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잘 살고 잘 죽는 법 - 선물같은 오늘을 더 행복하게 사는 지혜
이지현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된 계기는
내게도 다가올 죽음을 실감했을 때였다.
죽음 앞에 맞닥뜨렸을 때, 아이러니 하게도 '사는 것'에 대해 지독하게 고민했었다.
때때로 살아가면서 하루 하루가 지겨워지거나,
또 삶이 허무하고 무의미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해답을 얻지 못할 때는,
기도원 옆에 있는 공동묘지에 가서 한나절을 앉아 있다 돌아온 적이 많다.
[잘 살고 잘 죽는 법]은 오랫동안 나를 괴롭혀온 문제 앞으로 다시 나를 끌어다 앉힌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니,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
그것도 아니, "어떻게 품위 있게 죽을 것인가?"
18년 동안 신문기자로 활동했다는 저자 이지현의 [잘 살고 잘 죽는 법]은 죽음을 교육하고,
죽음을 잘 준비하도록 돕는 책이다.
그리하여 "어떻게 오늘을 잘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잘 살고 잘 죽는 법]의 목적을 요약하면 이것이다.
"사회적으로 죽음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미국에서는
그에 관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전 국민을 교육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여러 가지 형태의 죽음에 대한
준비교육을 시킨다고 한다.
죽음의 시간이 다가왔을 때, 생명에 대해 경의를 표하며 왕같이 떠날 수 있을까?
예의를 갖추고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인간답고 아름다운 과정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삶에 진정한 역동성이 부여되도록 죽음에 대해 배우고 익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받아야 한다. 죽음을 준비하는 교육을 통해 그 의미를 터득한다면
삶이 삶다워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p. 27)
후지와라 신야는 "사람들이 죽음을 금기시하고 은폐하기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과대평가하고,
죽음이 우리 곁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믿으며 산다"고 꿰뚫어봤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하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내일'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며
'오늘'을 함부로 살고
또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는 일이 쉽게 일어나는지 모른다.
나는 영생을 소망하고 천국을 바라보는 신앙인이라고 하면서도
때때로 이 땅에서의 삶이 전부인 듯 생활할 때가 많다.
그렇게 죽음은 늘 남의 일로, 나와는 거리가 먼 일로 착각을 한다.
많은 사람이 죽음 앞에서 "무엇 무엇을 할 걸"이라는 후회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후회는,
"좀 더 많은 돈을 모을걸", "좀 더 출세할걸" 등과 같은 것들이 아니다.
즉, 우리가 삶의 목적으로 삼고 있는 성공이나 성취에 관한 후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하는 후회는
좀 더 용서하고 화해하고, 좀 더 사랑하고 화목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라고 한다.
즉, '관계'에 대한 후회라는 것이다.
나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유언장 작성하기'를 몇 번 해봤다.
'유언장 작성하기'는 삶의 목적과 방향을 재설정해주는 효과가 있다.
끝없는 욕심과 경쟁심에서 나를 놓아주고,
내가 놓아버려야 할 것과 붙잡아야 할 것을 구분하도록 도와준다.
내가 포기해야 할 것과 집중해야 할 일을 구분하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늘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긴장감을 준다.
[잘 살고 잘 죽는 법]은 죽음에 대해 사실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생각하도록 도와주며,
평안히 떠나기 위한 계획들을 세우고 실천하도록 도와준다.
'명사들은 어떻게 죽음을 준비하는가?'를 소개하는 장도 유익하다.
'부록'에서는 사전 유언장 작성 방법, 존엄한 죽음을 위한 선언문,
사전 자서전 만들기 8단계 과정, 가족사명서 만들기, 죽기 전에 준비해야 할 열 가지 등,
웰다잉을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해주고 있다.
휴가를 이용하여 가족이 함께 읽고 직접 유언장을 써서 나누거나,
소그룹을 구성하여 함께 토의하고 실천해보아도 유익할 듯 하다.
경험적으로 볼 때,
삶, 특히 오늘에 대한 건강한 애착,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실천하는 힘은,
아이러니 하게도 죽음에 대한 예의에서 나온다.
마치 이 땅에서 영원히 살 것처럼 기고만장하게 살고 있다면,
나에게 예정된 죽음을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우리는 죽기 위해 태어났다는 말이 있다.
한 번 죽는 것은 예정된 일이고 피해갈 수 없다면, 폼나게 맞이할 각오와 준비를 하면 어떨까.
나의 오늘에 대한 해답에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