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달 - 국악 프로젝트 판소리 춘향가
두번째달 (2nd Moon) 연주 / 유어썸머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 Korean Music ]

판소리와 켈트음악의 만남. 퓨젼음악의 새로운 역사를 쓰다.

춘향가

두번째 달

 


음반 ​: 국악 프로젝트 판소리 춘향가

연주자

현보 : 일리언 파이프, 아이리쉬 휘슬, 만돌린, 어쿠스틱 기타, 테너 밴조, 하모니카, 보드란, 코러스

박진우 : 전자 베이스, 콘트라베이스, 코러스

이영훈 : 전자 기타, 어쿠스틱 기타, 나일론 기타, 만돌린, 코러스

최진경 : 피아노, 아코디언, 코러스

백선열 : 드럼, 퍼커션, 코러스

조윤정 : 바이올린, 비올라, 코러스

- 이상 두번째 달

김준수 : 소리, 코러스

영열 : 소리, 소리북, 코러스

발매일 : 2016년

레이블 : Windmill ENT.

수록곡

1. 적성가

2. 만첩청산

3. 사랑가

4. 이별가

5. 신연맞어

6. 군로사령

7. 돈타령

8. 쑥대머리

9. 좌우도로

10. 농부가

11. 어사상봉

12. 귀곡성

13. 어사출두

14. 더질더질


'두번째 달'의 새로운 앨범은 사실상 거의 포기상태였다. 사실상 제대로 활동을 하지 않고 있었고, 가끔 들려 오는 소식을 들으면 실망스러운 소식뿐이었다. 첫 앨범이 나왔을 때부터 두번째 달의 팬이었고 그 이름을 달고 나온 거의 모든 앨범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참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갑자기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라는 정규 2집 앨범을 들고 나타났을 때는 정말 기뻤다. 오랫동안 기다려 온만큼 충분히 만족할만한 음악을 들고 나왔다. 

 

 두번째 달의 두번째 앨범.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 2015년, 무려 9년만에 나왔다. 이번 춘향가에 수록곡 중에 하나인 '사랑가'가 담겨 있다.

 

 

그런데 앨범의 중간에 좀 특이한 곡이 하나 있었다. 젊은 국악인인 이봉근씨와 함께 연주한 '춘향가'였다. 참 특이한 곡이었다. '이리 오너라~'라고 시작하는 춘향가의 가장 유명한 곡 중의 하나인 '춘향가'를 정통국악인인 이봉근씨와 사실상 국악과는 전혀 상관없이 (내가 생각하기로는) '켈틱음악을 버무려서 재즈라는 양념을 치고서는 전혀 뜬금없는 그들만의 유니크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밴드'인 '두번째 달'이 만나서 만들어 낸 것이다. 게다가 공연장에서 그들의 공연으 보는데 기존에 있었던 곡인 '얼음 연못(혹은 외눈박이 소녀의 이야기)'을 반주로하는 '이별가'까지 공연장에서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2015년에 '춘향가'를 연주하는 새로운 앨범을 낼 것이라는 소식까지 들었다. (결국 그 계획은 한 해를 넘기고 말았다.) 그리고 '춘향가'는 지금도 두번째 앨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두번째 달의 멤버들. 가운데 부채를 들고 있는 두 사람이 아마도 창자인 김준수와 고영열인 듯.

 

판소리와 외국의 음악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그동안 숱하게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판소리의 그 특유한 느낌을 서양의 악기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통은 '서양 악기로 판소리의 분위기를 내는 방식'이 아니면 '판소리를 서양화성에 맞춰서 편곡하는 방식'을 많이 써왔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다가 이런 시도는 대부분 이벤트 형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음악적 성과가 다음 음악적 성과로 이루어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두번째 달'의 이번 앨범 '춘향가'는 분명히 위의 내용과는 좀 다르다.


우선, 억지로 본연의 색깔을 지우면서 섞으려는 시도가 없다. 판소리 창자는 자신의 판소리를 그대로 부른다. 조금 박자를 세고 있는 것같은 느낌이 안드는 것은 아니지만 판소리의 기본에서 떠나서 노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가 하면 '두번째 달'의 연주 역시 그냥 평소 그들의 연주다. 첫 곡의 시작을 듣고 있다 보면 판소리가 나올 때까지 이게 판소리와 함께 연주된 곡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음반 전체를 듣는 동안 이런 느낌이 계속되는데, 그저 판소리는 판소리대로 연주는 연주대로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각자의 특성이 그대로 살아나는 연주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처음 2집의 '춘향가'를 들었을 때도 그랬고, 이별가를 들을 때도 느꼈었던 것인데 앨범에서는 더 도드라지는 것 같다. 나는 이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이렇게 전혀 다른 두 개의 음악이 이질감이 없이 섞이면서도 자신의 색깔을 잃어 버리지 않으면서 연주를 할 수 있을까? 정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자신의 색깔을 잃어버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만약 이 앨범에서 창자의 노래가 빠져도 충분히 훌륭한 하나의 음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그만큼 서로서로 완성도가 있는 음악을 하는 가운데 하나로 합쳐진 것이 이 음반의 가장 멋진 점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이런 시도를 그저 공연 한 번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음반으로 남겨 놓았다는 것 또한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있었던 많은 퓨젼의 시도들이 일회성으로 끝나 버려서 다음에 시도하는 사람에게 발전의 발판이 되지 못한 반면에 '두번째 달'의 이번 시도는 분명히 판소리로 대표되는 국악과 다른 음악의 접목에 좋은 교사가 될 것같다. 


앨범의 구성은 춘향가의 여러 대목들 중에서 뽑아 시간 순서로 늘어 놓았다. 그런데 사실 좀 안타까운 것은 내가 판소리에 대한 조예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원래 판소리가 어떻게 변용이 되었는지를 모르는 것이다. 사실 위에 이런저런 얘기를 써 놓기는 했지만 춘향가를 제대로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 좀 경솔한게 아닌가 싶기는 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앨범을 계기로 한번은 춘향가 판소리 완창을 한 번 관람하든지 음반을 사서 들어 보고자 하는 생각은 들었다. 


앞부분(1~5번 트랙)은 굉장히 듣기 좋다. 중간부분이라고 부족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역시 귀에 쏙 박히는 부분은 앞의 곡들인 것 같다. 가사를 잘 더듬으면서 들으면 재미있게 들을 수 있다. 그러다가 어사출두를 하는 장면에서는 또 신나게 들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트랙은 이전 앨범부터 좋아했던 3번 사랑가와, 애절함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4번 이별가, 신나게 휘몰아치는 13번 트랙인 어사출두이다.

 

 

요새 '두번째 달'이 이 음반을 주제로 해서 활발하게 공연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올해는 작년보다 더 바빠서 도저히 공연을 보러 갈 시간을 뺄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당분간은 그저 음반이나 돌려 들으면서 만족하고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새로운 앨범이 나온 김에 이 앨범 뿐만 아니라 그동안 나온 앨범을 모두 다시 한 번 들어 보고 있다.


'두번째 달'이 다시 활동을 하게 되서 정말 다행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