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DIARY (Future Me 5 years)
윤동주 100년 포럼 지음 / starlogo(스타로고)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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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이 애독한 시와 함께 5년을 _ 윤동주 다이어리(DIARY)


2017년 새해, 어떤 다이어리를 장만하셨나요? 올해 만난 다이어리 중 보자마자 가장 탐을 냈던 다이어리가 바로 <윤동주 다이어리>였습니다. <윤동주 다이어리>는 "윤동주 시인 탄생 100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다이어리입니다. 다이어리 자체는 그리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윤동주 시인이 애독했던 시인들의 시(폴 발레리, 샤를 보들레르, 프랑시스 잠, 장 콕도,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정지용, 김영랑, 이상, 백석 등)와 윤동주 시인의 시, 수필, 그리고 "그의 발자취를 따라 남긴 말" 등을 짧게 정리하여 수록했습니다. 그리고 한 권의 다이어리를 5년으로 나누어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페이지 사이 사이에 들어 있는 이러한 시와 글를 제외하면 다이어리는 심플 그 자체입니다. 년도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년도를 써넣어가며 5년을 사용하도록 기획되었지만, 애초의 기획대로 한 페이지를 5년으로 나누어 사용하려면 조심스럽게 아껴 써야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그럼에도 <윤동주 다이어리>를 탐을 냈던 것은, 윤동주 시인이 애독했던 시들을 함께 읽으며 하루 하루를 채워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시도 좋지만, 윤동주 시인이 곁에 두고 심취해서 읽은 시들이라고 하니 그가 애독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 다이어리에 수록된 시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옵니다. 이 시를 읽었을 윤동주 시인의 마음을 혼자 짐직해보노라면, 마치 윤동주 시인의 체취가 묻어 있는 노트를 직접 대면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영화 <동주>를 통해 만났던 윤동주 시인의 잔상에 오래도록 사로잡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다이어리가 그토록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도 그런 펜심의 연장일 것입니다. 2017년은 윤동주 시인과 교감하는 마음으로 그가 애독했던 시 하나 하나를 소리내어 읽어보려 합니다. 1월 말, 강원도 횡성에 들어가 밤새워 내리는 눈을 보며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읽었는데 이 다이어리 덕분에 그 밤이 더 특별했습니다. 윤동주 시안에 대한 애정도 애정이지만, 역사를 기억하고, 훌륭한 문화 유산을 이어가자는 마음에서 더 추천하고 싶은 다이어리입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_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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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저널 - 제3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혼조 마사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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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진실은 밤에 드러난다 _ 미드나잇 저널



"한 가지 사건에 관해 온갖 사람들이 취재한 것을, 독자적인 관점에서 검증하고 비평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저널리즘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신념을 가진 저널리스트는 많지 않다. 그러니 신문을 읽는 우리도 쓰여 있는 기사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항상 의문을 품고 읽어야 한다"(112-113). 


다짜고짜 이런 말을 하긴 좀 뭣하지만 '기자'라는 직업군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며 기자분들을 상대할 일이 있었는데 직접 취재를 하기보다 거의 기사를 써주다시피하는 보도 자료를 요청하고, 접대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기자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기사로 보복 당할 수 있다는 암묵적 분위기에 크게 실망했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펜'의 권력을 천박하게 휘두르는 기자분들을 먼저 만난 탓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겨버린 것이지요. 아마 <미드나잇 저널>을 먼저 읽었다면 기자라는 직업군에 대한 동경을 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드나잇 저널>은 현장을 뛰는 사회부 기자들, 그러니까 진짜 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미드나잇 저널>은 기자 출신 작가가 전하는 '극사실주의 특종 미스테리'입니다. 이야기는 칠 년 전, 여아 연쇄 유괴 살인 사건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행방불명된 유아를 추적하며 특종 경쟁을 펼치던 '주오신문' 사회부 기자들은 '오보'라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맙니다. 살아 있는 사람(유괴된 유아)을 죽었다고 보도해버린 것입니다. 


'오보'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처분을 받습니다. 취재의 중심에 있던 '고타로'는 가나자와 지국으로 좌천되고, "차기 부장으로 지목되 있었던" 당번 데스크 '도야마'는 차장직에서 떨려나 육 년 동안 편집위원으로 지냈습니다. 그리고 오보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에 남몰래 고민하던 '마쓰모토 히로후미'는 사회부 기자를 그만두고 '정리부'로 자원하여 자리를 옮겨 앉았습니다. "기자의 무기가 펜인 이상, 까닥 펜을 잘못 사용하면 흉기가 될 수도 있다는 거죠. 우리는 칠 년 전 펜으로 피해자 가족에게 큰 상처를 주었어요. 그래서 마쓰히로는 두 번 다시 펜을 쥐지 않겠다는 결단을 내린 거죠"(392).


그런데 칠 년 전 오보 사건을 주홍글씨처럼 새기고 살아가는 기자들에게 지난 날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유괴 미수' 사건을 취재하던 고타로의 촉에 빨간 불이 들어옵니다. 범인은 이미 잡혔고, 사형까지 집행된 사건인데, 자꾸만 칠 년 전 사건과의 관련성이 의심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의심대로 칠 년 전 사건의 범인이 '2인조'가 맞다면, 그때 그 범인이 다시 나타난 것입니다. 

<미드나잇 저널>은 칠 년 전 사건과의 관련성을 의심하며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통해 기자 세계의 생리는 물론, 기자로서의 책임감과 사명감의 무게가 어떠한 것인지를 사실적으로 그려냅니다. 자신이 쓴 기사에 대한 책임감의 무게 때문에 밑바닥을 헤멘 주오신문의 기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현장에 뛰어듭니다. 현장을 뛴다는 것은 '기자 정신'의 다른 말입니다. 

"아무도 파고들지 않는 사건을 끝까지 조사해서 세상에 일린다"(145). <미드나잇 저널>은 "누군가가 숨기려 하는 것에 특종이 숨어 있"(145)다고 말합니다. "숨기려 애쓰는 인물과 조직이 크고 거물급일수록 더욱 취재하기 어려"운 법이지만 숨기려는 것을 까발리는 것이 기자의 일이고, 어둠 속에 숨어 있는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열심히 뛰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를 '조사 보도'라고 합니다. 그리고 <미드나잇 저날>은 빨리 가서, 빨리 써야 하는 신문사 기자의 애로와 고충을 사실적으로 잘 그려냅니다. 이뿐만 아니라, "지면이라는 진지 쟁탈전이 고스란히 의자 쟁탈전으로 이어진다"(101)는 것, 신문사 "사장 자리는 줄곧 정치부 출신이 꿰차고 있다"(102)는 것 등 기자세계의 생리를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신문기자도 출세 경쟁에 살아남으려면 득점보다도 실점하지 않는 쪽이 중요하니까요"(172).


"쓰기 때문에 기자다. 쓰기 위해서 질문한다. 취재 대상 쪽에서도 기자가 쓸 가능성이 있기에 대충 대답할 수 없는 것이고, 그래서 통상적인 취재보다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한 질의응답 쪽이 긴박감이나 발언에 대한 책임이 더한 것이다. 언제든 쓸 수 있다는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기자는 진실을 포착할 수 있다"(324).

<미드나잇 저널>은 '극사실주의'이면서도 흥미롭게 잘 읽히는 '특종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넘쳐서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세계와 기자 정신, 기자로서의 무거운 사명감을 이야기하지만, 기자가 아니더라도 직업 사명감에 대해 반추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인터넷의 보급 등으로 신문 구독률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언론으로서 신문의 공신력을 여전히 유효합니다. "현장에 나가 자신의 눈과 귀로 확인하는" 기자의 사명과 책임도 여전히 막강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요즘 jtbc와 손석희 앵커가 조사 보도, 현장 취재의 중요성, 그리고 여론을 움직을 수 있는 역량의 크기와 책임의 무게가 어떠한 것인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고타로' 같은 사회부 기자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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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생각한다
이재훈 지음 / 두란노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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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생각에 갇혀 살지 않으려면 자기 생각을 생각하게 하는 권위 있는 생각을 받아들여야 한다"(14).



이 책을 읽기 전, 미래 사회를 예측하고 준비시키는 인생 지침서를 읽었습니다. 얼마나 절망적인 전망으로 가득차 있었던지 확 끼쳐 오는 위기감에 마음이 꽤 쪼끄라들었습니다. 청년들에게 이 책을 읽히고 어서 어서 대비시켜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꽤 조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정보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미래의 시간과 맞닥뜨렸으면 어쩔뻔 했나 꽤 아찔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곧 이어 읽은 이 책 <생각을 생각한다>가 한 방에 그 모든 불안을 날려주었습니다. "믿음은 기대를 만들고, 불신은 염려를 만든다"는 한 문장이 제 머릿속을 점령하고 있던 생각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 것입니다. 얼마나 통쾌하고 시원하던지요. 


<생각을 생각한다>는 이렇게 말합니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다 알면 염려가 사라질 것 같은데, 사실은 더 염려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진리를 더 잘 이해시키기 위해 이런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이스라엘 역사에는 미래에 대한 염려 대문에 불필요한 일을 한 적이 많"은데, "대표적인 사건이 가나안 정탐'이라는 것입니다(29). 정탐은 원래 하나님의 아이디어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불안과 두려움을 씻기 위해 정탐을 감행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더 큰 염려와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경고합니다. "염려와 두려움은 불필요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다"고 말입니다(29).


이 책을 읽으며 똑똑히 경험했습니다. 생각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을요.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경에 기초한 생각'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생각을 생각한다>는 "성경적인 권위에 기초한 생각으로 신앙과 인생과 역사에 배어 있는 생각을 다시 생각해 보도록 권하기 위해 쓰였"습니다(15). 다소 철학적이지 않을까 싶었던 예상과 달리, 따뜻하고 편안한 신앙칼럼처럼, 때로는 한 편의 설교처럼 읽히는데 그 온건한 목소리 사이로 진리의 강력이 흐르고 있습니다.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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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라이프 - 당신의 삶을 바꾸는 인생 지침서
조창완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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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라이프란 무엇인가?



성경에 보면, 열두 정탐꾼 이야기가 나옵니다. 가나안 땅 정복을 눈 앞에 두고 불안해진 백성들은 그 땅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기 위해 열두 정탐꾼을 보냅니다. 그런데 열두 정탐꾼이 쏟아낸 보고는 지독히 절망적이었습니다. 낙담하다 못해 마음이 녹아내린 백성들은 싸워보기도 전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계획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문제는 우리에게 닥쳐올 미래 사회에 대한 전망과 예측도 불안과 절망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입니다. <노마드 라이프>는 열두 정탐꾼의 보고서와 같은 책입니다. 이 책이 쏟아내는 전망과 예측도 절망으로 가득합니다. 저자는 "2020년을 앞둔 한국을 배회하는 말들은 절망의 언어"(26)라고 선언하며, 확인사살을 하듯 막연했던 불안감의 정체를 구체적으로 확인시켜 줍니다. 


그러나 <노마드 라이프>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갑니다. 절망 앞에 주저앉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것을 딛고 일어서야 할 지 대안을 제시하고, 길을 안내하며, 전략을 세워줍니다. "더 이상 안전한 곳은 없다"고 잘라 말하는 저자가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대안은 "노마드 라이프(Nomad Life)"입니다.









더 이상 안전한 곳은 없다



노마드 라이프가 무엇인지, 왜 노마드 라이프가 대안인지를 말하기에 앞서,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우리에게 닥쳐오는 위기의 실체입니다. 저자는 세계 경제가 쇠퇴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함께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두 가지 경종을 울립니다. 첫째는, 공무원의 직업 안정성이 깨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둘째는, 한국의 대기업이 어떤 위기에 처해 있는지에 대한 보고입니다. 특히나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참패한 롯데 등 중국에 있는 한국 기업이 생명력을 다해간다는 보고는 지금까지 들었던 그 어떤 예측과 전망보다 더 큰 위기감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공무원 시험이나 대기업 입사에 인생 전부를 걸고 있는 대한민국 젊은이일수록 충격은 더 클 것입니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공무원이나 대기업 등 안정적인 직장을 찾기 위해 도전을 잃어버렸다. 앞으로 14억의 중국을 상대할 수 있는가. 성안의 정주를 꿈꾸는 허약한 사람들로 채워진 나라의 공무원은 무엇에 쓸 것이며, 이런 인재로 채워진 대기업에게 미래가 있을까. 미안하지만 이런 안락을 누리는 세대는 우리 세대가 마지막이다"(6). 


"그런데 이런 필자가 이번에 한국과 중국의 미래에 관해 가장 암울한 전망을 내놓는다. 한국은 2017년을 기점으로 중국과 정치, 경제, 외교, 문화에서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세계 양대 강국으로 부각되어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갖고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데 한국은 그간 안주해 전혀 발전해 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77).




"대중국 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53).


"문제는 이런 위기를 국민들이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할 것이며 이 곤란을 풀어낼 카드도 없다는 점"입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대중국 사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노마드로 살기 위한 자질을 갖추는 것입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최고의 분노와 참여는 지금 이 세계를 지배하려 하는 세력에 대한 저항이다. 그리고 그 저항 방법은 그들이 만든 성안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성 밖에서 주유하는 노마드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자를 자신들의 도구로 생각하는 사업자를 피해야 한다. 그런 사업자들로 이미 장악된 대학을 피하는 것도 그 방법이다. ... 금수저나 은수저를 물고 나지 않았다면 남는 것은 학자금 융자일 가능성이 높다. 대신에 스스로가 어디서나 살아갈 수 있는 노마드로 가는 길을 고민해 봐야 한다"(64).









'노마드'란 '유목민'이라는 단어로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가 그의 저서 <차이와 반복>에서 '노마디즘'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데서 유래하였다(4).



이 책에서 말하는 "노마드 라이프"는 한마디로 한 곳에 정주하지 않는 유목민적 라이프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노마디즘'을 역설한 자크 아탈리의 말을 빌어 노마드 라이프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세계 인구의 1/6이 이동을 하며 살고 있고 그들은 기존의 가치와 삶의 방식을 넘어 새 것을 창조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국경은 허물어지고마지막 정착민 제국은 시장, 민주주의, 이슬람이란 새로운 노마드 세력 앞에서 마지막 몸부림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66).


<노마드 라이프>는 <컬처 코드>, <글로벌 코드>를 쓴 클로테르 라파이유가 주목했던 '글로벌 부족'의 다른 말인 듯합니다. 클로테르 라파이유는 '가족과 함께 쉼 없이 세상을 돌아다니며, 여행을 많이 다니고, 여러 언어를 구사하며, 세 문화 이상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으며, 특정한 지역을 고향이라 정의하기 애매한 유목민적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글로벌 부족'이라 이름 붙인 바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노마드 라이프의 가장 큰 특징은 이 세상(현실)에 안주하는 삶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노마드의 반대편에 있는 정착민의 가장 큰 특징은 안정이다. 가령 교수직이나 공무원같이 신분이 보장되는 삶에 대한 집착은 당대를 살아가는 누구나 갖는 마음이다. ... 진짜 노마드들은 이런 똑같은 모습을 원하지 않는다. 노마드는 이런 직장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창조적으로 키우고, 실천할 수 있는 곳을 찾는 이다"(69).


노마드의 두 번째 큰 요건은 "지식에 대한 갈구"입니다(69). 노마드의 이러한 특징은 독서, 저술(글쓰기) 등의 활동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결국 새로운 시대, 미래 경쟁력은 한 분야를 고집하지 않는 융합형 인재,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를 주유하는 유연한 인재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노마드 라이프를 구체화할 수 있는 방안을 여러 각도에서 제시합니다. 노마드 정신을 대표하는 인물로 칭기즈칸에 주목하여 그에게서 배우며, 노마드가 되는 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무엇을 준비하고 훈련해야 하는지 검토하며, 노마드가 누리는 행복과 더불어 이 시대 대표 노마드들은 누구인지 소개함으로 노마드 라이프를 향한 갈망에 불을 지릅니다. 


저자는 노마드 라이프에 대해 "한 사람이 가장 자존감 있게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이를 역으로 말하면, 준비하지 않고, 훈련하지 않은 채 되는 대로 미래를 맞이하면 자존감을 잃어버린 채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경고일 것입니다. <노마드 라이프>는 2030세대를 위한 자기계발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3040세대들도 많은 부분 공감하고 자극이 되겠지만, 2030세대가 시급히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미래사회에 대해 한 가지 대안만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세상을 살 되 한 뼘이라도 더 넓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불안에, 절망에 쪼그라들어 있는 2030세대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준비된 자에게 위기는 위대한 기회가 되어줄 것입니다.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 남을 것이다."

- 돌궐 제국을 부흥시킨 명장 톤유쿠크의 비문


'내 자손들이 비단옷을 입고 벽돌집에 사는 날 내 제국은 망할 것이다."

- 칭기즈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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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들의 역사
마야 룬데 지음, 손화수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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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자식을 낳는 이유는 뭔가?"(64)


"3포 세대"라는 말을 들었는데, 요즘은 다시 "7포 세대"라고 하나 봅니다. 취업, 결혼, 출산에 이어 내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까지 포기해버렸다는 절망의 선언이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시작도 해보기 전에, 다 살아보기도 전에, 설렘과 기대는 사라지고 지치고 비틀거리는 건, 그만큼 우리네 일상이 녹록치 않다는 말이겠지요. 그런데 <벌들의 역사>를 읽으며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도대체 우리가 포기해버린 것이 무엇일까? 특히 출산의 문제, 우리는 그것을 너무 쉽게 포기해버린 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 내일을 알 수 없는 불안한 세상, 어떤 사고가 덮쳐올지 모르는 위험한 세상에 한번쯤 이런 고민도 해보았겠지요. "바로 그런 것이 인생이라고? 아, 인생은 바로 그런 거라고 말해야겠지? 성장을 하고 후손을 보고, 자기 자신의 삶보다는 자식들이 요구하는 것과 그들의 삶을 본능적으로 더 앞세우는 일. 자식의 배를 채워주는 일. 인간은 바로 그런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노예로 변하게 마련이지. 지능과 지성이 자연과 본능 앞에서 머리를 숙여야만 하는 삶. 자네 잘못이 아니야. 아직도 늦지 않았어"(66).


그리고 이런 회한의 말도 들어보았을지 모릅니다. "나는 지난 시간 가족의 안정된 생활을 위해 끊임없이 일을 해왔다. 내 가족을 위해 나 혼자서 일을 해왔던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이런 나의 노력을 알아주는 것 같진 않았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입 안이 바짝 말라왔다. 전에는 가족의 미래를 떠올리면 더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는 힘과 의지가 솟았다. 하지만 지금은 마치 닿을 수 없는 멀고 불확실한 미래만 생각나서 힘이 쭉 빠져버린다"(92).




"그들은 삶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었다.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고 꽃가루를 모아 오고 꿀을 만들어내는 일"(580).


<벌들의 역사>는 "꿀벌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우리 인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서로 다른 시간대에 서로 다른 장소에서 사는 세 명의 주인공 - 타오(2098년, 쓰촨성, 시롱, 242지구), 월리엄(1852년, 잉글랜드, 하트퍼드셔, 메리빌), 조지(2007년, 미국 오하이오 주, 오텀힐) - 을 통해 한 세대에서 한 세대로, 이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인간의 생명(삶)이 어떻게 대대손손 이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이것을 벌들의 생태에 빗대어 생각해볼 수 있도록 견고하게 이야기를 조직했습니다. "이 하찮고 조그만 곤충들에게도 대대손손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이 다 있습니다. 신은 이 조그만 생명체에도 기적을 숨겨놓았던 것입니다"(193).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벌과 곤충은 우리의 삶의 터전인 이 지구의 건강을 측정할 수 있는 온도계와도 같습니다"(6). 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벌들의 역사>는 벌이 없는 세상, 벌이 사라진 세상의 재앙을 보여주며, 지금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에게, 다음 세대에게 닥쳐올 재앙이 무엇인지를 무언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가장 묵직하게 울리는 교훈은 지금 우리의 결정이 다음 세대의 삶을 결정할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살충제의 독성은 흙 속에 남아 다음 세대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인간과 벌, 모두에게"(526). 그리고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기 위해서,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경고입니다. "그 책에서는 인간이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자연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과, 교육의 가치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자연을 파괴하고 거부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을 억제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나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은 바로 교육과 지식이라는 말도 적혀 있었다(52).



"이 세상은 ... 항상 감사해야 할 것들로 채워져 있습니다"(7).


<벌들의 역사>에 등장하는 세 주인공은 제각기 재앙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울하고 암울합니다. 동물학자를 꿈꾸었으나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곡물 유통업 상인으로 살게 된 월리암은 끝내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지 못한 채 무기력한 삶을 이어갑니다. 평생 양봉업자로 살아온 조지는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군집 붕괴 증후군' 현상으로 어느 날 벌 떼가 감쪽같이 사라진 이후 아들에게 가난밖에 남겨줄 것이 없다는 사실에 절망합니다. 타오는 세상은 그 자체로 재앙이었습니다. 벌들이 없으니 꽃과 나무는 열매를 맺을 수 없었고, 흔한 과일과 채소들이 점점 사라지고, 육류 생산량도 줄어들고, 식량 감소와 함께 인구도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타오는 이미 붕괴된 세상을 살아야 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들의 역사>를 읽으며 아름다운 감동에 전율하게 되는 것은 오늘 우리의 삶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뿌려 놓은 사랑의 씨앗이 있다는 걸 조용하지만, 선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기대와 설렘은 사라지고 지쳐 비틀거리는 일상일지라도, 우리가 뿌리 놓은 작은 사랑의 씨앗이 인류에게 큰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마차 나비효과처럼 말입니다. <벌들의 역사>는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읽었으면 좋겠다 싶은 책입니다. 낳았으니 길러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는 자녀 세대에게, 그리고 너무 쉽게(!) 출산을 포기해버리는 인류에게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입니다. "나는 병든 노인들을 그대로 두고 나와버렸다. 그들을 두고 떠나는 이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우리는 우리를 낳아준 나이 많은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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