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 맏아들 - 대한민국 경제정의를 말하다
유진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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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잘 읽지 않는 실제경제에 관한 책 두 권을 한꺼번에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일단 운전하다가 어느 프로그램에선가 저자와 인터뷰하는 걸 듣게 되었고.. '김어준의 뉴욕타임즈'에서 책을 소개하는 것을 보았다.. 제목을 보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듯이 내용은 집중과 선택에 의해서 선택받은 맏아들이 동생들의 기회비용으로 성공을 했을 때 맏아들은 동생들에게 어떠한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이 물음이 결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국민들의 물음으로 확대되고 선진국과 개도국의 문제로까지 확대가 된다.. 그리고 결론은 도덕적으로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게 끝이다..

책의 내용은 상당히 쉽다.. 며칠 전 읽은 '88만원 세대'가 꽤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그것보다 훨씬 더 쉽다.. 중학생.. 혹은 초등학생까지 쉽게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일부 전문적인 용어만 제외한다면..) 난이도이기 때문에 성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쉽게쉽게 읽을 수 있다.. 집중해서 읽으면 2시간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처음에는 신선한 아이디어로 시작을 한다.. 삼남매 중 맏아들이 공부를 잘해서 의사가 되어 부자가 되었을 때 과연 이 맏아들이 기회비용을 빼앗긴 동생들에게 어떤 보상을 해야 하는지 계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저자는 마이클 샌델(아.. '정의라 무엇인가'는 꼭 읽어야 하는 책인가..)의 자연적 의무, 자발적 의무, 연대 의무의 관점에서 어째서 보상을 해야 하는지 설명을 하고 심지어는 그 금액까지 계산을 하려고 한다..(대단한 계산은 아니다..) 그리고 어째서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국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지 설명을 하고..(거의 도덕적 의무의 관점에서..) 선진국의 개도국에 대한 책임까지 설명을 한다..

그리고 나머지 내용은 위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사례들을 들고 있다..

책의 주제는 마음에 든다.. 게다가 최근 경제문제에 있어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분배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도 상당히 시의적절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야말로 그것뿐이다..

이 책은 '맏아들=대기업=선진국'이라는 하나의 아이디어와 맏아들이 동생들한테 보상해야 하는 금액을 경매를 통해 산출하는 두 가지 아이디어만 약간 신선했다.. 그리고 잘 모르던 '존 롤스(후에 찾아 보니 이 사람도 샌델 교수가 언급한 사람이었다.)'라는 사람을 알게 된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그 외에는 계속해서 동어반복을 나열하다가 마지막에는 현재 사회 현상들을 내가 보기엔 그다지 개연성 없이 늘어 놓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생겨난 데 대한 고민도 엿보이질 않고, 현상을 자세히 표현하지도 않았고, '도덕적으로 나누어야 한다'거나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 외에는 마땅한 해결책도 없다.. 책의 저자가 경제학과 교수라는 점을 생각할 때.. 이건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책들은 읽어 보고 추천하는건지..)

저자에겐 죄송하지만 이 책은..

경제학과 교수가 그럴싸한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린 후에 비슷한 내용을 여러번 반복해 써가면서.. 중간중간 일년동안 신문만 읽었어도 누구나 알고 있을 만한이런저러 사례들을 삽입하여 (추측하건데..) 한달 이내.. 혹은 (저자가 경제학과 교수라는 점을 감안하면..)일주일 이내에 별다른 고민 없이 주욱 써내려간 책이다..

띠지에 이렇게 써있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양극화, 그 실체와 비밀을 벗긴다.', '99%는 왜 가난한가?'

휴우.. 양극화 문제는 제대로 건들지도 못했다..

정말 자신이 이 사회가 양극화됐는지조차 모르겠다면 읽어도 좋다.. 하지만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는 뉴스를 보고 가끔 인터넷으로 기사 검색도 하고 재벌이 나쁘고 싫은 정도의 감정만 가지고 있으면 안 읽어도 된다..

사회에 관심 전혀 없는 1%에게만 추천.. 나머지 99%에게는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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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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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이 책을 읽는 건 너무나도 힘들었다.. 하지만.. 그건 이 책이 어렵다거나.. 내가 이해력이 너무 떨어졌다거나.. 뭐.. 그런 문제는 아니었다.. 그저.. 처음 생긴 전자책 리더를 이용해 읽다 보니 영 익숙하지가 않아서 차분히 읽는다기 보다는.. 그야말로 틈틈히 읽었기 때문이다.. 책 자체는 어렵지 않고.. 누구나 약간의 전문적인 역사지식을 슬쩍 넘겨 주기만 한다면 읽는데 부담도 없고.. 쉽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읽는 가운데 많은 것을 새롭게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88만원 세대라는 말을 처음 들은 건.. 물론 5년전쯤일거다.. 이 책이 맨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굉장히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워낙 베스트셀러에는 눈을 돌리지 않는 성격인데다가.. 경제에 관한 책은 선호하지도 않아서 손에 잡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자책이 생기고 나서 요새 '나는 꼽사리다'를 통해 듣게 된 우석훈이란 사람을 유명하게 한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증이 생겼고.. 가장 먼저 다운을 받아서 읽게 되었다..(불법다운 아님.. 돈주고 샀음..)

우선은 이 책은 현재 우리나라(물론 5년 전임.. 이 책은 초판이 2007년에 나왔다..)의 20대에 대한 분석을 먼저 하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사람들이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 같은 세대간의 착취에 대해서 분석하고 그 착취의 경향이 점점 강해지는 이유와 과정, 결과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다른 나라의 예를 들어 가며 설명하고 있다..

대체적인 내용은 쉽다.. 결국 현재의 30대(5년전의 20대)는 결국 이전의 세대인 386 세대, 혹은 베이비붐세대와 룰없는 무한한 경쟁을 하고 있고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즉, 개인의 잘못보다는 사회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계속해서 착취를 당하고 있으며 그 경향은 앞으로 심해질 것이고.. 향후 5년 안에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정말 절망적인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5년이 지났고..
저자의 말대로.. 지금의 20대와 30대는 더욱더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 저자의 직관.. 혹은 분석이 굉장히 진실에 가까웠다는 것이 5년이 지난 지금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결국 현재의 25~35 세대는 윗세대로부터 착취당하고.. 50대와 경쟁해야 하며.. 정규직으로 들어가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힘들고.. 세대 안에서도  피터지게 되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접어들게 되었다.. 책은 말한다.. 이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결국은 시스템이 이들을 힘들게 몰아 붙이고 있다고..

생각해 보면 그렇다..

정말 개인이 힘들게 사는 것이 온전히 개인의 잘못일까.. 지금의 20대.. 그리고 앞으로의 10대에게 밝은 희망이 없는 것이 그들이 잘못 살아서인가.. 지금 대학생들이 졸업을 하자 마자 빚을 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그나마 반은 정규직을 갖지도 못하고 최저임금에 준하는 급여에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면서 공무원시험에 매달리고.. 아무리 일을 해도 내가 벌어서 내가 살 집을 마련할 기회는 전혀 없고.. 스펙만 열심히 쌓아 놓고.. 하지만 쓸모는 없고.. 이게 20대의 잘못인가..? 책을 읽어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당연히 이루어졌어야 할 세대간 불균형 해결의 과정을 넘어가 버렸다는게 이 책의 주장이다.. 그리고 그 주장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좀 아픈 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비전문가인 나는 판단할 수는 없지만 저자에 따르면 현재의 무한경쟁은.. 결국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시작한 것 같다.. 정치적으로 인간적으로 너무나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저자의 주장이 틀리지 않은 것 같으니 그 점은 참 가슴 아프다.. 그리고.. 지금은.. 아마도 현대통령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많겠지만.. 이 책은 5년전 책이다..

이 책은 선동적이다.. 비록 저자들은 이 책은 선동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고 얘기는 하지만.. 이 책은 굉장히 선동적이다.. 왜냐하면 이제는 더욱더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20대에게 없는 바리케이드를 쥐어주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그다지 저자들의 주장에 대해 반대할 생각이 없다.. 이미 5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저자들이 예측한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다.. 이제는 뭔가 바뀌어야 하는데.. 정치인들은 뭐.. 그저 그렇다.. 20대가 자신의 의견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한번쯤은 바리케이드를 칠 때가 된 것 같기도 하다..

20대는 꼭 이 책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자신의 현실이..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는 죄책감 때문에 죄책감을 벗어날 수 있을 정도의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 자신의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을 벗어나서..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룰을 깨고.. 자신들도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룰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나도 지금의 20대를 좀 한심하게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나의 20대도 굉장히 안타까워졌고.. 지금의 20대는 더욱더 안타깝게 생각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 특히 20대 필독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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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모와 책략 - 숙명의 라이벌이 펼치는 인생 성공전략
화장 지음, 정광호 옮김 / 시아출판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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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전에는 잘 몰랐는데.. 현재를 생각해 보면.. 언제나 역사가 되풀이된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왕조실록(물론 줄여 놓은 책이다..)을 보다 보면 왠지 모르게 지금의 정치상황이 오버랩된다.. 그리고 중국의 역사는.. 워낙에 넓다.. 복잡하고 넓기 때문에 사실.. 전체적인 아웃라인도 잘 못 잡아 놓고 있다.. 사자성어나 고사성어를 보고 단편적으로 알고 있지만.. 어쨌든 이 책은 그런 지식을 조금 더 보충할만한 책이다..


우리나라에도 역사의 라이벌이 있는데.. 그 넓은 중국의 역사에는 어찌 없을까.. 이 책은 중국 역사에서 유명한 정치,경제,전쟁 등의 분야에서의 8쌍의 라이벌을 다루었다.. 그 중에 4쌍은 원래 알고 있는 인물들이고.. 나머지 4쌍은 잘 모르는 인물들이라 새로운 지식을 쌓는 재미가 있다..


하 지만.. 저자(중국 사람이다..)의 태도를 잘 몰라서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대단한 시각이 있는 것 같은 책은 아니다.. 그저 그야말로 흔한 역사에 관한 에세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각 단원은 간단한 인물 해설 + 본문 + 역사적인(혹은 저자의) 평가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평가가 그다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책은 이해하기 쉽고 일반적인 교양을 쌓기에는 좋지만.. 새로운 시각에서 생기는 지적 흥미를 자극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게다가 특성상 큰 흐름을 요약해 놓은 것이니.. 이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책이기는 하다..


책 자체가.. 평범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인물열전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충분히 읽어볼 만하다.. 하지만 약간 지루한 면은 있다..


한 가지만 첨언하자면.. 이 책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샀다.. 요새 고속도로 휴게소에.. 예전과 달리 좋은 책들을 출판했었지만 부도난 회사들의 책들을 아주 저렴하게 많이 팔고 있다.. 좋은 책을 싸게 살 수 있는 건 좋은 일이지만.. 괜찮은 책을 펴내던 출판사가 망해가는 건 좀 슬픈 일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가 중국 전체 역사를 통으로 알고 싶은 생각이 들어 중국사 책을 한 권 샀으니.. 그런 면에서도 충분히 나에게는 가치가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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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노트에 이름을 쓰면 살인죄일까? - 대중문화 속 법률을 바라보는 어느 오타쿠의 시선 대중문화 속 인문학 시리즈 1
김지룡.정준옥.갈릴레오 SNC 지음 / 애플북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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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한 번 참 요란스럽고.. 부제는 '대중문화 속 법률을 바라보는 어느 오타쿠의 시선'이다.. 처음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만 해도 그냥 쉬는 생각으로 읽으려고 한 책이긴 하다.. 그냥 센스 있는 저자의 잡설을 읽으면서 머리 식히는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읽다가 보니 공동 저자에 실제 전문 법학자가 있었다..


책 의 목적은 간단하다.. 만화라든지 영화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실생활에서 벌어졌을 때 그 법적인 책임이라든지 민사, 형사상의 책임 범위 및 소재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하는 흥미로운 주제를 가지고 있다.. 형법과 민법 및 헌법의 관점에서 황당한 상황을 판단하는데.. 대충 하는게 아니라 실제 법에 의해서..(물론 실현 가능성은 없지만..) 판단을 해 보는 것이다.. 실제 법정에 섰다는 전제 하에..


예전에 SF 애니메이션내에서 벌어지는 로봇이라든지 다른 현상들에 대해 과학적으로 판다하는 책은 있었는데 이런 종류의 책은 처음인 것 같다..


내 용은 흥미진진하다.. 법을 그렇게 어렵지 않게 풀이를 해 놓았다.. 게다가 우리가 잘 아는 예를 들어  설명을 하니 익숙하기도 하다.. 좀 안타까운건.. 이대로라면 슈퍼 히어로들은 발을 붙일 수가 없으니 큰 기대를 안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어렵지 않고.. 재미있으면서도 쉽게 읽을 수 있으니 심심풀이용으로 읽을만하다.. 하지만 쓸데없는 책은 아니다.. 추천..


마지막으로 한가지.. 중간에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및 '파운데이션'에 나왔던 로봇공학의 3원칙과 0원칙이 나오는데.. 필자는 로봇공학의 원칙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30p)


그리고 데스노트에 이름을 쓰면 사람이 죽는다는게 객관적으로 증명이 된다면 살인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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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고전예술 편 (반양장) - 미학의 눈으로 보는 고전예술의 세계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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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다지 대단한 지식을 쌓고 있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지적인 것'에 대한 욕심은 굉장히 많다.. 하지만 역시 그다지 지적으로 많이 발전하지는 못했다.. 그런 나에게 살면서 정말 지적으로 도전을 받게 하는 사람이 살면서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도올 김용옥 선생.. 김용옥 선생의 책은 고등학교 때부터 탐독했지만 그 넓은 지식은 실로 헤아릴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진중권 선생이다.. 진중권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은 책을 읽지 못했기 때문에..(이게 겨우 두 권째) 잘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저작자 중에 한 명이다..

두 사람의 특징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일단 많이 공부를 했고.. 그 공부를 겸손이라는 덕목으로 구태여 감싸지 않고.. 공부한 것을 통해 사회에 자신의 뜻을 얘기하는데 주저함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의 의견이 나의 의견과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도무지 반박하기는 힘든.. 뭐.. 그런 인물들이다..

요새 들어 갑자기 미술에 관한 책을 10여권 이상 살 정도로 많이 사게 되었는데 진중권의 책도 그렇게 산 책 중에 하나다.. 난 새로 나온 책인지 알았는데 이전에 나온 책의 개정판인 것 같다.. 서양미술사는 그동안 3권 정도 읽어 보았다.. 그리고 모든 책들은 시간에 따른 미술사조의 변화와 대표적인 화가와 작품들에 대해 써놓은 책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다르다.. 저자가 머릿말에서 쓴 것처럼.. 그저 '하나를 더 덧붙이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이 책은 역사로서의 미술사책이 아니다.. 오히려 '미술사'라는 제목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 책이다.. 미술의 역사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시간의 흐름과 연관이 있다기 보다는 하나하나의 장면, 혹은 변화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특히 특이하게도 이 책은 역사를 다루는게 아니라 논문을 다룬다.. 미술의 역사에 대한 논문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 놓은 책이라고 이해를 하면 되겠다.. 게다가 이 책은 흔히 미술사를 생각하면 기대하게 되는 역사적인 흐름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렇 다고 이 책이 재미가 없다거나.. 읽을만하지 않다거나.. 하지는 않다.. 충분히 나름대로 읽을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가장 인상적인 건 비록 미술사 전체를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를 떼어서 그 부분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좋은 점을 찾을 수 있다.. 한장한장이 굉장히 재미있었지만.. 12개의 장 중에서 제일 흥미로웠던 장을 따지면.. 사물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 러시아의 투시법을 설명한 5장과 그저 허접한 매너리즘의 시대라고 생각했던 르네상스 이후의 엘 그레코에 대한 일종의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 7장이 재미있었던 것 같다..

나머지 장들도 재미있기는 한데.. 일단 미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너무 모자른 사람이 읽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을 것 같다.. 특히 익숙하지 않은..(하지만 저자에게는 굉장히 익숙한 듯한..) 단어들이 중간중간에 툭툭 튀어나올 때가 가끔 있는데..(예를 들면14, 15, 16, 17세기를 나누는 용어..) 그럴 때 읽어 나가는게 좀 막히긴 했다..

정말 '서양 미술의 역사'를 알고 싶은 사람한테는 비추다.. 서점가서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사서 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서양미술에 대해서 전혀 아무런 지식이 없으면서 교양을 쌓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비추다.. 하지만 (진중권 선생의 책이 다 그런 편인 것 같긴 하지만..) 서양미술을 통해 지적인 즐거움을 얻고 싶은 사람에게는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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