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단 위 상당히 높은 곳에 성가대석의 발코니가 있었다. 상드린 수녀는 이 발코니의 어둠에 몸을 웅크리고, 망토를 뒤집어쓴 수도승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것을 난간 사이로 훔쳐보았다. 갑자기 밀려온 두려움 때문에 몸이 마구 떨렸다. 수녀는 이 수상한 방문객이 혹시 그들이 경고하는 적이 아닐까 의심했다. 그리고 그녀가 오랜 세월 품고 있었던 명령을 오늘밤 실행해야 할지도 몰랐다. 수녀는 어둠에 숨어서 사내의 모든 움직임을 지켜보기로 결심했다. - P130
펜타그램에 있는 모든 선들의 비율은 정확히 PHI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기호를 황금비율의 궁극적 상징이라고 하지. 이러한 이유로 오각형의 펜타그램은 여신과 신성한 여성을 나타내는 아름다움과 완벽의 상징이 되어 왔다. - P140
오, 드라콘의 악마여!(O, Draconian devil!) 오, 절름발이 성인이여!(Oh, lame saint!)
이 글자들은 다음 말들의 완벽한 애너그램이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Leonardo da Vinci!) 모나리자! (The Mona Lisa!) - P142
"할아버지는 왜 〈모나리자〉가 웃고 있는지 알아요?" 할아버지는 윙크를 했다. "아마도, 언젠가는 네게 모든 것을 말해줄게." 소피는 발을 굴렀다. "할아버지, 말했잖아요. 난 비밀이 싫어요!" "프린세스, 삶은 항상 비밀로 가득 차 있단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어." 할아버지는 미소지었다. - P147
초기 항해사들의 의문은 무한한 경선들 가운데 어느 것을 로즈 라인, 즉 경도 0으로 불러야 하느냐였다. 오늘날 이 라인은 영국의 그리니치에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제1자오선으로 그리니치가 선정되기 전에, 전 세계의 경도 0은 프랑스 파리의 생 쉴피스 성당을 통과했다. 생 쉴피스의 황동 선은 세계의 첫째 주요 자오선이었음을 기념하는 것이다. 비록 1888년에 그리니치가 그 영광을 가져갔지만, 본래의 로즈 라인은 여기 남아서 오늘날까지 볼 수가 있다. - P153
"소피, 이건 아주 중요합니다. 그 이니셜이 다른 상징과 함께 있었는지 말해줄수 있겠어요? 백합인가요?" 소피는 너무 놀라 뒤로 주춤거렸다. "아니… 그걸 어떻게 알죠?" 랭던은 한숨을 토해내곤 목소리를 낮췄다. "당신 할아버지는 비밀단체의 일원이 분명해요. 아주 오래된 비밀조직이죠." - P161
"PS라는 이니셜과 결합된 백합은 조직의 공식 문장(紋章)이자 로고입니다." "어떻게 알았어요?" 소피는 그가 자기도 그 조직의 일원이라고 말하지 않기를 기도했다. "그 조직에 관해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비밀단체들의 상징을 연구하는 것이 내 전공이죠. 그들은 자신을 시온 수도회(Priory of Sion)라고 불렀어요. 프랑스에 본부를 두고, 유럽 전역에서 힘있는 회원들을 끌어들였죠. 사실 이 조직은 지구상에 살아남은 가장 오래된 비밀조직입니다." - P161
〈모나리자〉가 유명한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녀를 자기의 가장 뛰어난 업적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가는 곳마다 그 그림을 가지고 다녔다. 누가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여성의 아름다움을 가장 기품 있게 표현한 그녀와 떨어져 있기 싫어서라고 대답했다. - P170
"소피, 불멸의 여신숭배라는 시온의 전통은 어떤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어요. 그 믿음이란 초기 기독교 교회에서 강한 힘을 가진 남성들이 여성을 비하하고, 남성의 편의대로 저울질한 거짓말들을 널리 선전하면서 세상의 진로를 조종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 P178
아래층에서는 실라가 석판을 제단에 놓고 성경책에 손을 뻗고 있었다. 책장을 넘기는 길고 하얀 손가락은 땀에 젖었다. 구약성서 편을 넘기다가 <욥기〉를 찾아냈다. 38장을 찾아낸 손가락이 11절을 따라 달려내려갔다. 이제 읽게 될 구절을 실라는 예상했다. ‘이 구절이 길을 안내할 것이다!‘ 11절을 확인한 뒤 그는 읽기 시작했다. 고작 일곱 단어에 불과했다. 그는 혼란을 느끼며 다시 읽었다. 뭔가 아주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왔다. 구절은 간단했다.
여기까지는 와도 좋지만 그 이상은 넘어오지 마라. - P186
십자가에 박힌 예수를 바라보는기독교인들 대부분이 이름 자체에서 드러나는 잔혹한 상징의 역사를 깨닫지 못하는 것이 랭던은 항상 놀라웠다. 십자가(crucifix)라는 말은 라틴어 동사 크루시아레(cruciare)‘ 에서 왔는데, 이 말은 ‘고문하다‘ 라는 뜻이다. - P207
"소피, 상그리엘이라는 말은 고대 언어에요. 그리고 시대에 따라 다른 용어로 진화해왔죠. 더 현대적인 이름으로 말입니다. 내가 그 이름들을 말하면 당신은 많은 것을 깨닫게 될 겁니다. 실제로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상그리엘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거예요." 소피는 회의적인 표정이었다. "난 들어보지 못했는데요." 랭던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 들어봤을 거요. 성배(聖杯)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 P229
"소피, 시온에 의하면 성배는 잔이 아니에요. 성배가 그저 잔이라는 전설은 어떤 암시를 숨기기 위해서 만들어진 거라는 주장이죠. 즉 성배 이야기는 더 강력한 뭔가를 대신하는 은유로 잔이란 단어를 사용한다는 겁니다. 그건 당신 할아버지가 오늘밤 우리에게 말하려고 애쓴 것과 정확하게 들어맞는 어떤 것일 거요. 신성한 여성을 언급하는 모든 상징들을 포함해서 말이죠." - P231
실라는 속았다. 시온의 회원들은 진실을 밝히는 대신 죽음을 택하는 거짓말을 했다. 실라는 스승에게 전화할 힘도 없었다. 머릿돌이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알고 있는 네 사람을 모두 죽였을 뿐만 아니라, 생 쉴피스 성당의 수녀도 죽였다. - P235
성배를 추적하는 현대인들의 기묘한 지하세계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위대한 수수께끼의 인물로 남아 있다. 비밀이 한겹의 채색 밑에 숨겨져 있든, 평범한 풍경에 암호화되어 있든, 아니면 전혀 없든 간에, 그의 작품은 비밀을 막 터뜨리려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애를 태우는 듯한 다 빈치의 풍부한 단서들은, 뭔가 알고 있는 듯한 모나리자의 얼굴을 보고 호기심을 가진 자들이 실망하고 선웃음을 짓도록 하기 위한 공수표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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