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뉴처치 - 창조적 사역을 위한 교회 갱신 모델
이상훈 지음 / 교회성장연구소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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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역사는 지속적인 갱신운동 속에서 발생한 하나님 나라의 확장사라 할 수 있다. 교회가 타락하거나 연약해질 때마다 하나님은 갱신운동을 일으키셨고 새로운 신앙 공동체를 통해 열방을 향한 선교적 사명을 감당케 하셨다"(들어가는 말 中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지난해(2017), 유난히 한국 교회의 위기를 말하고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많았지만, 이렇다 할 대안이나 방법을 제시하는 목소리는 많지 않았습니다. 창조적 사역을 위한 교회 갱신 모델 <리뉴처치>(Renew church)를 읽으며, 이 책이 그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교회의 실존은 언제나 위기적 상황과 함께해 왔다"(75)는 사실과 함께, "우리는 본질에 기초한 진정한 선교적 공동체가 되지 않고서는 그 어떤 선교도 불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121)고 주장하는 <리뉴처치>는 북미의 선교적 교회들에 주목합니다. 이 책은 북미의 선교적 교회들을 탐방하고 그들의 새롭고 참신한 창조적 사역을 소개하는 탐방 보고서입니다. 북미의 교회들이 선교적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왔는지에 주목한 <리뉴처치>는, 위기의 돌파구는 바로 위기 속에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하나님 스스로가 선교의 하나님이시라면 보냄 받은 존재로 교회 공동체는 본질상 선교적이어야 한다'(107).

 

한국 교회가 병들어 있다는 사실은 교인뿐 아니라, 이제 세상 사람들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리뉴처치>는 이렇게 말합니다. "교회가 병들어 가는 가장 확실한 증상은 우리의 가슴에 잃어버린 자를 향한 열망이 식어질 때다"(75). 이제 지역 교회에서 선교적 교회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주장하는 <리뉴처치>는 무엇이 선교적 교회인지를 잘 설명합니다. 선교적 교회는 "어떻게 성오들을 세상으로부터 불러 모을 것인가에 대한 관심에서 어떻게 다시 세상으로 보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교회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 바로 선교지"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성육신적이며 상황화된 사역"으로 잃어버린 영혼을 적극적으로 품는 교회를 말합니다(111-114).


북미의 선교적 교회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놀라운 사역 중 하나는, 자신의 삶 속에 잃어버린 영혼을 적극 초청하여 아예 그들과 함께 사는 선교적 공동체를 구성한다는 것입니다. 시간을 나누고 물질을 나누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렇게 아예 자신의 삶을 나눌 수 있는 것은, 교회가 무엇이냐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속에 자신을 '선교적 제자'로 인식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것은 '교회가 무엇이냐'에 대한 적극적인 대답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것을 '삶을 통한 제자도'라고 부릅니다. 




"진정한 갱신운동은 자신을 살피되 성경적 가치와 원리에 초점을 맞추고 지속적으로 복음으로 돌아가는 운동이어야 한다"(71). 

<리뉴처치>는 교회 갱신 모델을 소개하는 책이지만, 북미의 선교적 교회들을 통해 이 책이 진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교회의 갱신과 성장을 이끄는 전략이나 방법론(프로그램)이 아닙니다. 보다 근본적인 질문, 즉 교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원론적인 탐구입니다. 다시 말해, 교회 갱신이란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고 추구해가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100개의 교회를 개척하면 3년 안에 90개 이상의 교회가 문을 닫는다"(201)고 하는데, 저는 그 살벌한 현장(?)에 뛰어든 개척교회 사역자입니다. <리뉴처치>를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은 구체적인 사역의 모델이었습니다. 그러나 <리뉴처치>는 구체적인 사역이 아니라, 교회의 존재 이유와 방향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는 책입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여기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강하게 일깨웁니다. 한국 교회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찾고 있는 분들에게 독서토론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우리의 관심과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사역의 방향과 내용이 결정된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 이러한 질문을 해보길 바란다. 


"과연 나의 삶의 목적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 교회 공동체의 관심과 목적은 어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가?"(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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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민의 sharing 365 (영한대역)
조정민 지음 / 두란노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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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
사랑하기 위해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베이직교회 조정민 목사님의
잠언입니다.

MBC 간판 앵커로 활약하는 등
25년을 언론인으로 살아온
대한민국 대표 저널리스트의 
펜끝은 역시 힘이 세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성경 말씀 속에서 
얻은 통찰이
저널리스트의
날카로운 펜과 만나니
현대인들을 위한
잠언을 낳았습니다. 

조정민의 sharing 365는
년도와 상관 없이 
매일 '오늘의 잠언'을
묵상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습니다.

원어민 영어로
대역도 되어 있어
부지런한 묵상자들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의 잠언을 묵상하며
지혜도 얻고
영어공부도 하고 말입니다.


많은 묵상집, 잠언집이 있지만
조정민의 sharing 365의 
가장 큰 특징은
메시지를 공유하고
나눌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엽서처럼 한 장씩 
뜯어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뒷면의 메모 난을 이용하면
그 자체로 훌륭한 엽서가 됩니다.

다만 엽서로 활용하기에
종이가 조금 얇은 것이
아쉽긴 하지만,
특별히 정성스럽게
코팅을 해도 좋고
가벼운 쪽지를 전하듯
툭- 전해주어도
감동적인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송구영신 예배 때
한 장씩 뜯어서
성도들과 나누려고 합니다.
뒷면에
하나님의 소원과
나의 소원이 만나 탄생한
2018년 비전을
적어 보기로
했습니다.
무척 의미 있는
이벤트가 될 것 같습니다! 


책이든 엽서든 
소장하는 것이
취미이기도 한데
조정민의 sharing 365를
한 장씩 뜯어서
이처럼 과감하게
나눌 수 있는 것은

큐알코드를 찍으면
온라인을 통해
매일 서비스 되는
조정민의 sharing 365

'오늘의 잠언'을
바로 만나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장씩만 가지고 있으면
(위의 이미지와 같이)
매일 '오늘의 잠언'을 
온라인으로 만나 볼 수 있고,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인스타크램, 트위터, 카카오톡 등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공유도 가능합니다.

매일 간편하게
지혜를 선물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

과거보다 
더 많은 네트워크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쉽게 연결될 수 있는 
세상에 살아도
사람들의 불안과 우울과 소외는
더 커져만 간다고 합니다.

눈에 보이는 연결은
많아졌지만
마음을 나누고
삶을 나누고
서로에게
깊은 공명을 일으키는 만남은
오히려 줄었다는
뜻이겠지요.

일방통행형 목소리만 가득하고

나의 일상을 자랑하느라 바쁜
SNS는 이제 그만 하고

지혜와 생각(묵상)과
삶을 나누는 연결고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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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찾아서 - 바로크 음악의 걸작을 따라서 떠나는 여행
에릭 시블린 지음, 정지현 옮김, 장혜리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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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바흐의 사라진 악보를 찾아 떠나는 여행




이 책을 읽기 전에, 바흐의 초상화를 먼저 찾아보아도 좋을 듯합니다. "바흐의 엄하고 진지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하얀 가발을 쓰고 손에 '카논' 악보를 들고 있는 하우스만이 그린 초상화말입니다. '음악의 아버지'라고 배우고 외웠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초상화입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찾아서>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재구성하듯, 잘 알려지지 않은 바흐의 이야기를 추적함으로써 바흐의 음악을 재해석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셰익스피어를 제외하고 근대 예술 속에 우뚝 서 있는 거장이면서도 개인적으로 알려진 것이 별로 없는 유일한 인물"(30)이라고 하니, 바흐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새롭게 드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합니다. 이 책은 우리가 바흐를 "고루한 늙은이"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딱딱한 모습으로 그려진 초상화 때문이라고 합하며, 실제 모습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실제 바흐는 열정이 엄치는 성격에 한 바수니스트와 칼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어느 공작의 감옥에 갇힌 적도 있으며 적어도 20명의 자식을 두었다"(27). 마치 묵직하게만 느껴졌던 첼로의 선율이 열정 넘치는 선율로 바뀌는 듯한 순간입니다.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배운 것 말고, '바흐'라는 작곡가에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악보에 남아 있다는 그의 사인 때문이었습니다. 어느 책에선가,
바흐는 작품을 쓰기 시작할 때 악보 상단에 라틴어 "J. J"(Jesus, Juva. 예수여, 도와주소서)를 표기하고, 작품이 완성되었을 때는 악보 마지막 쪽 하단에 "S.D.G."(Soli Deo Gloria.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라는 표기를 남기는 습관이 있었다고 합니다. 바흐라는 작곡가가 어떤 마음으로 음악을 대했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이를 알고 나니 그의 음악이 새롭게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찾아서>는 여기에 전혀 새로운 이미지 하나를 덧입혀 주었습니다. "바흐는 여행을 할 때면 가장 좋은 호텔에 묵으면서 질 좋은 맥주와 파이프 담배를 피웠다"고 합니다. "바흐가 탐닉적이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질 좋은 것들을 즐겼지요"(30). 소설이나 그림과 달리, 음악은 작곡가를 잘아야 그 음악이 더 잘 들린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리고 바흐를 통해 처음으로 음악가를 알면 그 사람의 음악이 더 잘 들린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찾아서>는 음악의 아버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막내였고, 어려서부터 음악에 둘러싸여 자랐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이 책은 목적은 바흐의 생애를 추적하는 것이 아닙니다. 2000년의 어느 가을 저녁, 순전히 우연히 바흐의 <무만주 첼로 모음곡>의 연주를 듣게 된 저자는 거기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바흐의 자필 악보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곧 이런 의문을 품게 됩니다. "그렇다면 바흐의 매뉴스크립트, 즉 손으로 그린 원본 악보는 대체 어디로 갔을까?" 수많은 칸타타, 협주곡, 솔로 바이올린곡들 등 지금까지 무사히 살아남은 바흐의 서명이 담긴 원본이 매우 많다는 사실을 떠올려 볼 때, 여기에 무엇인가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에 매력을 느낀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한 가지 또 한 가지 궁금증이 보태집니다. "당시 낮게 웅웅 소리를 내며 주류 악기들을 뒤에서 받쳐주는 정도로 천대받던 첼로를 위해 바흐가 이렇게 엄청난 곡을 만들 이유가 있었을까?"(16) 이 책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바흐의 사라진 악보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시작된 것이지요. 

(스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바흐의 사라진 악보를 찾아 저자는 "스페인뿐 아니라, 벨기에, 프랑스, 결국 독일까지 가게 되었지만 그 자취가 식어버린 지 오래된 경우가 허다"합니다(162). 조금 김빠지는 이야기를 하자면, 이 책이 마무리될 때까지 결국 바흐가 직접 쓴 원본은 '아직' 흔적조차 없습니다. "바흐의 원본 악보는 산성 성분이 강한 당시의 걸넷 잉크로 쓰여져서 서서히 손상되어가고 있다"(336)는 사실이 안타까움을 더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꼭 어디선가 갑자기 과거와 이어져 살아 숨 쉬는 연결 고리가 나타날 것 같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은 채 이 책을 마무리합니다. 

저자는 "음을 연결시켜보면 이야기가 나타날 것"(22)이라고 말합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찾아서>는 바흐의 곡을 글로 연주하듯이 쓰여졌습니다. "거버너 제너럴 문학상과 작가 트러스트 논픽션상,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논픽션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으며 지금까지 10개 국가에서 7개 언어로 번역돼 출판"된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음악을, 바흐의 음악을, 첼로를, 바흐의 첼로곡을 잘 아는 독자들에게는 깊은 공명을 일으키는 새로운 접근, 새로운 시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것은 바흐의 음악을 크게 바뀌어놓을 만한 시도이기도 하다는 데 의의가 있어 보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흐의 미스터리에 관한 자료가 더 나오고 음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시도되면서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서 흘러 나오는 이야기는 크게 바뀔 것이다"(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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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 선집 - 종교개혁자 루터의 에센스 세계기독교고전 35
마르틴 루터 지음, 이형기 옮김, 존 딜렌버거 편집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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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은 꿈꾸는 그 무엇, 인간적인 환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그 용어를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그들이 믿음에 도덕적인 진보나 선행들이 수반되지 않음을 보면서 여전히 믿음에 관하여 많은 말을 하게 될 때, 그들은 믿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우리가 올바르게 되고 구원을 얻으려면 "행위들"을 하여야 한다고 선언하는 오류에 빠진다. 그 이유는 그들이 복음을 들을 때 핵심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로마서 서문 中에서, 61).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닌다"고 말하여 왔고, 나름 열심 있는 신앙생활을 하여 왔다고 자부했고, 부모님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찍 목회자의 길을 걸어왔는데, 복음 가운데 견고한 불신앙의 벽이 깨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은 최근 몇 년 동안의 일입니다. 예배 가운데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이 내 영혼을 감싸는 것을 느끼며,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증거할 수 있는 크고 작은 간증들이 내 삶에 있어왔지만, 복음의 진수가 깨달아질 때만큼의 충격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최근 몇 년 간 믿음으로 사는 일, 믿음을 삶으로 살아내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고 또 깨닫고 또 깨닫도록 역사하셨습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교회에 오래 다니면서도 복음을 들을 때 핵심을 놓치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복음이 제대로 선포되지 않는 강단도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제 인생에 일어난 일과 비슷했습니다. 복음으로 철저히 깨어지는 경험을 한 것이 이미 목회자가 되고 난 이후의 일이라는 것에 누구보다 경악한 것이 저였으니까요. 그리고 그 경험이 저를 새로운 사명 앞으로 불러 세웠습니다. 복음으로 철저히 깨어지는 부서지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믿음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 그 삶을 온통 뒤집어놓을 수 있도록 하나님의 양들을 돌보고 가르치고 격려하라는 사명이었습니다.

복음의 핵심, 율법 아래가 아니라 은혜 아래 있다는 것, 자기 자신 안에서가 아니라 그리스도와 이웃 안에 산다는 것의 의미를 아는 일의 뿌리에는 루터의 신학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 <루터 선집>을 읽는 것은 루터 신학의 정수를 포착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루터 신학>의 역자는 이 책의 가치를 이렇게 평가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나와있는 루터 자신의 작품들의 역서들 가운데 본 저작선 만큼 단행본에다가 그처럼 많은 작품들을 실은 책은 아직 없다"(6-7). 루터 전집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루터 신학의 핵심이 되는 저작들이 이 한 권에 수록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루터의 강해, 논설, 성경 주석, 설교, 논제들을 포함시킨 <루터 선집>은 거의 600페이지에 달하는 단행본이지만, 일반 단행본보다 작은 서체 크기 등을 감안하면 사실 1000페이지가 넘는 단행본이라고 해도 충분한 분량입니다. 

루터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정작 루터의 설교나 성경 주석 등을 직접 읽어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이 책은 루터와의 직접적인 만남이라는 데에 의의를 두었습니다(비판적으로 읽을 수준이 안 되기도 하지만요) . 한 사람의 '자각'에서부터 인류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뒤바꿔놓을 만한 엄청난난 '운동'이 시작되었음을 볼 때, 루터의 신학을 이해하는 일은 종교개혁의 뿌리와 복음의 핵심을 다시 되새겨보는 작업이라 하겠습니다. 쉽게 읽어지지도 않지만 쉽게 읽을 수도 없는 책이라 옆에 두고 시시때때로 곱씹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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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아파트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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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모르고 있지만 넌 늦어도 3분 후에 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련을 맞게 될 거야"(9).


우리가 문학을 읽는 이유.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누구나 아는 사실이기에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을 살면서도 심드렁하기만 한 우리. 그런 우리를 이 단순한 진리 앞에 불러세워놓고 이처럼 단숨에, 이처럼 강렬하게 전율시킬 수 있는 것이 문학말고 또 있을까. 아니 기욤 뮈소말고 또 있을까.


흡입력 있는 스토리로 유명한 기욤 뮈소가 첫 문장부터 미친 흡입력을 보여주며 본격 스릴러로 독자들을 다시 찾아왔습니다. 기욤 뮈소라고 하면 아름답고 환상적인 사랑 이야기를 전문으로 하는 작가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신작을 몇 권 놓친 사이 그는 어느새 '스릴러' 작가로 거듭나고 있었나 봅니다. (소리내 공개적으로 고백하기에는 좀 뭣하지만, 혼자서 <파리의 아파트>를 자꾸 <파리의 연인>으로 읽는 것은 그에 대한 나의 선입견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를 말해줍니다.) 기욤 뮈소의 신작 <파리의 아파트>는 본격 스릴러로 분류되는 작품입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크리스마스에 전산 오류로 같은 집을 임대하다니? 연극의 도입부 같은 장면이야"(50).


될수록 간단하게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전산 오류로 파리의 한 아파트에 함께 기거하게 된 극작가 가스파르와 전직 형사 매들린이 그 아파트의 원래 소유주였던 천재 화가 숀 로렌츠의 비극적인 가정사를 알게 된 후, 의기투합하여 사라진 마지막 그림 석 점의 행방을 쫓는 중에, 납치되어 죽은 것으로 알려진 숀 로렌츠의 아들이 살아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고, 다시 줄리안의 행방을 쫓기 시작하면서 숨겨진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비극의 뿌리를 파헤치기, 한 사람의 삶이 기우뚱한 순간을 포착하기란 언제나 지난한 일이었다"(349). 400페이지에 달하는 <파리의 아파트>는 비극의 뿌리를 파헤치는 '지난한 작업'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어떤 독자들에게는 심리묘사에도 공을 들이는 그 과정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기욤 뮈소는 그 지난한 과정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게 되는 과정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넌 아빠의 매질을 어떻게 감당해내고 있을까?

"어쩌다가 아들을 무자비하게 때리는 아버지가 되었을까?"(376)

 

비극 속에서도 남녀 간의 아름답고 환상적인 사랑 이야기로 독자들을 매료시켰던 기욤 뮈소가 <파리의 아파트>에서 집중 조명하고 있는 것은 부모와 자녀 간의 사랑입니다. 부모와 자녀 간의 사랑은 한 사람의 인생을 지탱하는 뿌리와도 같아서, 평생 살아갈 힘을 공급하는 에너지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곪아터져 끝내 전체를 썩게 만드는 제일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아버지와의 기억이 상처로 남아 가스파르의 현재(술주정뱅이 작가)를 지배하고, 아이를 원하지만 갖지 못하는 상처가 매들린의 현재(자주 자살충동에 휩싸이는 여형사)를 지배하는 것을 보면, 부모-자녀라는 끈은 인간의 것으로는 결코 끊을 수 없는 '절대 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어째서 자식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부모와 자식을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부모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일까요? 폭력과 증오심과 복수와 비극으로 점철된 <파리의 아파트>는 우리에게 이에 대한 분명한 답을 던져주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대한 믿음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술과 경제력이 지배하는 시대가 우리에게 가하는 야만성을 극복할 무기는 예술, 아름다움, 사랑밖에는 없습니다"(404).


<파리의 아파트>는 '결국 사랑인가?' '결국 사랑이지!'라는 감상을 남깁니다. <파리의 아파트>를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부모에게 받은 사랑을 부모에게 갚을 수없어 자녀에게 흘려보내는 게 내리사랑이라면, 부모에게 받은 상처도 부모를 통해서는 치유할 수 없을지라도 자녀를 통해 치유할 수 있다고, 그것도 내리사랑이라고 말입니다. 줄리안을 얻은 숀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던 것처럼. "줄리안을 얻게 된 숀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자주 줄리안 덕분에 세상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고 말했죠"(63).


우리는 부모에게 큰 상처를 받으면 그 사람 역시 상처를 주는 부모가 된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파리의 아파트>를 읽으며 이제 그 믿음을 버릴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처받은 자녀도 무한한 사랑을 주는 부모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라고 말입니다.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그래서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신의 마음이고, 신이 준 선물이라고. "그날 아침, 너를 어둠에서 꺼내준 건 나였지만 실제로 나를 구해준 건 바로 너였어"(402). 심지어 매들린의 믿음이 배반 당하지 않기를 기도해야 한다고 해도 말입니다. "매들린은 눈을 감고 이제 곧 아기를 갖게 될 테고, 그렇게 되면 삶에 단단히 닻을 내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98).



<파리의 아파트>는 특별히 번역자를 칭찬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기욤 뮈소의 필력이, 문장의 아름다움이 이토록 생생할 수 있는 것은 번역자의 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공포감보다는 예술과 아름다움과 사랑의 힘을 더 뜨겁게 느낄 수 있는 '기욤 뮈소스러운' 스릴러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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