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여는 성경 - 삶을 다독이는 한 줄의 말씀, 한 줄의 명화
전창림 지음 / 어바웃어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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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 루카스 크라나흐, <선한 목자>, 1550, 캔버스의 유채, 독일 에르푸르트 미술관




 

"세계의 모든 명화는 성경이 그렸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예술작품을 세 가지만 꼽으라고 하면 어떤 작품을 꼽으시겠습니까? (순전히 서구 중심적이긴 하지만) <명화로 여는 성경>의 저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예술작품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리고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피에타>를" 꼽습니다. 세 작품 모두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완성한 거장들의 작품이라는 것"외에 한 가지 공통점이 더 있습니다. "모두 성경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216). <명화로 여는 성경>은 성경을 주제로 그린 명화를 성경의 순서대로 엮어 이 자체로 한 권의 성경이 되도록 했습니다. 성경이 명화를 읽고, 명화가 성경을 읽습니다!


<명화로 여는 성경>을 읽는 가장 큰 재미는, 예술가들의 붓터치 하나, 의도 하나가, 그 자체로 한 편의 설교(메시지)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 책 표지의 그림은 루카스 크라나흐가 그린 <선한 목자>라는 작품입니다. <선한 목자>를 그린 화가들은 많은데, 이 그림이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이 그림에 등장하는 '선한 목자'(예수)의 남루한 옷과 초췌한 몰골 때문입니다. "그런데 유독 루카스 크라나흐가 그린 '선한 목자'의 모습은 남루한 옷과 초췌한 몰골을 하고 있다. 이 그림이 주목받는 이유다. 오랜 시간 강을 건너고 숲을 헤치면서 도중에 늑대를 만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는지 목자의 옷은 다 헤지고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182). 성경을 읽고 묵상하기 위해서는 기록된 말씀을 통해 현장을 상상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예술가은 자신의 묵상과 상상이 더해진 작품을 통해 성경을 읽어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에 주목한다는 것이 이 책이 독자에게 전하는 가장 큰 재미입니다.






  ▲ 렘브란트, <탕자의 귀향>, 1669, 캔버스에 유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헤르미타주 미술관



<명화로 여는 성경>에서 유독 눈이 갔던 작품은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향>입니다. <탕자의 그림>에 유독 마음이 갔던 이유는, 그림과 화가의 생애가 만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젊어서부터 유명했던 렘브란트는 방탕한 생활을 즐겼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치와 방탕의 날은 그리 길지 못했습니다. 불행이 거듭 그를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렘브란트에게는 불행이 하나 둘 찾아오는 데, 병으로 어린 아들을 잃더니 3년 뒤에는 큰 딸, 또 2년 뒤에는 작은 딸마저 잃고 말았다. 그리고 2년 뒤에는 아내 사스키아마저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불행은 그치지 않았다. 새 삶을 찾기 위해 재혼하지만 새 아내 사이에서 낳은 어린 아들을 잃더니 머지않아 또 다시 아내와도 사별하고 만다. 그리고 렘브란트가 그렇게 아끼던 첫 아내 사스키아 사이에서 낳은 아들 티투스마저 세상을 등지고 만다. 이 그림 <탕자의 귀향>은 티투스를 잃은 뒤 그린 것이다"(187).


<탕자의 귀향>은 렘브란트의 비극적인 생애와 신앙이 만나 탄생한 작품인 것입니다. 이 책의 작가가 읽어주는 '명화'의 감상의 포인트는 이것입니다.


작은 아들은 머리도 빠지고 옷도 신발도 헤졌다.

돌아온 아들의 등에 얹은 아버지의 두 손이 특별하다.

렘브란트는, 왼손은 억센 남자의 손으로, 오른 손은 여린 여자의 손으로 그렸다.

돌아온 탕자를 따뜻하게 감싸 안고 모든 것을 용서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렘브란트도 갈망했을 것이다.

그래서 왼손은 자신의 모든 시련을 해결해주실 강한 능력의 손으로,

오른 손은 그의 모든 죄를 용서하시는 사랑의 손으로 그렸다.

빨간 망토를 걸친 아버지의 품이 너무 따뜻하고 포근하다.

둘째 아들이든 첫 아들이든 그런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눈은 고통으로 거의 장님이 되셨다.

그림의 아버지처럼(187-188).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향>처럼 작가의 생애와 작품이 만난 에피소드가 많지는 않지만, 작가의 생애가 자신의 작품을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 새삼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연'을 알면 '그'와 '작품'을 더 사랑할 수밖에 없나 봅니다. 성경공부를 하거나 설교를 할 때, 가끔 명화를 이용할 때가 있습니다. 주로 '카라바조'의 작품을 애정했었는데, 이제 렘브란트의 그림도 자주 찾게 될 것 같습니다. 설교를 할 때 명화를 보여주면 백마디 말보다 더 큰 감동을 공유할 때가 많습니다. 그것이 예술작품이 가진 힘이겠지요. <명화로 여는 성경>은 명화(예술가)는 성경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한 가지 더, 성경을 알 때 명화가 들려주고자 했던 이야기가 더 분명하고 크게 들린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특별히 성경을 사랑하며 읽고 묵상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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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강대상을 옮겼나 - 목회답답증에 걸린 이들을 위한 진단과 처방
톰 레이너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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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상태를 지속하다가는 수많은 교회가 곧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199).



<누가 내 강대상을 옮겼나>는 현대 교회의 변화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경고를 담은 '교회 현장보고서'이며, 동시에 교회의 변화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를 제시하는 '교회 성장안내서'입니다. 저자는 "현재 북미 교회 열 곳 중 아홉 곳이 쇠퇴하거나 주변 지역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북미 교회의 90퍼센트가 자기 지역에서 입지를 잃어가고 있다"는 말입니다(202). 그런데 어쩌면 이 보다 더 큰 문제는 대대적인 쇄신이 절실한데도, 교회가 현실 안주에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밖에서 지상대명령을 선포했던 교회가 이제는 교회 안에 지상낙원을 세우는 데 열중한다. 많은 교회들이 지상명령을 수행하는 역동적인 몸에서 한낱 종교적 컨트리클럽으로 전락한다. 교인들이 '이용료'를 지불하면 교회 리더들은 그들을 정성껏 섬긴다. ... 많은 교회가 그분 중심에서 그들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이것이 대부분의 현대 교회들이 처한 상황이다"(135). 이런 교회를 더 이상 교회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누가 내 강대상을 옮겼나>는 단순히 변화의 '필요'을 부르짖는 책이 아닙니다. 누구보다 절실히 변화를 '원하는' 리더(목회자)들을 위한 책입니다. 교회 안에서 변화를 이끈다는 것은 변화라면 질색을 하는 안주형 교인들, 이를 악물고 고집스레 변화를 거부하는 비판형 교인들의 저항을 이겨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리더가 아무리 위대한 비전에 붙들려 있어도 교회를 변화시키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교회를 변화시키는 일을 쉽게 생각하고 뛰어들었다가는 상처 입거나, 탈진하거나, 심하면 교회가 쪼개지거나, 그 교회에서 쫓겨나는 일까지도 감수해야 할지 모릅니다. 저자는 북미 교회 현장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생생한 사례를 통해 전합니다.







<누가 내 강대상을 옮겼나>는 교회의 변화를 이끄는 8단계 로드맵을 제시합니다. 사실 저는 교회 문제에 있어서 이처럼 '교회성장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교회의 문제를 진단하기 위해 "1년에 두 번씩 비밀 방문자를 교회에 투입할 것"과 같은 해법말입니다(78). 영적인 일의 역동은 우리가 세운 공식이나 컨설팅의 방법으로 다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이 저의 믿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심각하게 읽었고, 또 모두에게 추천하는 이유는 교회의 정체성을 잃어가며 쇠토하고 있는 심각한 교회의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며, 문제를 풀어나가는 중요한 인사이트와 함께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공식이 아니라)을 제시해주기 때문입니다.


교회 변화를 이끌기 위한 8단계는 로드맵은 "멈춰서 기도하라 → 현실의 절박성을 직시하라 → 열정적인 동역자를 구하라 → 성도들의 소망과 비전이 되라 →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을 품으라 → 내부에서 외부로 초점을 이동하라 → 작은 열매도 소홀히 하지 마라 → 변화를 실행하고 안주하지 마라"는 것입니다. 8단계로 제시되어 있지만, 기도 없이 함부로 시작하지 말라는 것, 그리고 변화의 핵심은 사람이라는 것을 한 번 더 강죠합니다. 그리고 "제발"이라는 말을 덧붙여,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것은 멈춰서 기도하라는 것입니다. "변화는 하나님의 능력으로 시작된다. 변화를 이끄는 일은 기도로 시작되어야 한다. 이 원칙은 리더들에게 특히 더 중요하다. 리더들은 뭐든 자신의 힘과 능력으로 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리더들은 행동 지향적이다. 그래서 좀처럼 멈춰서 기도할 시간을 내지 않는다"(129). 


교회를 사임하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시도해볼 방안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작은 조각 구름 같은 희망이라도 품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이 책을 통해 확신을 얻기도 했습니다. (담임 목회자가 변화를 이끌려고 해도 변화는 힘든 일인데) 누구보다 담임 목회자가 변할 마음이 없고, '그분' 중심이 아니라 '그들' 중심의 목회를 계속 지향한다면 더 이상 그 교회는 희망이 없다는 결론말입니다.

 쇠퇴하는 교회의 현실을 고민하는 목회자들, 변화의 필요성 앞에 서 있는 절박한 교회들, 그 중에서도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한데 어떻게 변화를 실천에 옮겨야 하는지 고민인 교회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합니다. 비전이 아니라, 비전을 이루어가는 방법(과정)을 제시하는 책이지만, 비전을 설정하는 데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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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셀프 트래블 - 2017~2018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18
맹현정.조원미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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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사는 일에 대한 고민, 스위스 자유여행에서 답을 찾자!

추적추적 황사비가 내리는 오후, 커피 한 잔을 들고 앉아 스위스 자유여행자를 위한 가이드북을 뒤적이고 있습니다. <스위스 셀프트래블>, 제가 애정하는 상상출판의 <셀프트래블> 시리즈입니다. 교회에서 한 청년(자매)을 알게 되었는데, 면역력이 좋지 않아 성장하는 내내 몸이 많이 아팠답니다. 심각할 때는 약의 부작용으로 잘 걷지도 못할 때가 있었다는데, 지금은 다행히 어디가 아팠는지도 모르게 건강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몸이 좋아진 지금, 우리가 만나서 가장 많이 나누는 대화의 이슈는 바로 '여행'입니다. 자매의 1차 목표는 '유럽'이고, 저는 자매의 꿈을 도와주기 위해 '스위스 여행' 가이드북을 열심히 파고 있습니다. 스위스는 유럽 여행을 다녀온 모든 지인들이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봐야 할 여행지로 한결같이 꼽았던 곳이라 자매에게 강력 추천해놓고, 일단 가이드북으로 스위스 자유여행을 시뮬레이션해보는 중입니다.





"국내외 그 어떤 스위스 가이드북보다 더 다양한 도시와 인사이더들의 깊숙한 정보들을 담았다!"


남들은 훌쩍 훌쩍 잘도 떠나는 것 같은데, 태생적으로 잠자리를 심하게 가리고 낯선 곳에 대한 겁이 많은 저는 훌쩍 떠나는 자유여행을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저 같은 겁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스위스 셀프트래블> 같은 친절하고 꼼꼼한 가이드북입니다. <스위스 셀프트래블>을 보니 스위스는 정말 가볼한 곳이 많은 여행지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자들이 '추천 일정'에 그토록 공을 들이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


<스위스 셀프트래블>이 추천하는 일정 중에 저는 '스위스 5일 - 스위스 클래식 투어'를 일정으로 여행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스위스 클래식 투어는 5일 동안 루체른, 융프라우요흐 등정 및 간단한 하이킹, 레만 호수 지역 관광(로잔, 브베, 몽트뢰 등), 고르너글트 또는 마테호른 글레이셔 파라당스 등정 및 하이킹, 취리히를 도는 일정입니다. 이 여행 코스가 스위스 여행의 고전으로 오랫동안 해온 만큼 만족도가 높아, 특히 스위스 초행 여행자에게 추천하는 코스라고 합니다. 사실 가이드북 한 권을 꼼꼼하게 다 읽으려면 좀 진이 빠지기도 하는데, 이렇게 일정을 먼저 선택하고 일정에 맞는 정보를 챙기는 것도 가이드북을 이용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스위스 셀프트래블>은 스위스 초행 여행자부터 스위스 여행을 몇 번 다녀온 여행자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가이드북입니다. 스위스 현지인이 추천하는 '테이스티 로드'(나만의 장소)가 매력적일 겁니다.


요즘 다시 즐겁게 사는 일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별다른 취미 없이 살아와서 그런지, 일이 없을 때면 책 읽는 것말고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는 제 자신이 좀 한심하기도 하고, 꿈꾸는 청춘을 보니 제 삶에도 활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다시 초조해졌기 때문입니다. 즐겁게 사는 일에 대한 고민, 어쩌면 평생을 꿈꿔왔던 스위스 여행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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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그림 속 의학 이야기 - 고대의 주술사부터 미래의 인공지능까지
이승구 지음 / 생각정거장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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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관련 예술작품들을 통해 과거 의학의 역사 현장을 간접적으로 접하고 상상해보다!"


그림 속 의학이라고 하면 라파엘로가 그린 초상화 '라 포르나리나'가 떠오릅니다. 조지타운대학의 에피날이라는 박사는 그림 속에 검푸른 빛이 도는 그녀의 피부에 주목했고, 라파엘로가 그린 정밀한 그림은 유방암 증상을 설명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라 포르나리나는 2년 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 라파엘로의 작품은 이미 그녀의 죽음을 예고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사실 <천년 그림 속 의학 이야기>에서 기대했던 것도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그림을 '의학적 시각'에서 읽어주는 책을 예상한 것입니다.


그런데 <천년 그림 속 의학 이야기>가 다루고 있는 것은 총체적 의사학(Medical History)입니다. 그림 감상이 일차적 목표가 아니라, 의학을 주제로 삼은 예술작품과 삽화를 통해 의학의 역사를 살펴보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딱딱하거나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당시의 의학수준을 보여주는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고, 무엇보다 다소 '충격적인'(!) 의학의 발달 과정을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들로 풀어놓고 있습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혈액형이 발견되기까지, 약 6백 동안 고귀한 생명들이 속절없이 희생되어 왔다는 것입니다(36). 동물과 사람 간의 수혈 등 무모한 시도들 때문에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어야 했지만, <천년 그림 속 의학 이야기>는 그런 과정 속에서 의학이 발전되어 왔음을 보여줍니다. 또,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뱀이 휘감고 있는 지팡이'가 어쩌다 약국을 가리키는 상징이 되었는지, 올림픽 같은 큰 세계대회가 열리면 어느 나라든 콘돔을 배포하는데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선수둘에게 콘돔을 나눠주기 시작한 때가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였다는 것, 안경이 재력과 권력을 과시하기 좋은 고가의 사치품이었다는 것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림을 통해 당시의 의학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아달베르트 프란츠 젤리그만의 <테오도르 빌로트 의사의 수술 장면>을 보면, 수술방이 개방되어 있고 수술 기구 등에 감염 예방 조치와 위생 개념이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133). 우리는 흥미롭지만(?), 수술대에 누워 있는 환자를 생각하면 가슴 철렁할 일입니다. 한편으로는 그림이 정말 훌륭한 '기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천년 그림 속 의학 이야기>는 의학의 역사를 말하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과 "백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염병이 창궐하면 별 소용없는 약제나 탕약을 쓰고, 그러다가 환자가 죽으면 사체 화장 후 기도와 제사, 굿을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29)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그런 점에서, 의학이 지금처럼 비약적인 발전을 한 것에 감사하지만, 동시에 얼마 전 메르스 사태를 떠올려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학사를 둘러보니, 인간의 이성과 지식을 자랑하기보다 겸손해야겠다는 것과, 단순한 직업군이 아니라 높은 이상과 사명감을 가진 의학자와 의사가 많이 배출되기는 바래봅니다. "우리나라는 OECD 29개국 중 멕시코를 제외한 27위의 의사 부족 국가"(32)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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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걸림돌 극복하기 - 나는 왜 관계에 약할까?
이관직 지음 / 두란노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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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성장의 도구로 사랑하라"(127).



주변에 인간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SNS와 같은 다양한 소통의 도구들이 관계망을 넓히고 있지만, 그런 피상적인 관계에 익숙해질수록 서로에게 상처받고 실망하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관계든 "언제든지 '나가기'를 선택할 수 있"(9)는 시대라지만, 그렇게 상처와 실망이 반복해서 쌓이다 보면 인간관계에 지치게 되고, 어느새 인간관계 자체가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것이지요.


<관계의 걸림돌 극복하기>는 상담심리학적 관점과 신학적 관점에서, 대인관계를 방해하는 걸림돌의 요인들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치유와 극복방안을 제시한 책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대인관계의 걸림돌은 "성격장애, 불안장애, 역기능 가정의 성인아이, 그리고 죄와 마귀"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상담심리학적 관점으로 접근을 했지만, 신학적 관점으로 전체를 통찰한다는 점에서 다른 심리학 서적들과 크게 차별적입니다. 그런 점에서 다음의 문장이 이 책의 입장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인관계가 삶의 핵심은 아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핵심이며 죄의 해결이 핵심이다"(196). 저자는 오히려 "이 세상에서 인간관계가 좋고 행복한 것이 오히려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197)고 말합니다. "인간관계의 실패나 실망"이 우리를 부르시는 "하나님의 초대장"일 수 있다는 기독교 신앙의 역설을 이해하지 못하면 당황스러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시각이 "상처가 성장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통찰을 갖지 못하면, 오히려 심리학적 이해가 결정론적으로 받아들여져서 "심리학적 이해에 스스로를 가둘" 수 있습니다. 또 "부모를 탓하거나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심리 이론을 사용"(143)하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새겨 들어야 할 것입니다.

 


저자는 관계의 걸림돌을 극복하는 한 방법으로 '독서치료'를  활용하라고 조언합니다. "당신이 겪은 삶의 이야기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저자의 책들을 읽는 것은 대인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걸림돌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235). 그러니까 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바로 치료적인 독서가 될 수 있습니다. 단, 인정하기 어렵겠지만, 나에게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신의 내면세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전제를 갖고 당신을 탐색하는 것은 치료의 첫걸음이다. 대인관계의 문제가 당신을 좀 더 정확하게 인식하게 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216).


치료의 첫 걸음은 '이해'에 있습니다. <관계의 걸림돌 극복하기>는 바로 그 '이해'를 돕는 책입니다. 깊이 있게 파고 든 전문서적이라기보다는, 전반적으로 폭넓은 이해를 제공하는 탐색적인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성경 인물들에 빗대어 성격장애를 설명한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아예 이 주제를 가지고 다음 책을 내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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