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했다. "물리적인 계들은 수학을 창조하거나 하진 않아. 그 무엇도 수학을 창조할 수는 없어. 수학은 만고불변하니까 말이야. 설령 전 우주에 단 한 개의 전자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정수론整數論 전체는 지금과 완전히 동일할걸." - P331

"내 말이 맞는지 확인해 줘. 직관에 반하는 괴상한공리 따위가 아닌, 10살 먹은 초등학생도 참인 걸 아는 보통 산수를 써서, 유한한 수의 단계를 밟아서 모순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싶은 거야?" - P337

노트패드는 명제 S가 참의 명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 다음 노트패드는 명제 S를 써서 계산을 시작했고... 423개의 단순하고 완벽하게 논리적인 단계를 거쳐 S는 비S임을 증명했다. - P354

남은 가능성은 단 두 가지였다. 종래의 수론에는 본질적인 결함이 있고, 자연수에 관한 플라톤적인 이데아는 궁극적으로 모순일 가능성. 또는 앨리슨이 옳았고, 몇십억 년 전에 ‘계산적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 일부를 일종의 대체 수론이 지배하게 되었을 가능성이다. - P354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국가보건통계청의 존 브레크트가 전화를 걸어온 것은 집에서 전염병학 410 과목의 문제지를 채점하고 있었을 때였다. - P393

팬데믹 초기에 나는 연줄을 동원해서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과 함께 <실버파이어> 환자 한 명을 가까이서 관찰할 기회를 마련했다. - P400

<실버파이어>는 암보다 희귀했고, 심장병보다 희귀했고,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보다 희귀했다. 도시에 따라서는 총상보다 희귀했다. 그러나 그것을 예방할 방법은 없었다. 완전한 물리적 고립 상태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은. - P412

만약 바이러스 보균자가 정말로 <이벤트>에서 <이벤트>로 옮겨 다니고 있다면, 그 또는 그녀는 나와 함께 ‘이곳‘에 있다는 얘기가 되지 않는가. 지금 이 순간에 내 추적 대상은 필시 이 거대한 가상 댄스홀에서 춤추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 P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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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코카인이나 헤로인은, 심지어 백기사조차도, 원래부터 뇌에 있던 수용기를, 원래부터 있던 신경 경로들을 이용해. 그런데 당신은 몇백만 년 동안 신중하게 진화한 구조에 손을 대서..." - P313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리는 몇 개의 기본 욕구를 가진 동물에 불과하고, 그 밖의 모든 건 바람에 날리는 겨보다도 못해. - P315

잠에서 깼다. 몹시 혼란스러웠지만,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내가 상하이의 싸구려 호텔 22호실에 있는 좁고 울퉁불퉁한 싱글베드에 누워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 P323

인더스트리얼 알제브라사의 포위망이 우리를 옥죄고 있었다. 앨리슨이 곧 루미너스에 대한 접근권을 얻지 못한다면, 우리에게는 맵을 파괴한다는 선택밖에는 없었다. - P329

그녀는 이렇게 선언했다. "수학의 정리는 물리적인 계系에 의해 테스트되었을 때만, 또 그 계의 행동이 해당 정리가 참인지 거짓인지의 여부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에만 비로소 참이 될 수 있어."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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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도는 독성 화학물질이나 고엽제를 아무리 살포해도 끄떡도 하지 않았다. 엘니도의 식물들과 공생 세균들은 대다수의 독성물질을 분석해서 스스로의 물질대사를 재프로그래밍하는 방법으로 해당 독을 무해한 물질로 바꿔놓거나, 아예 영양분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 P276

그 어떤 두려움도 굶주림을 이길 수는 없다. 그 어떤 인내도 굶주림을 불식할 수는 없다. 굶주림이 있는 곳에서 역겨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신이나 신념, 그리고 당신들이 아마 원칙이라고 부르는 것들조차도, 바람에 날리는 겨보다도 못하다. - P282

나는 그가 제2의 조국을 지키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했는지, 또 그가 완성한 후 무단 반출했다는 도구가 무엇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내게는 그럴 권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 P285

현재 엘니도의 식물들을 프로그래밍해서 새로운 유전자를 발현시키고, 생물학적 통신망을 활용하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적어도 12명은 있는데, 그런 지식이 있다면 자기 영토를 확보하는 건 식은 죽 먹기죠."
" 숲의 정령들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은밀하고 주술적인 힘을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겠군요?"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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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는 작고 검은 <보석> 하나가 들어 있고, 그 보석은 거기서 내가 되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얘기를 부모님한테 들은 것은 6살 때의 일이었다. - P241

보석이 떠올리는 생각이 내가 떠올리는 생각과 어긋나는 경우, 교사는 생각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이곳저곳을 수정했고, 보석의 생각이 나와 똑같아지도록 변화시킴으로써 보석 전체를 조금씩 재구축했다.
무슨 이유에서? 내가 더 이상 나일 수 없게 되면, 보석이 나를 대신해 주기 위해서다. - P241

나는 진짜로 나일까, 아니면 내가 되는 법을 배우고 있는 조그만 보석일까. - P242

애당초 ‘나‘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20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인격체가 되어 있는 마당에,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라는 것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 - P256

가능한 해석은 단 하나뿐이었다. 나는 <전환>해 버렸다. 저절로 내 뇌는 아직도 살아 있는데도 보석이 내 몸을 차지한 것이다. 망상하고 있었던 최악의 사태가 모두 현실이 돼버렸다. - P258

아아, 최소한 히스테릭한 웃음이라도 터뜨릴 수 있었다면 얼마나좋았을까. 내가 보석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에.
<교사>가 고장 나서, 더 이상 유기뇌와 나를 동기화시킬 수 없게 됐던 것이다. 나는 갑자기 무력해진 것이 아니었다. - P260

도둑 소굴을 의미하는 엘니도 데 라드로네스 El Nido de Ladrones는 서부 아마존 저지대에 자리 잡은 너비 5만 제곱킬로미터의 타원형에 가까운 지역이었고, 콜롬비아와 페루 국경에 걸쳐 있었다.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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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는 지옥 따위는 자신과는 상관이 없고 근거도 없는 공갈 협박에 불과하다고 믿고 있는 죄인들에게 자기 죄를 뉘우칠 강력한 세속적인 동기를 제공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의인들 역시 이 반박할 수 없는 하나님의 지원과 칭찬에 고무받고 평소의 다짐을 한층 더 공고히 할 것이기 때문이다. - P181

SVC가 질 점막이나 전립선이나 세정관상피의 세포들을 감염시켰을 경우, 감염된 세포들은 콘돔의 주재료인 각종 고무를 분해하도록 특별히 설계된 몇십 종류의 효소를 제조하고 분비한다. - P190

SVD는 숙주 세포로 하여금 혈관벽 구조 안정화에 필수적인 단백질의 분해를 촉진하는 효소를 강제적으로 분비하도록 한다. 그 결과 SVD에 감염된 환자는 전신에서 대량 출혈을 일으킨다. - P192

신종 전염병의 뉴스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별개의 죽음들로 간주되는 단계를 겨우 벗어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보건 당국에서도 이미 조사에 나섰지만, 모든 데이터를 수집할 여유는 아직 없었으므로 당연히 섣부른 발표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다. 어차피 때는 이미 늦었다. - P197

어딘가의 전염병 학자가 간통자와 동성애자들만 죽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해도, 그 사실은 아직 보도기관까지 전달된 것 같지는 않았다. - P198

넌 자기가 하는 일이 옳다고 정말로 믿고 있는 것 같진 않아. 자기가 한 선택인데도 전혀 확신을 가질 수가 없어서, 단지 네가 옳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려는 일념으로 너와는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 머리 위에 유황과 지옥불을 쏟아부어 줄 하나님을 필요로 했던 거야. - P202

"...마치 액체 질소로 뇌를 꽁꽁 얼린 다음에, 그걸 다시 산산조각낸 느낌이었어!" - P211

대뇌 임플란트 기술은 원래는 비즈니스 종사자나 여행자들에게 즉각적인 외국어 능력을 부여하기 위해 개발되었지만, 판매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던 탓에 결국 어떤 엔터테인먼트 재벌에 인수되었다. - P213

삽입된 임플란트는 뇌 안으로 진입한 다음 나노머신 대군을 방출해서 목적하는 신경계를 찾아내고, 그것들과 결합한 후 미리 정해둔 시간(1시간이든 무한대든 원하는 대로 설정 가능하다) 동안만 활성화됨으로써 목적한 작업을 수행한다. - P224

나는 내가 진심으로 앤더슨을 죽이고 싶어 한다는 유쾌하지 않은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고, 설령 그런 생각이 아무리 혐오스럽다고 해도 나 자신에게 충실하려면 죽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외의 행동은 위선이고 자기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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