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달 - 국악 프로젝트 판소리 춘향가
두번째달 (2nd Moon) 연주 / 유어썸머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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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rean Music ]

판소리와 켈트음악의 만남. 퓨젼음악의 새로운 역사를 쓰다.

춘향가

두번째 달

 


음반 ​: 국악 프로젝트 판소리 춘향가

연주자

현보 : 일리언 파이프, 아이리쉬 휘슬, 만돌린, 어쿠스틱 기타, 테너 밴조, 하모니카, 보드란, 코러스

박진우 : 전자 베이스, 콘트라베이스, 코러스

이영훈 : 전자 기타, 어쿠스틱 기타, 나일론 기타, 만돌린, 코러스

최진경 : 피아노, 아코디언, 코러스

백선열 : 드럼, 퍼커션, 코러스

조윤정 : 바이올린, 비올라, 코러스

- 이상 두번째 달

김준수 : 소리, 코러스

영열 : 소리, 소리북, 코러스

발매일 : 2016년

레이블 : Windmill ENT.

수록곡

1. 적성가

2. 만첩청산

3. 사랑가

4. 이별가

5. 신연맞어

6. 군로사령

7. 돈타령

8. 쑥대머리

9. 좌우도로

10. 농부가

11. 어사상봉

12. 귀곡성

13. 어사출두

14. 더질더질


'두번째 달'의 새로운 앨범은 사실상 거의 포기상태였다. 사실상 제대로 활동을 하지 않고 있었고, 가끔 들려 오는 소식을 들으면 실망스러운 소식뿐이었다. 첫 앨범이 나왔을 때부터 두번째 달의 팬이었고 그 이름을 달고 나온 거의 모든 앨범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참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갑자기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라는 정규 2집 앨범을 들고 나타났을 때는 정말 기뻤다. 오랫동안 기다려 온만큼 충분히 만족할만한 음악을 들고 나왔다. 

 

 두번째 달의 두번째 앨범.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 2015년, 무려 9년만에 나왔다. 이번 춘향가에 수록곡 중에 하나인 '사랑가'가 담겨 있다.

 

 

그런데 앨범의 중간에 좀 특이한 곡이 하나 있었다. 젊은 국악인인 이봉근씨와 함께 연주한 '춘향가'였다. 참 특이한 곡이었다. '이리 오너라~'라고 시작하는 춘향가의 가장 유명한 곡 중의 하나인 '춘향가'를 정통국악인인 이봉근씨와 사실상 국악과는 전혀 상관없이 (내가 생각하기로는) '켈틱음악을 버무려서 재즈라는 양념을 치고서는 전혀 뜬금없는 그들만의 유니크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밴드'인 '두번째 달'이 만나서 만들어 낸 것이다. 게다가 공연장에서 그들의 공연으 보는데 기존에 있었던 곡인 '얼음 연못(혹은 외눈박이 소녀의 이야기)'을 반주로하는 '이별가'까지 공연장에서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2015년에 '춘향가'를 연주하는 새로운 앨범을 낼 것이라는 소식까지 들었다. (결국 그 계획은 한 해를 넘기고 말았다.) 그리고 '춘향가'는 지금도 두번째 앨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두번째 달의 멤버들. 가운데 부채를 들고 있는 두 사람이 아마도 창자인 김준수와 고영열인 듯.

 

판소리와 외국의 음악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그동안 숱하게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판소리의 그 특유한 느낌을 서양의 악기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통은 '서양 악기로 판소리의 분위기를 내는 방식'이 아니면 '판소리를 서양화성에 맞춰서 편곡하는 방식'을 많이 써왔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다가 이런 시도는 대부분 이벤트 형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음악적 성과가 다음 음악적 성과로 이루어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두번째 달'의 이번 앨범 '춘향가'는 분명히 위의 내용과는 좀 다르다.


우선, 억지로 본연의 색깔을 지우면서 섞으려는 시도가 없다. 판소리 창자는 자신의 판소리를 그대로 부른다. 조금 박자를 세고 있는 것같은 느낌이 안드는 것은 아니지만 판소리의 기본에서 떠나서 노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가 하면 '두번째 달'의 연주 역시 그냥 평소 그들의 연주다. 첫 곡의 시작을 듣고 있다 보면 판소리가 나올 때까지 이게 판소리와 함께 연주된 곡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음반 전체를 듣는 동안 이런 느낌이 계속되는데, 그저 판소리는 판소리대로 연주는 연주대로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각자의 특성이 그대로 살아나는 연주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처음 2집의 '춘향가'를 들었을 때도 그랬고, 이별가를 들을 때도 느꼈었던 것인데 앨범에서는 더 도드라지는 것 같다. 나는 이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이렇게 전혀 다른 두 개의 음악이 이질감이 없이 섞이면서도 자신의 색깔을 잃어 버리지 않으면서 연주를 할 수 있을까? 정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자신의 색깔을 잃어버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만약 이 앨범에서 창자의 노래가 빠져도 충분히 훌륭한 하나의 음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그만큼 서로서로 완성도가 있는 음악을 하는 가운데 하나로 합쳐진 것이 이 음반의 가장 멋진 점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이런 시도를 그저 공연 한 번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음반으로 남겨 놓았다는 것 또한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있었던 많은 퓨젼의 시도들이 일회성으로 끝나 버려서 다음에 시도하는 사람에게 발전의 발판이 되지 못한 반면에 '두번째 달'의 이번 시도는 분명히 판소리로 대표되는 국악과 다른 음악의 접목에 좋은 교사가 될 것같다. 


앨범의 구성은 춘향가의 여러 대목들 중에서 뽑아 시간 순서로 늘어 놓았다. 그런데 사실 좀 안타까운 것은 내가 판소리에 대한 조예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원래 판소리가 어떻게 변용이 되었는지를 모르는 것이다. 사실 위에 이런저런 얘기를 써 놓기는 했지만 춘향가를 제대로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 좀 경솔한게 아닌가 싶기는 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앨범을 계기로 한번은 춘향가 판소리 완창을 한 번 관람하든지 음반을 사서 들어 보고자 하는 생각은 들었다. 


앞부분(1~5번 트랙)은 굉장히 듣기 좋다. 중간부분이라고 부족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역시 귀에 쏙 박히는 부분은 앞의 곡들인 것 같다. 가사를 잘 더듬으면서 들으면 재미있게 들을 수 있다. 그러다가 어사출두를 하는 장면에서는 또 신나게 들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트랙은 이전 앨범부터 좋아했던 3번 사랑가와, 애절함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4번 이별가, 신나게 휘몰아치는 13번 트랙인 어사출두이다.

 

 

요새 '두번째 달'이 이 음반을 주제로 해서 활발하게 공연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올해는 작년보다 더 바빠서 도저히 공연을 보러 갈 시간을 뺄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당분간은 그저 음반이나 돌려 들으면서 만족하고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새로운 앨범이 나온 김에 이 앨범 뿐만 아니라 그동안 나온 앨범을 모두 다시 한 번 들어 보고 있다.


'두번째 달'이 다시 활동을 하게 되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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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음악가 - 낭만시대의 한가운데서 음악의 글 1
슈만 (Robert Schumann) 지음, 이기숙 옮김 / 포노(PHONO)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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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평론가로 변신한 손가락을 다친 피아니스트.

슈만은 정말 다재다능한 사람이었나 보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로서 가곡과 교향곡, 실내악에서 뛰어난 작품을 쏟아낸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작곡가의 길을 걷기 전에 이미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다. 만약에 무리한 연습으로 인한 손가락 부상만 아니었으면 작곡가보다는 연주자로 당대에 더 유명했을지도 모른다. 슈만이 손가락을 잃은 것은 속주를 위해 모래주머니를 손가락에 걸고 연습을 했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피아노 연습을 돕는 기계를 무리하게 사용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어쨌든 연주자로서는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이었지만, 그 부상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즐겨 듣는 그의 음악들은 탄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 슈만에게는 출판업자이면서 집필가이기도 했던 아버지의 재능까지 물려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 '음악과 음악가'는 음악가 슈만과 작가 슈만이 함께 당대의 음악과 음악가들에 대한 비평을 모아 놓은 글이다.

 

로베르트 슈만 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 ~1856 독일의 낭만주의 작곡가, 피아노 음악, 가곡, 관현악곡으로 유명하다.

다비드 동맹을 통한 문학적인 음악 비평

음악이나 소설, 시사에 대한 오래된 비평을 읽다 보면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글쓴 사람의 의견을 드러내는 경우가 간혹 있다. 슈만은 '음악신보'라는 음악 평론지를 통해서 다비드 동맹이라는 가상의 음악평론가 집단을 만들고 개성이 다른 세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서 당대의 음악을 평가하고 있다. 그러니까, 활발한 성격이면서 격정적으로 평론을 하는 '플로레스탁', 이성적이면서 짧게 핵심을 찌르는 '오이제비우스', 슈만의 스승인 프리드리히 비크를 형상화한 '라로 선생' 등,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제인물이 아니라 평론이라는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다. 그런 글쓰기 방식 자체가 흥미롭기도 하고 하나의 음악을 가지고도 각기의 인물들이 다른 평가를 하는 것도 재미있다.

천재를 사모했던 슈만

맨 처음에 나오는 글이 '쇼팽'의 '작품2'에 대한 찬사로 시작을 한다. '여러분, 모자를 벗으세요. 천재예요.'라는 유명한 말이 들어간 평론으로부터 시작해서 슈만은 계속해서 천재와 수재의 차이점에 대해서 강조를 한다. 아마도 일반적인 사람들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끊임없이 천재를 찾아내고 소개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재능만을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 창작자의 삶이 음악 속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할만큼 인격까지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클라라 슈만 Clara Schumann 1819 ~ 1896 슈만하면 떠오르는 그의 부인. 슈만의 스승의 딸로 결혼전의 이름은 Clara Josephine Wieck이다.

 

전설이 된 음악가들이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

이 책은 음악평론집이기 때문에 원래는 딱히 재미가 있을 책이 아니다. 하지만 슈만은 역시 글을 쓰는데도 뛰어난 소질을 지녀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중간중간 위트있는 문장들도 있고 당시의 상황을 짧게짧게 소개하는 글들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지금은 전설이 된 쇼팽, 멘델스존, 리스트같은 작곡가들의 음악이 처음 나왔을 때 그들을 평가하는 평론을 읽는 것도 흥미롭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지적인 우월감으로 독자들에게 훈계하듯이 가르치는 모습은 조금 불편하기도 한데, 워낙 거장이니 그러려니 하고 읽을 수밖에 없다. 책 전체를 통틀어 낭만주의 시작이라고 할만한 베토벤의 영향력이 물씬 풍기고 있어서 당시 음악계의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다.

사실 이 책은 음악을 찾아 들으면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모든 곡을 다 찾아 들으면서 듣고 싶었지만 나중에 천천히 들으면서 하나씩 다시 읽어 보려 생각중이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연주자에 대한 평은 거의 없고 대개 작곡가에 대한 평에 맞추어져 있다. 지금은 작곡가보다는 연주자에 평론이 집중되는 것과는 많이 다른 점이다. (지금은 클래식 뿐만 아니라 가요도 작곡가에 대해 평을 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인 것 같다. 읽고 있으면 부제처럼 마치 내가 낭만주의 음악시대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읽으면서 요새 고민하는 것과 맞닿는 말이 있어서 적어 놓겠다.

아류의 불행은 원작의 돌출된 특징만 따올 뿐 본연의 아름다움은 저도 모르는 두려움 때문에 모방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 오이제비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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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해야할 클래식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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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몬테베르디 : 성모 마리아의 저녁기도
안드레아스 숄 (Andreas Scholl) 노래 / Harmonia Mundi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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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노트 - 가장 순수한 음악 거장이 만난 거장 1
앙드레 지드 지음, 임희근 옮김 / 포노(PHONO)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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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 났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책 중에 피아노의 숲이라는 일본 만화가 있다. 숲의 가장자리라는 창녀촌에서 태어난 카이라는 소년이 숲에 버려진 피아노를 어렸을 때부터 장난삼아 치다가 소스케라는 인생의 스승을 만나 폴란드의 쇼팽콩쿨에 도전하는 내용이다. 얼마전에 카이는 감동적으로 쇼팽콩쿨에서 우승을 했고 이제 만화는 거의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은 아직까지 쇼팽콩쿨에서 우승자를 내지 못한 일본 입장에서는 판타지 만화다 다름이 없다. 그리고 쇼팽콩쿨 우승자가 없기는 그동안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정말 만화같은 일이 일어났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 콩쿨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5년에 한 번 개최되는 쇼팽콩쿨에서 우승한다는 것은 김연아가 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우승한 것에 비견될만큼 대단한 일이다. 그리고 순식간에 우리나라에서는 조성진 뿐만 아니라 쇼팽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높아졌다.

 

우리나라 최초로 쇼팽콩쿨에서 우승한 조성진. 쇼팽콩쿨은 차이코프스키 콩쿨, 퀸엘리자베스 콩쿨과 더불어 세계 3대 콩쿨이라고 한다.

 

좁은 문의 작가, 세계적인 대문호 앙드레 지드

앙드레 지드는 유명한 프랑스의 대문호이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좁은 문인데,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중학교 때라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소설 첫머리에 주인공의 숙모가 장례식장에 빨간 옷을 입고 나타나서 그걸 본 조문객들이 쑥덕대는 장면이 인상이 깊다. 겨우겨우 기억속에서 끄집어 낸 앙드레 지드의 기억은 안타깝게도 이것 뿐이다. 그리고 이 책 쇼팽노트는 앙드레 지드가 쇼팽에 대해서 음악잡지인 르뷔 뮤지칼이라는 음악잡지의 1931년 12월호에 기고한 글로부터 시작한다. 책을 읽어 보면 알 수 있듯이 앙드레 지드는 꽤 실력이 좋은 아마츄어 피아니스트였다고 한다.

 

앙드레 지드 Andre(-Paul-Guillaume) Gide (1869~1951). 프랑스의 작가이자 인도주의자. 아버지는 일찍 죽고, 독실하고 엄한 어머니 밑에서 교육을 받았다. 초기에 상징주의 미학이론의 영향을 받아 나르시스 단장, 위리앵의 여행, 연인들의 시도 등의 작품을 썼다. 배덕자, 좁은 문, 전원교향악의 대표작이 있으며, 작품은 대부분 1인칭 시점의 고백 형식으로 썼다. 1900년대부터는 문학비평가로 활동을 했으며, 1947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쇼팽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찬 지드

처음 나오는 기고문에서 지드는 쇼팽의 곡을 연주하는 방식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다. 지드는 쇼팽의 곡을 연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교가 아닌 쇼팽의 정신을 찾아서 연주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데, 아마도 당시에는 쇼팽의 곡을 빨리 정확하게 치는 것이 좋은 연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나 보다. 특히 즉흥곡의 형식을 띠고 있는 쇼팽의 곡들을 마치 완벽하게 작곡한 곡처럼 연주하지 말고 불안함을 더 잘 표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저 단순한 에세이일 뿐만 아니라 음악적인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서 악보까지 동원한 것을 보면 지드는 꽤나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쇼팽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려고 하고 있다.

 

프레데릭 쇼팽 Frederic Chopin (1810~1849) 폴란드 태생의 프랑스 작곡가, 피아니스트. 피아노의 시인으로 불리운다. 피아노 협주곡과 55곡의 마주르카, 13곡의 폴로네즈, 24곡의 전주곡 등 피아노 소품으로 유명하다.

 

대문호의 일기를 훔쳐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2번째 부분은 지드의 일기 중에서 음악에 관해 쓴 부분을 발췌했는데, 30대에서 60대까지의 쇼팽과 음악에 관해 지드의 감상이나 사소한 주변의 일들이다. 그 중에 1931년 12월 18일 일기를 보면 앞의 기고문을 쓰고 나서 후회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도 슈만에 대해서 혹평을 했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었던 것 같다. 일기를 보면 정말 평생에 걸쳐서 지드는 쇼팽에 대해서 애정을 듬뿍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1932년과 1933년의 일기를 보면 자신의 기고문에 대해서 썩 좋지 않은 평을 했던 음악평론가인 쉬아레스에 대해서 불평하는 장면이 나온다. 참 뒤끝있는 대문호다. 그 후로 세번째 부분에는 기고문과 관련된 지드와 다른 사람들의 글이 실려 있다. 거기에는 기고문을 비평하는 글과 기고문에 언급된 사람의 일종의 변명, 그리고 쇼팽의 편지 등이 담겨 있다.


일종의 미시사를 경험할 수 있는 책

도대체 이 책의 의의는 뭘까? 어떻게 보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같은 음악평론 한 편과 그에 관련된 글을 읽는다는 건 정말 새로운 경험이다. 특히 요새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미시사의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은 더할나위없이 재미있는 책이다. 이전에 미시사에 관한 책은 마르땡 기어의 귀환이라든지, 치즈와 구더기, 시인을 체포하라, 또 우리나라 책으로는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같은 책들을 읽었는데 하나같이 시시콜콜한 내용을 토대로 해서 당시의 잘 알려지지 않은 사회상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 재미를 볼 수 있었다. 앙드레 지드 정도 되는 대문호라면 그 정도의 사소한 사건은 아니지만 이 책의 문서들 자체가 역사적으로 사실 크게 중요한 문서들은 아니다. 하지만 그 문서들을 통해서 지드의 쇼팽에 대한 생각이나 지드의 성격, 그 글로 인해서 파생되었던 당시의 문화계를 엿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대문호를 일종의 미시사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읽다보면 흥미진진하다

이 책은 그냥 지드의 평론과 관련 문서로 생각하고 읽으면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지드가 소팽에 대한 평가를 기고문으로 작성하고, 그 후에 그와 연관된 일상과 지드의 감정이 드러나 있는 일기를 보고, 이후에 어떤 사람은 지드에게 변명하고, 어떤 사람은 지드를 비판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마치 추리소설 읽듯이 읽으면 훨씬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하나의 사건으로 벌어진 여러가지 파생사건들을 퍼즐처럼 짜맞추는 재미가 드러나는 구성을 갖추고 있어서, 읽다 보면 '아, 이래서 그런거구나'라는 식으로 피식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재미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과연 앙드레 지드가 조성진의 연주를 봤다면 뭐라 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워낙 당당한 문호이기 때문에 지드에 대한 자신만의 견해를 드러내는 점도 재미있다. 문학으로는 세계최고일지 모르지만 음악으로는 겨우 아마추어인 주제에..


음악이나 역사에 관심이 있으면 읽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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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6-01-23 0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월2일날 조선진
콘서트를 보러 가는데 이 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한담 2016-01-23 0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부럽네요~! 안부 좀 잘 전해 주세요.. ^^
 
리트, 독일예술가곡 - 시와 하나 된 음악 음악의 글 2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지음, 홍은정 옮김 / 포노(PHONO)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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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듣지 않는 클래식, 가곡

어릴 때 처음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을 들은 이후로 클래식은 오랫동안 들어 왔다. 클래식은 MP3로 들으면 왠지 제대로 듣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항상 음반을 사서 듣기도 했다. 많지는 않지만 집에 있는 음반을 주욱 살펴 봤다. 오페라 아리아 음반이나 크로스오버 음반은 꽤 있는데, 가곡 음반이 하나도 없다. 곰곰히 생각을 해 봤다. 오랫동안 클래식 음악을 들었지만 가곡을 제대로 들은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가곡은 친숙하지 않다. 라디오의 클래식 채널을 틀면 가끔 나오는 우리나라의 유명한 가곡이나 다른 나라의 가곡을 듣는게 전부였던 것 같다. 그만큼 가곡은 흔한 것 같지만 사실 신경써서 듣는 경우는 많지 않은 클래식 장르 중에 하나다. 그저 피아노 한대 놓고 노래를 하는 가곡은 사실 좀 심심해 보이긴 하다.

역사상 최고의 바리톤 중의 한 명, 피셔 디스카우

책 속 소개에서는 레너드 번스타인이 피셔 디스카우에게 금세기 최고의 성악가라는 극찬을 ​했다고 한다. 좀 오버해서 칭찬을 한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역사상 최고의 바리톤 중에 한 명'이라고 타이틀을 바꾸면 충분히 수긍을 할만하다고 생각한다. 피셔 디스카우가 워낙 유명한 성악가라서 이름은 당연히 많이 들어 봤고, 노래도 들어 봤지만 그의 은퇴 후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는데, 이것저것 찾다 보니 지휘도 하고, 책도 쓰면서또 바쁘게 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책 '리트, 독일예술가곡'은 피셔 디스카우가 마지막으로 쓴 책이라고 한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Dietrich Fischer-Dieskau (1925~2012) 독일의 성악가, 바리톤. 대체로 성량으로 승부하던 독일 성악계에서 보기 드물게 지적인 곡해석으로 인​정을 받았다. 고전적인 오페라 뿐만 아니라 현대음악까지 레퍼토리가 굉장히 넓었으며 독일가곡에 대한 애정이 깊어 수많은 가곡 레코딩을 남겼다. 1993년 은퇴 이후에는 지휘자, 저술가로 활동하였다.

 

독일 가곡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겨 있다

이 책은 독일 가곡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 놓은 책이다. 독일어는 사실 노래를 하기에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언어이다. 성악발성을 연습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지만, 무성음이 많아서 발음이 딱딱한데다가 모음에도 기호가 붙어서 변형시켜 제대로 발성하기가 쉽지 않다. 그에 비하면 이탈리아는 그 나라에서 태어난 것 자체가 성악에 있어서는 태교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노래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곡 작곡가인 슈베르트가 독일어권이었다는 건 굉장히 역설적인 것 같다. 아마도 이탈리아의 작곡가들은 화려한 오페라 아리아를 만드느라 가곡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독일 가곡의 역사에 대해서 피셔 디스카우가 설명해 놓은 책이다. 그동안에는 독일사람답지 않게 감성짙은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 성악가라는 느낌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학구적인 모습까지 보여 주는 것은 상당히 의외였다. 게다가 읽다 보면 독일가곡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책 곳곳에 드러나 있다. ​

실제 연주자가 설명해 놓은 작곡가들

음악에 대한 책을 보면 굉장히 어려운 말로 적혀 있어서 도대체가 무슨 말인지 모를 책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책들을 보면 실제로 연주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론만을 공부하고 듣기만 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책들과는 좀 다르다. 실제로 피셔 디스카우는 당대 최고의 바리톤이었기 때문에 실제 자신의 연주경험까지 이 책에는 녹아 들어가 있다. ​작곡자나 곡에 대한 해설이 뜬구름잡는 내용이 아니다. 물론 이 책 속에 소개되어 있는 곡들은 대부분 들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바로 이해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독일 가곡뿐만 아니라 가곡 전반에 대해 충분히 관심을 가질 기회가 되었다.

가곡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본 것

​사실 가곡은 많이 듣지도 않았지만 그 예술적인 가치나 완성도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 책을 본 후에 생각을 해보니 가곡은 시의 완성이다. 가곡을 작곡할 때는 시를 가져다가 그에 맞는 음악을 작곡하는가 보다. 그렇다면 내용도 좀 이해를 하면서 시어 즉 발음과 음악을 함께 들으면서 감상을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곡에 대한 이해도 좀 높아진 것 같은데, 클래식에 대해서 많이 아는 사람들에 비하면 너무나 허접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을 이제야 안 것 같다.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 Franz Peter Schbert (1797~1828)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31년이라는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1,000곡에 가까운 작품을 남겼고 그 중에 2/3이 가곡이라서 '가곡의 왕'이라고 불린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잇는 천재 작곡가. 좀 안됐지만 외모면에서는 최악이었던 것 같다. 초상화와는 달리 굉장히 추했고 키도 150cm가 조금 넘었었다고 한다. 

 

 

함께 주는 선물,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연가곡집

포노 출판사는 내가 참 좋아하는 출판사라서 책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이 출판사에서 발간하는 음악관련 책의 가장 좋은 점이 함께 제공되는 음반이다. 특히 이번 책에 함께 들어 있는 피셔 디스카우의 슈베르트 연가곡집 겨울나그네는 최고의 콤비라고 하는 제럴드 무어와 함께 녹음한 것이다. 커피 한 잔 내려 놓고 책을 읽으면서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를 피셔 디스카우의 노래로 듣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책이 어렵지 않아 쉽게 읽을 수 있고 가곡이라는 장르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함께 제공되는 음반도 굉장히 만족스럽다. 클래식에 관심이 있다면, 특히 성악쪽에 관심이 있으면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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