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보는 세계 사상사
허윈중 엮음, 전왕록.전혜진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어떤 책은 내용을 떠나서 소장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책이 있다.
시그마북스에서 출간한 [지도로 보는 세계사상사]가 내게 그랬다.
내용을 들춰보기도 전에 이 책을 소장하게 된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책이다.
전공서적처럼 적당히 두껍고, 컬러판으로 구성된 백과사전처럼 책이 산뜻하고 예쁘다.

[지도로 보는 세계사상사]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 서양의 주요 사상의 변천사를
하나의 지도 위에 펼쳐 놓듯, 동시대의 동, 서양 사상을 함께 생각해보도록 구성된 책이다.

어느 분야이든 '사상사' 공부는 뿌리 같은 것이다.
그런데 '사상'이라는 것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데다,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내용도 방대하여,
겉핥기식으로 공부를 해도 쉽게 훑어지지 않는다는 난점이 있다.
시그마북스의 [지도로 보는 세계사상사]는 넓은 대륙에 사는 중국인 저자답게
그 방대한 사상사를 참 시원시원하게 훑어내려갔다.
사상사 관련 서적에서는 중점적으로 다루지 않는 종교의 교리적 흐름까지 다룬다.
학문서적이라기보다는 교양서적으로 읽으면 무난할 듯하다.

한가지 반성하게 되는 것은 우리의 사상사 공부가 서양사 쪽으로 치우쳐 있었다는 것이다.
[지도로 보는 세계사상사]를 읽게 되면,
익숙할 것 같은 동양 사상(중국과 일본 중심이지만)은 오히려 낯이 설고,
상대적으로 연관이 적어 보이는 서양 사상은 오히려 익숙하다.

엉뚱하게도 나는 책을 읽으면서 미래사회 세계사를 주도할 신진세력으로 떠오르는
중국인들이 이렇게 공부하는구나 하는 감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역사와 예술과 학문적으로 콧대가 높은 유럽이나, 
오랫동안 강대국으로 군림해온 미국에 필적한 만한 자부심이 있는 나라 중국.
그들도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며, 
모든 것이 중국을 중심으로 하여 전세계에 퍼져 나간다고 믿어왔다.
고대 문명 발생에서부터 '사상'이라고 하면 유럽에 결코 뒤지지 않는 나라이다.
어마어마한 인구수 자체가 막강한 세력이 되는 중국이
자본주의의 옷을 입자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많은 학자가 지금 중국을 확실하게 잡지 못하면 
우리가 중국의 밥이 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중국의 움직임을 분석한 여러 분야의 보고를 보면,
자본주의 체제로 숨가쁘게 변모하는 중국인들이 '정신'의 중요함 또한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한 선교사님이 전해주신 보고에 따르면,
중국 지도자들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젊은층을 정신적으로 무장시키 위해
기독교적 가르침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지도로 보는 세계사상사]에서도 기독교 교리의 가르침을 거침없이 다룬다.

[지도로 보는 세계사상사]를 읽다 보면, 
다분히 중국 중심(중화)의 시각이라는 의심을 품게 될 것이다.
중국의 것을 중심에 놓고, 동양 중에서는 유일하게 일본을 끼워서 서양의 것과 비교한다.
나름 동양의 중심 중 하나라고 자부하는 우리 입장에서 다소 불쾌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중국인 중심 시각에서 방대한 사상사의 흐름 중에 어느 부분에 더 주안점을 두고 
주목하는지를 눈여겨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지도로 보는 세계사상사]는 여러 모로 호방한 책이고,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면 그저 서양 중심의 학문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에게
일침을 가하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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