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나무 여행 내 마음의 여행 시리즈 2
이유미 글, 송기엽 사진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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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저 말없이 서 있는 무뚝뚝하지만 고마운 나무, 그저 그렇게만 알았던 나무이지만 겪어 보니 나무만큼 다채롭고 심오하며 따뜻하고 풍성한 존재를 아직 만나지 못한 듯합니다. (...) 우리 곁에 무심히 서 있던 나무들 하나하나를 개성 있고 의미 있는 존재로 바라보고 존중해 주기 시작한다면 장담하건데 나무들은 그 시선의 깊이만큼, 마음의 진실함만큼 다른 세상의 모습으로 다가설 것입니다"(21).

 

 

인간이 살면서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을 흔히 '희로애락'이라고 합니다.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 속에서 사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내 마음의 나무 여행>을 읽고, 또 보면서 내 마음을 가득 채웠던 감정은 "경이로움"이었습니다. 나무의 나고 자람이, 싹이 트고, 새순이 돋고, 꽃이 피고, 열매 맺고, 단풍 들고,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쳐가는 그 모든 과정이 얼마나 놀랍고, 신기한지, 정말 제 마음은 경이로움으로 가득찼습니다. <내 마음의 나무 여행>은 그 경이로운 순간들을 포착하여 책 속에 담았습니다. 정지된 화면 속에서 '자세히' 들여다본 나무의 세계는 '숨 막히다'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놀랍고 신기했습니다.

 

독일 철학자 오토는 피조물이 창조주 앞에 설 때, 느끼는 감정을 '누미노제'라는 말로 담아 내었습니다. 그것은 피조물을 압도하는 어떤 것으로,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무서움이면서, 그러면서도 끌릴 수밖에 없는 매혹적인 것이라고 했는데, 사람을 홀리는 신비로서 외경심을 불러일으키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하여 붙인 이름입니다. 자연을 보며 바로 그런 창조주의 숨결을 느낍니다.

 

<내 마음의 나무 여행>은 생명이 약동한다는 눈부신 3월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4계를 쫓아 나무 여행을 떠납니다. 봄에 처음 세상을 여는 것은 새꽃과 새순입니다. 꽃송이들이 터져 나오고, 자세히 살피편 꽃의 화려함 훨씬 오묘한 새싹들이 말그대로 '터져 나옵니다.' 생명의 힘이란 얼마나 강한 것인지요. 모든 새싹은 흔히 연두색으로 표현되지만, 연두색이라고 다 같은 연두색이 아니며, "봄 숲을 불그레"하게 물들이는 자주빛 새싹들도 있습니다. "가장 연두빛이 선명한 것은 귀롱나무 새순"이라는 것도 배웠습니다. <내 마음의 나무 여행>에는 우리 곁에 가까이 있어 친근하게 생각되는 벚나무, 은행나무에서부터 "이 땅에서만 소중한 생명을 잇는 특산 식물"(아까시나무, 등칡, 찔레꽃, 철쭉, 함박꽃나무, 병꽃나무와 붉은병꽃나무, 모과나무, 덜꿩나무 등)을 친구로 소개해줍니다. 귀하디 귀한 희귀 나무도 만날 수 있고,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습니다.

 

"햇빛을 나눠 쓰며 살아가는 나무들의 삶", <내 마음의 나무 여행>은 우리 민족의 삶도 나무 밑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단군 신화를 보면 환인의 아들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을 연 곳이 바로 태백산 신단수 아래라고 하니, 신화적으로 말하면 우리 민족도 나무 밑에서 시작합니다"(151). 나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그 신선한 공기가 없으면 우리의 숨은 당장 멈추어질 것입니다. 열매뿐만 아니라, 껍질도, 뿌리도, 줄기도, 잎도 인간에게 약이 됩니다. 나무가 주는 또다른 즐거움도 있습니다. "신들이 사는 숲의 나무"라는 명성을 가진 자작나무 숲. <내 마음의 나무 여행>의 글을 쓰신 이유미 선생님은 "이 자작나무 숲에 가면 가슴이 떨려오고 영혼이 맑아질 만큼 아름다움을 느낀다"(227)고 고백합니다. 세상에서 할퀴어진 상처가 절로 아무는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주는 나무 그늘에서" 숨을 쉬며, 그렇게 쉬고 싶어집니다.

 

4계절을 쫓아 떠난 <내 마음의 나무 여행>은 말해줍니다. 이 땅에, 우리가 숨 쉬며 살고 있는 이 터전에 얼마나 많은 생명이 열심히 피어나고, 자라며, 그 굳건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그것을 좀 알고 살자고 말입니다. <내 마음의 나무 여행>은 우리 곁에 가까이 있지만, 무관심한 자는 영원히 알 수 없는 특별한 행복감이었습니다. 지금도 나무는 제 역할에 순응하며 열심히 자라고 있을 겁니다. 그 나무들을 열심히 응원하고 싶습니다. 이 땅에서 더불어 숨쉬고 사는 친구로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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