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의 뺨을 만졌을 때의 느낌을 말하고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그때 상태가 거의 오르가즘의 경지였던 것 같다‘고 했지요? 그리고 오로라 사람들과의 섹스가 결코 만족스러운 게 아니었다는 이야기도 했소. 당신이 내 뺨을 만졌을 때 느꼈던 것이 오르가즘이었다고 생각한다면, 그 이후 언젠가 당신은 오르가즘을 경험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르가즘을 알지 못했던 당신이 나중에 어떻게 그것이 오르가즘이었다는 걸 이해했을까요? 다시 말해서 당신이 그것을 이해하려면 연인이 있어야 하고, 사랑을 경험했어야 했다는 겁니다. 패스톨프 박사가 당신의 연인이 아니고, 또한 과거에도 그렇지 않았다면 다른 누군가가 있었어야 한다는 얘기가 되는데………" - P185

"틀림없이 누군가가 있소, 글래디아. 내가 말해볼까. 잔더를 잃은데 대한 당신의 슬픔은 너무나 깊었소. 당신은 잔더 생각이 나서 다닐의 얼굴을 보고 있을 수가 없다고 그를 내보내기까지 했지요. 자, 나의 결론이 틀렸다고 생각하면 말해줘요. 잔더 파넬이………"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거칠게 말했다.
"R. 잔더 파넬이 당신의 애인이 아니었다면, 내 말이 틀렸다고 해요."
그러자 글래디아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R. 잔더 파넬은 내 애인이 아니었어요."
그리고는 좀더 큰 소리로 분명하게 말했다.
"그는 나의 남편이었어요." - P186

내 마음을 이해해주기 바래요. 인간과 비슷하게 보였지만 그는 로봇이었어요. 사람인 남자들을 만지는 것은 아무래도 망설여지는데, 잔더는 사람이 아니었고 태어나서부터 로봇들과 함께 생활해온 나로서는 잔더라면 아무 거리낌 없이 만질 수가 있었거든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잔더를 만지는 일이 즐겁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잔더도 곧 내가 그것을 즐기고 있다는 걸 깨달았지요. - P192

베일리는 그 말에 약간 놀랐다. 그는 똑같은 질문을 하려고 지스카드 쪽으로 고개를 돌리다가 멈추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결국 그들에게서 무엇 하나 유용한 정보를 얻으려는 것은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 P202

패스톨프가 마중을 나왔다.
"때맞춰 돌아왔군요, 베일리. 글래디아와 만난 성과가 있었나요?"
베일리가 말했다.
"그렇다고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패스톨프 박사. 어쩌면 해결에 이르는 열쇠를 쥐게 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 P203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아요. 사실은 훨씬 복잡하지요. 그게………"
패스톨프는 당혹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사실은 내 딸이 나에게 섹스를 청했는데, 내가 거절했거든요."
"당신에게 섹스를 청했다구요?"
베일리는 깜짝 놀랐다.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오." - P212

"그녀가 보고 싶은가요, 패스톨프 박사?"
"물론이지요, 베일리. 하지만 그것은 자식을 직접 기르는 데서 오는 전형적인 잘못 중의 하나입니다. 그것은 인간을 불합리한 충동에 빠지게 하죠. 그 아이에게 뜨거운 애정을 품게 만들고, 게다가 그 아이가 난생 처음으로 요구하는 섹스를 거절함으로써 그 아이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결과를 초래하게 합니다. 그리고 덧붙인다면, 곁에 없는 것이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운, 앞뒤가 맞지 않는 감정에 빠지게 되지요. 이런 기분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그로 인해서 불필요하게 겪어야 했던 그녀나 나의 고통은 전적으로 내 책임입니다." - P214

당신이 글래디아에게 잔더를 준 것은 섹스의 대상으로서 배려한 것이며, 그녀가 당신에게 섹스를 청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볼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 당시에는 그런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지금은 어떤지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그런 기분으로 선물한 건 아니었나요? - P217

그는 사라져버린 것을 향해 손을 내밀고 필사적으로 바둥거렸다.
그러나……
그때 언뜻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무어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중요한 무언가 있었다는 점 말고는.
그는 눈을 부릅뜨고 깜깜한 어둠 속을 응시했다. 정말 뭔가 있었다면……… 뭔가 생각이 날 텐데.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다니, 제기랄!
그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 P228

베일리가 불쑥 질문을 던졌다.
"왜 바실리아는 그의 아버지와 결별했지?"
지스카드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베일리는 지구인들이 로봇에게 명령하는 것 같은 단호한 태도로 물었다.
"이봐, 내가 물었잖아?"
지스카드는 고개를 돌리더니 잠시 동안 베일리를 응시했다. 그는 로봇의 강렬한 눈빛이 자신의 무례한 말에 대한 분노의 불길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스카드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가 말할 때 그의 눈에는 어떤 표정도 보이지 않았다.
"저는 대답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리틀 미스는 아버지와의 결별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도록 그때 이미 제게 명령해 놓았습니다." - P257

"그녀가 자네를 가끔 재프로그래밍했다는 얘기는 들었네만……… 확실히 능숙하긴 했던가 보군."
베일리가 말했다.
.
.
.
"뭘 재프로그래밍한 거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입니다."
"나를 놀리는 것 같군. 그녀가 해놓은 일이 정확히 뭔가?"
지스카드가 잠시 주저했다. 베일리는 그것이 뭘 의미하는지 곧장알아챘다.
"재프로그래밍에 관한 어떤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습니다."
"금지된 건가?"
"아닙니다. 재프로그래밍은 지나간 일들을 자동적으로 지워버립니다. 제가 어떤 특정한 부분에 대해 수정되었다면, 수정되기 전의 일들에 대해서는 기억을 갖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 P258

"맞습니다. 인간형 로봇의 핵심인 양전자두뇌 이론을 발전시킨 것이 바로 그 사람이죠. 패스톨프 박사가 죽은 서튼 박사의 도움으로 다닐을 만들 때 그 이론을 적용했어요. 하지만 그는 그 이론의 중요부분에 대해서 상세히 공개하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지도 않았습니다. 그 사람이 그 따위로 하기 때문에, 지금 인간형 로봇의 생산이 결정적인 장애를 맞고 있는 겁니다. 오로지 그만이 그러고 있는 거라구요!"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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