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와 있는 곳이 천국인지 이 세상인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지상에서 이토록 장려하거나 아름다운 장소가 존재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 P461

루치아노 마시니는 고뇌하는 빛이 역력했고, 얼굴은 불면증 탓인지 푸석푸석하게 부어 있었다. 내가 그에게서 받은 첫인상은, 새벽 2시경에 벌떡 일어나, 20살에 불과한 아내가 그보다 나이를 세 배나 먹은 기업가 남편을 정말로 꿈에서나 보던 이상형이라고 느끼고 있는지 자문하기 시작한 사내였다. - P461

레이프는 미소 짓고 나를 연옥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메모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어떤 가격에 팔리더라도, 놀라지 말 것." - P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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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했다. "물리적인 계들은 수학을 창조하거나 하진 않아. 그 무엇도 수학을 창조할 수는 없어. 수학은 만고불변하니까 말이야. 설령 전 우주에 단 한 개의 전자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정수론整數論 전체는 지금과 완전히 동일할걸." - P331

"내 말이 맞는지 확인해 줘. 직관에 반하는 괴상한공리 따위가 아닌, 10살 먹은 초등학생도 참인 걸 아는 보통 산수를 써서, 유한한 수의 단계를 밟아서 모순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싶은 거야?" - P337

노트패드는 명제 S가 참의 명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 다음 노트패드는 명제 S를 써서 계산을 시작했고... 423개의 단순하고 완벽하게 논리적인 단계를 거쳐 S는 비S임을 증명했다. - P354

남은 가능성은 단 두 가지였다. 종래의 수론에는 본질적인 결함이 있고, 자연수에 관한 플라톤적인 이데아는 궁극적으로 모순일 가능성. 또는 앨리슨이 옳았고, 몇십억 년 전에 ‘계산적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 일부를 일종의 대체 수론이 지배하게 되었을 가능성이다. - P354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국가보건통계청의 존 브레크트가 전화를 걸어온 것은 집에서 전염병학 410 과목의 문제지를 채점하고 있었을 때였다. - P393

팬데믹 초기에 나는 연줄을 동원해서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과 함께 <실버파이어> 환자 한 명을 가까이서 관찰할 기회를 마련했다. - P400

<실버파이어>는 암보다 희귀했고, 심장병보다 희귀했고,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보다 희귀했다. 도시에 따라서는 총상보다 희귀했다. 그러나 그것을 예방할 방법은 없었다. 완전한 물리적 고립 상태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은. - P412

만약 바이러스 보균자가 정말로 <이벤트>에서 <이벤트>로 옮겨 다니고 있다면, 그 또는 그녀는 나와 함께 ‘이곳‘에 있다는 얘기가 되지 않는가. 지금 이 순간에 내 추적 대상은 필시 이 거대한 가상 댄스홀에서 춤추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 P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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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코카인이나 헤로인은, 심지어 백기사조차도, 원래부터 뇌에 있던 수용기를, 원래부터 있던 신경 경로들을 이용해. 그런데 당신은 몇백만 년 동안 신중하게 진화한 구조에 손을 대서..." - P313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리는 몇 개의 기본 욕구를 가진 동물에 불과하고, 그 밖의 모든 건 바람에 날리는 겨보다도 못해. - P315

잠에서 깼다. 몹시 혼란스러웠지만,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내가 상하이의 싸구려 호텔 22호실에 있는 좁고 울퉁불퉁한 싱글베드에 누워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 P323

인더스트리얼 알제브라사의 포위망이 우리를 옥죄고 있었다. 앨리슨이 곧 루미너스에 대한 접근권을 얻지 못한다면, 우리에게는 맵을 파괴한다는 선택밖에는 없었다. - P329

그녀는 이렇게 선언했다. "수학의 정리는 물리적인 계系에 의해 테스트되었을 때만, 또 그 계의 행동이 해당 정리가 참인지 거짓인지의 여부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에만 비로소 참이 될 수 있어."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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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도는 독성 화학물질이나 고엽제를 아무리 살포해도 끄떡도 하지 않았다. 엘니도의 식물들과 공생 세균들은 대다수의 독성물질을 분석해서 스스로의 물질대사를 재프로그래밍하는 방법으로 해당 독을 무해한 물질로 바꿔놓거나, 아예 영양분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 P276

그 어떤 두려움도 굶주림을 이길 수는 없다. 그 어떤 인내도 굶주림을 불식할 수는 없다. 굶주림이 있는 곳에서 역겨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신이나 신념, 그리고 당신들이 아마 원칙이라고 부르는 것들조차도, 바람에 날리는 겨보다도 못하다. - P282

나는 그가 제2의 조국을 지키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했는지, 또 그가 완성한 후 무단 반출했다는 도구가 무엇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내게는 그럴 권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 P285

현재 엘니도의 식물들을 프로그래밍해서 새로운 유전자를 발현시키고, 생물학적 통신망을 활용하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적어도 12명은 있는데, 그런 지식이 있다면 자기 영토를 확보하는 건 식은 죽 먹기죠."
" 숲의 정령들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은밀하고 주술적인 힘을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겠군요?"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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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는 작고 검은 <보석> 하나가 들어 있고, 그 보석은 거기서 내가 되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얘기를 부모님한테 들은 것은 6살 때의 일이었다. - P241

보석이 떠올리는 생각이 내가 떠올리는 생각과 어긋나는 경우, 교사는 생각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이곳저곳을 수정했고, 보석의 생각이 나와 똑같아지도록 변화시킴으로써 보석 전체를 조금씩 재구축했다.
무슨 이유에서? 내가 더 이상 나일 수 없게 되면, 보석이 나를 대신해 주기 위해서다. - P241

나는 진짜로 나일까, 아니면 내가 되는 법을 배우고 있는 조그만 보석일까. - P242

애당초 ‘나‘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20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인격체가 되어 있는 마당에,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라는 것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 - P256

가능한 해석은 단 하나뿐이었다. 나는 <전환>해 버렸다. 저절로 내 뇌는 아직도 살아 있는데도 보석이 내 몸을 차지한 것이다. 망상하고 있었던 최악의 사태가 모두 현실이 돼버렸다. - P258

아아, 최소한 히스테릭한 웃음이라도 터뜨릴 수 있었다면 얼마나좋았을까. 내가 보석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에.
<교사>가 고장 나서, 더 이상 유기뇌와 나를 동기화시킬 수 없게 됐던 것이다. 나는 갑자기 무력해진 것이 아니었다. - P260

도둑 소굴을 의미하는 엘니도 데 라드로네스 El Nido de Ladrones는 서부 아마존 저지대에 자리 잡은 너비 5만 제곱킬로미터의 타원형에 가까운 지역이었고, 콜롬비아와 페루 국경에 걸쳐 있었다.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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