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왓슨
이곳 사우스시에 내려온 이후 자네에게 처음 편지를 쓰는 것 같군. 우리의 우정은 나의 무심함을 참아주는 자네의 비범한 인내심에 늘 신세를 지고 있다네. - P49

왓슨, 자네는 그동안 내 사소한 경험들을 끈기 있게 기록하고 발표해 주었네. 하지만 홈즈를 깊은 권태의 수렁에서 건져낸 이 사건이 빠진다면, 작은 성취를 모은 그 사건 기록부도 불완전한 것이 될 걸세. 그럼 자네의 작업을 위해 이곳에서 벌어진 일을 사실에 입각하여 상세하게 설명하겠네. - P52

정갈하게 손질되어 있었지. 벽난로 앞 고풍스런 장미목 책상에 우람한 사내가 고개를 처박고 쓰러져 있더군. 목 우측의 벌어진 상처에서 흘러내린 피가 책상 위에 흥건했다네.
"경위, 이 남자에 대해 조사는 했습니까?"
"조사요? 그런 건 필요 없습니다. 사건이 알려지면 런던 시내가 발칵 뒤집어질 겁니다. 홈즈 선생님, 놀라지 마십시오. 이분은 바로 아서 코넌 도일 경입니다." - P56

내가 늘 말하지 않았나. 여러 가지 추론 중에서 불가능한 것을 빼고 남는 것이, 비록 아무리 그럴듯하지 않더라도, 진실일세. - P64

다행히 도일 경은 쓸 만한 단서를 하나 남겨주었어. 그는 새로운 소설을 통해 자기가 죽인 그 유명한 탐정을 다시 살려내려는 순간에 살해당한 것처럼 현장을 꾸몄지. 그렇다면 그 탐정이 부활하는 것을 극렬히 반대하는 살인 용의자, 그게 바로 자기자신이라는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 P71

도일 경이 탐정소설 작가로서 자존심을 걸고 미스터리를 만들었다면, 나는 현실 세계 최고 탐정으로서 자존심을 걸고 그걸 풀고 싶었네. 그게 나를 향해 마지막 유언을 남긴 탁월한 식견에 대한 예의 아니겠나. - P75

일종의 자신이 만든 환상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침몰한 도일 경과 자신을 매혹시킬 현실에 목말라 환각제에 의지한 나. 이 양극단의 고뇌는 어딘가 닮아 있지 않나? - P79

그래, 이렇게 생각을 해보자. 내 안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삶이 공존한다. 내가 선택한 삶과 선택하지 않은 삶. - P83

이현정? 그런 사람이 있었다고?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갈라졌다. 지영 선배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화연아, 네가 어떻게… 현정이를 모르니?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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