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lor 세계를 물들인 색 - 원하는 색을 얻기 위한 인간의 분투
안느 바리숑 지음, 채아인 옮김 / EJONG(이종문화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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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색깔은?" 100문 100답 같은 놀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이다. 세상에는 '색'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다양한' 것을 '선'으로 생각하는 철학 덕분인지 색의 세계는 더욱 풍부해지는 듯하다. 다양성을 지향하지만 또 '색'은 인간의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색깔"을 묻는 질문처럼, 색은 그 사람의 개성을 나타내주는 기호의 하나로 기능한다. 그래서 우리는 스타나 연인은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궁금해 하기도 하고, 같은 색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는 쉽게 소통의 고통분모가 공유되기도 한다.

 

고고학자이자 민속학자인 '안느 바리숑'은 그의 책 <더 컬러>를 통해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색'의 역사를 보여준다. 인간은 그 색을 어떻게 해석하고 상징했는지, 또 인류가 원하는 색을 손에 넣기 위해 어떻게 애를 써 왔는지, 또 그 색은 어떤 쓰임새를 지녔는지 분석한다. <더 컬러>가 다루는 색은 크게 일곱 가지이다. 흰색, 노란색, 빨간색, 보라색, 파란색, 녹색, 갈색과 검정색. 책에서는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지만, 읽다 보면 인류의 역사와 가장 오랜 시간 함께하며 많은 상징을 지닌 색은 흰색, 노란색, 빨란색이라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다.

 

가장 빛나는 흰색은 신성한 색으로 받아들여진다. "생명을 태어나게 하는 온기를 상징"하기도 하고, 종교적인 신성을 상징하기도 해서 다양한 의례와 제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우유를 닮은 흰색은 유목민들에게 "조용한 축복"을 의미하기도 하고, "감사, 존경, 기쁨, 행운, 풍요의 색이자, 악의 시선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긍정적인 가치관을 나타내주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부정적인 의미도 지니고 있다. 병색이 완연함을 의미하기도 하고, 이미 생명의 불이 꺼진 신체의 색이기도 하고, 유령을 떠오르게 하기도 하고, 죽은 이를 위한 애도의 색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에서 흰색은 "산 자와 죽은 자의 만남의 장"(33)이라고 하는데, '흰색' 안 생명(창조)과 죽음이 동시에 투영되어 있음을 본다. 

 

노란색도 마찬가지이다. "빛나는 노랑은 봄에 다시 피어나는 꽃의 색이자 가을 추수의 색이며 황금의 색"으로 풍요로움을 뜻한다. 그러나 "조금만 빛이 바래도 사막의 건조함, 가을의 흉작, 악마의 유황, 쓰디쓴 담즙을 상징"하는 가장 모순적인 색이기도 하다. 노란색은 동양에서 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색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동양에서 노란색은 행복의 색(인도), 황제의 색(중국), 은둔을 상징하는 불교의 색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치 독일에서 유대인을 덮쳤던 노란별의 공포", 축구장에서 심판이 드는 경고의 옐로카드 등 불명예의 색이기도 하다. 노란색의 또다른 특징은 대지와 식물에서 수많은 안료를 구할 수 있을 만큼 풍부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식물에는 다른 것을 노랗게 물들일 수 있는 색소가 있습니다"(59).

 

흰색이나 노란색 만큼 주목해볼 만한 컬러는 대지의 색, 피의 색으로 통하는 빨간색이다. 라틴어로 보면 '붉은 흙으로 만든'이란 뜻을 가진 아담(사람)의 색이기도 하고, 생명의 피, 그리고 죽음의 피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빨간색은 여러 색들 중에서 "힘을 상징하는 바가 가장 큰 색"이라고 한다. "현란하며 매혹적이고 마음을 동요하게 만드는 빨간색은" 남성에게든, 여성에게든, 밀고 당기는 색이며, 유혹적인 색이다. 또 피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주술적인 색, 전쟁의 색이기도 하면서, 권력의 증거가 되는 특권의 색이기도 하다. 빨간색이 이렇게 높은 지위를 갖는 것은 안료를 귀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주 적은 양의 색소라도 수많은 연지벌게 암컷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 염료는 터무니없이 비쌌습니다. 그래서 이 염료로 물들인 옷은 오직 왕족과 고위 귀족만이 손에 넣을 수 있었지요. 오늘날에도 빨간색은 서양에서 명예의 색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명망 있는 인사를 맞이할 때는 레드 카펫을 깔지요"(111).

 

흰색이나 노란색, 빨간색(그리고 갈색과 검정색)에 비해 보라색, 파란색, 녹색은 그 지위가 비교적 낮아보인다. 아이러니한 것은 "자연에는 노란색, 빨간색, 갈색, 검은색의 염료와 안료는 풍부하지만, 파란색을 얻을 수 있는 물질은 조금밖에 존재하지 않"(161)으며, 녹색은 그보다 더 얻기가 힘이 드는데 "그 어떤 식물을 사용해도 자연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녹색은 얻을 수가 없"(191)다고 한다.

 

<더 컬러>는 같은 색도 시대와 문화와 지역에 따라 '운명이 변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불품없고 매력 없는 색이기도 했다가, 왕좌에 군림하는 지위를 얻기도 한다(파란색). 높임을 받았다가 천대를 받기도 하고, 천대받았다가 높은 지위를 얻기도 하는 컬러의 운명과 생명력이 흥미롭다. '컬러'는 그 자체로 '문화적인 코드'이면서, 또 '원초적인 자연'이라는 사실이 새삼 깨달아진다. 웰빙 바람과 함께 '검정' 음식이 건강을 상징하고 있듯이, 컬러가 지닌 상징적 의미도 인간의 변덕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내가 무심코 선택하는 컬러에도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어떤 상징이 투영되어 있을까. <더 컬러>는 설명 방식이 맥락 없어 설명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쉽지만, '그 만큼'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읽는다면, 얻는 것이 더 많을 것 같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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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컨설팅북 - 당일.1박 2일.2박 3일 여행 코스 올가이드 컨설팅북 시리즈
이민학.유은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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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뭐하세요?"라는 질문이 괴로운 사람이다. '별 일 없다'는 대답에 지쳐가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노래처럼 "나는 별 일 없이 산다"는 것을 자랑할 주변도 없다. 별 일 없이 반복되는 무료함을 감출 수 있다면 또 모를까. 남들처럼 알뜰하게 '주말'을 보내고 싶은데 무엇이 문제일까? 쉬는 날이면 늘어지는 습관이 문제일까? 세상으로 뛰쳐나갈 에너지가 부족한 것이 문제일까? 어디로 뛰어나가야 할지 모르는 정보력 부족이 문제일까? 휴일을 보내는 밤마다 '이렇게 살지 말자' 다짐을 반복하면서도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준비'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 여행 자체가 습관이 되지 못한 사람에게는, 여행을 위한 '준비'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여행지를 정하고, 코스를 정하고, 교통편을 알아보고, 맛집 정보를 알아봐야 하는 수고(!)를 즐기지 못하는 것이다. 무작정 떠나자니 막막하고, 준비를 하자니 계획만 세우다 세월 다 간다. <주말여행 컨설팅북>은 바로 그런 '무료한 인생'을 위한 여행 가이드북이라 할 수 있다. 주말여행이 '일상'인 독자들에게는 '참고' 정도의 책이겠지만, '무료한 인생'들에게는 무료함의 감옥으로부터 탈출을 도와주는 '비밀 지도'라고 명명하고 싶다. '컨설팅북'이라는 이름이 제격이다!

 

 

 

 

 

<주말여행 컨설팅북>은 우선 목차가 예술이다. 주말에 가볼 만한 여행지로 총 32코스를 제시한다. 그런데 그것을 지역별로, 계절별로, 테마별로 정리한 후, 다시 "혼자 가도 될 만한 여행, 연인이 가면 좋은 여행, 가족이 함께하면 즐거울 여행"으로 구분해놓았다. 가까운 곳이 첫째 조건이라면 "지역별" 목차를 우선적으로 보면 되고, 계절을 십분 활용한 제철 여행을 원하다면 "계절별" 목차를, 여행의 성격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휴식 여행', '낭만 여행', '트레킹', '드라이브', '교육 여행'으로 세분된 "테마별 여행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도 저도 말고 혼자 가는 여행이냐, 연인과 함께하는 여행이냐, 가족과 함께 가는 여행이냐가 관건이라면, '싱글', '연인', '가족'이라는 구분 단위를 참조하여 지역과 계절, 테마를 확인하면 된다. 우선 내 형편에 맞는 여행지부터 정해져야 비로소 움직일 수 있는 나의 소심함을 어떻게 알았을까! 여행지를 결정하는 나의 최우선 순위는 바로 '혼자 가도 될 만한 여행지'이다. 함께 갈 사람이 없어 나처럼 선뜻 집을 나서지 못하는 소심족에게는 더 없이 반가운 가이드이다.

 

 

 

 

 

무료한 주말로부터의 탈피를 도와주는 주말여행 전문 컨설턴트, 다시 말해 이 책을 만든 이들은 이 책의 최고 장점으로 '동선을 고려한 코스'를 꼽고 있다. "시간과 동선을 고려해 맛집과 숙소를 정하는,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코스를 소개하는 건 처음"(4)이란다. 이러한 작업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하는데, "한 여행지에서 일정이 끝나고 식사를 해야 하는데 다음 여행지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시간과 동선을 배려하고 거기에 맛집 또한 최고여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코스를 위해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을지다 저절로 느껴지는 고백이다. 신뢰감 상승! 이러한 기준과 고민 안에서 탄생한 <주말여행 컨설팅북>의 총 32개의 코스는 "약간 빠뜻하게 느껴질 정도의 일정"이라고 한다. 

 

 

 

 

이상하다! 혼자 가도 될 만한 여행지도 소개되어 있고, 평소 가보고 싶었던 소문이 자자한 여행지도 많은데, 내가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는 바로 강원도 평창 '봉평'이다. 몇 년 전, 가족들과 함께 다녀온 적이 있는 곳인데도 제일 먼저 이곳을 발견하고 덜컥 하고 마음이 움직였다. '연인'을 위한 여행지로 소개되어 있고, 1박 2일 코스로 짜여져 있고, 사시사철 언제 찾아도 실망하지 않는다지만 아직 메밀 꽃 필 무렵도 아닌데, 이곳에 다시 가보고 싶다. 되새김질 하고 싶은 추억이 있어서인가. 강아지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강아지를 데려가도 되는 펜션을 어렵게 찾아 온 가족이 봉평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다. 가는 날부터 비가 내려 우리의 스케줄은 꼬이기 시작했고, 갑자기 불어난 팬션 앞 강물에 강아지가 떠내려가는 아찔한 소동이 있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펜션 안에서 빗소리를 감상하다 돌아온 것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우리에게 아들 강아지를 남기고 하늘 나라에 먼저 가 있는, 그때 떠내려가는 강물 속에 새로 산 슬리퍼를 잃어가며 필사적으로 구해낸 그 녀석과 휴가를 같이 보낸 그곳에 가봐야겠다. 메밀 꽃 필 무렵에! 추억을 만드는 것도 여행이지만, 추억을 되새김질 하는 것도 여행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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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이 전부입니다 - 진 에드워드의 생생한 고백이 깃든 주님과 친밀하게 동행하는 법
진 에드워즈 지음, 최요한 옮김 / 아드폰테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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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날마다 한 시간 이상씩 기도하는 사람은 있는데, 주님과 실제로 동행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모순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며,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우리에게 <세 왕 이야기>를 통해 잘 알려진 기독교 작가 '진 에드워드'는 기도하는 것과 주님을 사귀는 일은 '사뭇 다르다'고 단언한다. "기도에 전념하면서도 주님을 전혀 사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가?"(14)

 

자신을 '영적 실패자'로 부를 만큼 영적 갈증에 시달렸던 진 에드워드는 "분주한 하루 속에서" 주님과 동행하는 법을 찾고자 했다. 그런데 그것은 쉽고 단순한 방법이어야 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글을 모르는 자들, 가난한 자들, 일자무식인 백성"과 함께하시며 그들을 가르치셨다"(25). "그러니 이런 주님을 좇으려면 우리가 찾는 답도 간단해야 한다"는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우리(현대 성도들)가 자주 간과하는 핵심적인 논리에 의해서 말이다. 주님과 동행하는 것, 그것은 "누구나" 가능한 방법이어야 하는 것이다.

 

진 에드워드는 "글을 읽을 줄 몰랐지만 시편을 외워서 기도하는 사람에 관한 글"(31)을 읽고, 주님과 동행하는 첫 돌파구를 찾아내었다고 고백한다. 주님을 만나기 위한 출발점은 조용히 있는 것이었다. 그는 "가만히 있기, 잠잠히 있기, 느릿느릿 걷기", 이 세 가지를 지키며 시편 23편을 암송했다. 그러자 시편을 통해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이 들렸고, 짧은 순간 새로운 영의 세계가 열리는 것을 체험했다고 고백한다. 주님 앞에서 잠잠히,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 관건이다.

 

진 에드워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분주한 일상에서 주님과 동행(사귐)하는 법을 발견하고, 훈련하고, 익혔다. <주님이 전부입니다>가 형식적인 신앙생활에 젖어 있는 성도들에게 던져주는 새로운 인사이트는 사뭇 충격적이다. "무식"한 사람들도 주님과 친밀히 사귈 수 있는 방법이여야 한다는 진 에드워드의 통찰은 "그리스도를 사귀는 일에 관해 그리스도가 하신 말씀은 모두 음식이나 음료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발견해내었다. 그리스도와의 사귐은 곧 "먹는 일"이라는 것이다! "생의 본질은 그리스도를 먹고 마시는 것, 즉 그리스도를 아는"(70) 것이라고 선언한다.

 

"주님을 먹으라는 초청!" 그런데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어떻게 하는 것이 그리스도를 먹는 것일까? 진 에드워드는 이렇게 반응했노라고 설명한다. "나는 내가 먹을 그리스도라는 빵이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내 영혼도 숨을 쉰다는 것을 알았다. 그 후에 나는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일이 중요하다는, 매우 유용한 실마리를 발견했다"(81). 결국, 그리스도는 먹는다는 것은 그분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인데, 핵심은 우리가 주님을 사랑하는 것이다! "관건은 우리가 그분의 이름을 부르는 방법이다"(82). 무엇보다 우리의 영으로 예수님을 뜨겁게 사랑하라고 말한다. 이러한 통찰을 우리 생활에 적용하는 일은 간단하다. 주님의 이름을 부르라. "주....... 예수님....... 사랑합니다." 속삭이듯이 부르라. 숨을 들이쉰 후, 천천히 고백해보라. "주....... 예수님....... 내가...... 주님을...... 사랑합니다." 내면의 속도를 늦추고, 예수님의 이름을 사랑스레, 천천히, 조용히 호흡하며, 부르는 것, 이것이 전부이다! 단, 이렇게 고백할 때, 무엇인가를 구하지 말라. 소원을 빌지 말라. 이것은 기도가 아니라, 그분과의 사귐이니까!

 

사나운 세상과 마주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주님과 친밀하게 동행하는 법을 이야기하는 <주님이 전부입니다>는 대단히 '실제적'이다. '생생생'하다. "그리스도 앞에서 차분히 기다리면서 주님을 사랑하고 주님을 부르고 주님으로 숨 쉬며" 주님을 만나라는 초청이다. 이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는 "간단한 일"이다. 진 에드워드는 "하루에 단 15초만이라도 주님께 집중하라"고 도전한다. 이 15초는 "주님께 소원을 비는 시간"이 아니다. "주님을 사귀는 시간이다. 기도하는 시간이 아니라 주님과 함께하는 시간이다"(101).

 

음식을 먹고 마시듯이, 예수님의 이름을 먹으라는 그의 가르침은 놀라움과 동시에 충격에 가까운 선언이다. 그것은 성경적이지만 교리적인 가르침이 아니며, 신비로운 일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도전이다. 주님과의 사귐이 너무나 생생하여 겁이 날 정도이다. "영혼의 호흡"이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내 영이 실제로 숨을 쉰다는 사실을 전에는 이렇게 정확하게 인지해본 적이 없다. 뭔가 저 높은 곳에 올려두고 '거룩'한 그 무엇으로 바라만 보던 것을, 이 아래 나의 삶의 진창 한복판으로 끌고 내려와 음식을 씹어 삼키듯 주님의 이름을 먹고, 주님의 이름으로 숨을 쉬는 이 '원초적'인 신비로 인하여 내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요란하게 요동치고 있다. 이렇게 가까이 계신 주님이라니!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신지, 예수 그리스도와 사귐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다만, 주님과의 사귐, 그 생생한 체험 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싶은 신자라면, 당장 이 책을 읽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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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2 2 - 혼자 살다 갈 수도 있겠구나… 낢이 사는 이야기
서나래 글.그림 / 씨네21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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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일생, 혼자 살다 갈 수도 있겠구나"(126).

"다만 이렇게 혼자 살다 가더라도

'고양이를 50마리쯤 키우고,

늙고 병들었으며, 정신이 온전치 못하고,

자기 관리도 전혀 하지 않으며,

집에만 은둔하는, 여자 만화가'가 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146).

 

 

 

격한 공감!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한 친구가 자신의 일기장을 선물로 준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보낸 지난 1년 간을 기록한 일기장이었습니다. 정해진 궤도를 맴도는 행성처럼 반복되는 날들이었고, 우리는 그렇게 레일을 벗어나서는 안 되는 기차처럼 '탈선'이 용서되지 않는 같은 모양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벽장에 숨어 있던 비밀통로처럼, 친구의 일기장은 지나온 그 시간 속으로 나를 데리고 갔습니다. 새로울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그 '별 일 없는' 1년을 보내고, 새로운 학년을 맞을 준비로 분주하기만 했었는데, 그 '별 일 없는' 일상이 사실은 더 없이 소중한 시간들이었다는 것을 친구의 일기장을 통해 배웠습니다. 저녁으로 떡볶이를 사먹고 야간자율학습을 위해 다시 교정으로 들어서던 그 고단했던 봄의 어느 날, 그곳에 벚꽃이 흩날리고 있었고, 우리는 서로를 "벚꽃나라 공주님!"이라고 부르며 까르르 웃고 있었습니다. 체육대회 반대표로 남아서 핸드볼 경기를 연습하고 있던 어느 날은 반친구들이 응원의 뜻으로 사 준 아이스크림 하나 때문에 까르르 웃고 있었습니다. 더운 여름날, 우리는 자율학습 중인 교실을 몰래 빠져나와 등나무 아래 앉아 있었는데, 담장 밑에서 들려오는 어떤 노래 때문에 괜히 눈물을 보이기도 했었습니다. 선생님께 첫사랑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던 일도, 쪽지 시험을 본 후 단체 기합을 받았던 일도, 영어 선생님께 배운 팝송을 흥얼거리는 일도, 책상 밑으로 몰려 숨겨놓고 하이틴 로맨스를 읽었던 일도 모두 그 '별 일 없던' 1년에, 그냥 지나쳐온 이야기였고, 그것이 친구의 일기장을 통해 예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낢이 사는 이야기>는 꽤 유명한 웹툰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긴 책입니다. 손에 책을 들고 있으니 남동생이 화들짝 반깁니다. "그거 정말 재밌는데. 재밌지?" 이제 읽기 시작했다고 하는데도 계속 옆에서 확인을 합니다. "재밌지? 재밌지 않아?" 다 읽고 물었습니다. "넌 뭐가 그렇게 재밌었어?" 그랬더니 이렇게 대답을 하네요. "공감이지, 공감! 공감가지 않아?"

 

확실히 그랬습니다. <낢이 사는 이야기>는 '별 일 없는' 일상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격하게' 공감하게 되는 소소한 날들의 기록입니다. 심야 택시를 타게 됐을 때, 괜히 무서운 마음이 들었던 그 날, "보세요, 아저씨. 나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답니다. 없어지면 누가 찾을 거에요. 그러니 부디 나를 안전하게 데려다 주세요"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혼자 '쇼'를 벌이고, '혼자 살겠다'는 이유로 자취 생활을 시작한지 4년 째에 접어든, 만화 그리는 일을 하며 8년째 웹툰을 연재 중인, 생애 첫 흰머리를 동생에게 100원 주고 뽑아달라고 하는 여자 만화가의 일상입니다. 파격적이지 않아서 더 신선하고, 꾸미지 않아서 더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똑같은 이야기도 유난히 재밌게 하는 친구가 있고, 똑같은 경험을 해도 예쁜 의미를 잘 부여하는 친구가 있고, 같이 시간을 보내면 괜히 유쾌해지는 친구가 있습니다. <낢이 사는 이야기>는 그런 친구와의 만남같았습니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내 '별 일 없는' 일상도, '어, 꽤 괜찮은데' 하게 되는, 매일 강아지에게 밥을 주는 것과 같이 별 감흥이 없던 일도 괜히 재밌어지게 만들어주는, 그런 힘이 있습니다. 치유력이 있는 책입니다. 읽는 내내, 투박하지만 유쾌한 '만화'(그림)가 주는 편안함 속에서 편안한 웃음을 웃었고, '어, 나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라며 주인공과 대화를 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주인공에게 나의 문제를 투영해보기도 했습니다. 이 '특별할 것 없는'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집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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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나무 여행 내 마음의 여행 시리즈 2
이유미 글, 송기엽 사진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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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말없이 서 있는 무뚝뚝하지만 고마운 나무, 그저 그렇게만 알았던 나무이지만 겪어 보니 나무만큼 다채롭고 심오하며 따뜻하고 풍성한 존재를 아직 만나지 못한 듯합니다. (...) 우리 곁에 무심히 서 있던 나무들 하나하나를 개성 있고 의미 있는 존재로 바라보고 존중해 주기 시작한다면 장담하건데 나무들은 그 시선의 깊이만큼, 마음의 진실함만큼 다른 세상의 모습으로 다가설 것입니다"(21).

 

 

인간이 살면서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을 흔히 '희로애락'이라고 합니다.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 속에서 사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내 마음의 나무 여행>을 읽고, 또 보면서 내 마음을 가득 채웠던 감정은 "경이로움"이었습니다. 나무의 나고 자람이, 싹이 트고, 새순이 돋고, 꽃이 피고, 열매 맺고, 단풍 들고,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쳐가는 그 모든 과정이 얼마나 놀랍고, 신기한지, 정말 제 마음은 경이로움으로 가득찼습니다. <내 마음의 나무 여행>은 그 경이로운 순간들을 포착하여 책 속에 담았습니다. 정지된 화면 속에서 '자세히' 들여다본 나무의 세계는 '숨 막히다'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놀랍고 신기했습니다.

 

독일 철학자 오토는 피조물이 창조주 앞에 설 때, 느끼는 감정을 '누미노제'라는 말로 담아 내었습니다. 그것은 피조물을 압도하는 어떤 것으로,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무서움이면서, 그러면서도 끌릴 수밖에 없는 매혹적인 것이라고 했는데, 사람을 홀리는 신비로서 외경심을 불러일으키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하여 붙인 이름입니다. 자연을 보며 바로 그런 창조주의 숨결을 느낍니다.

 

<내 마음의 나무 여행>은 생명이 약동한다는 눈부신 3월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4계를 쫓아 나무 여행을 떠납니다. 봄에 처음 세상을 여는 것은 새꽃과 새순입니다. 꽃송이들이 터져 나오고, 자세히 살피편 꽃의 화려함 훨씬 오묘한 새싹들이 말그대로 '터져 나옵니다.' 생명의 힘이란 얼마나 강한 것인지요. 모든 새싹은 흔히 연두색으로 표현되지만, 연두색이라고 다 같은 연두색이 아니며, "봄 숲을 불그레"하게 물들이는 자주빛 새싹들도 있습니다. "가장 연두빛이 선명한 것은 귀롱나무 새순"이라는 것도 배웠습니다. <내 마음의 나무 여행>에는 우리 곁에 가까이 있어 친근하게 생각되는 벚나무, 은행나무에서부터 "이 땅에서만 소중한 생명을 잇는 특산 식물"(아까시나무, 등칡, 찔레꽃, 철쭉, 함박꽃나무, 병꽃나무와 붉은병꽃나무, 모과나무, 덜꿩나무 등)을 친구로 소개해줍니다. 귀하디 귀한 희귀 나무도 만날 수 있고,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습니다.

 

"햇빛을 나눠 쓰며 살아가는 나무들의 삶", <내 마음의 나무 여행>은 우리 민족의 삶도 나무 밑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단군 신화를 보면 환인의 아들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을 연 곳이 바로 태백산 신단수 아래라고 하니, 신화적으로 말하면 우리 민족도 나무 밑에서 시작합니다"(151). 나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그 신선한 공기가 없으면 우리의 숨은 당장 멈추어질 것입니다. 열매뿐만 아니라, 껍질도, 뿌리도, 줄기도, 잎도 인간에게 약이 됩니다. 나무가 주는 또다른 즐거움도 있습니다. "신들이 사는 숲의 나무"라는 명성을 가진 자작나무 숲. <내 마음의 나무 여행>의 글을 쓰신 이유미 선생님은 "이 자작나무 숲에 가면 가슴이 떨려오고 영혼이 맑아질 만큼 아름다움을 느낀다"(227)고 고백합니다. 세상에서 할퀴어진 상처가 절로 아무는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주는 나무 그늘에서" 숨을 쉬며, 그렇게 쉬고 싶어집니다.

 

4계절을 쫓아 떠난 <내 마음의 나무 여행>은 말해줍니다. 이 땅에, 우리가 숨 쉬며 살고 있는 이 터전에 얼마나 많은 생명이 열심히 피어나고, 자라며, 그 굳건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그것을 좀 알고 살자고 말입니다. <내 마음의 나무 여행>은 우리 곁에 가까이 있지만, 무관심한 자는 영원히 알 수 없는 특별한 행복감이었습니다. 지금도 나무는 제 역할에 순응하며 열심히 자라고 있을 겁니다. 그 나무들을 열심히 응원하고 싶습니다. 이 땅에서 더불어 숨쉬고 사는 친구로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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