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힘들었겠다 - 외롭고 지친 부부를 위한 감정 사용설명서
박성덕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한마디면 충분하다. "당신, 힘들었겠다."



EBS의 <달라졌어요>를 본 시청자라면 저자 '박성덕' 소장님의 얼굴이 반가울 것입니다. 관계 회복이 불가능해보일 정도로 갈등이 깊었던 부부들이 상담을 통해 점점 회복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감탄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그런 박성덕 소장님이 '외롭고 지친 부부를 위한 감정 사용설명서'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당신, 힘들었겠다>에서 강조하는 것은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니라 감정 공동체"라는 것입니다. 부부는 감정 공동체라는 것을 아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이 책의 설명에 의하면, "상대의 기분이 곧 나의 기분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부정적인 감정이 그렇다"는 것입니다(5). 이런 맥락에서 <당신, 힘들어겠다>는 "배우자의 감정을 이해하고 사랑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담"은 "감정 사용설명서"입니다.


"아내는 '감정'을 말하며 "아프다"고 하고, 남편은 '이성'적으로 자신이 "잘못이 없다"고 말한다. 아내는 이해를 바라는데, 남편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한다. 아내는 "그랬구나"라는 한마디 말이면 족한데, 남편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라고 말한다"(146).

부부 사이에 갈등이 골이 깊어지는 이유는 대부분 문제가 크기 때문이 아니라, 문제를 대화로 풀어갈 능력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 채 부부가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신, 힘들었겠다>는 부부가 서로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이 책을 통해 배운 가장 충격적인 진실은, 부부가 서로에게 화를 내고 있지만 그것이 사실은 서로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이 아니라, 아파하고 있다는 표시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부정적인 대화방식이 사실은 내 편이 되어줄 것을 요구하는, 일종의 항의라는 점이다. 정말로 상대가 싫고 미워서 상처를 주려는 것이 아니다. 공격도 회피도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한 몸부림이다"(79).


나를 향한 배우자의 분노 뒤에 친밀감에 대한 욕구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만 해도 서로에게 다가갈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부부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는 바로 '정서'입니다. "정서를 어루만져주면 부부의 사랑이 되살아난다"고 장담합니다. "부부의 사랑도 부부의 불화도 핵심은 '정서'이다. 정서적 친밀감이 곧 부부의 사랑이고, 정서적 단절이 곧 부부의 불화다"(144).


정서를 어루만져주는 마법처럼 강력한 한마디가 바로 "당신, 힘들었겠다"입니다. 저자가 힘주어 강조하는 것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옳은 말이 아니라, 긍정적인 관계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자녀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문제가 있는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옳은 말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옳은 말보다 중요한 것은 공감해주고 정서를 만져줄 수 있는 한마디이며, 핵심은 서로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혼자 처리하기 힘들고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눌 때 비로소 해소된다고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가족, 그리고 배우자야말로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가장 가까운 사람이면서, 또 그렇기 때문에 상처를 주기 가장 쉬운 사람이기도 합니다. 상담 관련 서적을 읽을 때마다 확인하게 되는 한 가지 사실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마음먹는 것만으로도 벌써 소통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EBS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과 이 책이 보여주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회복이 불가능해보이는 어떤 관계도 얼마든지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비난하며 화를 내는 것도, 대화를 회피하며 돌아서는 것도, 사실은 사랑받고 싶다는 몸부림이라는 사실에 눈을 뜨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말해, 눈에 보이는 행동이 아니라, 감추어진 서로의 속마음을 아는 것이 관건입니다. 


<당신, 힘들었겠다>는 쉽고 친절한 부부 심리 컨설팅 북입니다. 부부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실제적인 도움을 원하는 분들이 읽어도 좋고, 상담학적인 관심으로 읽어도 좋을 책입니다. 이해는 아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갈등의 골이 아무리 깊어 보여도 상담을 받기 위해 찾아온 부부를 보면, 상담을 받기 위해 '함께' 찾아왔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부부는 이미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해는 알고자 하는 노력에서 비롯되고, 이 책을 읽는 것은 그 노력의 첫 걸음을 내딛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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