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쟁점은 은하계의 탐사와 정착이라는 문제요. 그것을 오로라 단독으로 독자수행할 건지, 아니면 다른 우주 행성과 공동추진할 건지, 그것도 아니면 지구인에게 맡길 건지의 문제인 거요. 아마디로 박사와 세계당 사람들은 오로라가 그 부담을 떠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패스톨프 박사는 지구인에게 맡길 것을 주장하고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그 로봇의 문제는 민사법정에 이관할 수 있을 거고 이 지구인의 행위에 대한 판단도 거기서 토의하게 될 거요. - P241

그는 베일리가 방 안에 있다는 걸 의식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기왕에 이곳에 얼마간 머물고 있는 바에야…"
그는 마치 패스톨프에게 확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듯 말을 멈췄다. 그러자 패스톨프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말했다.
"수사가 시작된 지 오늘로 사흘째입니다, 의장님."
"그렇다면?"
의장이 물었다.
"이 수사를 종결시키기 전에, 이제까지 무슨 중요한 발견이라도 있었는지를 먼저 물어보는 것이 공평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패스톨프는 말을 멈추고 베일리 쪽을 쳐다보며 슬쩍 고개짓을 해보였다.
베일리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의장님, 의장님께서 질문을 하지 않으시면 어떠한 관찰결과도 제출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질문을 받은 겁니까?"
의장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베일리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지구인 베일리에게 어떤 중요한 발견이라도 했는지 질문하는 바이오." - P246

그들은 나에 대해 물어보기 전에 내 로봇에 대해 먼저 물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아픈 나를 내버려두고 내 로봇들을 찾으러 갔습니다. 그들은 틀림없이 그 로봇들을 찾으라는 매우 엄중한 명령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한 인간이 아픈 것을 뻔히 알면서 어떻게 그렇게 무시할 수가 있겠습니까? 사실, 나는 그들이 찾는 것이 내 로봇들이란 걸미리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멀리 보내버린 겁니다. - P250

그의 계획은 이러했던 것 같습니다. 그의 로봇들로 하여금 우리를 뒤쫓게 한 다음, 오도가도 못하게 된 우리의 에어포일이 발견되는대로 그 즉시 모두를 연구소로 다시 데려오게 하려는 거지요. 나에게는 아마도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라는 구실을 붙였을 거고...... 하지만 실제로는 패스톨프의 두 로봇을 가지려 했던 게 목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P252

인간형 로봇이 알고 있는 것 또한 사실 아니겠습니까? 아마 의식적이지는 않지만, 또 그 문제에 대해 명령을 내릴 만큼은 되지 못하겠지만….… 하지만 그 정보는 분명히 그 안에 입력되어 있을 것 아니겠습니까? 인간형 로봇에게 적절한 질문을 한다면, 그의 설계와 제작방법의 비밀을 밝힐 수 있는 대답과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 P254

"의장님. 질문할 게 아직 한 가지 더 남아 있습니다. 딱 한 가집니다. 몇 마디면 됩니다. 그런 다음에 정말 끝내겠습니다."
.
.
.
"아마디로 박사가 글래디아의 남편이 잔더였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어떻게 되겠습니까?"
"뭐라고?"
의장은 놀라서 그의 무성한 흰 눈썹을 치켜올렸다. - P260

"아마디로 박사는 왜 자기가 잔더와 글래디아의 관계를 안다고 시인하는 걸 저렇게 애써 피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는 그것이 사건과 무관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자기가 그런 관계를 알고 있었으며, 자기도 그것과 관련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 것일까요? 나는 그것이 사건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면서, 동시에 아마디로 박사는 자신의 자백이 자신의 범죄행위를 입증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 P264

"마지막으로 한 가지 점만 덧붙이면, 전 정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겁니다. 그가 잔더를 시험하고 조사하면서, 우발적이었든 아니면 어떤 고의에 의해서였든 간에 잔더를 동작불능 상태에 빠뜨리고, 그리하여 로봇 살해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아주 다분하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그러자 아마디로가 미친 듯이 소리질렀다.
"아니야! 절대 아니야! 내가 그 로봇에게 한 짓으로는 그의 동작을 멈추게 할 수 없어!" - P267

패스톨프가 말했다.
"나는 남을 짓밟고 승리하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나는 다시금 오로라, 다른 우주 행성들, 그리고 지구 모두를 위한 타협안을 제시하겠습니다. 모두가 은하계에 자유롭게 정착할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대신, 나는 기쁜 마음으로 로봇공학연구소 팀에 합류하여 내 인간형 로봇에 대한 지식을 전수하여 아마디로 박사의 계획에 협조하겠습니다. 단 그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앞으로 지구에 반대하는 모든 생각을 단념하겠다는 아마디로 박사의 엄숙한 동의가 먼저 있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이를 문서화하여 우리와 지구를 쌍방으로 하는 조약을 체결할 것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 P269

"고마워, 지스카드. 그리고 지난밤에 날 구해준 것…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그는 그 로봇을 쳐다보았다.
"네게 고마움을 표하는 방법을 모르겠군."
"고마워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나는 단순히 제1원칙을 따랐을 뿐이니까요. 그건 당연한 겁니다."
"어쨌든 나는 네 덕에 생명을 구했어. 내가 고마워하고 있다는 걸 네가 알아주면 좋겠군. 지스카드, 이젠 내가 뭘 해야 하지?" - P284

"그래,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 출발했지. 나는 패스톨프 박사를 믿고, 또 그의 짓이 아니라는 것도 강하게 확신하고 있어."
"그렇다면 로봇 살해사건이 어떻게 있을 수 있습니까?"
"패스톨프만큼 로봇에 대해서 많이 아는 자가 또 있었을 거야, 지스카드."
베일리는 양 무릎을 모아 세우고 두 손을 그 위에 올려놓았다.
"누가 그럴 수 있습니까?
지스카드가 물었다.
드디어 결정적인 지점에 도달한 것이다! 그는 천천히 말했다.
"너야, 지스카드." - P285

베일리가 말했다.
"네가 어쩐지 내 마음상태를 간파하는 것 같단 말야. 문을 사이에 두고도 내가 어떤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걸 알아낼 정도로… 간단히 묻겠어. 너는 독심술을 할 수 있지?"
"예, 그렇습니다."
지스카드가 조용히 말했다. - P288

베일리는 신기한 듯 물었다.
"너는 미래도 내다보나?"
"아닙니다. 하지만 마음을 연구하는 중에, 나는 로봇의 행동을 지배하는 로봇공학 3원칙처럼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법칙들이 있음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원칙들로 인간의 미래를 어느 정도 다룰 수 있는 날이 올 지도 모르지요. 언젠가는요.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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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리는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둘 다 아닙니다. 단지 당신에게 물어보려고 했던 것뿐입니다. 패스톨프 박사는 당신을 중상모략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인간형 로봇의 작동을 중지시킬 만한 능력이나 지식이 모자란다고 굳게 믿기 때문에, 잔더의 일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베일리가 아마디로의 자존심을 건드려 혼란에 빠뜨릴 셈이었다면 그건 헛수고였다. 아마디로는 얼굴에서 웃음기 한번 걷지 않고 그런 조롱을 다 받아들였다.
"그건 옳아요, 베일리. 패스톨프 그 사람을 빼고는, 죽은 사람까지 포함해서 어떤 로봇공학자도 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은 없소. 그렇게 말하지 않던가요? 우리 겸손하신 최고 중의 최고께서 말이오."
"네, 그랬습니다." - P117

"자랑스럽고 건강한 개인주의라 할지라도 결점은 있는 법이오. 걸출한 석학들이 몇 세기 동안 홀로 일하다 보니 자신의 연구결과를 서로 교환하기를 꺼리게 됐고, 그러다 보니 빠른 진보가 가로막히는 거요. 지난 1세기 동안, 과학자들간에는 동료 과학자가 이미 해결책을 연구해 놓았는데,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전전긍긍하거나 심지어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일이 비일비재했소. 이 연구소는 적어도 로봇공학 분야에서만이라도 공동체 의식을 갖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소." - P121

쓸모라고는 별로 없는 신세계들의 다양성을 나는 원치 않소. 나는 다수의 오로라를 원하는 거요. 셀 수 없이 많은 오로라 말이오. 그래서 나는 인간이 가기 전에 로봇들이 오로라처럼 틀이 잡힌 신세계를 건설해 놓길 원하는 거요. 어쨌든 그래서 우리를 ‘세계주의자‘ 라고들 하지요. 우리는 우리의 세계 오로라에만 관심이 있을 뿐 다른 어떤 것에도 관심 없소. - P124

하늘에서는 빗줄기가 폭포수처럼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베일리는 하늘에서 눈부시게 밝은 한 줄기 빛이 번쩍 하고 비쳐오는 걸 바라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우르르 하는 울림이 다시 한 번 들려왔다. 이번에는 벼락치는 소리와 동시에 불빛이 번쩍 했다. 하늘이 찢어지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우르릉 하는 소리가 뒤따랐다.
베일리는 어린애처럼 화들짝 놀라 자기가 왔던 길로 도망쳐 들어갔다. - P148

다닐이 말했다.
"의장이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만, 그의 영향력은 지대합니다. 지금과 같은 정치적인 상황에서 만일 그가 강력하게 패스톨프 박사를 지지하고 나선다면 패스톨프 박사는 아마 다시 입법부에 복귀할 수 있게 될 겁니다." - P156

지스카드가 불쑥 말을 꺼냈다.
"차량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
.
.
지스카드가 말했다.
"컴프레서가 새고 있습니다. 하지만 천천히 샙니다. 그런데……… 이건 보통 펑크가 아닙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긴 거야? 지스카드?"
베일리가 물었다.
"아마도 에어포일이 행정부 건물 밖에 있을 때 누군가 고의로 손상을 입힌 것 같습니다. 아, 누가 우리를 미행하고 있습니다. 추월하지 않으려고 아주 조심하는군요." - P162

인간 전체의 운명이 네게 달려 있어. 내 걱정은 하지마. 난 그 중 한 명에 불과하니까. 넌 수십억의 인간을걱정해야 해. 다닐, 제발! - P164

사건의 전모는 명명백백했다. 아마디로는 베일리도, 다닐도, 지스카드도 모두 속였다. 그러나 당초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는 그들을 다시 붙잡아오기 위해 그들을 폭풍우 속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그건 효과가 있었다. 특히, 다닐! 바로 다닐이 문제의 열쇠였다. - P170

베일리는 아직도 생각할 여력이 남아 있는 것을 내심 만족하고 있는 자신에 대해 일종의 양심의 가책 같은 걸 느꼈다. 만약 이 로봇이 특별명령을 받지 않았다면, 어떤 행동을 취하기 이전에 병색이 완연한 베일리에 대해 먼저 반응했을 것이다. 하지만 두 로봇에 대해 먼저 물어봤다는 것은 두 로봇의 중요성을 우선 순위에 두는 특명이 있었다는 걸 의미했다. - P171

그는 땅바닥에 엎드린 채 손가락으로 차가운 진흙을 움켜쥐고 있었다. 숨을 쉴 수 있도록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렇게 있는 게 차라리편했다. 더 이상 걸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다릴 수 있었다. 지스카드는 자기를 찾아낼 것이다.
분명히 그럴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지스카드는 그를 찾아내야만 한다. 왜냐하면…
기억이 깜빡거리면서 그 이유는 그의 기억 속에서 나가버렸다. 뭔가를 잊어버리긴 이번이 두번째다. 잠들기 전에 그랬다. 매번 같은 것을 잊어버리는 걸까? 같은 것을...
상관없다.
다 잘 될 것이다. 모두 다.
그가 폭우 속에서 의식을 잃고 나무둥치 아래 홀로 쓰러져 있는 동안에도, 폭풍우는 끊임없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 P179

"지스카드!"
그가 속삭였다. 그 순간 폭풍우 속을 뚫고 비행을 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지스카드가 제일 먼저 도착했던 것이다. 다른 로봇이 그를 발견하기 전에 그가 먼저 베일리를 발견했다.
그는 만족스러웠다. ‘내 그럴 줄 알았어.‘ - P182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두 번씩이나……… 한 번은 어젯밤, 지금처럼 막 잠이 들려고 하던 때였고, 또 한 번은 폭풍우가 휘몰아치던 오늘 초저녁 나무 밑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을 때였다. 그것은 그 문제의 베일을 벗겨줄 것만 같은 깨달음이었는데, 마치 어두운 밤하늘을 환히 밝히며 쏜살같이 지상으로 내딛는 전광석화처럼 불현듯 베일리의 뇌리를 스치며 지나갔던 그 무엇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정말 번개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 P196

"상관없어요, 일라이저. 지구에 가면 난 당신들의 병원균에 감염이 될 거고, 나도 빨리 늙지 않겠어요?"
"왜 당신이 그런 고생을 사서 합니까? 게다가 나이가 드는 건 감염 때문이 아니오. 감염이 되면 나이가 드는 게 아니고 그저 아프기만 하다가 죽어버리는 거요. 글래디아, 다른 남자를 찾아봐요."
"오로라인을 말이에요?"
그녀는 비웃듯이 말했다.
"가르치면 돼요. 이제 당신은 주고받는 법을 알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주고받는 법을 다 가르쳐줄 수 있을 거요." - P225

"그가 제일 먼저였다‘, ‘그가 제일 먼저였다‘……… 이젠 잊어버리지 않겠어요, 글래디아. 정말 고맙소."
글래디아가 말했다.
"지스카드가 당신을 맨 먼저 발견했다는 말에 뭐 중요한 단서라도 있나요? 정말 지스카드가 당신을 제일 먼저 발견했어요. 그건 당신도 알지요?"
"그게 아닐 거요, 글래디아. 틀림없이 나도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어요. 하지만 그건 내가 긴장을 완전히 풀었을 때만 의식 속에 떠오른다오."
"그렇다면 그건 무슨 뜻이었죠?"
"나도 잘 몰라요. 하지만 그게 내가 한 말이라면, 분명히 무언가를 의미하고 있었을 거요. 그걸 생각해내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거요."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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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 드라마가 정지화면 상태로 끝난 것 같은 순간이었다. 로봇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베일리도, 바실리아 에일리나 박사도 마찬가지였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드디어 바실리아가 한숨을 내쉬면서 천천히 일어섰다.
그녀는 웃음기가 걷힌 긴장된 얼굴로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지구인, 지금 나더러 인간형 로봇을 죽인 공범이라고 했나요?"
베일리가 대답했다.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박사." - P11

"글쎄, 그럴까. 자, 한번 시험해봅시다. 나는 지스카드에게 당신의 명령과 상충되는 명령을 내리겠소. 지스카드가 누구의 명령을 따를지 직접 확인해보는 게 좋지 않겠소?"
"지스카드!"
바실리아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지스카드는 바실리아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이상한 음색으로 말했다.
"리틀 미스, 나는 베일리를 보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에게 우선권이 있습니다."
"정말이야? 그게 누구의 명령이지? 이 이방인의 명령이야?"
지스카드는 말했다.
"한 패스톨프 박사님의 명령입니다." - P13

지구인, 내 말을 들어봐요. 물론 내가 그의 유전자 중 일부를 나눠 받기는 했겠지만, 한 패스톨프 박사는 나를………나를 하나의 인간으로는 보살피지 않았단 말예요. 그에게 나는 하나의 실험대상, 즉 관찰할 필요가 있는 하나의 현상에 불과했어요. - P18

"나보고 말하라고 그랬잖아요? 그래요, 말하죠. 이게 그 대답이에요. 한 패스톨프 박사가 관심이 있던 건 한 가지뿐이었어요. 오직 한가지뿐이죠. 그건 인간의 두뇌 기능이에요. 그는 인간의 두뇌를 어떤 방정식의 조합이나 선으로 이어진 다이어그램이나 미로풀이 정도로 단순화하기를 원했어요.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인간 행동의 수학적인 과학을 세우고 싶어했지요. 그는 이 과학을 ‘심리역사학‘이라고 명명했어요. 당신도 분명히 그와 대화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서 그런 얘기를 들었을 텐데요. 그는 편집광이에요." - P19

바실리아가 외쳤다.
"지스카드! 패스톨프 박사가 너를 더 이상 필요없어 하거든 우리 연구진에 합류하는 게 어때?"
지스카드는 그녀를 차분히 쳐다봤다.
"패스톨프 박사가 허락하시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리틀 미스.",
이상하게도 그녀의 얼굴에 온화한 미소가 번졌다.
"제발 그래줘, 지스카드 한 시라도 너를 그리워하지 않은 적이 없었어."
"저도 종종 아가씨를 생각했습니다, 리틀 미스." - P31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건 나뿐만이 아니오.
그런데 뭐 하실 말씀이라도……."
"당신과 얘기를 하고 싶소."
"지금 얘기하고 있지 않소? 도대체 당신은 누구요?"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곧 대답했다.
"그레미오니스요."
"샌트릭스 그레미오니스?" - P45

"나는 늘 완벽한 내 짝을 찾고 싶어했소. 다른 누구도 더 이상 필요없는 진짜 짝 말이오. 사람들은 이런 걸 가리켜 일부일처제라고들 하더군. 그런 제도는 오로라에는 없소. 하지만 어떤 행성에는 있어요. 지구에는 있을 테지, 안 그래요?"
"이론적으로는 그래요, 그레미오니스."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거요. 나는 오랫동안 그걸 기다려왔소. 내가 가끔씩 섹스 경험을 할 때도 항상 뭔가가 빠진 것 같았지. 바로 그럴 때 바실리아 박사를 만났던 거요. 더군다나 그녀는 내게 자기의 비밀을 이야기해주었소. 사람들은 예능요원과는 터놓고 지내는 법이니까요." - P69

"그 다음엔 글래디아에게 청혼하기 시작했지요?"
"그렇소."
"거듭해서
"그렇소."
"왜 여자를 바꿨소?"
그레미오니스가 말했다.
"바실리아 박사가 안 된다는 최후통첩을 보냈을 때 글래디아가 나타났고, 그리고 그녀는 바실리아 박사를 닮았기 때문이오."
.
.
.
"하지만 뭐 다른 게 있었을 텐데, 그런 건 없소?"
"다른 거라니, 뭘 말하는 거요?"
"글쎄……… 바실리아 박사가 당신을 영원히 거부하겠다고 했을 때,
어떤 암시 같은 건 없었느냐는 얘기요. 그러니까 당신에게 어떤 대안을 제시했다든지….." - P71

"이봐, 내 비록 천재라고는 할 수 없지만 허튼 소릴 지껄이는 천치는 아니라구.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내가 알아채지 못할것 같소!"
"내가 뭘 어쨌단 말이오?"
"당신 질문은 모두 내가 바실리아 박사 때문에 글래디아와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도록 만들려는 교묘한 유도심문 아니오? 그래요, 바로 그거요!"
그는 자신의 말에 스스로도 놀란 듯 입을 다물더니, 한참 후 중얼거리듯 말했다.
"……… 나는 사랑에 빠졌소. 역사소설에서처럼 말이오." - P77

"그러면 내가 충고 하나 해도 괜찮겠소, 그레미오니스?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요."
"충고는 고맙소. 하지만 난 결코 포기하지 않을 거요.‘
"내 말은, 청혼을 할 때 그렇게 무미건조한 방식으로 하지 말란 얘기요. 당신은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같군."
베일리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깐 채 말했다.
"두 팔로 그녀를 껴안고 키스를 해봐요."
.
.
.
베일리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올랐다.
그레미오니스가 도대체 뭐길래 바로 자기 자신이 그렇게도 갈망하던일을 하라고 설득하는 걸까! - P88

"하나, 살인이 발생한 곳에는 살인자가 있다. 본인은 아마디로 박사에게 자기를 변호할 기회를 주고 싶다………"
"뭐라고요!"
씨시스가 말했다. - P93

아마디로는 희색이 만면해서 말했다.
"베일리, 당신과 나는 할 말이 별로 없는 것 같소. 나는 당신이 이리로 오는 동안 그레미오니스한테서 미리 얘기를 들어두었소.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바실리아 박사를 호출하기로 했소. 베일리, 당신은 우리 둘을 잔더 파넬을 파괴한 공범으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나도 범죄자라고 고발한 셈 아니오?"
"저는 단지 질문을 했을 뿐입니다, 아마디로 박사. 지금도 그럴 생각입니다." - P110

"베일리, 당신의 입장에서라면 당신이 옳았다고 할 수도 있소. 하지만 당신은 그 말의 오로라적 개념을 이해하지 못할 거요. 나는 부득이 그레미오니스의 메모를 의장에게 넘겨야 했소. 당신은 아마 내일 아침까지 이 행성을 떠나라는 명령을 받게 될 거요. 물론 일이 그렇게 된 건 매우 유감이오. 당신이 아무래도 수사를 계속하지 못하게 될 것 같아서 나도 걱정스럽소 "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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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의 뺨을 만졌을 때의 느낌을 말하고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그때 상태가 거의 오르가즘의 경지였던 것 같다‘고 했지요? 그리고 오로라 사람들과의 섹스가 결코 만족스러운 게 아니었다는 이야기도 했소. 당신이 내 뺨을 만졌을 때 느꼈던 것이 오르가즘이었다고 생각한다면, 그 이후 언젠가 당신은 오르가즘을 경험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르가즘을 알지 못했던 당신이 나중에 어떻게 그것이 오르가즘이었다는 걸 이해했을까요? 다시 말해서 당신이 그것을 이해하려면 연인이 있어야 하고, 사랑을 경험했어야 했다는 겁니다. 패스톨프 박사가 당신의 연인이 아니고, 또한 과거에도 그렇지 않았다면 다른 누군가가 있었어야 한다는 얘기가 되는데………" - P185

"틀림없이 누군가가 있소, 글래디아. 내가 말해볼까. 잔더를 잃은데 대한 당신의 슬픔은 너무나 깊었소. 당신은 잔더 생각이 나서 다닐의 얼굴을 보고 있을 수가 없다고 그를 내보내기까지 했지요. 자, 나의 결론이 틀렸다고 생각하면 말해줘요. 잔더 파넬이………"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거칠게 말했다.
"R. 잔더 파넬이 당신의 애인이 아니었다면, 내 말이 틀렸다고 해요."
그러자 글래디아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R. 잔더 파넬은 내 애인이 아니었어요."
그리고는 좀더 큰 소리로 분명하게 말했다.
"그는 나의 남편이었어요." - P186

내 마음을 이해해주기 바래요. 인간과 비슷하게 보였지만 그는 로봇이었어요. 사람인 남자들을 만지는 것은 아무래도 망설여지는데, 잔더는 사람이 아니었고 태어나서부터 로봇들과 함께 생활해온 나로서는 잔더라면 아무 거리낌 없이 만질 수가 있었거든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잔더를 만지는 일이 즐겁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잔더도 곧 내가 그것을 즐기고 있다는 걸 깨달았지요. - P192

베일리는 그 말에 약간 놀랐다. 그는 똑같은 질문을 하려고 지스카드 쪽으로 고개를 돌리다가 멈추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결국 그들에게서 무엇 하나 유용한 정보를 얻으려는 것은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 P202

패스톨프가 마중을 나왔다.
"때맞춰 돌아왔군요, 베일리. 글래디아와 만난 성과가 있었나요?"
베일리가 말했다.
"그렇다고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패스톨프 박사. 어쩌면 해결에 이르는 열쇠를 쥐게 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 P203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아요. 사실은 훨씬 복잡하지요. 그게………"
패스톨프는 당혹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사실은 내 딸이 나에게 섹스를 청했는데, 내가 거절했거든요."
"당신에게 섹스를 청했다구요?"
베일리는 깜짝 놀랐다.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오." - P212

"그녀가 보고 싶은가요, 패스톨프 박사?"
"물론이지요, 베일리. 하지만 그것은 자식을 직접 기르는 데서 오는 전형적인 잘못 중의 하나입니다. 그것은 인간을 불합리한 충동에 빠지게 하죠. 그 아이에게 뜨거운 애정을 품게 만들고, 게다가 그 아이가 난생 처음으로 요구하는 섹스를 거절함으로써 그 아이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결과를 초래하게 합니다. 그리고 덧붙인다면, 곁에 없는 것이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운, 앞뒤가 맞지 않는 감정에 빠지게 되지요. 이런 기분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그로 인해서 불필요하게 겪어야 했던 그녀나 나의 고통은 전적으로 내 책임입니다." - P214

당신이 글래디아에게 잔더를 준 것은 섹스의 대상으로서 배려한 것이며, 그녀가 당신에게 섹스를 청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볼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 당시에는 그런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지금은 어떤지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그런 기분으로 선물한 건 아니었나요? - P217

그는 사라져버린 것을 향해 손을 내밀고 필사적으로 바둥거렸다.
그러나……
그때 언뜻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무어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중요한 무언가 있었다는 점 말고는.
그는 눈을 부릅뜨고 깜깜한 어둠 속을 응시했다. 정말 뭔가 있었다면……… 뭔가 생각이 날 텐데.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다니, 제기랄!
그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 P228

베일리가 불쑥 질문을 던졌다.
"왜 바실리아는 그의 아버지와 결별했지?"
지스카드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베일리는 지구인들이 로봇에게 명령하는 것 같은 단호한 태도로 물었다.
"이봐, 내가 물었잖아?"
지스카드는 고개를 돌리더니 잠시 동안 베일리를 응시했다. 그는 로봇의 강렬한 눈빛이 자신의 무례한 말에 대한 분노의 불길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스카드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가 말할 때 그의 눈에는 어떤 표정도 보이지 않았다.
"저는 대답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리틀 미스는 아버지와의 결별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도록 그때 이미 제게 명령해 놓았습니다." - P257

"그녀가 자네를 가끔 재프로그래밍했다는 얘기는 들었네만……… 확실히 능숙하긴 했던가 보군."
베일리가 말했다.
.
.
.
"뭘 재프로그래밍한 거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입니다."
"나를 놀리는 것 같군. 그녀가 해놓은 일이 정확히 뭔가?"
지스카드가 잠시 주저했다. 베일리는 그것이 뭘 의미하는지 곧장알아챘다.
"재프로그래밍에 관한 어떤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습니다."
"금지된 건가?"
"아닙니다. 재프로그래밍은 지나간 일들을 자동적으로 지워버립니다. 제가 어떤 특정한 부분에 대해 수정되었다면, 수정되기 전의 일들에 대해서는 기억을 갖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 P258

"맞습니다. 인간형 로봇의 핵심인 양전자두뇌 이론을 발전시킨 것이 바로 그 사람이죠. 패스톨프 박사가 죽은 서튼 박사의 도움으로 다닐을 만들 때 그 이론을 적용했어요. 하지만 그는 그 이론의 중요부분에 대해서 상세히 공개하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지도 않았습니다. 그 사람이 그 따위로 하기 때문에, 지금 인간형 로봇의 생산이 결정적인 장애를 맞고 있는 겁니다. 오로지 그만이 그러고 있는 거라구요!"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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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안이 사안이니만큼 당신의 무례를 봐드리지요, 베일리. R. 다닐은 살해당하지 않았어요. 오로라에 있는 인간형 로봇이 그것만은 아니니까……… 죽는다는 말을 써도 괜찮다면, R. 다닐이 아니라 다른 로봇이 살해된 거요.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양전자두뇌가 완전히 파괴되었소. 회복할 수 없는 영원한 로블럭 상태가 되어버린 거지." - P36

"패스톨프 때문입니다. 패스톨프가 다시 한 번 당신을 보내달라고요청했어요. 오로라에서 로블럭을 일으킨 장본인을 찾아달라는 거요. 그는 그것이 과격파들에게 반격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 P37

벤은 말을 이었다.
"생각해보면 우주시를 지도에서 지우신 분도 아빠고, 오로라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인 것도 아빠였어요. 아빠, 정부의 모든 사람들을 다 모은다고 하더라도 이만한 일을 할 수는 없을 거예요. 그런데 어째서 사람들은 아빠에게 감사하지 않는 걸까요?"
베일리는 말했다.
"애당초 나는 영웅타입이 아니거든. 그런데 그 우스꽝스런 초파장 드라마가 내게 그 역할을 어거지로 떠맡겼던 거야. 그것이 시경 사람들 모두를 적으로 돌려놓고, 네 엄마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아빠에게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명성을 짊어지게 한 거란다." - P41

베일리는 R. 다닐이라고 부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면서 말했다.
"로봇과 인간을 어떻게 구별하지?"
"저절로 확연히 구별됩니다, 파트너 일라이저. 굳이 구별해서 말할 필요까지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로라 사람들의 사고방식입니다. 지스카드에게 필름책을 가져오라고 시킨 걸 보면, 당신은 일을 잘 해내기 위해 오로라에 친숙해질 필요를 느끼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렇지요?" - P52

다닐과의 대화에서 끌어낸 이 결론을 확인하기 위해 지스카드에게 질문을 해볼까 어쩔까 망설였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 P57

"그러기에 충분한 기술을 가진 오로라인들의 리스트를 뽑을 수 있겠나? 용의자 그룹이 떠오르겠지만 수가 그리 많지는 않을 거야."
"벌써 했습니다, 파트너 일라이저."
"몇 명이나 되나?"
"리스트에 올려진 이름은 단 하나뿐입니다."
이번에는 베일리가 침묵할 차례였다. 그의 미간이 화가 난듯 바짝 모아졌다. 이윽고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단 한 사람이라고?"
다닐의 목소리도 조용해졌다.
"한 명뿐입니다, 파트너 일라이저. 그 사람이 바로 패스톨프 박사님입니다. 박사님은 오로라에서 제일가는 로봇공학 이론의 권위자입니다." - P63

"패스톨프 박사님은 로봇 살해사건에는 인간이 관련되어 있지 않다고 확신하고 계십니다. 자기 외에는 아무도 그 일을 할 수 없으니까요. 박사님은 그것을 단순히 우발적인 사고라고 하십니다. 그렇지만 이 사건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당신이 박사님의 무죄를 입증하는 것을 원치 않지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당신을 지켜야만 하는 겁니다." - P72

"내가 정말 바보같은 생각을 했군, 다닐."
"우리가 당신을 오로라가 아닌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갈지도 모른다고 의심했습니까? 의심할 만한 이유라도 있나요, 파트너 일라이저?"
"아냐. 잠재의식 속에 있는 광장공포증 때문에 불안해서 그랬을 거야. 전혀 움직이지 않는 우주의 경관을 보고 있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천체가 움직이기 시작하니까 불안이 가중된 것 같아.", - P87

"패스톨프 박사, 여기에서 내가 실패하면 지구가 타격을 입게 된다는 건 알고 계시겠지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절대로 실패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야겠죠. 여기서 실패한다면 다 그만두고라도 나 개인적으로도 큰 불행을 감수해야 할 겁니다."
패스톨프가 놀란 듯 베일리를 돌아보았다.
"그렇게까지 될까요?"
베일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결국 그렇게 될 겁니다. 지구정부의 표적이 될 테니까요."
"당신에게 부탁했을 때 그 점에 대해서까지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베일리, 나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말씀만이라도 고맙습니다." - P96

패스톨프는 조용히 말했다.
"내 의견으로는, 최고의 능력을 갖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내 생각엔 오로지 나만이, 그것도 상태가 아주 좋은 날이라야 그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나를 포함한 로봇공학의 최고 두뇌들이 모여서 이런 정신동결상태에 빠질 수 없는 양전자 두뇌를 고안해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 P104

베일리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당신이 실제로 그 일을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라면……… 당신이 잔더를 죽였습니까?"
패스톨프가 대답했다.
"내가 범행을 부정하고 있다고 다닐이 말하지 않던가요."
"그에게 듣긴 했지만, 당신에게 직접 듣고 싶습니다."
패스톨프는 팔짱을 끼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꽉 다문 이사이로 내뱉듯 말했다.
"그렇다면 다시 말하지. 나는 안 했소!" - P107

"범행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잔더를 정신동결상태로 만든 것은 두뇌회로에서 일어난 양전자 흐름의 자연발생적인 이상입니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아니오. 도저히 그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하지 않았다는 것이 분명하다면 그렇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요."
.
.
.

"그런데 자연발생적인 이상을 제가 어떻게 증명합니까? 아무래도 당신, 지구, 그리고 나 자신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군요."
"중요한 순서대로 말한다면 ..... 당신, 나, 그리고 지구입니다. 어쨌든 나도 여러 가지로 생각해봤지만 아무래도 그것을 입증할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 P108

그 유명한 전설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지요. 원시적인 시대에 생산된 로봇의 이야기인데,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조립라인의 어딘가의 사고로 인해 우연히 텔레파시 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 P112

"그러면 그 무의식적인 정신동결상태가 일어날 확률은 어느 정도입니까?"
"평균적인 오로라인의 생존기간인 300년이란 기간중, 10만의 로봇 가운데 하나가 정신동결상태를 일으킬 수 있을 겁니다. 좀처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지만, 잔더와 같은 경우도 있을 수는 있지요." - P115

우리는 점점 무력하게 되어가고 있어요, 베일리 씨. 요즘 2세기 반 동안 새로운 우주국가는 개발되지 않았어요. 우리의 세계는 완전히 길들여져서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해하기 때문에, 여기서 나가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이 세계는, 지구가 완전히 기분 나쁜 곳이 되자 인간이 없는 신천지의 위험에 맞닥뜨린 사람들이 비교적 이쪽이 낫다고 해서 개발된 곳이죠. 솔라리아를 마지막으로 50개의 우주국가가 건설되자, 이제 어딘가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한다는 위기감이나 필요성도 없어져버린 겁니다. 그리고 지구 자체는 지하의 강철동굴 안으로 잠입해 버렸구요. 그리고는 끝입니다. - P142

로복공학 3원칙이 있는 것처럼 인간에게도 그것이 있다면 어떨까요? 인간에게 적용되는 원칙이있다면 도대체 얼마나 있는 걸까요?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누군가가 인간공학의 원칙을 발견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나처럼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훌륭한 미래상을 과학적으로 예언할 수 있게 되어, 장차 인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알 수 있게 될는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인류에게 벌어질 사태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게 될 것이오. 나는 때때로 심리역사학이라고 부르는 수학을 확립하겠다는 꿈을 꾸어보지요. 하지만 나는 할 수 없을 것이고……… 아마 아무도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 P143

베일리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잔더의 소유자가 당신이었소?"
"그러자 글래디아가 대답했다.
"2년 전에 남편을 소유했던 것도 나였구요. 어째서 나를 거쳐간 존재들은 모두 살해될까요?"
베일리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볼로 가져갔다. 하지만 글래디아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가 말했다.
"솔라리아에서도 당신은 나를 구해주려고 왔지요. 용서하세요, 당신에게 다시 도움을 청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자, 우리가요." - P162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베일리는 그녀를 똑바로 좌우로 흔들기만 했다.
쳐다볼 용기가 없어서 머리를 푹 숙이고
"나도 그런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애썼지요. 그저 ‘고마워요, 일라이저‘, 그걸로 끝이었어요. 마치 남편의 죽음이 몰고온 곤경에서 나를 구해주었기 때문에 고마워한 것처럼요. 하지만 그렇게 말했던 진정한 이유는 당신이 나의 삶에 빛을 던져주었다는 데 있었지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가르쳐주고, 그에 도달하는 길이 있음을 가르쳐준 데 대한 감사였던 거예요. 그 자체는 가벼운 접촉이었지만, 그것은 모든 것의 시작이었어요."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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