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 모든 걸 잃었습니다."
실라는 자기가 어떻게 속았는지 진실하게 얘기했다.
스승이 응답했다.
"믿음을 너무 빨리 잃었구먼. 지금 막 새로운 뉴스를 받았네. 전혀 기대하지 못한 반가운 소식이야. 그 비밀은 아직 살아 있어. 자크 소니에르는 죽기 전에 정보를 전달한 모양이야. 내가 다시 전화하겠네. 오늘밤 우리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 P274

장미목 상자의 따스한 색깔과는 대조적으로, 상감된 장미 문양은 옅은 나무색이었다. 아마도 물푸레나무인 듯했다. 흐릿한 불빛에서 장미 문양이 또렷하게빛났다.
‘장미‘
비밀단체들처럼 모든 군대와 종교는 이 상징 위에 세워졌다.
‘장미 십자회원. 장미 십자가의 기사들.‘ - P275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피는 다 빈치를 암호의 선구자로 알고 있었다. 소피의 대학 교수들은 데이터 보안을 위한 컴퓨터의 암호 체계를 설명하면서, 지머만과 슈나이어 같은 현대 암호학자들을 칭송했다. 하지만 수백년 전에 초보형태의 암호 표기법을 고안한 레오나르도에 대해서는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것에 관해 소피에게 얘기해준 사람은 물론 그녀의 할아버지였다. - P279

"서브 로사(sub rosa), 우리말로는 ‘장미 아래‘ 라는 뜻이죠. 로마인들은 기밀을 요하는 회의가 있을 경우, 회의 장소에 장미를 매달았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장미 아래에서 말한 것은 무엇이든 비밀로 해야 한다고 이해했답니다." - P282

그녀는 얼굴을 찡그리며 크립텍스를 상자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 밖에 있는 랭던을 바라보자, 그가 함께 있는 것이 고맙게 여겨졌다.
‘P.S. 로버트 랭던을 찾아라.‘
할아버지가 그를 포함 시킨 이유는 이제 분명했다. 소피는 할아버지의 의도를 파악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안내자로 로버트 랭던을 선택한 것이다. - P301

티빙이 엄숙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성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에게 그것이 어디에 있느냐고만 묻는다오. 하지만그 질문에 끝내 대답할 수 없을 것 같소."
티빙은 돌아서서 소피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보다 적절한 질문은 이것이지. 성배란 무엇인가?"
소피는 가까이 있는 두 남자 사이에서 학문적인 열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 P320

소피는 그림을 열심히 조사했다.
"이 그림이 성배가 무엇인지 말해준다는 건가요?"
티빙은 속삭였다.
"무엇이 아니라 누구라고 해야겠지. 성배는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니까." - P330

"그리스도 바로 오른쪽에 앉는 영광을 차지한 사람은 어때요?"
소피는 예수의 오른쪽에 앉은 인물을 면밀히 들여다보았다. 인물의 얼굴과 몸을 살피는 동안, 내부에서 충격이 일어났다. 흐르는 듯한 붉은 머리칼과 모아쥔 섬세한 손, 그리고 살짝 솟은 가슴으로 보아…… 의심할 여지없는 여자였다.
"여자예요!"
소피가 외쳤다. - P338

"성배에 대한 전설은 왕족의 피에 대한 전설이야. 성배가 ‘그리스도의 피를 담은 잔‘ 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은 예수라는 왕족의 혈통을 품은 여자의 자궁, 즉마리아 막달레나를 가리키는 얘기지." -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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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단 위 상당히 높은 곳에 성가대석의 발코니가 있었다. 상드린 수녀는 이 발코니의 어둠에 몸을 웅크리고, 망토를 뒤집어쓴 수도승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것을 난간 사이로 훔쳐보았다. 갑자기 밀려온 두려움 때문에 몸이 마구 떨렸다. 수녀는 이 수상한 방문객이 혹시 그들이 경고하는 적이 아닐까 의심했다. 그리고 그녀가 오랜 세월 품고 있었던 명령을 오늘밤 실행해야 할지도 몰랐다. 수녀는 어둠에 숨어서 사내의 모든 움직임을 지켜보기로 결심했다. - P130

펜타그램에 있는 모든 선들의 비율은 정확히 PHI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기호를 황금비율의 궁극적 상징이라고 하지. 이러한 이유로 오각형의 펜타그램은 여신과 신성한 여성을 나타내는 아름다움과 완벽의 상징이 되어 왔다. - P140

오, 드라콘의 악마여!(O, Draconian devil!)
오, 절름발이 성인이여!(Oh, lame saint!)

이 글자들은 다음 말들의 완벽한 애너그램이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Leonardo da Vinci!)
모나리자! (The Mona Lisa!) - P142

"할아버지는 왜 〈모나리자〉가 웃고 있는지 알아요?"
할아버지는 윙크를 했다.
"아마도, 언젠가는 네게 모든 것을 말해줄게."
소피는 발을 굴렀다.
"할아버지, 말했잖아요. 난 비밀이 싫어요!"
"프린세스, 삶은 항상 비밀로 가득 차 있단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어."
할아버지는 미소지었다. - P147

초기 항해사들의 의문은 무한한 경선들 가운데 어느 것을 로즈 라인, 즉 경도 0으로 불러야 하느냐였다.
오늘날 이 라인은 영국의 그리니치에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제1자오선으로 그리니치가 선정되기 전에, 전 세계의 경도 0은 프랑스 파리의 생 쉴피스 성당을 통과했다. 생 쉴피스의 황동 선은 세계의 첫째 주요 자오선이었음을 기념하는 것이다. 비록 1888년에 그리니치가 그 영광을 가져갔지만, 본래의 로즈 라인은 여기 남아서 오늘날까지 볼 수가 있다. - P153

"소피, 이건 아주 중요합니다. 그 이니셜이 다른 상징과 함께 있었는지 말해줄수 있겠어요? 백합인가요?"
소피는 너무 놀라 뒤로 주춤거렸다.
"아니… 그걸 어떻게 알죠?"
랭던은 한숨을 토해내곤 목소리를 낮췄다.
"당신 할아버지는 비밀단체의 일원이 분명해요. 아주 오래된 비밀조직이죠." - P161

"PS라는 이니셜과 결합된 백합은 조직의 공식 문장(紋章)이자 로고입니다."
"어떻게 알았어요?"
소피는 그가 자기도 그 조직의 일원이라고 말하지 않기를 기도했다.
"그 조직에 관해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비밀단체들의 상징을 연구하는 것이 내 전공이죠. 그들은 자신을 시온 수도회(Priory of Sion)라고 불렀어요. 프랑스에 본부를 두고, 유럽 전역에서 힘있는 회원들을 끌어들였죠. 사실 이 조직은 지구상에 살아남은 가장 오래된 비밀조직입니다." - P161

〈모나리자〉가 유명한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녀를 자기의 가장 뛰어난 업적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가는 곳마다 그 그림을 가지고 다녔다. 누가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여성의 아름다움을 가장 기품 있게 표현한 그녀와 떨어져 있기 싫어서라고 대답했다. - P170

"소피, 불멸의 여신숭배라는 시온의 전통은 어떤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어요. 그 믿음이란 초기 기독교 교회에서 강한 힘을 가진 남성들이 여성을 비하하고, 남성의 편의대로 저울질한 거짓말들을 널리 선전하면서 세상의 진로를 조종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 P178

아래층에서는 실라가 석판을 제단에 놓고 성경책에 손을 뻗고 있었다. 책장을 넘기는 길고 하얀 손가락은 땀에 젖었다. 구약성서 편을 넘기다가 <욥기〉를 찾아냈다. 38장을 찾아낸 손가락이 11절을 따라 달려내려갔다. 이제 읽게 될 구절을 실라는 예상했다.
‘이 구절이 길을 안내할 것이다!‘
11절을 확인한 뒤 그는 읽기 시작했다. 고작 일곱 단어에 불과했다. 그는 혼란을 느끼며 다시 읽었다. 뭔가 아주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왔다. 구절은 간단했다.

여기까지는 와도 좋지만 그 이상은 넘어오지 마라. - P186

십자가에 박힌 예수를 바라보는기독교인들 대부분이 이름 자체에서 드러나는 잔혹한 상징의 역사를 깨닫지 못하는 것이 랭던은 항상 놀라웠다. 십자가(crucifix)라는 말은 라틴어 동사 크루시아레(cruciare)‘ 에서 왔는데, 이 말은 ‘고문하다‘ 라는 뜻이다. - P207

"소피, 상그리엘이라는 말은 고대 언어에요. 그리고 시대에 따라 다른 용어로 진화해왔죠. 더 현대적인 이름으로 말입니다. 내가 그 이름들을 말하면 당신은 많은 것을 깨닫게 될 겁니다. 실제로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상그리엘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거예요."
소피는 회의적인 표정이었다.
"난 들어보지 못했는데요."
랭던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 들어봤을 거요. 성배(聖杯)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 P229

"소피, 시온에 의하면 성배는 잔이 아니에요. 성배가 그저 잔이라는 전설은 어떤 암시를 숨기기 위해서 만들어진 거라는 주장이죠. 즉 성배 이야기는 더 강력한 뭔가를 대신하는 은유로 잔이란 단어를 사용한다는 겁니다. 그건 당신 할아버지가 오늘밤 우리에게 말하려고 애쓴 것과 정확하게 들어맞는 어떤 것일 거요. 신성한 여성을 언급하는 모든 상징들을 포함해서 말이죠." - P231

실라는 속았다. 시온의 회원들은 진실을 밝히는 대신 죽음을 택하는 거짓말을 했다. 실라는 스승에게 전화할 힘도 없었다. 머릿돌이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알고 있는 네 사람을 모두 죽였을 뿐만 아니라, 생 쉴피스 성당의 수녀도 죽였다. - P235

성배를 추적하는 현대인들의 기묘한 지하세계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위대한 수수께끼의 인물로 남아 있다. 비밀이 한겹의 채색 밑에 숨겨져 있든, 평범한 풍경에 암호화되어 있든, 아니면 전혀 없든 간에, 그의 작품은 비밀을 막 터뜨리려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애를 태우는 듯한 다 빈치의 풍부한 단서들은, 뭔가 알고 있는 듯한 모나리자의 얼굴을 보고 호기심을 가진 자들이 실망하고 선웃음을 짓도록 하기 위한 공수표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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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루브르 박물관
오후 10시 46분

루브르 박물관의 큐레이터 자크 소니에르는 대화랑의 아치형 천장 아래를 비틀거리며 걸었다. 소니에르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카라바조의 그림에 달려들었다. 일흔여섯 살의 이 노인은 도금된 그림 액자를 잡아당겨 벽에서 떼어냈다. 그 서슬에 뒤로 벌렁 자빠지자 그림이 그의 몸을 덮쳤다. 노인의 예상대로 화랑 출입을 봉쇄하는 철문이 천둥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마룻바닥이 흔들렸다. 멀리서 비상벨이 울렸다.
소니에르는 숨을 헐떡거리며 잠시 누워 있었다.
‘나는 아직 살아 있다.’ - P11

99침입자가 다시 권총을 겨누었다.
"당신이 사라지고 나면 진실을 아는 유일한 사람은 내가 되겠군."
‘진실.’
순간 소니에르는 진짜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내가 죽으면 진실은 영원히 사라진다. - P13

종교화와 종교의식의 기호에 관한 그의 책들은 예술계에서 그를 유명인사로 만들었다. 지난해, 널리 알려진 ‘바티칸 사건‘에 그가 연관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그의 유명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그후 자칭 대단한 역사학자나 예술가 나부랭이들이 랭던의 방문 앞에 고리를 물고 이어졌다. - P17

"스승님, 막 돌아 있습니다."
"말해라."
실라의 연락을 받게 되어 몹시 즐겁다는 투로 그 목소리가 왔다.
"네 명 모두 제거했습니다. 집사 셋과 단장까지.
기도를 하는 듯,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렇다면 정보를 받아냈다는 건가"
"네 명 모두 일치했습니다. 각각 받아냈지만 말입니다."
"그들의 말을 믿는단 말이지?"
"그들의 일치된 증언을 우연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 P24

미테랑 대통령의 강력한 요청으로 정확히 666장의 유리판을 사용해서 이 피라미드를 세웠다는 사실을그가 알고 있을까? 이 괴상한 요청은 666이 사탄의 숫자라고 주장하는 음모론 애호가들 사이에서 언제나 뜨거운 얘깃거리가 되어 왔다. - P38

그는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했다. 랭던은소년이었을 때 버려진 우물에 빠진 적이 있었다. 구출될 때까지 몇 시간 동안이나 그 좁은 공간 안에서 철벅거리며 죽을 뻔한 경험을 했다. 그후 폐쇄된 공간에 대해 병적인 공포심을 느끼게 되었다. 엘리베이터나 지하철, 스쿼시 코트 같은곳이 특히 그랬다. - P42

열세 개의 보석이박힌 십자가라는 뜻의 크룩스 젬마타(crux gemmata)로 알려진 상징이다. 열세 개의 보석은 그리스도와 열두 제자를 나타내는 기독교적 표의문자다. - P42

"랭던 씨?"
파슈의 검은 눈동자가 다시 랭던을 보고 있었다.
"펜타그램이군요."
랭던의 목소리가 거대한 공간에서 공허하게 느껴졌다.
"지상에서 가장 오래된 기호 중 하나죠. 기원전 사천년 이전부터 사용되었습니다."
"무엇을 뜻하는 거죠?"
이런 질문을 받으면 랭던은 항상 망설였다. 하나의 기호가 무엇을 뜻하는지 얘기한다는 것은 노래가 어떤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지 얘기하는 것과 같다. - P57

요즘은 이교도(pagan)이라눈 말을 악마숭배와 거의 동일한 의미로 쓰고 있지만 이는 엄청난 몰이해다. 이 단어의 어원은 시골 사람을 뜻하는 라틴어 파가누스(paganus)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교도’는 자연숭배처럼 오래된 시골풍 종교를 고집하는, 아직 교화되지 않은 문자 그대로의 시골 사람을 뜻했다. 사실 시골 사람들에 대한 교회의 두려움은 너무 커서, 원래 시골 사람(villager)을 뜻하던 무해한 단어가 악당(villain)이라는 사악한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로 변하기까지 했다. - P57

새로 출현한 권력은 기존의 기호들을 접수해서 그 의미를 지워버리기 위해 두고두고 폄하합니다. 이교도의 상징과 기독교의 상징이 맞붙은 전쟁에서 이교도가 진 것이죠. 포세이돈의 삼지창은 악마의 갈퀴가 되고, 지혜로운 할머니의 뾰족한 모자는 마녀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 P60

13-3-2-21 -1-1-8-5
오, 드라콘의 악마여!(O, Draconian devil!)
오, 절름발이 성인이여!(Oh, lame saint!) - P68

숨을 가다듬으며 소피가 말했다.
"당신에게 경고를 해주고 싶었어요. 당신이 비밀 감시를 받는다는 걸 말이죠."
소피의 영어 억양은 타일 벽에 반사되어 공허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왜?"
전화에서 소피는 이미 설명했지만, 그는 직접 듣고 싶었다.
"파슈가 이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당신을 점찍고 있거든요." - P98

13-3-2-21-1-1-8-5
오, 드라콘의 악마여!(O, Draconian devil!)
오, 절름발이 성인이여!(Oh, lame saint!)
P.S, 로버트 랭던을 찾아라. - P100

"프린세스…… 이 할아버지가 네게 어떤 일을 감춘 대가로 너의 사랑을 잃은 것을 알고 있단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네 안전을 위해서였어. 이제 너도 진실을 알아야 해. 우리 가족에 대한 진실을 말해주려고 한다."
갑자기 심장 뛰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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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트레스카 궁무처장을 올려다보던 모르타티 추기경의 머리와 가슴이 극심한 충돌을 일으켰다. 지금 그의 눈에 보이는 장면은 현실이고, 실체가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모두가 궁무처장이 헬리콥터에 타는 모습을 보았다. 모두가 하늘에서 빛이 번뜩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지금 궁무처장은 대성당 옥상 테라스에 높이 서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천사들이 데려다 주었나? 하느님의 손으로 부활한 건가? - P617

벤트레스카 궁무처장은 평생 이 순간이 오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하느님이 이 순간을 현실로 바꿀 방법을 마련했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궁무처장은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었다.
당신들의 주님은 살아 있습니다! 주위에 가득한 기적을 보시오!"
궁무처장은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몸에 감각이 없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영혼이 그를 움직여, 그는 고개를 숙이고 테라스에서 뒤로 물러났다.
이제 혼자가 된 그는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 P618

"임포시빌레(말도 안 돼)!"
야코부스가 소리쳤다. 로버트 랭던은 텔레비전에 나온 바로 그 사람이다. 바티칸을 도우러 온 미국인 교수였다. 야코부스는 몇 분 전에 랭던이 성 베드로 광장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 높이 날아가는 광경을 보았다. - P620

"개인 소지품은 여기에 있어요. 지갑, 캠코더, 펜, 캠코더는 제가 할 수 있는 한잘 말렸어요."
간호사가 플라스틱 바구니를 들고 말했다.
"캠코더는 제 물건이 아닙니다."
간호사는 인상을 찌푸리며 바구니를 내밀었다. 랭던은 안에 든 물건들을 살펴보았다. 자신의 지갑과 펜 옆에 있는 것은 작은 소니 루비 캠코더였다. 이제야 기억이 났다. 콜러가 언론에 전해 주라고 부탁한 것이다. - P622

또 다른 추기경이 외쳤다.
"궁무처장이 우리의 교황이 되어야 합니다! 추기경은 아니지만 주님께서 기적적인 계시를 내려 주셨습니다!"
다른 한 명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콘클라베 규칙도 결국은 인간이 만든 것입니다. 주님의 뜻이 그보다 앞서야 할 것입니다! 지금 당장 투표할 것을 건의합니다!" - P627

이제 시스티나 소성당에는 랭던과 비토리아, 추기경들만 남았다. 랭던은 소니루비 캠코더를 텔레비전에 꽂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텔레비전이 켜졌다.
추기경들의 눈앞에 교황 집무실이 보였다. 화면은 몰래 카메라로 촬영된 것처럼 앵글이 이상했다. 화면 중앙 부근 어두침침한 곳에 궁무처장이 서 있었다. 벽난로 앞이었다. 처음엔 그가 카메라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오래지 않아 비디오를 촬영한 이에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랭던은 비디오를찍은 사람이 CERN 소장 막시밀리안 콜러라고 추기경들에게 말했다. - P630

비밀 면담에서 베트라는 당신과 교황에게 심오한 종교적 의미가 담긴 과학적 발견을 했다고 말했어. 그는 물리적으로창세기가 가능하다는 걸 증명했지. 그리고 강력한 에너지원이 있으면, 물론 베트라는 그게 하느님이라고 했지만, 창조의 시점을 재현할 수 있다고도 했어. - P631

" "하지만 과거의 악마들은 불과 증오의 악마였다……… 우리가 싸울 수 있는 적,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적이었다. 하지만 사탄은 약삭빨랐어. 시간이 지나면서 사탄은 악마의 얼굴을 버리고 새 얼굴을 취했다…… 순수한 이성이라는 얼굴이지. 투명하고 눈에 띄지 않지만 영혼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 P633

악의 존재처럼 사람의 마음을 결합시키는 것도 없습니다. 교회 하나만 태워버리면 지역사회가 일어나 손에 손을 잡고 저항의 찬송가를 부르며 재건을 시작합니다. 오늘 밤 어떻게 사람들이 모여들었는지 보십시오. 공포가 그들을 일깨운 것입니다. 현대인들에게는 현대의 악마가 필요합니다. 지금 냉담함은 사라졌습니다. 사람들에게 악마의 얼굴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 P646

"교황에게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시스티나 소성당 안에서 궁무처장은 흔들림 없이 서서 말했다. 세 단어뿐이었지만 놀라운 사실이었다. 좌중이 동시에 움찔 놀랐다. 그를 비난하던 추기경들의 태도는 순식간에 놀라 쳐다보는 눈길로 바뀌었다. 예배당 안에 있는 이들 모두가 궁무처장의 말이 틀렸기를 기도하는 듯했다. - P652

그녀는 다시문을 열려고 했지만, 추기경들이 놀란 얼굴로 더 가까이 다가서며 가로막았다.
"저한테 어떻게 하시려고요? 죽이실 건가요?"
비토리아가 소리쳤다.
늙은 추기경의 주름진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비토리아는 금세 자신이 한 말을 후회했다. - P658

‘영대의 벽감‘에서 궁무처장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몸에 기름을 발랐다. 머리카락과 얼굴, 리넨 천으로 된 사제복, 살갗에까지 발랐다. 이제 그는 기름등잔에 들어 있던 투명하고 성스러운 기름으로 흠뻑 젖었다. 그의 어머니처럼 향기로운냄새가 났지만 인화성이 강한 기름이었다. 그의 죽음은 은총 가득한 승천이 될것이다. 기적적이고 빠르게. 그리고 그가 떠나간 자리에는 스캔들이 아닌………새로운 힘과 경의만 남을 것이다. - P665

"’숭앙에 의한 선출‘ 이란…… 모든 추기경들이 성령에 영감을 받은 것처럼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한목소리로, 크게 한 사람의 이름을 외치는 것을 말한다."
글릭은 빙긋 웃었다.
"그러니까 박사님의 말씀은, 어젯밤에 추기경들이 다 함께 카를로 벤트레스카의 이름을 외친 것이 사실상 교황 선출이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게다가 조항에는 이 경우 기존의 추기경 자격 요건은 상관이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서품을 받은 신부, 주교, 추기경 할 것 없이 어떤 성직자도 선출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궁무처장은 이 절차에 의해 교황으로 선출될 완벽한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P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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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의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낙인들은 일루미나티 연구자 대다수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물건이니, 그 자체로도 매혹적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자 안에 있는 다른 뭔가가 랭던을 불안하게 했다. 암살자가 다시 움직일 때 랭던은 또 한 번 상자를 흘긋 보았다.
‘맙소사!‘
인두들은 바깥에 있는 칸 다섯 개에 들어 있었다. 하지만 가운데에도 칸이 하나 더 있었다. 그 부분은 비어 있었지만 분명히 하나가 더 있어야 할 자리였다.
가장 큰 정사각형 인두. - P540

"자만심이 지나치군. 너희 둘은 아무것도 아니야. 물론 너희들도 죽는 건 확실하지만, 내가 말하는 최후의 희생자는 정말로 위험한 적이다."
랭던은 암살자의 말을 이해해 보려고 애썼다. 위험한 적? 하지만 프레페리티는 모두 죽었다. 교황도 이미 죽었다. 일루미나티는 그 사람들을 모두 죽였다. 마침내 랭던은 텅 빈 암살자의 눈에서 해답을 찾았다.
‘궁무처장.‘
벤트레스카 궁무처장이야말로 이 위기 상황에서 전 세계에 희망의 등불이 된사람이었다. - P542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근위병들은 다들 세계에 진실을 알리고 언론에 일루미나티 공격의 실제 영상을 제공하기로 한 궁무처장의 과단성 있는 결정이 훌륭한 작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일루미나티는 교황청이 어려운 일을 당할 때마다 항상 그래온 것처럼 이번에도 침묵을 지킬 거라고 생각한 게 틀림없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카를로 벤트레스카 궁무처장은 쉽지 않은 적수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 P546

그녀는 방금 뭔가를 보았다.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뭔가를 본 것이다. 비토리아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헬리콥터를 가리켰다. 이렇게 멀리서도 정확히 알아볼 수 있었다. 헬리콥터에서 한 사람이 내렸다. 움직이는 모양이 특이해 그 사람외에 다른 사람일 수가 없는 인물이었다. 앉아 있는데도 힘들이지 않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갈 수 있는 사람… 전기 왕좌에 앉은 대왕.
막시밀리안 콜러였다. - P550

"아드님의 몸이 마비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저희가 가진 약으로 도와줄 수 있습니다!"
의사 하나가 꾸짖듯이 말했다.
콜러 부부는 결코 허락하지 앉았다. 그들은 약을 믿지 않았다. 누가 감히 주님의 광대한 계획에 끼어들 수 있다는 말인가? 그들은 더 열심히 기도했다. 결국 아들을 주신 것은 주님이다. 그런 주님께서 왜 아이를 데려가신다는 말인가? - P554

콜러가 교황 집무실에 들어섰을 때 방 안에는 벤트레스카 궁무처장이 혼자서 꺼져 가는 벽난로 앞에 무릎을 꿇은 채 기도하고 있었다. 콜러가 들어서는데도 그는 눈을 뜨지 않았다.
"콜러 씨, 나를 순교자로 만들어 주러 오셨습니까?"
궁무처장이 말했다. - P556

달려가는 랭던의 머릿속은 만화경처럼 뒤섞인 이미지로 가득했다. 콜러, 야누스, 암살자, 로체… 그리고 여섯 번째 낙인?
"아마 들어 봤을 걸? 마지막 낙인이 가장 뛰어나."
암살자가 말했다.
하지만 랭던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떠돌아다니는 음모론 중에도 여섯번째 낙인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실재는 허구든 전무했다. 금괴와 완벽하다는 일루미나티 다이아몬드에 대한 소문은 있었지만 여섯 번째 낙인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 P557

궁무처장은 일종의 외상 후 증후군으로 나타나는 인사불성 상태처럼 악마의 혼이 깃든 듯 갑자기 힘이 넘쳤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신에게로 두 팔을 뻗은 상태에서 보이지 않는 영혼에게 중얼중얼 말하기 시작했다.
"말씀하시옵소서! 네, 들립니다!"
궁무처장이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 P577

궁무처장이 놀란 얼굴로 돌아보았다.
"지금 뭘 하는 겁니까!"
그들의 눈이 마주치자 랭던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사불성 상태에 오락가락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궁무처장의 눈은 맑은 각오로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가슴에 찍힌 낙인이 몹시 아파 보였다.
"처장님, 거기 내려가시면 안 됩니다. 피신해야 하니까요."
랭던이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
궁무처장은 섬뜩하리만치 멀쩡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선생, 나는 방금 계시를 받았습니다. 나는 .…
"처장님!" - P583

랭던은 자신이 등진 불빛과의 간격을 좁혀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처장님! 반물질을 그 자리에 두셔야 합니다! 다른 방법이 없어요."
그 말을 하면서도 랭던은 스스로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궁무처장이 받았다는 신의 계시를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물 중 하나인 성 베드로 대성당과 그 안에 든 예술품을 파괴하라고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 P590

궁무처장이 성 베드로 대성당 문을 박차고 나왔을 때 시간은 11시 56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반물질을 무슨 신성한 봉물처럼 들고 바깥세상의 눈부신 스포트라이트 속으로 나섰다. 궁무처장은 불타는 눈으로 광장의 방송사 스크린에 거인처럼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반라에 부상을 당한 모습이었다. - P598

랭던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궁무처장의 계획을 완건히 오판한 것이다.
‘하늘을 보시오!’
이제 랭던은 말 그대로 하늘이 목걱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궁무처장은 반물질을 떨어뜨릴 생각이 건혀 없었던 것이다. 그는 반물길을 인간이 할 수 있는 한 바티칸에서 가장 멀리 가져가고 싶었던 것뿐이다.
돌아가지 않는 여행길에 오른 것이다. - P604

번쩍 섬광이 일었다. 빛의 점은 스스로를 먹고 자란 것처럼 하늘을 가로질러 부풀어 올라 눈부신 흰빛의 반경이 폭발적으로 커졌다. 사방으로 퍼져 나간 빛은 상상도 못할 속도로 어둠을 집어삼켰다. 빛의 원구가 커지며 밝기도 세졌다. 악마처럼 자라나 하늘 전체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빛은 빠른 속도로 아래로 달려 내려왔다. - P606

"저길 봐! 저기!"
당혹감에 휩싸인 모르타티는 뒤를 돌아 모두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그들은 일제히 대성당 맨 위층, 옥상 테라스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스도와 열두 사도를 묘사한 거대한 조각상이 군중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곳에, 예수 그리스도의 오른편에서 두 팔을 뻗은 채 서 있는 사람은…… 카를로 벤트레스카 궁무처장이었다. - P609

로버트 랭던은 낙하산도 메지 않은 채 헬리콥터에서 뛰어내렸다. 밤하늘이 굴러 떨어지는 그의 몸을 집어삼키는 동안 헬리콥터는 위로 치솟아 올라갔다. 랭던 자신이 자유낙하하는, 귀가 멀 듯한 소음 속에 헬리콥터 날개 소리가 점점 파묻혔다. - P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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