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거미줄처럼 조각난 거울이 타일 벽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어요. 수십 개의 눈동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가운데 움푹 팬 곳엔 동그랗게 핏자국이 말라붙었더군요. - P119
옆에서 형사가 부축을 해주며 나직하게 속삭이더군요. 제가 그 남자의 목을 잡고 거울에 밀어붙인 채… 사정없이 멍키스패너를 휘둘렀다고. 머리를 빈 맥주캔처럼 우그러뜨려놓았다고. 이 손으로 말이죠. - P119
어디까지 했죠? … 아, 명함 지갑. 그 28만 원짜리 가죽 쪼가리를 다시 진열대에 올려놓는데, 문득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겁니다. 훔쳐! 분명제 가슴 밑바닥 어딘가, 휑한 지하실 같은 곳에서 울리는 소리였어요. - P124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다중인격. 그건 꽤 편리한 시스템이었습니다. 카드 명세서를 확인할 때마다 뒷골이 쑤셨지만 톰을 끊을 수가 없었어요. 톰은 활력이 넘쳤으니까. - P132
신체적인 변화보다 더 기이한 일이 제게 벌어지고 있었어요. 제리가 나타난 겁니다. - P134
톰과 제리, 그리고 나. 우리 세 사람은 한동안 기묘한 동거를 계속했습니다. 거칠고 제멋대로인 한량이 되어 신나게 즐기고, 소심한 자폐증 예술가가 되어 자기만의 세계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저는 사회생활을 책임지며 그들을 아우르고 각자가 원하는 대로 지내면서 그 모든 걸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 P141
겁내지 마, 친구, 분노야말로 순수하고 인간적이지. 자신이 누구인지 가장 잘 알게 해주거든.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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