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라는 별명을 가진 그녀를 한 번도 만나본 적은 없다. 사실, 그녀의 이름도 모른다. 수연이가 한두 번 언급했겠지만 아마 흘려들었을 것이다. - P197

자주 만나다 보니 사소한 문제가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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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할 말이 없다는 것. - P206

그때 혜성처럼 등장한 구원투수가 있었으니, 그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저기, 우리 학원에 저랑 동갑인 선생님이 있는데요… 마르지 않는 가십의 유전, 입방아의 순교자, 마리아의 탄생 설화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P207

집에 돌아와 동아리 소식통을 자처하는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재작년인가, 녀석이 방송국으로 찾아와 함께 술을 마신 적이 있었다. 만나자마자 브리핑하듯 사람들 소식을 일일이 전해주었는데, 그중 여자 후배의 스캔들 하나가 끼어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게 수연이였다. - P215

마리아 한 번 만나보고 싶다.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무심코 나온 말이었다. 수연이가 두 손을 입에 붙인 채 눈을 똥그렇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오빠가 왜요? 왜는, 하도 얘기를 많이 들었더니 궁금해서 그러지. 오빠가 걔를 왜 만나요? 따지듯이 들이미는 목소리에 가시가 돋쳐 있었다. - P222

파혼. 어감으로는 ‘이혼’보다 더 파탄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물론 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서류상으로나, 이혼이 훨씬 세다. 이혼이 파혼의 등을 두드려주며 말한다. 용기를 내. 너도 할 수 있어.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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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이제 휴대폰을 포괄해야 한다면 우리는 본질적으로 생물과 기술이 부분적으로 결합된 사이보그라고 할 수 있다. - P15

뇌의 기능을 대신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마트폰에 담긴 데이터는 우리 머리 안에 있는 정보와 동등하게 취급되어야 한다. 따라서 법이 정신적 프라이버시의 보호를 목표로 한다면 우리 뇌와 같이 사이보그 해부학에도 동일한 보호를 제공하기 위해 법의 경계를 넓혀야 한다. - P16

아인슈타인의 신은 무한히 우월하지만 비인격적이고, 무형적이고 미묘하지만 악의적이지 않다. 또한 아인슈타인은 확고한 결정론자였다. 그는 신의 ‘법칙적 조화‘가 인과관계의 물리적 원리를 엄격하게 고수하면서 우주 전체에 확립된다고 봤다. 따라서 아인슈타인의 철학에는 자유 의지가 들어갈 여지가 없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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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챙에 뾰족한 고깔모자, 짧은 어깨망토, 앙증맞은 빗자루. 요즘 거리에 나가보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패션 아이템들이다. - P159

마녀와 인간은 왜 오랜 시간이토록 기형적인 공존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그 대답은 ‘마녀사냥‘이라 불리는 역사적 사건과 그로 인한 마녀의 스테레오타입 형성 과정에서 찾을수 있다. - P162

마녀는 신들의 선의가 인간세계 구석구석까지 미칠 수 있도록 충실한 가교 역할을 했던 것이다. - P170

인간과 마녀의 신뢰는 이미 돌이킬 수없는 파탄에 이르렀으며, 이참에 마녀들도 신과 인간 양쪽으로부터 독립하여 독자적인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 P180

마녀에 대한 왜곡된 편견은 시골 촌부들 사이에서 풍문으로만 전해진 것이 아니었다. 교회와 국가 사법기관이 앞장서서 퍼뜨린 공인된 환상이었다. - P187

지나간 사실은 시간 속에 마모되어 사라지지만, 한 번 형성된 환상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 - P192

중세 말의 그때처럼 명분도 없는 전쟁이 빈발할 때, 원인 모를 질병과 자연재해가 덮칠 때, 사회가 불안하고 시기와 차별이 만연할때, 그들은 또다시 희생양을 찾기 시작할 것이다. 처음보다 두번째가 쉬운 법. 제2의 마녀사냥이 시작된다면, 이번 사냥감은 그들이 길들여놓은 진짜 마녀, 바로 우리가 될 것이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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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거미줄처럼 조각난 거울이 타일 벽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어요. 수십 개의 눈동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가운데 움푹 팬 곳엔 동그랗게 핏자국이 말라붙었더군요. - P119

옆에서 형사가 부축을 해주며 나직하게 속삭이더군요. 제가 그 남자의 목을 잡고 거울에 밀어붙인 채… 사정없이 멍키스패너를 휘둘렀다고. 머리를 빈 맥주캔처럼 우그러뜨려놓았다고. 이 손으로 말이죠. - P119

어디까지 했죠? … 아, 명함 지갑. 그 28만 원짜리 가죽 쪼가리를 다시 진열대에 올려놓는데, 문득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겁니다. 훔쳐! 분명제 가슴 밑바닥 어딘가, 휑한 지하실 같은 곳에서 울리는 소리였어요. - P124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다중인격. 그건 꽤 편리한 시스템이었습니다. 카드 명세서를 확인할 때마다 뒷골이 쑤셨지만 톰을 끊을 수가 없었어요. 톰은 활력이 넘쳤으니까. - P132

신체적인 변화보다 더 기이한 일이 제게 벌어지고 있었어요. 제리가 나타난 겁니다. - P134

톰과 제리, 그리고 나. 우리 세 사람은 한동안 기묘한 동거를 계속했습니다. 거칠고 제멋대로인 한량이 되어 신나게 즐기고, 소심한 자폐증 예술가가 되어 자기만의 세계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저는 사회생활을 책임지며 그들을 아우르고 각자가 원하는 대로 지내면서 그 모든 걸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 P141

겁내지 마, 친구, 분노야말로 순수하고 인간적이지. 자신이 누구인지 가장 잘 알게 해주거든.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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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왓슨
이곳 사우스시에 내려온 이후 자네에게 처음 편지를 쓰는 것 같군. 우리의 우정은 나의 무심함을 참아주는 자네의 비범한 인내심에 늘 신세를 지고 있다네. - P49

왓슨, 자네는 그동안 내 사소한 경험들을 끈기 있게 기록하고 발표해 주었네. 하지만 홈즈를 깊은 권태의 수렁에서 건져낸 이 사건이 빠진다면, 작은 성취를 모은 그 사건 기록부도 불완전한 것이 될 걸세. 그럼 자네의 작업을 위해 이곳에서 벌어진 일을 사실에 입각하여 상세하게 설명하겠네. - P52

정갈하게 손질되어 있었지. 벽난로 앞 고풍스런 장미목 책상에 우람한 사내가 고개를 처박고 쓰러져 있더군. 목 우측의 벌어진 상처에서 흘러내린 피가 책상 위에 흥건했다네.
"경위, 이 남자에 대해 조사는 했습니까?"
"조사요? 그런 건 필요 없습니다. 사건이 알려지면 런던 시내가 발칵 뒤집어질 겁니다. 홈즈 선생님, 놀라지 마십시오. 이분은 바로 아서 코넌 도일 경입니다." - P56

내가 늘 말하지 않았나. 여러 가지 추론 중에서 불가능한 것을 빼고 남는 것이, 비록 아무리 그럴듯하지 않더라도, 진실일세. - P64

다행히 도일 경은 쓸 만한 단서를 하나 남겨주었어. 그는 새로운 소설을 통해 자기가 죽인 그 유명한 탐정을 다시 살려내려는 순간에 살해당한 것처럼 현장을 꾸몄지. 그렇다면 그 탐정이 부활하는 것을 극렬히 반대하는 살인 용의자, 그게 바로 자기자신이라는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 P71

도일 경이 탐정소설 작가로서 자존심을 걸고 미스터리를 만들었다면, 나는 현실 세계 최고 탐정으로서 자존심을 걸고 그걸 풀고 싶었네. 그게 나를 향해 마지막 유언을 남긴 탁월한 식견에 대한 예의 아니겠나. - P75

일종의 자신이 만든 환상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침몰한 도일 경과 자신을 매혹시킬 현실에 목말라 환각제에 의지한 나. 이 양극단의 고뇌는 어딘가 닮아 있지 않나? - P79

그래, 이렇게 생각을 해보자. 내 안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삶이 공존한다. 내가 선택한 삶과 선택하지 않은 삶. - P83

이현정? 그런 사람이 있었다고?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갈라졌다. 지영 선배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화연아, 네가 어떻게… 현정이를 모르니?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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