이 숨어 있다. 영화, 음악, 그 밖의 오락이 어떤 모습인지, 우리가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것으로 예측되는지, 심지어 어떤 법이 집행되고 어떻게 치안이 유지되는지도 알고리즘과 관계가 있다. 범죄자가 될지, 운전면허를 발급해도 될지 결정할 수도 있다"(12).

 

만물의 공식이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이렇게 수량화되고 분석된 예측 결과가 상당히 정확하다는 것입니다. "가게에 안면인식카메라를 설치하면 고객의 얼굴을 스캔하여 페이스북 프로필에서 찾아내, 이들이 누른 '좋아요'를 토대로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어디에서 데이트를 해야 할지, 누구와 결혼해야 할지에 답을 내놓기도 하고, 알고리즘으로 문서 처리를 하면 초급 변호사들이 하던 업무를 더 정확하게 처리할 수도 있고(만물의 공식으로 쓸모 없는 변호사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증언이기도 함), 심지어 예술 분야에도 관여를 해 시나리오의 어느 부분을 보완하면 영과가 성공을 거둘 수 있는지도 조언해줍니다. 만물의 공식 때문에 대량으로 일자리를 잃을 사람들이 늘어갈 것입니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상당히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만물의 공식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세상을 알고리즘화 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도 많다는 것이 책의 설명입니다. 우선, 수량화를 하려면 사용자 데이터와 개인 정보가 무지막지하게 수집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일종의 빅브라더, 그러니까 지속적인 형태의 통제 시스템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습니다. "멀리 떨어진 데이터베이스 어딘가에서 우리의 활동이 식별되고 기록"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싹합니다. 감시사회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또 다른 문제점은 분석된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VIP으로 분류된 고객의 전화는 최우선적으로 처리되는 것처럼, 상위 계층 이용자를 위해 특정 계층의 이용자에게 고의로 불편을 끼치는 행위 같은 것입니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접속이 몰리는 시간대에, 돈은 많은데 시간이 없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 돈은 없는데 시간은 많은 고객의 접근을 차단함으로서 매출 증대를 노리고자 합니다. 알고리즘을 통해 소비자를 여러 범주로 분류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앞으로는 도로에도 이런 차별을 둘 것이라고 하니 미래 사회가 우울한 잿빛으로 덧칠해지는 기분입니다.

 

알고리즘 세계에서 개인은 분할자(dividual)로 바뀝니다. "알고리즘 정령을 실행하려면 개인을 우선 세분화 과정에 종속시켜야 한다. 분석하기에 알맞은 개별 성분으로 분해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은 비분할자에서 분할자로 바뀐다. (...)  분할자 개념은 물리적으로 구체화된 인간이되, 알고리즘 같은 도구를 이용하여 끊임없이 분할되고 데이터 표상으로 환원되는 존재를 일컫는다"(68). 인터넷 검색 이력, 페이스북을 통해 누른 '좋아요', 자주 가는 장소, 즐겨 읽는 독서 분야, 블로그에 자주 쓰는 말, 하루 평균 운동량, 즐겨 먹는 음식과 같은 정보를 한데 모으면 완전히 디지털적인, 알고리리즘적 정체성을 말해줄 것입니다. "내가 누구인가"에 대해 데이터가 답을 말해줄 터인데, 컴퓨터 코드가 실제 삶을 이해하는 통찰력을 어느 정도까지 제공해줄 수 있을까요?

 

알고리즘은 아직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유토피아적 전망을 내세우는 사람들은 기술의 발전을 신봉하지요. 컴퓨터에 지배되는 인간 세계가 곧 영화에서만 등장하는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싫든 좋든 알고리즘적 절차의 범위가 나날이 커져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자는 책을 마치며 "만물의 공식 세상에서 인간성을 지켜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291). 기술의 시대에 더 깊은 윤리적 성찰이 필요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만물의 공식>은 이미 시작된 미래 사회의 구체적인 실상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하나의 예언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뒷표지에 인용되어 있는) 켄 올레타의 말처럼 "디지털 기술에 의해 변형된 세계와 씨름하며 이를 즐기거나, 혹은 걱정하는 모든 사람들이 읽어야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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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달라지는 아이디어 100 - DSLR & 미러리스 좋은 사진 찍는 포토북 사진 아이디어 시리즈
문철진 지음 / 미디어샘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DSLR & 미러리스 좋은 사진 찍는 포토북

 

 

사진을 잘 찍는 비법 따위는 없다고 믿고 싶은 귀차니스트입니다. 사진을 잘 찍고 싶은 욕심은 있는데 이론을 배우는 것은 귀찮은 것이지요. 이 책은 그런 귀차니스트들이 속성으로 사진 이론을 배우기에 좋은 책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런 귀차니스트들을 정조준하고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아이디어 065 / 매뉴얼 첫 장도 안 펼쳐본 그대, 매뉴얼은 세 번 이상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이 책은 사진은 노력이며, 끊임없는 관찰이며, 충분한 인내를 필요로 하는 작업임을 다시 일깨워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론 없이 타고난 감각(?)에만 기대려 하는 자, 아무리 많은 사진을 찍어도 어느 단계 이상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언해봅니다.

 

문철진 작가와는 <DSLR도 부럽지 않은 똑딱이 카메라> 이후 두 번째 만남입니다. 2009년부터 네이버 사진부문 파워블로그라는 그의 명성을 이 책이 다시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사진이 달라지는 아이디어 100>은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는 사진과,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포인트가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사진을 찍다 보면, 누구나 한 번씩 성장통을 겪는다고 합니다. "사진이 취미이기는 한데 찍어놓은 사진을 보면 마음에 드는 것이 없는, 난 정말 사진에 소질이 없는 걸까?" 스스로 의심하게 되는 시기가 바로 성장통의 때입니다. 이 책은 그런 성장통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사진 실력을 한 단계 높이는 "참고자료" 같은 책입니다. 저자는 "사진이 잘 안 찍힐 때마다 들춰보면서 힌트를 얻"으라고 귀뜸해줍니다.

 

 

 

 

 

095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좋은 사진을 봐야 한다

 

지금 당장 이름을 말할 수 있는 사진가가 몇 명이나 되는가?

한 명도 없다면 당장 도서관으로 달려가서 사진집부터 찾아보자.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일단 좋은 사진을 봐야 한다는 말씀에 백배 공감합니다.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인지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공부가 되니까요. 좋은 사진은 도달해야 할 목표와 나가야 할 방향을 지시해주는 네비게이션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사진을 보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영감이 떠오르기도 하고, 어설프게라도 흉내를 내다 보면 사진이 달라지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이 옵니다. 그래서 전 이 책의 저자 문철진 작가의 사진을 자주 감상합니다!

 

 

 


 

001

사진은 네모로 찍힌다

 

카메라는 세상을 네모로 본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세상을 네모 속에 집어넣는 일이다.

사진가는 세상을 네모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시를 읽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글입니다. 저자는 "사진은 창조가 아니라 발견이다. 사진가는 무엇인가를 발견해서 프레임 속에 가둘 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문철진 작가를 만나고 나서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네모로 세상을 보는 훈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036

선은 시선을 끄는 힘이 있다

 

프레임 속에 선이 있으면 사진을 보는 사람의 시선은 그 선을 따라 이동한다.

 

 

<사진이 달라지는 아이디어 100>은 간단하지만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유용한 팁이 가득합니다.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아 더 눈에 쏙쏙 들어오고, 머리에 쏙쏙 박힙니다. 따로 챙겨둔 팁은 이렇습니다.

 

021 눈높이가 달라지면 사진도 달라진다

025 원색은 무조건 찍어라

026 관절은 자르지 마라

027 프레임을 가득 채워라

031 비 내리는 날에는 초록을 찾아라

044 골든타임에는 무조건 카메라를 들어라 (해가 지기 한 시간 전부터 해가 질 때까지가 골든타임이다.)

064 자동모드도 괜찮다

069 야경은 어두워지기 전에 찍어야 한다

 

 

몇 가지 아이디어만 잘 기억해도 지루함을 좀 탈피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 책을 보고 있으니 좋은 사진을 찍는다는 건, 세상을 다르게 보는 훈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은 앉아서 세상을 올려다보기도 하고, 때로는 높은 곳에 올라가 세상을 내려다보기도 하고, 세상이 온통 오렌지 빛으로 물들어가는 시간에 주목하기도 하고, 1분 후면 사라지고 말 "지금 이 순간의 빛, 톤, 질감, 느낌"에 마음을 흠뻑 쏟기도 하고, 빛이 하는 말, 색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때에 따라 숲을 볼 것인지 나무를 볼 것인지, 즉 크게 볼 것인지 꼼꼼하게 볼 것인지 결정하기도 하면서 사진에 무엇인가를 담아내다 보면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이, 시간들이, 사람들이 다른 의미로 다가올 듯합니다.

 

문철진 작가의 사진 이야기는 쉽고, 아름답고, 시적이고, 감각적이면서, 또 굉장히 날카롭기도 합니다. 제 후배는 삶의 질을 높여 보겠다고 DSLR 카메라를 구입하도고 사진을 많이 찍지 않습니다. 중고로 팔 때, 셔터 수가 적어야 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중고로 팔 생각부터 할 거면 뭐하러 샀나 싶습니다. 이 책에 수록된 100가지 아이디어 중에 한 가지는 "018 / 카메라는 귀중품이 아니다"입니다. "카메라를 너무 아낀 나머지 장롱 속에 고이 보관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음을 꼬집습니다. 이 책은 정말 사진을 많이 찍는 분들, 그런데 실력이 늘지 않아 고민이신 분들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사진이 확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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