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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달라지는 아이디어 100 - DSLR & 미러리스 좋은 사진 찍는 포토북 ㅣ 사진 아이디어 시리즈
문철진 지음 / 미디어샘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DSLR & 미러리스 좋은 사진 찍는 포토북
사진을 잘 찍는 비법 따위는 없다고 믿고 싶은 귀차니스트입니다. 사진을 잘 찍고 싶은 욕심은 있는데 이론을 배우는 것은 귀찮은 것이지요. 이 책은 그런 귀차니스트들이 속성으로 사진 이론을 배우기에 좋은 책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런 귀차니스트들을 정조준하고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아이디어 065 / 매뉴얼 첫 장도 안 펼쳐본 그대, 매뉴얼은 세 번 이상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이 책은 사진은 노력이며, 끊임없는 관찰이며, 충분한 인내를 필요로 하는 작업임을 다시 일깨워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론 없이 타고난 감각(?)에만 기대려 하는 자, 아무리 많은 사진을 찍어도 어느 단계 이상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언해봅니다.
문철진 작가와는 <DSLR도 부럽지 않은 똑딱이 카메라> 이후 두 번째 만남입니다. 2009년부터 네이버 사진부문 파워블로그라는 그의 명성을 이 책이 다시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사진이 달라지는 아이디어 100>은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는 사진과,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포인트가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사진을 찍다 보면, 누구나 한 번씩 성장통을 겪는다고 합니다. "사진이 취미이기는 한데 찍어놓은 사진을 보면 마음에 드는 것이 없는, 난 정말 사진에 소질이 없는 걸까?" 스스로 의심하게 되는 시기가 바로 성장통의 때입니다. 이 책은 그런 성장통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사진 실력을 한 단계 높이는 "참고자료" 같은 책입니다. 저자는 "사진이 잘 안 찍힐 때마다 들춰보면서 힌트를 얻"으라고 귀뜸해줍니다.

095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좋은 사진을 봐야 한다
지금 당장 이름을 말할 수 있는 사진가가 몇 명이나 되는가?
한 명도 없다면 당장 도서관으로 달려가서 사진집부터 찾아보자.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일단 좋은 사진을 봐야 한다는 말씀에 백배 공감합니다.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인지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공부가 되니까요. 좋은 사진은 도달해야 할 목표와 나가야 할 방향을 지시해주는 네비게이션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사진을 보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영감이 떠오르기도 하고, 어설프게라도 흉내를 내다 보면 사진이 달라지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이 옵니다. 그래서 전 이 책의 저자 문철진 작가의 사진을 자주 감상합니다!

001
사진은 네모로 찍힌다
카메라는 세상을 네모로 본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세상을 네모 속에 집어넣는 일이다.
사진가는 세상을 네모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시를 읽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글입니다. 저자는 "사진은 창조가 아니라 발견이다. 사진가는 무엇인가를 발견해서 프레임 속에 가둘 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문철진 작가를 만나고 나서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네모로 세상을 보는 훈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036
선은 시선을 끄는 힘이 있다
프레임 속에 선이 있으면 사진을 보는 사람의 시선은 그 선을 따라 이동한다.
<사진이 달라지는 아이디어 100>은 간단하지만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유용한 팁이 가득합니다.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아 더 눈에 쏙쏙 들어오고, 머리에 쏙쏙 박힙니다. 따로 챙겨둔 팁은 이렇습니다.
021 눈높이가 달라지면 사진도 달라진다
025 원색은 무조건 찍어라
026 관절은 자르지 마라
027 프레임을 가득 채워라
031 비 내리는 날에는 초록을 찾아라
044 골든타임에는 무조건 카메라를 들어라 (해가 지기 한 시간 전부터 해가 질 때까지가 골든타임이다.)
064 자동모드도 괜찮다
069 야경은 어두워지기 전에 찍어야 한다
몇 가지 아이디어만 잘 기억해도 지루함을 좀 탈피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 책을 보고 있으니 좋은 사진을 찍는다는 건, 세상을 다르게 보는 훈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은 앉아서 세상을 올려다보기도 하고, 때로는 높은 곳에 올라가 세상을 내려다보기도 하고, 세상이 온통 오렌지 빛으로 물들어가는 시간에 주목하기도 하고, 1분 후면 사라지고 말 "지금 이 순간의 빛, 톤, 질감, 느낌"에 마음을 흠뻑 쏟기도 하고, 빛이 하는 말, 색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때에 따라 숲을 볼 것인지 나무를 볼 것인지, 즉 크게 볼 것인지 꼼꼼하게 볼 것인지 결정하기도 하면서 사진에 무엇인가를 담아내다 보면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이, 시간들이, 사람들이 다른 의미로 다가올 듯합니다.
문철진 작가의 사진 이야기는 쉽고, 아름답고, 시적이고, 감각적이면서, 또 굉장히 날카롭기도 합니다. 제 후배는 삶의 질을 높여 보겠다고 DSLR 카메라를 구입하도고 사진을 많이 찍지 않습니다. 중고로 팔 때, 셔터 수가 적어야 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중고로 팔 생각부터 할 거면 뭐하러 샀나 싶습니다. 이 책에 수록된 100가지 아이디어 중에 한 가지는 "018 / 카메라는 귀중품이 아니다"입니다. "카메라를 너무 아낀 나머지 장롱 속에 고이 보관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음을 꼬집습니다. 이 책은 정말 사진을 많이 찍는 분들, 그런데 실력이 늘지 않아 고민이신 분들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사진이 확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