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저널 - 제3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혼조 마사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진실은 밤에 드러난다 _ 미드나잇 저널



"한 가지 사건에 관해 온갖 사람들이 취재한 것을, 독자적인 관점에서 검증하고 비평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저널리즘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신념을 가진 저널리스트는 많지 않다. 그러니 신문을 읽는 우리도 쓰여 있는 기사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항상 의문을 품고 읽어야 한다"(112-113). 


다짜고짜 이런 말을 하긴 좀 뭣하지만 '기자'라는 직업군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며 기자분들을 상대할 일이 있었는데 직접 취재를 하기보다 거의 기사를 써주다시피하는 보도 자료를 요청하고, 접대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기자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기사로 보복 당할 수 있다는 암묵적 분위기에 크게 실망했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펜'의 권력을 천박하게 휘두르는 기자분들을 먼저 만난 탓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겨버린 것이지요. 아마 <미드나잇 저널>을 먼저 읽었다면 기자라는 직업군에 대한 동경을 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드나잇 저널>은 현장을 뛰는 사회부 기자들, 그러니까 진짜 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미드나잇 저널>은 기자 출신 작가가 전하는 '극사실주의 특종 미스테리'입니다. 이야기는 칠 년 전, 여아 연쇄 유괴 살인 사건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행방불명된 유아를 추적하며 특종 경쟁을 펼치던 '주오신문' 사회부 기자들은 '오보'라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맙니다. 살아 있는 사람(유괴된 유아)을 죽었다고 보도해버린 것입니다. 


'오보'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처분을 받습니다. 취재의 중심에 있던 '고타로'는 가나자와 지국으로 좌천되고, "차기 부장으로 지목되 있었던" 당번 데스크 '도야마'는 차장직에서 떨려나 육 년 동안 편집위원으로 지냈습니다. 그리고 오보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에 남몰래 고민하던 '마쓰모토 히로후미'는 사회부 기자를 그만두고 '정리부'로 자원하여 자리를 옮겨 앉았습니다. "기자의 무기가 펜인 이상, 까닥 펜을 잘못 사용하면 흉기가 될 수도 있다는 거죠. 우리는 칠 년 전 펜으로 피해자 가족에게 큰 상처를 주었어요. 그래서 마쓰히로는 두 번 다시 펜을 쥐지 않겠다는 결단을 내린 거죠"(392).


그런데 칠 년 전 오보 사건을 주홍글씨처럼 새기고 살아가는 기자들에게 지난 날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유괴 미수' 사건을 취재하던 고타로의 촉에 빨간 불이 들어옵니다. 범인은 이미 잡혔고, 사형까지 집행된 사건인데, 자꾸만 칠 년 전 사건과의 관련성이 의심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의심대로 칠 년 전 사건의 범인이 '2인조'가 맞다면, 그때 그 범인이 다시 나타난 것입니다. 

<미드나잇 저널>은 칠 년 전 사건과의 관련성을 의심하며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통해 기자 세계의 생리는 물론, 기자로서의 책임감과 사명감의 무게가 어떠한 것인지를 사실적으로 그려냅니다. 자신이 쓴 기사에 대한 책임감의 무게 때문에 밑바닥을 헤멘 주오신문의 기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현장에 뛰어듭니다. 현장을 뛴다는 것은 '기자 정신'의 다른 말입니다. 

"아무도 파고들지 않는 사건을 끝까지 조사해서 세상에 일린다"(145). <미드나잇 저널>은 "누군가가 숨기려 하는 것에 특종이 숨어 있"(145)다고 말합니다. "숨기려 애쓰는 인물과 조직이 크고 거물급일수록 더욱 취재하기 어려"운 법이지만 숨기려는 것을 까발리는 것이 기자의 일이고, 어둠 속에 숨어 있는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열심히 뛰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를 '조사 보도'라고 합니다. 그리고 <미드나잇 저날>은 빨리 가서, 빨리 써야 하는 신문사 기자의 애로와 고충을 사실적으로 잘 그려냅니다. 이뿐만 아니라, "지면이라는 진지 쟁탈전이 고스란히 의자 쟁탈전으로 이어진다"(101)는 것, 신문사 "사장 자리는 줄곧 정치부 출신이 꿰차고 있다"(102)는 것 등 기자세계의 생리를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신문기자도 출세 경쟁에 살아남으려면 득점보다도 실점하지 않는 쪽이 중요하니까요"(172).


"쓰기 때문에 기자다. 쓰기 위해서 질문한다. 취재 대상 쪽에서도 기자가 쓸 가능성이 있기에 대충 대답할 수 없는 것이고, 그래서 통상적인 취재보다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한 질의응답 쪽이 긴박감이나 발언에 대한 책임이 더한 것이다. 언제든 쓸 수 있다는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기자는 진실을 포착할 수 있다"(324).

<미드나잇 저널>은 '극사실주의'이면서도 흥미롭게 잘 읽히는 '특종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넘쳐서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세계와 기자 정신, 기자로서의 무거운 사명감을 이야기하지만, 기자가 아니더라도 직업 사명감에 대해 반추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인터넷의 보급 등으로 신문 구독률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언론으로서 신문의 공신력을 여전히 유효합니다. "현장에 나가 자신의 눈과 귀로 확인하는" 기자의 사명과 책임도 여전히 막강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요즘 jtbc와 손석희 앵커가 조사 보도, 현장 취재의 중요성, 그리고 여론을 움직을 수 있는 역량의 크기와 책임의 무게가 어떠한 것인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고타로' 같은 사회부 기자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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