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몸뚱이 하나가 눈밭에 엎어져 있었다. 시체 같은 잿빛몸뚱이 주변으로 흩뿌려진 핏자국이 보였다. 기온은 영하 15도였고폭풍이 지나간 지 채 몇 시간도 되지 않았다. 파리한 동틀 녘 빛 속으로 평탄한 눈밭이 펼쳐졌고, 발자취 몇 줄기가 가까운 얼음집으로 이어졌다. 술집이었다. 뭐, 어쨌거나 이 동네에서는 술집으로 통하는 건물이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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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님은 어디에나 계셔 - 알수록 쓸모 있는 생활 속 수학 이야기
티모시 레벨 지음, 고유경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빌어먹을 코로나

2019년 말에 처음 보고되고 우리나라에서는 2월부터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코로나19(Covid-19). 중국 우한에서 처음 유행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에서 맹위를 떨치던 코로나19는 유럽을 거쳐 이제는 남북아메리카에서 가장 활발히 전염되고 있다. 사스나 메르스처럼 잠깐 동안 두려움 후에 극복될 것이라는 희망에도 무색하게 코로나는 이제 6개월 이상 세계의 발을 묶어 놓고 꼼짝 못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3~5년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전문가도 있다. 코로나 이전의 삶을 그리워 하는 목소리도 굉장히 높다.


이제 모든 세계 사람들이 고대하는 것은 치료제, 아니 그것보다는 궁극적으로 백신이다. 여기저기서 1상, 2상 실험이 실행되고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언제 개발이 될지 기약없는 백신. 하지만 백신이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단번에 전세계 인구에게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생산할 수는 없을테고. 먼저 생산된 백신을 누구에게 먼저 접종해야 가장 효과적일까?


이 책의 저자인 과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티모시 레벨 선생님께서 큰 고민없이 해답을 알려 주신다. 전세계 사람들에게 친구 세 명을 적어서 제출하라고 한다. 가장 이름이 많이 나온 사람부터 백신을 접종한다. 이 사람들이 네트워크의 핵심이며 인싸중에 인싸이고,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다닐 슈퍼전파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범인이다! 이제 수학은 친구가 없으면 백신을 맞을 자격 따위 없다고 판단한다. 친구가 없는게 죄냐!! 물론 《수학님은 어디에나 계셔》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전에 쓴 책이고 위의 내용은 책 속의 11장 <내 친구는 왜 나보다 친구가 많을까?>를 읽고 내멋대로 써 본 것이다.


《수학님은 어디에나 계셔》는 제목처럼 노골적으로 수학이 인간 사회를 설명하는데 어떻게 사용되는지 밝혀놓은 책이다.


Timothy Revell 영국의 수학자, 저널리스트


사실 정말 몰라도 돼

수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관련 전공을 하지 않는 한 일반적으로는 거의 쳐다보지도 않는 학문이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우리 일상생활에서 수학이 무슨 필요가 있는지 강하게 묻는다. 사실 나도 그렇다. 내가 컴퓨터를 사용한다고 해서 반도체를 만드는 원리나 프로그램을 만드는 원리를 알 필요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수학적으로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 모른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책 속에서 설명하고 있는 암호만 해도 그렇다. 수많은 방법을 연구하다 완성되어 이제는 모든 곳에서 사용하는 공개키 암호방식, 소수를 이용하는 RSA방식의 암호원리를 몰라도 우리는 인터넷 쇼핑이나 포탈 등을 사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차구조 모른다고 면허 못따는게 아닌 거나 마찬가지다.


그럼 왜 이런 책을 읽는 거지? 거창하게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재미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생활인 관점에서 생각도 못한 곳에 수학적 원리가 반영되어 있고 그 원리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되면 그저 재미있다. 이런 종류의 책들을 읽는 이유이다. 좀 그럴싸하게 얘기하자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수학님은 어디에나 계셔》역시 그런 면에서 탁월하다. 탁월하다는게 별거 아니다. 충분히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재미있고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거다.


암호학은 수학이 사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분야이다.


다양한 분야 속에 대놓고 숨어있는 수학

《수학님은 어디에나 계셔》를 보면 정말 수학을 적용시킬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하다. 알고리듬으로 사랑을 찾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데이터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아 보려고 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인간의 삶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수학적인 도구가 이 책속에 가득하다. 물론 굉장히 제한적인 조건 속에서 가정에 가정을 통해서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이 많다. 하지만 암호학이나 게임이론같이 실생활과 학문에서 충분히 사용하고 있는 것들도 있으니 읽으면서 꽤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벤포드 법칙은 그동안 잘 모르고 있었는데 새로운 지식을 얻은 것 같아 만족스럽다.


게임이론에 대해서도 한 번 짚어 주고 지나간다.


제목과 표지도..

책을 평가할 때 표지나 제목에 대해서 평가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수학님은 어디에나 계셔》은 한마디 해두고 싶다. 제목부터 참 센스있게 <구글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를 연상케 하는 흥미로운 제목이다. 책표지의 색감도 그렇고 느끼하기 그지없는 1920년대 느낌 물씬 풍기는 포스터와 인물. 게다가 '수학 한 번 믿어봐'는 비슷한 제목의 트로트 제목에서 따온 것이 틀림없다. 조금은 딱딱해 보일 수 있는 수학을 친근하게 느끼도록 기획한 고육지책일 터이다. 뭐, 장단점이야 명확할 테지만 한 번 미소짓고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감각은 그럴싸해 보인다.


이 책이 재미있다면 《수학이 필요한 순간》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비슷한 책을 꽤 몇 권 읽었다. 특히 김민형 교수가 지은 《수학이 필요한 순간》같은 책은 이 책과 굉장히 비슷한데, 이런 종류의 책은 읽어서 실패한 적이 별로 없다. 수학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조금만 있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특히 내가 관심있는 분야인 죄수의 딜레마를 포함한 게임이론이나 《협력의 진화》, 암호 등에 관한 내용이 나와서 많이 반가웠다. 관심있는 사람에게는 추천. 관심이 없더라도 한 번 읽어 보면 수학과 사회에 대해 조금은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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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후 샹폴리옹은 표음문자인 상형문자 알파벳과 관련하여 다시에씨에게 올리는 글〉을 발표했다. 상형문자 해독의 기본 원리를 설명한 이 글을 통해 샹폴리옹의 이름은 만천하에게 알려졌으며, 그때까지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의 해답을 갈망하던 사람들은 이제 피라미드와 이집트의 사원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 P156

로제타석을 해석하려는 이러한 시도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두 호라폴론의 해석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올바른 해석으로 가는 길은오직 하나뿐이었다. 그것은 호라폴론이 간 것과는 반대의 길이었고, 샹폴리옹만이 그 길을 갔다. - P160

위대한 발상도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그러나 샹폴리옹이 한 일은 14세기 동안 학자들의머리를 어지럽혀온 호라폴론의 전통을 깨는 것이었다. 위대한 발견 이후, 운 좋게 그 발견의타당성이 즉시 증명된다면 누구도 발견자의업적을 깎아내릴 수 없다. - P163

이 책은 고고학의 개요를 적은 글이다. 따라서 가장 위대한 업적만을 짚고 넘어갈 뿐, 연구실에서 수많은 자료를 정리 · 분류하고 때로는 대담한해석과 창조적인 가설로 학문적 결실의 토대를 마련한 성실한 학자들에게는 안타깝게도 충분한 지면을 할애할 수 없다. - P172

오직 연구와 발굴에 모든 관심을 쏟던 마리에트는 고고학의 미래를 위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 한가지를 깨달았다. 바로 ‘보존‘이었다. 마리에트는 유물을 보호하기 위해이집트에 눌러 앉기로 작정했다. 개인적인 성공을 위해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당시만 해도 몇 년 후 자신이 세계 최대의 이집트 박물관을 건립하게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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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칼의 소년은 가장 오래된 파피루스에 마음을 빼앗겼으며, 돌에 새겨진 가장 오래된 상형문자에 넋을 잃었다.
"이거 읽을 수 있어요?" 푸리에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제가 읽을 거예요! 몇 년 후 제가 크면요!" 어린 샹폴리옹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
훗날 샹폴리옹은 이 이야기를 자주 했다. - P137

샹폴리옹은 아랍의 정신에 푹 빠졌다. 그의 목소리는 변했다. 모임에서 만난 아랍인은 샹폴리옹이 자신과 같은 아랍인인 줄 알고 몸을 굽혀인사했다. 샹폴리옹의 이집트에 관한 지식은 온전히 학습을 통해 얻은 것이었음에도 당시 가장 유명한 아프리카 여행가 소미니 드 마넹쿠르가 놀랄 만큼 충분한 수준이었다. 샹폴리옹과 대화를 나누던 마넹쿠르는 "내가 아는 나라를 나만큼이나 잘 알잖아!"라고 외쳤다. - P144

게다가 이 젊은 역사학 교수가 표방하는 이상이라니! 샹폴리옹은 역사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진실을 향한 갈망이라고 천명했다. 그가 말하는진실이란 나폴레옹식 진실이나 부르봉 왕조식 진실이 아닌 절대적 진실이었다. 그는 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학문의 자유를 요구했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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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리만은 일에 착수했다. 일개 상업 견습생에서 백만장자로 성공하기까지 쏟았던 열정을 이제 꿈을 실현시키는 것에 쏟아부을 차례였다. 그는신들린 듯 일에 몰입했고, 물자 또한 아낌없이 투입했다. - P70

독일의 철학자 헤르더가 말했듯이 빙켈만이 그리스의 비밀을 멀리서보여주었다면, 슐리만은 그 태고의 세계를 직접 열어서 보여주었다. 슐리만은 고고학을 연구실의 석유등 불빛 아래에서 과감히 그리스 하늘의태양 아래로 끌어냈다. 전통 문헌학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살아 있는 선사시대로 한 발을 내디뎠고, 전통 학문에 선사시대를 추가해 학문의 영역을 넓혔다. - P88

슐리만의 초기 해석과 연대 확인이 거의 다 틀렸다는 사실은 비극적인실수였다. 그러나 아메리카를 발견했던 콜럼버스도 처음에는 인도를 발견한 줄 알았다. 그렇다고 그의 업적이 작아지는가? - P92

나폴레옹 1세와 비방 드농은 이집트를 최초로 고고학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사람들이다. 이 두 사람은 황제와 남작, 총사령관과 예술가로서 인생의 일정 구간을 동행했다. - P117

조각상은 대부분 일부가 잘려나간 단편(斷片)들이었다. 그 수집품 가운데는 매우 특이한 물건이 하나 있었다. 검은 빛이 반들반들한 현무암 석판이었는데, 여기에는 세 가지 언어로 쓴 세 편의 글이 새겨져 있었다. 그 돌이 이집트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된 유명한 ‘로제타의 3개 언어로 된 돌(로제타석)‘이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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