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특히 소외된 인물의 관점에서 한국 역사를 보여 주려고 하는 편입니다. 힘없는 사람의 이야기만큼 강력한 서사는 없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 P6

1506년 7월
절대로 삼악산을 넘으면 안 된다.
할머니의 경고가 귓가에 울려 퍼지며 이쯤에서 그만 돌아서라고 내 뒷덜미를 붙잡았다. - P10

"잘했다, 아우야."
왕이 어둠 속에서 중얼거렸다.
"오늘 하루는 더 살아도 좋다. 이 나라에 내 편은 아무도 없다는 마음을 달래 준상이다." - P59

"내가 언니를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중요하지 않아. 나는 언니를 집으로 데려가야 해. 언니를 찾아낼 거야."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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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왕께서는 누구든 먼저 관중으로 쳐들어가 그 땅을 차지하는 제후를 관중왕(關中王)으로 세울 것이라 하셨소. - P11

출세하여 고향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것은 옛 기억 때문입니다. 어렸을 적 고향에서 저지른 온갖 어리석고 못난 짓을 다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열에 아홉 그때와 이제의 처지가 엇바뀌어있어 반갑기보다 거북할 때가 많겠지요. - P29

진 제국의 마지막 기둥이었던 대장군 장함의 항복을 받아내고 그가 이끌던 20만 대군을 부로로 삼자 항우의 이름은 또 한 번 천하에 떨쳐 울렸다. 이제 항우는 한낱 초 회왕의 상장군이 아니라, 진나라에 맞서 일어난 모든 제후의 우두머리인 종장 연합국의 맹장으로서 우러름을 받게 되었다. - P58

모든 일이 되돌리기는 틀려 버렸음을 어렴풋이 알아챈 이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한풀 꺾인 목소리로 말했다.
"좋다. 그럼 황제의 자리에서는 물러나겠다. 대신 군(郡) 하나를 얻어 그곳의 왕으로 지낼 수는 없겠느냐?"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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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라면서 단 한 번도 아버지처럼 행동하지 않으시는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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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는 왜 당신의 딸처럼 행동해야 하죠?" - P266

저 녀석도 나와 다르지 않다. 바로 옆에 서 있는 것처럼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은 너를 좋아할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여자가 생길 거야. 너보다 더 가치 있는 여자가. - P278

그 애는 알았어. 복수가 내 정당한 권리라는 걸 알았다고. 사람은 자기 부모를 죽인살인자와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어." - P338

나는 모든 감정을 억누르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딸과 아버지로서는 그와 이별을 선택했다. 하지만 의녀와 환자로서는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 -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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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의는 슬그머니 고릉군 곁으로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일러 주었다.
"그래도 너무 서두르실 일은 아닌 듯싶소. 내가 보기에 무신군의 군사는 머지않아 반드시 크게 낭패를 당할 것이오. - P169

"초나라 장졸들은 들으라. 나는 무신군 항량이다. 이제 여기서 싸우다 죽기로 했으니, 그대들도 모두 떨쳐 일어나 적을 무찌르라. 죽기로 싸워 진채를 지켜 내라!" - P178

회왕을 한낱 양치기에서 왕으로 올려세운 것은 죽은 계부 항량이었건만, 그 권위는 반년도 안 되는 사이에 커질 대로 커져 한창 때의 진왕에 뒤지지 않을 지경이었다. - P186

도읍을 팽성으로 옮기고 나라가 안팎으로 안정이 되자 여유가 생긴 회왕은 여러 장수들을 불러 놓고 공언했다.
"누구든 먼저 관중으로 들어가 진나라를 무찌르고 그곳을 평정하면 그를 관중왕으로 삼을 것이오!" - P187

그때 항우가 나섰다.
"서쪽으로 진나라를 쳐 없애는 일이라면 저와 패공이 한 번 나서 보겠습니다. 반드시 함곡관을 두들겨 부수고 관중을 평정해 조상의 한을 풀겠습니다." - P188

진 이세 황제 2년 윤9월 초나라 상장군 송의는 항우를 차장, 범증을 말장으로 데리고 군사 5만과 함께거록을 구원하러 팽성을 떠났다. - P201

"송의가 제나라와 짜고 초나라에 반역하려고 드니, 대왕께서 가만히 사람을 보내 이 적에게 그를 죽이라 명하셨다. 너희들은 두려워하지 말고 어서 나가 장수들이나 모두 이 군막으로 불러 모으라." - P209

강을 건너자마자 항우가 장졸들을 불러 모아 놓고 소리쳤다.
"배는 모두 부수거나 바닥에 구멍을 뚫어 강에 가라앉히도록 하라! 우리가 그 배를 타고 되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 P215

항우와 강동병은 진군에게는 거의 악몽이었다. 그들이 피를 뒤집어쓴 채 눈을 부릅뜨고 마주쳐 오면 진군들은 제대로 창칼을 맞대 보지도 않고 길을 열어 주었다. - P242

항우가 진나라의 20만 대군을 깨뜨린뒤 그 장수 소각을 목 베고 왕리를 사로잡으며 섭간까지 스스로 불타 죽게 만들자 그 위세는 다시 천하 뭇 사람을 떨게 했다. - P260

"내 비록 이 사람을 죽였으나 이 사람이 미워서가 아니다. 이웃에 살던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 무겁기 태산 같은 군령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 이제 이 목을 바쳐 군기에 제사를 올릴 터이니 모두 그리 알고 채비하라!"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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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진의 얼굴이 결심으로 굳어졌다.
"노론, 조정을 지배하는 노론 세력이 저하를 제거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어. 세자는 사상이 너무 개혁적이고, 자기들이 독차지한 권력을 다른 세력에게도 나눠주려 하니까. 그들에게 확실한 증거를 바치면, 그들은 세자를 산 채로 잡아먹으려 할 거야. 전하께서 아들을 버리게 하려면, 전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움직여야 해." - P188

나는 세자의 결백을 바랐다. 그러기를 진심으로 원했다. 세자빈 마마를 위해, 우리 나라의 미래를 위해. 하지만 그 바람이 얼마나 순진했는지 이제 알겠다. - P199

복수는 복수를 부를 뿐이야. 분노는 꺼뜨릴 수가 없는 감정이거든. 우리가 벌하려는 괴물처럼 변하는 거지. 하지만 정의는 끝을 가져오고, 그게 내가 원하는 바야. 맑은 정신으로 이성적인 생각을 유지해야만 정의를 실현할 수 있어. - P203

내 어머니가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한 세 사람 중 하나와 내가 사랑에 빠진 것이, 과연 우연일까. - P220

나는 사랑하고 싶었고, 사랑받고 싶었다.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었다.
이해와 인정을 받고 싶었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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