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보는 세계 사상사
허윈중 엮음, 전왕록.전혜진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어떤 책은 내용을 떠나서 소장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책이 있다.
시그마북스에서 출간한 [지도로 보는 세계사상사]가 내게 그랬다.
내용을 들춰보기도 전에 이 책을 소장하게 된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책이다.
전공서적처럼 적당히 두껍고, 컬러판으로 구성된 백과사전처럼 책이 산뜻하고 예쁘다.

[지도로 보는 세계사상사]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 서양의 주요 사상의 변천사를
하나의 지도 위에 펼쳐 놓듯, 동시대의 동, 서양 사상을 함께 생각해보도록 구성된 책이다.

어느 분야이든 '사상사' 공부는 뿌리 같은 것이다.
그런데 '사상'이라는 것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데다,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내용도 방대하여,
겉핥기식으로 공부를 해도 쉽게 훑어지지 않는다는 난점이 있다.
시그마북스의 [지도로 보는 세계사상사]는 넓은 대륙에 사는 중국인 저자답게
그 방대한 사상사를 참 시원시원하게 훑어내려갔다.
사상사 관련 서적에서는 중점적으로 다루지 않는 종교의 교리적 흐름까지 다룬다.
학문서적이라기보다는 교양서적으로 읽으면 무난할 듯하다.

한가지 반성하게 되는 것은 우리의 사상사 공부가 서양사 쪽으로 치우쳐 있었다는 것이다.
[지도로 보는 세계사상사]를 읽게 되면,
익숙할 것 같은 동양 사상(중국과 일본 중심이지만)은 오히려 낯이 설고,
상대적으로 연관이 적어 보이는 서양 사상은 오히려 익숙하다.

엉뚱하게도 나는 책을 읽으면서 미래사회 세계사를 주도할 신진세력으로 떠오르는
중국인들이 이렇게 공부하는구나 하는 감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역사와 예술과 학문적으로 콧대가 높은 유럽이나, 
오랫동안 강대국으로 군림해온 미국에 필적한 만한 자부심이 있는 나라 중국.
그들도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며, 
모든 것이 중국을 중심으로 하여 전세계에 퍼져 나간다고 믿어왔다.
고대 문명 발생에서부터 '사상'이라고 하면 유럽에 결코 뒤지지 않는 나라이다.
어마어마한 인구수 자체가 막강한 세력이 되는 중국이
자본주의의 옷을 입자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많은 학자가 지금 중국을 확실하게 잡지 못하면 
우리가 중국의 밥이 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중국의 움직임을 분석한 여러 분야의 보고를 보면,
자본주의 체제로 숨가쁘게 변모하는 중국인들이 '정신'의 중요함 또한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한 선교사님이 전해주신 보고에 따르면,
중국 지도자들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젊은층을 정신적으로 무장시키 위해
기독교적 가르침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지도로 보는 세계사상사]에서도 기독교 교리의 가르침을 거침없이 다룬다.

[지도로 보는 세계사상사]를 읽다 보면, 
다분히 중국 중심(중화)의 시각이라는 의심을 품게 될 것이다.
중국의 것을 중심에 놓고, 동양 중에서는 유일하게 일본을 끼워서 서양의 것과 비교한다.
나름 동양의 중심 중 하나라고 자부하는 우리 입장에서 다소 불쾌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중국인 중심 시각에서 방대한 사상사의 흐름 중에 어느 부분에 더 주안점을 두고 
주목하는지를 눈여겨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지도로 보는 세계사상사]는 여러 모로 호방한 책이고,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면 그저 서양 중심의 학문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에게
일침을 가하는 책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 최고의 경영 사상가 50인
키애런 파커 지음, 신우철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경영 분야는 여로 모로 부러운 분야이다.

사회과학대에서 수업을 듣다 처음으로 경영대 수업을 들으러 
경영관에 가봤을 때 나는 쓰러지는 줄 알았다.
겉모습은 비슷했는데, 모 기업의 후원으로 지어져서 기업의 이름이 붙어 있는 경영관은
최첨단 장비를 가져다 놓은 강의실 시설은 물론, 화장실 조명 시설까지 달라서
그 심한 차별 대우가 부러운 나머지 한참 동안 배가 몹시 아팠었다. 

게다가, 사회과학에서 주최하는 세미나에 가면 
보통 떡이나 과자, 음료수 정도가 간식으로 나오고마는데,
경영대에서 주최하는 세미나에 갔다가 간식은 물론 세미나 후 만찬이 나오는 것을 보고
'경영'이라는 학문 뒤에 포진하고 있는 기업의 힘을 실감하고 온 적이 있다.
학문과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아낌없이 투자하는 기업의 모습을 보고,
변화에 민감하며, 세상의 트랜드를 주도해나가는 저력이 
비단 자본의 힘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언젠가 읽은 책에서, 세상의 변화 속도에 가장 민감한 것이 기업이며,
법률과 대학교의 변화 속도가 그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그러서인지 내가 볼 때, 경영학만큼 탄력적이고 융통성 있는 학문을 보지 못한 것 같다.
시그마북스에서 출간한 [세계 최고의 경영 사상가 50인]에서도 보면, 
그 분야가 참으로 다양하다.
경영 일선에서 잔뼈가 굵은 인재들은 물론이거니와,
교육학, 군부대의 리더십, 상담학, 경제학, 몽상가(빌 게이츠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 겸 만화가, 자기계발 컨설턴트, 등산가, 사회 철학자, 저널리스트, 수평 사고자 등
학문과 활동분야가 매우 다양한 것을 알 수 있다.
분야와 학문을 가리지 않고 유용하다 싶은 이론과 사상들이
모두 경영 사상 안으로 흡수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2년에 한 번씩, 경영개발유럽재단과 선탑미디어가
"현재 활동 중인 경영 사상가 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경영 사상가 50인'을 선정하는데, 
[세계 최고의 경영 사상가 50인]은 그중에서도 2005년에 선정된 인물을 초석으로 
집필된 책이라고 한다.

세계 최고라고 불리는 50인 중에 나에게 인상적인 경영 사상가는 
Amazon.com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제프 베조스(Jeff Bezos)이다.
우리에게도 유명한 '사이버 공간의 대형 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아마존의 창시자이다.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컴퓨터 과학과 전자 공학을 전공하고,
투자 회사의 수석 부회장 자리에까지 올랐던 그는 우연히 웹의 월 성장률이
무려 2,300%에 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웹을 활용하여 통신 판매를 할 수 있는 상품으로 그는 책을 택했고,
필요한 것은 단지 판매할 책을 모두 저장할 수 있는 만큼 큰 대형 창고였다.
그는 신속하게 실행에 옮겼다.
도서를 통신판매하기로 마음먹은 즉시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넓은 창고를 얻기 위해 가족과 함께 서부로 이주하면서,
이주하는 동안 투자자를 구했다.
그리고 '아마존'은 창립한 지 불과 2-3년 안에 도서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놓았다.
또한 소비자들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독자 리뷰와 위시 리스트 코너를 마련하여, 소비자의 구매 형태를 변화시켰다.

내가 제프 베조스의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늘어놓은 것은 바로 이 질문을 던지고 싶어서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내 눈에는 그저 성공한 사업가 정도로 보인다!
그런데 그는 경영 사상가로 대우받고 인정받고 있다!"

나의 결론은 이것이다.
경영학은 도도하지 않다!
어떤 것이든 유용한 이론을 제것으로 흡수하고, 어디서든 배워서 적용하는 
바로 이러한 탄력성과 스펀지 정신(융통성), 그리고 실행력이 
변화에 민감하면서도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경영계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학문적 자부심으로 똘똘뭉쳐서 그 도도함이 하늘을 찌를듯 하지만,
고리타분한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다른 분야들도 

그 겸손함을 배워야 더 큰 발전이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재들의 가격 - 예술품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지적 미스터리 소설
가도이 요시노부 지음, 현정수 옮김 / 창해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초등학생 시절, 방과 후 곧장 도서관으로 나를 달려가게 만들었던 책이 있었다.
한 번 책을 붙잡으면 한시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처음 책 읽는 즐거움을 내게 가르쳐주었던 그때 그 책과 그 인물, 
명탐정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
사실 그 셜록 홈즈와 왓슨에 필적할만한 두 인물을 다시 만났다고 몹시 호들갑을 떨고 싶었는데,
역자가 후기에서 "홈스와 왓슨 같은 느낌으로 가미나가와 사사키가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모습은 참으로 흥미진진하여"라고 선수를 치는 바람에 김이 좀 샜다.

순정만화를 연상시키는 표지에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멋진 두 남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나는 이 중에 안경을 쓰고 앉아 있는 쪽을 천재적 재능을 타고난 ’가미나가’로
(책 속에서 가미나가는 금테 안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턱을 괴고 서 있는 쪽을 지적인 ’사사키’로 상상하며 책을 읽었다.
지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는 샤프한 이미지의 두 남자 주인공은
"예술품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지적 미스터리 소설"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미술 컨설턴트로 일하는 ’가미나가’는 셜록 홈즈에 견줄만한 명석한 두뇌와 감각을 가지고 있다.
그는 그림이 진짜인지 가까인지를 구분할 때, 혀를 사용한다.
"만약 가짜라면, 본 순간 쓴을 느낍니다. 잡초를 우려낸 것 같은 역겨운 쓴맛이죠.
진품이라면 단맛을 느낍니다."(p. 9)
단기대학 강사이며, 왓슨과 닮은 ’사사키’는 그림에 대한 교육을 잘 받은 우수한 인재이며,
이 사사키가 바로 사건의 중심에서 문제를 풀어나가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나’)이다.

그림의 소장과 거래를 둘러싼 소재가 흥미를 끄는 이유는,
첫째는 서민이 근접할 수 없는 그림이 가진 어마어마한 재산적 가치 때문이고,
둘째는 진품과 수많은 모조품을 구분해내야 하는 지적 긴장감 때문이고,
셋째는 앞의 두 가지 이유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거대한 음모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의 사모님들이 주로 ’미술관’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설정은 드라마에서도 종종 등장하는데,
명화는 그것을 소장할 수 있는 재력뿐만 아니라
그 진가를 알아보고 감상할 수 있는 지적이며 귀족적인 품격까지 요구된다는 점에서
진정한 권력의 상징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유별난 그림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그림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탐욕과 욕망을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책 속에서는 그림뿐 아니라 다른 예술품도 다뤄진다.)

이야기는 책의 제목과 같은 [천재들의 가격]을 시작으로,
[지도 위의 섬], [이른 아침의 열반], [논점은 베브메르], [유언의 빛깔]로 이어지는데,
이 다섯 편의 이야기는 각각 독립된 사건이다.
셜록 홈즈처럼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무궁무진한 시리즈가 나올 수 있는 구성이다.

사사키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고, 천재 가미나가가 조력자의 역할을 담당하는데,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에 가미나가의 천재성이 이야기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지적 미스테리 소설’답게 이야기마다 수수께끼를 던져주고 
퍼즐을 맞추듯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나간다.
수수께끼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그림과 역사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필요로 하는데,
두 주인공의 풍부한 지식과 천재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조각 퍼즐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갈 때마다, 통쾌한 희열을 느끼며 읽었다.

내게는 셜록 홈즈’ 와 ’오션스 일레븐’을 섞어 놓은 듯한데,
이 둘을 능가하는 캐릭터와 명석한 두뇌 플레이를 펼치는 에피소드의 박진감,
게다가 순정만화 같은 느낌(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의 재미가 있다.
흥미진진하게, 재밌게, 단숨에 읽을 수 있을면서도,
명화를 감상하고 난 듯한 지적 욕구까지 채워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품격 있는 책이다.
천재 가미나가식으로 표현하자면, 단맛이 나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 살고 잘 죽는 법 - 선물같은 오늘을 더 행복하게 사는 지혜
이지현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된 계기는
내게도 다가올 죽음을 실감했을 때였다. 
죽음 앞에 맞닥뜨렸을 때, 아이러니 하게도 '사는 것'에 대해 지독하게 고민했었다.
때때로 살아가면서 하루 하루가 지겨워지거나,
또 삶이 허무하고 무의미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해답을 얻지 못할 때는,
기도원 옆에 있는 공동묘지에 가서 한나절을 앉아 있다 돌아온 적이 많다.

[잘 살고 잘 죽는 법]은 오랫동안 나를 괴롭혀온 문제 앞으로 다시 나를 끌어다 앉힌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니,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 
그것도 아니, "어떻게 품위 있게 죽을 것인가?"

18년 동안 신문기자로 활동했다는 저자 이지현의 [잘 살고 잘 죽는 법]은 죽음을 교육하고, 
죽음을 잘 준비하도록 돕는 책이다.
그리하여 "어떻게 오늘을 잘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잘 살고 잘 죽는 법]의 목적을 요약하면 이것이다.
"사회적으로 죽음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미국에서는 
그에 관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전 국민을 교육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여러 가지 형태의 죽음에 대한 
준비교육을 시킨다고 한다.
죽음의 시간이 다가왔을 때, 생명에 대해 경의를 표하며 왕같이 떠날 수 있을까? 
예의를 갖추고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인간답고 아름다운 과정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삶에 진정한 역동성이 부여되도록 죽음에 대해 배우고 익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받아야 한다. 죽음을 준비하는 교육을 통해 그 의미를 터득한다면 
삶이 삶다워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p. 27)


후지와라 신야는 "사람들이 죽음을 금기시하고 은폐하기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과대평가하고, 
죽음이 우리 곁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믿으며 산다"고 꿰뚫어봤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하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내일'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며
'오늘'을 함부로 살고
또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는 일이 쉽게 일어나는지 모른다.
나는 영생을 소망하고 천국을 바라보는 신앙인이라고 하면서도
때때로 이 땅에서의 삶이 전부인 듯 생활할 때가 많다.
그렇게 죽음은 늘 남의 일로, 나와는 거리가 먼 일로 착각을 한다.

많은 사람이 죽음 앞에서 "무엇 무엇을 할 걸"이라는 후회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후회는, 
"좀 더 많은 돈을 모을걸", "좀 더 출세할걸" 등과 같은 것들이 아니다.
즉, 우리가 삶의 목적으로 삼고 있는 성공이나 성취에 관한 후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하는 후회는 
좀 더 용서하고 화해하고, 좀 더 사랑하고 화목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라고 한다.
즉, '관계'에 대한 후회라는 것이다.

나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유언장 작성하기'를 몇 번 해봤다.
'유언장 작성하기'는 삶의 목적과 방향을 재설정해주는 효과가 있다.
끝없는 욕심과 경쟁심에서 나를 놓아주고,
내가 놓아버려야 할 것과 붙잡아야 할 것을 구분하도록 도와준다.
내가 포기해야 할 것과 집중해야 할 일을 구분하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늘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긴장감을 준다.

[잘 살고 잘 죽는 법]은 죽음에 대해 사실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생각하도록 도와주며,
평안히 떠나기 위한 계획들을 세우고 실천하도록 도와준다.
'명사들은 어떻게 죽음을 준비하는가?'를 소개하는 장도 유익하다.
'부록'에서는 사전 유언장 작성 방법, 존엄한 죽음을 위한 선언문, 
사전 자서전 만들기 8단계 과정, 가족사명서 만들기, 죽기 전에 준비해야 할 열 가지 등,
웰다잉을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해주고 있다.
휴가를 이용하여 가족이 함께 읽고 직접 유언장을 써서 나누거나, 
소그룹을 구성하여 함께 토의하고 실천해보아도 유익할 듯 하다.

경험적으로 볼 때, 
삶, 특히 오늘에 대한 건강한 애착,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실천하는 힘은,
아이러니 하게도 죽음에 대한 예의에서 나온다.
마치 이 땅에서 영원히 살 것처럼 기고만장하게 살고 있다면,
나에게 예정된 죽음을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우리는 죽기 위해 태어났다는 말이 있다.
한 번 죽는 것은 예정된 일이고 피해갈 수 없다면, 폼나게 맞이할 각오와 준비를 하면 어떨까.
나의 오늘에 대한 해답에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 - 재미있고 유쾌하며 도발적인 그녀들의 안티에이징
김혜경 지음 / 글담출판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지금까지 받은 모든 선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이 있다면, 
바로 고등학교 때 친구가 선물해준 친구의 일기장이다. 
그 친구는 1년 동안 꼬박 적은 일기장을 내밀며 
자신의 삶의 일부를 내가 간직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내게 기억해달라고 했다. 내 기억 속에 살아 있고 싶다고.
전쟁터 같은 세상으로 당당히 걸어나가기 위해 불면의 밤을 함께 보냈던 그 시절,
이제 막 영글어가는 자신의 내면 속에서 어떤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지,
친구는 그 소소한 일상과 고민과 열꽃을 고스란히 적어 내게 주었다.
나는 친구의 삶을 응원하며 언젠가 당당한 모습으로 다시 마주하기를 바랬다.

글담출판사에서 펴낸 [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는 꼭 그 친구의 일기장을 다시 읽는 느낌이다.
그 격정을 이겨내고 이제는 전쟁터 같은 세상 속에서 
유쾌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올곧게 걸어가며 행복한 노래를 부르는 
자신만만한 친구를 다시 만난 듯한 착각이 든다.

간혹 "저 사람 멋지다!"라는 느낌이 들면, 친구가 되고 싶거나, 닮고 싶거나, 팬이 된다.
광고 만드는 일만 25년째 하고 있다는 마흔여덞의 김혜경 씨.
나에게는 ’선배’ 세대이지만, 그녀의 네트워크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이렇게 살면서 나이 들면 정말 행복하겠구나, 하는 확신을 주는 사람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에게서 나는 전투적인 삶의 냄새가 그녀에게서도 난다.
그러나 오직 ’일’에 성공하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며 올인한 흔적은 없다.
치열하면서도 여유롭고,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고, 몰두하면서도 즐긴 흔적들이 가득하다.
한마디로 열정과 낭만이 가득한 삶이다.
그녀가 부러운 이유는 사회적인 성공이나 화려함 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삶을 즐기는 여유와 자신만의 삶에 방식에 대한 당당함 때문이다.

비록 변두리지만 재개봉관을 두 개나 운영하던 아버지(미성극장 사장)가
그녀의 이런 당당함과 여유로움의 뿌리가 되어주었을 것이라는 의심도 든다.
그러나 극장을 팔아 무리하게 관광호텔을 지었다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개미가 우글우글하는 시장통의 허름한 전세집으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나는 오히려 그녀의 당당함과 여유로움이
어린 나이에 권력이 얼마나 허망하고 부질없는 것인지를 깨달은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늙음의 힘은 때론 무난한 삶을 용서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이라고,
그래서 나이 드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그녀.
나쁜 것, 싫은 것, 무난한 것, 이런 것들을 포용해 주는 것이라고 나이 먹음의 미학을 노래하는 
그녀의 여유는 젊은 한 철을 후회없이 흐드러지게 살아낸 후에 맺히는 
열매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는 김혜경 씨 뿐 아니라, 
김혜경 씨와 닮은꼴 친구 같은, 개성 뚜렷한 여덟 명의 여성 이야기가 더 들어있다.

"노래방을 간다. 낙서를 한다. 소리를 지른다. 지칠 때까지 쏘다닌다. 슬픈 영화를 본다.
뒷담화를 한다. 쇼핑을 한다. 잠을 잔다. 마구 먹는다. 인형을 팬다. 휴지를 찢는다.
인터넷에 흘러 다니는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나는 주로 지쳐 쓰러질 때까지 쏘다닌다. 하지만 이건 시간이 좀 있을 때의 방법이고,
시간도 없고 아이디어까지 급박한 시점이면 나는 과자를 산다. 
씹히는 소리가 가능한 현란한 것으로.
아그작아그작 ...... 바스러지는 과자에 스트레스도 씹힌다."(p 237)


별난 교훈이나 특별한 이론은 없지만, 
사뿐사뿐 경쾌하게 살아가는 친구의 일기장을 읽듯 잠시 쉬어갈 수 있고,
나만의 삶의 방식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책이다.
성공한 여자에 대한 시기심보다, 나도 이렇게 멋지게 나이 들고 싶다는
희망차고 행복한 꿈을 꾸게 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