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의 공식 - 우리의 관계, 미래, 사랑까지 수량화하는 알고리즘의 세계
루크 도멜 지음, 노승영 옮김 / 반니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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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상은 지금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범죄예방국"이라는 기구가 세 예지자의 예지 능력을 활용하여 잠재적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체포하여 범죄를 예방한다는 미래 사회를 그리고 있습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묘사하는 세계에서 범죄자는 실제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체포되어 기소될 수"(152) 있습니다. 물론 세 예지자의 예측에 오류의 가능성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베경인 위싱턴 DC에서 최근 6년 동안 살인 사건이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152-153) 설정이 범죄예방국의 존재 의의를 보여줍니다. <만물의 법칙>은 '알고리즘'에 의해 영화 속 설정이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알고리즘"이란 컴퓨터 용어이면서 수학용어이기도 한데, IT 용어사전에 의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해진 일련의 절차.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기초가 되는 것이며, 컴퓨터를 동작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입력하고 입력된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며, 얻어진 테이터를 어떠한 형으로 출력, 표시하는가 등의 알고리즘을 프로그램으로 완전히 기술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책의 표지 사진을 보면 좀 더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알고리즘은 컴퓨터에서 단계별로 진행되는 일련의 명령일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 삶 곳곳에 숨겨져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 알고리즘이 우리의 정체성은 물론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까지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폭노합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요?

 

언제부터인가 쇼핑몰에서 오는 광고 메일이나, 인터넷 창에 제 실명이 등장하며 "OOO님이 관심을 가질만한 상품입니다"라는 광고가 나타나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컴퓨터 검색 이력이나 페이스북 '좋아요'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여 제가 좋아할 만한 상품을 예측해낸 것입니다. 2013년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진의 연구에 의하면, "미국의 페미스북 이용자 데이터에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인종, 나이, 지능지수, 성적 선호, 성격, 약물 사용, 정치적 성향 등의 특질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51)고 합니다.

 

단순하게 설명하면, 알고리즘을 활용한 만물의 공식이란, 창조성이나 사랑 같이 수량화할 수 없는 것을 수량화해서 "나는 누구인가?", "누구를 사랑해야 하는가?", "결혼이 깨질 확률은 얼마인가?"와 같은 질문에 답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알고리즘은 매일같이 접하는 정보는 줄 세우고 솎아내고 가려낸다. 구글이 보여주는 검색 결과, 페이스북에서 강조되는 친구 정보, 내가 좋아할 것 같다며 아마존이 보여주는 제품 뒤에는 모든 알고리즘이 숨어 있다. 영화, 음악, 그 밖의 오락이 어떤 모습인지, 우리가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것으로 예측되는지, 심지어 어떤 법이 집행되고 어떻게 치안이 유지되는지도 알고리즘과 관계가 있다. 범죄자가 될지, 운전면허를 발급해도 될지 결정할 수도 있다"(12).

 

만물의 공식이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이렇게 수량화되고 분석된 예측 결과가 상당히 정확하다는 것입니다. "가게에 안면인식카메라를 설치하면 고객의 얼굴을 스캔하여 페이스북 프로필에서 찾아내, 이들이 누른 '좋아요'를 토대로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어디에서 데이트를 해야 할지, 누구와 결혼해야 할지에 답을 내놓기도 하고, 알고리즘으로 문서 처리를 하면 초급 변호사들이 하던 업무를 더 정확하게 처리할 수도 있고(만물의 공식으로 쓸모 없는 변호사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증언이기도 함), 심지어 예술 분야에도 관여를 해 시나리오의 어느 부분을 보완하면 영과가 성공을 거둘 수 있는지도 조언해줍니다. 만물의 공식 때문에 대량으로 일자리를 잃을 사람들이 늘어갈 것입니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상당히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만물의 공식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세상을 알고리즘화 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도 많다는 것이 책의 설명입니다. 우선, 수량화를 하려면 사용자 데이터와 개인 정보가 무지막지하게 수집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일종의 빅브라더, 그러니까 지속적인 형태의 통제 시스템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습니다. "멀리 떨어진 데이터베이스 어딘가에서 우리의 활동이 식별되고 기록"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싹합니다. 감시사회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또 다른 문제점은 분석된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VIP으로 분류된 고객의 전화는 최우선적으로 처리되는 것처럼, 상위 계층 이용자를 위해 특정 계층의 이용자에게 고의로 불편을 끼치는 행위 같은 것입니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접속이 몰리는 시간대에, 돈은 많은데 시간이 없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 돈은 없는데 시간은 많은 고객의 접근을 차단함으로서 매출 증대를 노리고자 합니다. 알고리즘을 통해 소비자를 여러 범주로 분류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앞으로는 도로에도 이런 차별을 둘 것이라고 하니 미래 사회가 우울한 잿빛으로 덧칠해지는 기분입니다.

 

알고리즘 세계에서 개인은 분할자(dividual)로 바뀝니다. "알고리즘 정령을 실행하려면 개인을 우선 세분화 과정에 종속시켜야 한다. 분석하기에 알맞은 개별 성분으로 분해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은 비분할자에서 분할자로 바뀐다. (...)  분할자 개념은 물리적으로 구체화된 인간이되, 알고리즘 같은 도구를 이용하여 끊임없이 분할되고 데이터 표상으로 환원되는 존재를 일컫는다"(68). 인터넷 검색 이력, 페이스북을 통해 누른 '좋아요', 자주 가는 장소, 즐겨 읽는 독서 분야, 블로그에 자주 쓰는 말, 하루 평균 운동량, 즐겨 먹는 음식과 같은 정보를 한데 모으면 완전히 디지털적인, 알고리리즘적 정체성을 말해줄 것입니다. "내가 누구인가"에 대해 데이터가 답을 말해줄 터인데, 컴퓨터 코드가 실제 삶을 이해하는 통찰력을 어느 정도까지 제공해줄 수 있을까요?

 

알고리즘은 아직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유토피아적 전망을 내세우는 사람들은 기술의 발전을 신봉하지요. 컴퓨터에 지배되는 인간 세계가 곧 영화에서만 등장하는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싫든 좋든 알고리즘적 절차의 범위가 나날이 커져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자는 책을 마치며 "만물의 공식 세상에서 인간성을 지켜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291). 기술의 시대에 더 깊은 윤리적 성찰이 필요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만물의 공식>은 이미 시작된 미래 사회의 구체적인 실상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하나의 예언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뒷표지에 인용되어 있는) 켄 올레타의 말처럼 "디지털 기술에 의해 변형된 세계와 씨름하며 이를 즐기거나, 혹은 걱정하는 모든 사람들이 읽어야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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