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과 하나님 나라
이동원 지음 / 두란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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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이 지향하는 하나님 나라가 미래의 천국뿐인가? 아니면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도 다루고 있는가?"

이 책은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히며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하나님 나라 관점으로 다시 읽어주는 책입니다. 이동원 목사님은 그동안 <천로역정>에 제기되었던 두 가지 비판을 언급합니다. 한 가지는, <천로역정>이 죽어서 갈 천국에만 몰두한 채 이 세상에서의 크리스천의 책임을 등한히 한다는 것, 다시 말해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을 무시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주인공 크리스천이 "자기 혼자 구원 받기 위해 처자식 다 버리고 귀를 막은 채 '영생 영생' 하면서 천국을 향해서 나아가는 모습"(6)에 대한 비판입니다. 순례자가 천국 가는 일에만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가족을 외면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지요.

<천로역정과 하나님 나라>는 이에 대해 답하는 책입니다. <천로역정>에 대한 이러한 비판은 <천로역정>을 꼼꼼하게 읽지 않은 데서 초래된 오해라고 단언합니다. 그리고 <천로역정> 2편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독자들도 많은데, <천로역정> 2편을 읽는다면 쉽게 해소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의 영역에서 그리스도께서 내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을 단 일 인치의 영역도 존재하지 않는다"(25).

화란(네덜란드)의 수상이었고, 기독교 사상가였던 아브라함 카이퍼의 말입니다. <천로역정과 하나님 나라>는 먼저, 하나님 나라의 성경적 중요성을 살펴보며, 우리의 신앙의 초점이 왜 하나님 나라에 맞춰져야 하는지를 다시 일깨워줍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를 나의 구세주로 인정한다는 것은, 내 삶의 주권을 그리스도께 내어드림을 뜻합니다. 회개한다는 것은 이 땅에서 '나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몰두하던 삶에서 돌이켜,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통치에 순복하는 하나님 나라의 삶을 살겠다는 결단입니다. 눈에 보이는 세상 나라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바라보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천로역정과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 나라의 이러한 두 가지 속성, 즉 바로 지금 여기에 임하는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과 궁극적인 미래, 저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미래성'이 균형 있게 강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동안 교회는 죽어서 가는 천국에 몰두하는 성향이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지금 여기에 임하시는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을 강조하다 보니 교회가 영원한 천국에 대한 강조를 잃어버리고 있음을 우려 합니다. 그런 점에서, <천로역정>은 다시금 저 천국을 향해 가며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 가운데 이루지도록 힘쓰는 순례자(크리스천)의 사명을 일깨우기 알맞은 책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하나님 나라의 궁극적인 소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이 땅에서 사는 동안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떤 사역을 하면서 주님 앞에 가는 그 길을 준비해야 할까요?"(44)

이 책은 <천로역정>에서 주인공 크리스천과 그의 가족, 그리고 그들과 함께햇던 순례자들이 저 천국을 향해 가며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서 이루어지도록 힘썼던 사역이 무엇이었는지를 찾아 13가지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 13가지 사역들은 우리가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어떻게 소망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하나님 나라와 13가지 사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말씀의 빛으로 십자가 앞에 나오게 하는 전도 사역, 순종의 벽돌로 세워지는 교회 사역, 같은 믿음, 같은 신앙의 가치관으로 세워가는 가정 사역, 전신갑주를 입고 말씀과 기도로 싸우는 영적 전쟁 사역, 믿음의 기도로 일어나는 치유 사역, 기쁨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흘려보내는 손 대접 사역, 선한 사마리아인의 마음을 품은 사회 섬김 사역, 영의 양식으로 자녀의 믿음을 자라게 하는 어린이 사역, 사역하는 시니어에 초점을 맞춘 노인 사역, 약자를 향한 돌봄 장애인 사역, 순례 여정의 승리를 위한 중보기도 사역, 그리스도께 올바르게 인도하는 성경 해석 사역, 하나님의 임재 안으로 인도하는 호스피스 사역이 그 13가지 사역입니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모두가 힘들고 어렵다고 호소하는 이 때에, 교회를 개척하며 예배당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중에 이 책을 읽었습니다. <천로역정과 하나님 나라>는 혼돈과 공허와 흑암이 깊은 이 세상 가운데 하나님께서 계획하시고 원하시는 교회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일깨워주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하나님 나라의 13가지 사역 중 영적 전쟁 사역이었습니다. 에베소서 6장에, '마귀'로 번역된 단어는 원어로 '디아볼로스'라고 합니다. 이 단어는 dia(사이에: between)+bolos(던지다)의 합성어로 관계(사이)를 파괴한다(나눈다)는 뜻이며, '참소자'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마귀의 가장 중요한 사역은 관계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93). 우리의 싸움은 "관계를 파괴하는 자"와의 싸움이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세상은 교회를 천국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은 하나님 나라의 13가지 사역에 대해 말하고 있기도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책에서 얻은 교훈은 우리의 교회가 '일' 중심, '사역' 중심이 아니라, '관계' 중심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천로역정>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가졌던 독자라면 그에 대한 이 책의 답변을 들으며 새로운 눈으로 <천로역정>을 다시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천로역정과 하나님 나라>는 비대면 예배로 어쩔 수 없이 모든 사역을 내려놓고 있는 교회들이 우리 교회가 집중해야 할 사역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읽어도 좋을 책입니다. 신앙생활의 본질, 교회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고민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변화의 시작은 변하지 않아야 하는 본질은 무엇인가를 아는 데서 출발한다고 믿습니다. 영원한 저 천국을 소망하며 걸어가지만, 오늘 여기에 권능으로 임하시는 하나님 나라를 볼 순례자들에게 이 책을 지팡이 삼으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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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엘리트를 위한 서양미술사 - 미술의 눈으로 세상을 읽는다
기무라 다이지 지음, 황소연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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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적어도 짧은 노래 한 곡을 듣고, 좋은 시 한 편을 읽고, 강렬한 그림 한 편을 감상하고,, 그리고 가능하다면 몇 마디 분별력 있는 말을 해야 한다."

<파우스트>를 쓴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말이라고 합니다. 날마다 강렬한 그림 한 편을 감상한다는 것을 우리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그림, 미술이라는 것이 단순한 인간의 유희가 아니라, 그 안에 우리가 살아가는 온갖 이야기, 시대가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우리의 추구하는 바(종교), 우리가 찾아가는 바(철학), 우리가 생각하는 바(사상), 우리가 살아가는 바(문화와 풍습), 우리가 활동하는 바(경제)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 책, (비즈니스 엘리트를 위한) <서양미술사>의 저자 가무라 다이지는 그런 의미에서 미술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예술"이라고 말합니다(11). 단순한 자기 감상으로 그저 그림을 보는 것은 "전혀 모르는 외국영화를 자막 없이 보는 행위와 흡사하다"고 일갈합니다. 그러니까 그림을 감상한다는 것은, 단순히 보고 느끼는 것을 넘어, 그림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춘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겠습니다.

미래를 내다볼 수 없는 인간은 과거에서 교훈을 얻어 '오늘'(지금)을 살아가야 합니다. 정답이 없는 인생 길에서 어디로 갈지 몰라 당황스러울 때, 길을 잃고 헤매이며 내가 지금 잘 가고 있는 것인지 걱정스러울 때, 앞이 캄캄하여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을 때, 우리 앞서 이 땅을 살다간 사람들이 무엇을, 어떤 이야기를, 어떤 길을 새로이 남기고 갔는지 살펴보는 시간이 그래서 꼭 필요할지도,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술사는 글로벌 리더의 '공동 언어'다"(9).

이 책의 저자 가무라 다이지는 우리가 <서양미술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한 가지 더 가르쳐줍니다. 미술사는 글로벌 세계의 공동 언어이며, 그러니 글로벌 리더들이 꼭 갖추어야 할 교양이라는 점입니다. 미술을 통해 이야기가 가능하며, 미술을 통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구와 만나 소통을 하거나, 어떤 일을 같이 하려 한다면, 그 사람의 역사, 그 나라의 역사를 알아야 하는 것처럼, <서양미술사>를 읽고 공부하는 일은 누군가의 역사이자, 한 민족의 역사이자, 나아가 인류의 역사를 공부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왜 고대 그리스의 조각상은 알몸일까?"(21).

<서양미술사>는 그리스 신화와 그리스도교, 르네상스와 회화의 시대, 프랑스 고전주의, 로코코,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산업혁명과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연대기별로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파악합니다. 미술 자체로는 '무엇을 그릴 것인가'의 시대에서 '어떻게 그릴 것인가'의 시대로의 전환을 확인할 수 있지만, 그보다 미술사는 곧 역사라는 것, 그리고 미술을 이끄는 거대 물결은 인간의 가치관과 경제 상황이라는 점이 더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무엇보다 미술이야말로 그 시대 권력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도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로벌 리더들의 교양 지식을 위해 집필된 <서양미술사>는 그만큼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미술을 통해 말하여지는 내용들이 무엇인지, 기본적인 소양, 즉 교양을 갖출 수 있도록 말입니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읽으며 서양미술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집콕생활을 하며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은 분들은, 이 책 한 권으로 미술사 여행을 떠나는 좋은 기회로 삼아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저는 이 책을 계속 옆에 두고, 괴테의 말처럼 "날마다 강렬한 그림 한 편을 감상하듯" 그렇게 다시 잘게 쪼개어 읽어보려 합니다. 그래야 이 책에 담긴 지식, 이야기들이 오롯이 내 것이 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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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명화로 보는 신약 성경 - 명화 감상과 성경 묵상으로 하나님을 만나는 축복의 비결! 한눈에 명화로 보는 성경
이선종 지음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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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성경을 소재로 작품의 나열이 아닌, 미술사의 걸작으로 남을 만한 작품과 기독교 신앙의 관점으로 구성하여 '신앙과 예술의 만남'을 추구했다(머리글 中에서).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 부동의 1위는 <성경>이라고 합니다. 시대와 문화와 지역과 인종과 종교를 뛰어넘어 가장 많이 읽히는 책도 <성경>이 아닐까 짐작됩니다. 그런데 성경이 그리 읽기 쉬운 책은 아닙니다. 기록 기간만 1,600년이 걸렸고, 등장인물은 2,900여 명이 된다고 하고, 저자도 왕에서부터 선지자, 어부, 의사, 세리 등 각기 다른 시대에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35-40명에 달하는 사람들에 의해 기록된 책입니다.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벽이 많이 있습니다. 언어의 장벽이 있고, 문화의 장벽이 있고, 지리적인 장벽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의 신비는 세상적인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도 읽고 영생을 얻을 수 있는 책이며, 읽고 또 읽어도 매일 새롭게 읽히는 책이며, 사람들의 영혼과 마음과 삶을 새롭게 하는 힘을 가진 책이라는 점일 것입니다. 예술가들에게도 큰 영감을 주어 성경을 주제로 한 미술이나 음악, 연극, 영화, 문학 작품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경은 읽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첫 장부터 끝장까지 통독을 하기도 하고, 연대순으로 읽는 방법도 읽고, 짧을 구절을 오랫 동안 묵상하는 방법도 있고, 공동체가 함께 읽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읽든 읽는 자에게 한 가지 요구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상상력'입니다. 성경을 잘 읽는 방법 중 하나가 '상상력'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이 본문이 쓰여졌던 그때 그 시대, 그때 그 장소, 그때 그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한눈에 명화로 보는 신약성경>은 성경을 읽는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상'과 달리 한 폭의 그림 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정지된 화면은 그것을 감상하는 관람자들에게 그림 안에 표현된 여러 가지 요소를 통해 다시 이야기를 구성해볼 수 있도록 상상력을 자극하기 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한 줄기 빛이 메시지가 되기도 하고, 밝거나 어두운 분위기가 말을 걸기도 하고, 동작 하나가 많은 메시지를 품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눈에 명화로 보는 신약성경>은 신약성경이 품고 있는 이야기의 순서를 따라가며 그와 관련한 명화들을 보여줍니다. 설명을 담고 있는 작품들은 그 예술 작품 자체는 물론 미술사나 화풍 등에 관한 지식까지 전달해주기도 합니다. 또 누가 그린 그림인지만 간단하게 정보를 전달해주는 작품들도 성경 속 이야기와 연결해서 감상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어떤 명화는 성경 속 이야기를 한 폭의 그림으로 담아내기 위해 인간이 가진 지식을 총동원하기도 합니다. 수학적으로 치밀한 원근법이라든지, 한 시대의 복잡한 역사적 지식이 반영되어 있기도 하고, 떄로는 색채 하나가 많은 말을 대신 전해주기도 합니다. 또 어떤 작품들은 작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지요. 그런 측면에서 명화에 대한 설명이 조금 더 반영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조금 남습니다.

<한눈에 명화로 보는 신약성경>은 명화를 감상하며 신약을 통독해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저 글자로 된 성경을 읽을 때에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사람들의 반응, 분위기 등을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어떤 장면들은 <명화>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각인되어 그 성경 본문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볼 수 있었습니다. 성경을 처음 공부하는 분들이나, 더 깊이 공부하고 싶은 분들 모두에게 유익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특별히 말씀을 전하는 설교자들이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어떤 시청각 자료보다 훌륭한 대가들의 멋진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으니까요.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시간이 없어 <성경>을 읽지 못한다는 것은 더 이상 핑계가 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때에 <한눈에 명화로 보는 신약성경>과 함께 명화도 감상하며 <신약성경>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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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은 셋 세라 명랑한 갱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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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신기한 이야기니까. 게다가 좋은 이야기인지, 슬픈 이야기인지, 무서운 이야기인지, 그것도 잘 모르겠어."

"세상에는 어느 한쪽으로 분류할 수 없는 이야기가 많아. 좋은 이야기로도 슬픈 이야기로도 들리는 것으로 가득해"(187-188).

'악당'에 대한 통속적인 고정관념이 처음으로 깨뜨려졌던 것은, 아마도 제겐 영화 <레옹>이 아닐까 합니다. 돈을 받고 사람 죽이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잔혹한 킬러인데, 한 손엔 우유가 든 가방을, 다른 손엔 화분을 든 순수한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도덕적인 측면에서도 분명 '나쁜' 사람인데 미워할 수 없는 것이, 아니 오히려 그가 하는 일을 응원하게 되는 아이러니가 신선한 충격을 주었었지요.

4인조 강도단의 활약을 그리고 있는 <명랑한 갱은 셋 세라>에서도 그렇게 분명 악당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아니 오히려 그들을 응원하게 되는 개성 강한 캐리턱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타인의 거짓말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가진" 나루세는 뛰어난 그의 능력 때문에 자연스럽게 4인조 강도단의 리더를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시청 공무원이기도 합니다. "내용도 맥락도 없는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떠드는 재주"를 가진 교토는 카페 주인이기도 합니다. "시간을 소수점 단위로 파악할 수 있는 체내시계의 소유자"인 유키코는 신호등이 바뀌는 시간을 계산해 가장 빠른 길을 운전할 수 있는 능력도 있으며, 4인조 강도단에서 유일한 여성이며, 싱글맘입니다. 4인조 강도단은 유키코의 아들 신이치가 일하는 호텔 1층 라운지 카페에서 모이는 것을 좋아합니다. 끝으로, "천재 소매치기"이면서 동물을 좋아해서 동물원에 가 있는 걸 좋아하며 동물 그림을 엄청 잘 그리는 신비한 청년 구온이 4인조 강도단의 멤버입니다(316).

<명랑한 갱은 셋 세라>는 <명랑한 갱 시리즈> 3권으로, 이들이 어떻게 만나 은행 강도단으로 의기투합하게 되었는지를 알려면 1권과 2권을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3권은 이들이 만나 은행 강도단으로 활약한지 9년이 지난 후입니다. "거리에는 여기저기에 방범 카메라가 있고, 평범한 통행인이 쉽게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고, 은행을 습격한 뒤에 도주할 경로를 고르는 일이 해마다 어려워고 있어"(20) 일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현실이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게 합니다.

<명랑한 갱은 셋 세라>는 그렇게 은행을 터는 일에도 슬슬 힘이 빠져가는 듯한 4인조 강도단이 우연히 악질 파파라치 기자와 얽히면서 벌어지게 되는 대소동을 그리고 있습니다. 4인조 강도단이 은행을 터는 데에 사용했던 그들의 비범한 능력으로 어떻게 악당의 위협으로부터 빠져 나와 정의(?)를 구현하는지 추리소설처럼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작가가 여기 저기 뿌려놓았던 단서들이 하나로 모아지며 추리가 완성될 때의 기분 좋은 쾌감이 개운한 뒷맛을 선물합니다.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제왕'이라는 이사카 고타로의 명성에 걸맞게 재미있게 잘 읽히면서도, 어떤 종류(장르)의 이야기라고 정의내리기 어려운 신비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어려서부터 익숙했던 '권선징악'적 결말이지만, 정의를 구현하는 4인조 은행 강도단도 그리 떳떳할 수 없는 입장이라 정의로운 '히어로'라기보다 순박하고 인정 많은 악당이 악질적인 악당을 제압하는 코믹한 권선징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지루한 어느 날, 기분 좋게 읽기에 딱 좋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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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챌린지 플래너 - 강력한 습관 만들기로 인생을 변화시키는 100일간의 실천 프로젝트
마티아스 헤클러 지음, 김영옥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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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가 없는 사람들은 목표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일한다"(잭 캔필드).

- <100일 챌린지 플래너> 中에서

코로나 때문에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일상이 많이 흐트러졌습니다. 새벽에 일어나는 생활을 오래 하다 늦잠을 자니 처음에는 좋았는데, 어느 새 하루가 덧없이 가버리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처음 <100일 챌린지 플래너>를 보았을 때, "매일 아침 15분, 강력한 습관 만들기"라는 문장에 끌려습니다. 이 플래너에 기대에 다시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을 만들어보아야겠다는 단순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100일 챌린지 플래너>는 100일 동안 원하는 습관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그런 단순한 플래너가 아니었습니다.

당신의 허를 찌르는 '결정적 질문'은 무엇입니까?

어떠한 질문에는 인생을 송두리째 돌아보게 만들 만큼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그러한 '결정적 질문'이 당신에게도 있나요?(39)

<100일 챌린지 플래너>가 저에게 던전 결정적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당시의 핵심 가치는 무엇입니까?" <100일 챌린지 플래너>는 2-4주 동안 쉽게 성취할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정하여, '매일' 아침 또는 저녁 (저자는 아침 시간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15분 정도 플래너를 기록함으로써, 목표를 실천하는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그런데 2-4주 동안 쉽게 성취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하기에 앞서, 왜 그런 목표를 설정했는지를 먼저 생각해보도록 하는 것이 바로 '핵심 가치'에 대한 질문입니다. 100일 '챌린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그런 도전을 하려느랴 하는 것이지요. 바로 여기에서 집중력의 힘이 발휘된다는 것을 이 플래너를 통해 배웠습니다.

<100일 챌린지 플래너>는 핵심 가치를 3가지 정도 정한 후, 그것을 기본 원칙으로 전환해보라고 권합니다. 예를 들면, '희망'이 나의 핵심 가치이면, 기본 원칙은 '나는 모든 것이 괜찮을 것이라고 항상 믿는다!'라는 문장으로 행동 규율을 구체화시키는 것입니다. 이것을 저에게 적용하면, 저는 '하나님 나라'라를 제1핵심 가치로 정했고, 이것을 기본 원칙으로 전환하여 "나는 하나님 나라를 살도록 부름받았다"라는 문장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 가는 데 100일이라는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 <100일 챌린지 플래너> 中에서

<100일 챌린지 플래너>는 100일 동안 '매일' 아침 15분 동안 이 노트를 채워가기만 하면 됩니다. 목표 달성을 향한 100일 간의 여정만 보면, 오늘 할 일, 오늘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적어 놓은 체크 리스트와 별로 다릴 것이 없습니다. <100일 챌린지 플래너>를 몰랐을 때도, 저는 매일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지워나가며 생활했습니다. 그런데 <100일 챌린지 플래너>를 만난 후, 내 삶의 핵심 가치를 늘 묵상하다 보니, 모양은 똑같은 체크 리스트이지만 그 내용은 확연히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더 집중해서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TV를 시청하는 시간이 많이 줄었습니다(거의 보지 않습니다). 또 코로나 이후 유*브로 영상을 보는 습관이 새로 생겼었는데, 이제는 하나를 보더라도 '이것이 나의 핵심 가치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니 쓸 데 없는 영상을 보며 시간을 낭비하는 일도 줄고 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을 다시 만들어 하루를 더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100일 챌린지 플래너>를 만났는데, <100일 챌린지 플래너>는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삶(시간)을 어디에 집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힘을 기르는 것이라는 교훈을 주었습니다. 체크 리스트를 꼼꼼하게 만들어놓고 하나씩 지워가는 것으로 만족했던 것이 얼마나 큰 함정이었나를 깨닫습니다. 단순히 열심히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하는가가 더 중요했던 것입니다! 사실 모르고 있는 사람은 없겠지만, 놓치고 있는 사람은 많을 것입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은 많지만, 바르게 가고 있는 사람은 적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021년 새해 다이어리 장만을 고민하고 있다면, <100일 챌린지 플래너>를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목표 달성을 위한 100일 간의 여정을 떠나기에 앞서, 이 플래너는 읽어야 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천천히 읽으며 이 책이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귀찮다고 건너뛰지 않을수록 더 큰 유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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