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트레스카 궁무처장을 올려다보던 모르타티 추기경의 머리와 가슴이 극심한 충돌을 일으켰다. 지금 그의 눈에 보이는 장면은 현실이고, 실체가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모두가 궁무처장이 헬리콥터에 타는 모습을 보았다. 모두가 하늘에서 빛이 번뜩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지금 궁무처장은 대성당 옥상 테라스에 높이 서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천사들이 데려다 주었나? 하느님의 손으로 부활한 건가? - P617
벤트레스카 궁무처장은 평생 이 순간이 오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하느님이 이 순간을 현실로 바꿀 방법을 마련했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궁무처장은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었다. 당신들의 주님은 살아 있습니다! 주위에 가득한 기적을 보시오!" 궁무처장은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몸에 감각이 없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영혼이 그를 움직여, 그는 고개를 숙이고 테라스에서 뒤로 물러났다. 이제 혼자가 된 그는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 P618
"임포시빌레(말도 안 돼)!" 야코부스가 소리쳤다. 로버트 랭던은 텔레비전에 나온 바로 그 사람이다. 바티칸을 도우러 온 미국인 교수였다. 야코부스는 몇 분 전에 랭던이 성 베드로 광장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 높이 날아가는 광경을 보았다. - P620
"개인 소지품은 여기에 있어요. 지갑, 캠코더, 펜, 캠코더는 제가 할 수 있는 한잘 말렸어요." 간호사가 플라스틱 바구니를 들고 말했다. "캠코더는 제 물건이 아닙니다." 간호사는 인상을 찌푸리며 바구니를 내밀었다. 랭던은 안에 든 물건들을 살펴보았다. 자신의 지갑과 펜 옆에 있는 것은 작은 소니 루비 캠코더였다. 이제야 기억이 났다. 콜러가 언론에 전해 주라고 부탁한 것이다. - P622
또 다른 추기경이 외쳤다. "궁무처장이 우리의 교황이 되어야 합니다! 추기경은 아니지만 주님께서 기적적인 계시를 내려 주셨습니다!" 다른 한 명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콘클라베 규칙도 결국은 인간이 만든 것입니다. 주님의 뜻이 그보다 앞서야 할 것입니다! 지금 당장 투표할 것을 건의합니다!" - P627
이제 시스티나 소성당에는 랭던과 비토리아, 추기경들만 남았다. 랭던은 소니루비 캠코더를 텔레비전에 꽂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텔레비전이 켜졌다. 추기경들의 눈앞에 교황 집무실이 보였다. 화면은 몰래 카메라로 촬영된 것처럼 앵글이 이상했다. 화면 중앙 부근 어두침침한 곳에 궁무처장이 서 있었다. 벽난로 앞이었다. 처음엔 그가 카메라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오래지 않아 비디오를 촬영한 이에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랭던은 비디오를찍은 사람이 CERN 소장 막시밀리안 콜러라고 추기경들에게 말했다. - P630
비밀 면담에서 베트라는 당신과 교황에게 심오한 종교적 의미가 담긴 과학적 발견을 했다고 말했어. 그는 물리적으로창세기가 가능하다는 걸 증명했지. 그리고 강력한 에너지원이 있으면, 물론 베트라는 그게 하느님이라고 했지만, 창조의 시점을 재현할 수 있다고도 했어. - P631
" "하지만 과거의 악마들은 불과 증오의 악마였다……… 우리가 싸울 수 있는 적,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적이었다. 하지만 사탄은 약삭빨랐어. 시간이 지나면서 사탄은 악마의 얼굴을 버리고 새 얼굴을 취했다…… 순수한 이성이라는 얼굴이지. 투명하고 눈에 띄지 않지만 영혼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 P633
악의 존재처럼 사람의 마음을 결합시키는 것도 없습니다. 교회 하나만 태워버리면 지역사회가 일어나 손에 손을 잡고 저항의 찬송가를 부르며 재건을 시작합니다. 오늘 밤 어떻게 사람들이 모여들었는지 보십시오. 공포가 그들을 일깨운 것입니다. 현대인들에게는 현대의 악마가 필요합니다. 지금 냉담함은 사라졌습니다. 사람들에게 악마의 얼굴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 P646
"교황에게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시스티나 소성당 안에서 궁무처장은 흔들림 없이 서서 말했다. 세 단어뿐이었지만 놀라운 사실이었다. 좌중이 동시에 움찔 놀랐다. 그를 비난하던 추기경들의 태도는 순식간에 놀라 쳐다보는 눈길로 바뀌었다. 예배당 안에 있는 이들 모두가 궁무처장의 말이 틀렸기를 기도하는 듯했다. - P652
그녀는 다시문을 열려고 했지만, 추기경들이 놀란 얼굴로 더 가까이 다가서며 가로막았다. "저한테 어떻게 하시려고요? 죽이실 건가요?" 비토리아가 소리쳤다. 늙은 추기경의 주름진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비토리아는 금세 자신이 한 말을 후회했다. - P658
‘영대의 벽감‘에서 궁무처장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몸에 기름을 발랐다. 머리카락과 얼굴, 리넨 천으로 된 사제복, 살갗에까지 발랐다. 이제 그는 기름등잔에 들어 있던 투명하고 성스러운 기름으로 흠뻑 젖었다. 그의 어머니처럼 향기로운냄새가 났지만 인화성이 강한 기름이었다. 그의 죽음은 은총 가득한 승천이 될것이다. 기적적이고 빠르게. 그리고 그가 떠나간 자리에는 스캔들이 아닌………새로운 힘과 경의만 남을 것이다. - P665
"’숭앙에 의한 선출‘ 이란…… 모든 추기경들이 성령에 영감을 받은 것처럼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한목소리로, 크게 한 사람의 이름을 외치는 것을 말한다." 글릭은 빙긋 웃었다. "그러니까 박사님의 말씀은, 어젯밤에 추기경들이 다 함께 카를로 벤트레스카의 이름을 외친 것이 사실상 교황 선출이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게다가 조항에는 이 경우 기존의 추기경 자격 요건은 상관이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서품을 받은 신부, 주교, 추기경 할 것 없이 어떤 성직자도 선출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궁무처장은 이 절차에 의해 교황으로 선출될 완벽한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P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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