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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컨설팅북 - 당일.1박 2일.2박 3일 여행 코스 올가이드 ㅣ 컨설팅북 시리즈
이민학.유은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주말에 뭐하세요?"라는 질문이 괴로운 사람이다. '별 일 없다'는 대답에 지쳐가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노래처럼 "나는 별 일 없이 산다"는 것을 자랑할 주변도 없다. 별 일 없이 반복되는 무료함을 감출 수 있다면 또 모를까. 남들처럼 알뜰하게 '주말'을 보내고 싶은데 무엇이 문제일까? 쉬는 날이면 늘어지는 습관이 문제일까? 세상으로 뛰쳐나갈 에너지가 부족한 것이 문제일까? 어디로 뛰어나가야 할지 모르는 정보력 부족이 문제일까? 휴일을 보내는 밤마다 '이렇게 살지 말자' 다짐을 반복하면서도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준비'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 여행 자체가 습관이 되지 못한 사람에게는, 여행을 위한 '준비'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여행지를 정하고, 코스를 정하고, 교통편을 알아보고, 맛집 정보를 알아봐야 하는 수고(!)를 즐기지 못하는 것이다. 무작정 떠나자니 막막하고, 준비를 하자니 계획만 세우다 세월 다 간다. <주말여행 컨설팅북>은 바로 그런 '무료한 인생'을 위한 여행 가이드북이라 할 수 있다. 주말여행이 '일상'인 독자들에게는 '참고' 정도의 책이겠지만, '무료한 인생'들에게는 무료함의 감옥으로부터 탈출을 도와주는 '비밀 지도'라고 명명하고 싶다. '컨설팅북'이라는 이름이 제격이다!

<주말여행 컨설팅북>은 우선 목차가 예술이다. 주말에 가볼 만한 여행지로 총 32코스를 제시한다. 그런데 그것을 지역별로, 계절별로, 테마별로 정리한 후, 다시 "혼자 가도 될 만한 여행, 연인이 가면 좋은 여행, 가족이 함께하면 즐거울 여행"으로 구분해놓았다. 가까운 곳이 첫째 조건이라면 "지역별" 목차를 우선적으로 보면 되고, 계절을 십분 활용한 제철 여행을 원하다면 "계절별" 목차를, 여행의 성격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휴식 여행', '낭만 여행', '트레킹', '드라이브', '교육 여행'으로 세분된 "테마별 여행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도 저도 말고 혼자 가는 여행이냐, 연인과 함께하는 여행이냐, 가족과 함께 가는 여행이냐가 관건이라면, '싱글', '연인', '가족'이라는 구분 단위를 참조하여 지역과 계절, 테마를 확인하면 된다. 우선 내 형편에 맞는 여행지부터 정해져야 비로소 움직일 수 있는 나의 소심함을 어떻게 알았을까! 여행지를 결정하는 나의 최우선 순위는 바로 '혼자 가도 될 만한 여행지'이다. 함께 갈 사람이 없어 나처럼 선뜻 집을 나서지 못하는 소심족에게는 더 없이 반가운 가이드이다.

무료한 주말로부터의 탈피를 도와주는 주말여행 전문 컨설턴트, 다시 말해 이 책을 만든 이들은 이 책의 최고 장점으로 '동선을 고려한 코스'를 꼽고 있다. "시간과 동선을 고려해 맛집과 숙소를 정하는,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코스를 소개하는 건 처음"(4)이란다. 이러한 작업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하는데, "한 여행지에서 일정이 끝나고 식사를 해야 하는데 다음 여행지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시간과 동선을 배려하고 거기에 맛집 또한 최고여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코스를 위해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을지다 저절로 느껴지는 고백이다. 신뢰감 상승! 이러한 기준과 고민 안에서 탄생한 <주말여행 컨설팅북>의 총 32개의 코스는 "약간 빠뜻하게 느껴질 정도의 일정"이라고 한다.

이상하다! 혼자 가도 될 만한 여행지도 소개되어 있고, 평소 가보고 싶었던 소문이 자자한 여행지도 많은데, 내가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는 바로 강원도 평창 '봉평'이다. 몇 년 전, 가족들과 함께 다녀온 적이 있는 곳인데도 제일 먼저 이곳을 발견하고 덜컥 하고 마음이 움직였다. '연인'을 위한 여행지로 소개되어 있고, 1박 2일 코스로 짜여져 있고, 사시사철 언제 찾아도 실망하지 않는다지만 아직 메밀 꽃 필 무렵도 아닌데, 이곳에 다시 가보고 싶다. 되새김질 하고 싶은 추억이 있어서인가. 강아지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강아지를 데려가도 되는 펜션을 어렵게 찾아 온 가족이 봉평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다. 가는 날부터 비가 내려 우리의 스케줄은 꼬이기 시작했고, 갑자기 불어난 팬션 앞 강물에 강아지가 떠내려가는 아찔한 소동이 있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펜션 안에서 빗소리를 감상하다 돌아온 것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우리에게 아들 강아지를 남기고 하늘 나라에 먼저 가 있는, 그때 떠내려가는 강물 속에 새로 산 슬리퍼를 잃어가며 필사적으로 구해낸 그 녀석과 휴가를 같이 보낸 그곳에 가봐야겠다. 메밀 꽃 필 무렵에! 추억을 만드는 것도 여행이지만, 추억을 되새김질 하는 것도 여행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