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갱은 셋 세라 명랑한 갱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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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신기한 이야기니까. 게다가 좋은 이야기인지, 슬픈 이야기인지, 무서운 이야기인지, 그것도 잘 모르겠어."

"세상에는 어느 한쪽으로 분류할 수 없는 이야기가 많아. 좋은 이야기로도 슬픈 이야기로도 들리는 것으로 가득해"(187-188).

'악당'에 대한 통속적인 고정관념이 처음으로 깨뜨려졌던 것은, 아마도 제겐 영화 <레옹>이 아닐까 합니다. 돈을 받고 사람 죽이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잔혹한 킬러인데, 한 손엔 우유가 든 가방을, 다른 손엔 화분을 든 순수한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도덕적인 측면에서도 분명 '나쁜' 사람인데 미워할 수 없는 것이, 아니 오히려 그가 하는 일을 응원하게 되는 아이러니가 신선한 충격을 주었었지요.

4인조 강도단의 활약을 그리고 있는 <명랑한 갱은 셋 세라>에서도 그렇게 분명 악당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아니 오히려 그들을 응원하게 되는 개성 강한 캐리턱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타인의 거짓말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가진" 나루세는 뛰어난 그의 능력 때문에 자연스럽게 4인조 강도단의 리더를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시청 공무원이기도 합니다. "내용도 맥락도 없는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떠드는 재주"를 가진 교토는 카페 주인이기도 합니다. "시간을 소수점 단위로 파악할 수 있는 체내시계의 소유자"인 유키코는 신호등이 바뀌는 시간을 계산해 가장 빠른 길을 운전할 수 있는 능력도 있으며, 4인조 강도단에서 유일한 여성이며, 싱글맘입니다. 4인조 강도단은 유키코의 아들 신이치가 일하는 호텔 1층 라운지 카페에서 모이는 것을 좋아합니다. 끝으로, "천재 소매치기"이면서 동물을 좋아해서 동물원에 가 있는 걸 좋아하며 동물 그림을 엄청 잘 그리는 신비한 청년 구온이 4인조 강도단의 멤버입니다(316).

<명랑한 갱은 셋 세라>는 <명랑한 갱 시리즈> 3권으로, 이들이 어떻게 만나 은행 강도단으로 의기투합하게 되었는지를 알려면 1권과 2권을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3권은 이들이 만나 은행 강도단으로 활약한지 9년이 지난 후입니다. "거리에는 여기저기에 방범 카메라가 있고, 평범한 통행인이 쉽게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고, 은행을 습격한 뒤에 도주할 경로를 고르는 일이 해마다 어려워고 있어"(20) 일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현실이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게 합니다.

<명랑한 갱은 셋 세라>는 그렇게 은행을 터는 일에도 슬슬 힘이 빠져가는 듯한 4인조 강도단이 우연히 악질 파파라치 기자와 얽히면서 벌어지게 되는 대소동을 그리고 있습니다. 4인조 강도단이 은행을 터는 데에 사용했던 그들의 비범한 능력으로 어떻게 악당의 위협으로부터 빠져 나와 정의(?)를 구현하는지 추리소설처럼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작가가 여기 저기 뿌려놓았던 단서들이 하나로 모아지며 추리가 완성될 때의 기분 좋은 쾌감이 개운한 뒷맛을 선물합니다.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제왕'이라는 이사카 고타로의 명성에 걸맞게 재미있게 잘 읽히면서도, 어떤 종류(장르)의 이야기라고 정의내리기 어려운 신비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어려서부터 익숙했던 '권선징악'적 결말이지만, 정의를 구현하는 4인조 은행 강도단도 그리 떳떳할 수 없는 입장이라 정의로운 '히어로'라기보다 순박하고 인정 많은 악당이 악질적인 악당을 제압하는 코믹한 권선징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지루한 어느 날, 기분 좋게 읽기에 딱 좋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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