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핑거는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았다. 영리하고 늘 미소 지으며 친절한 남자, 모두의 친구, 왕이나 왕의 수관이 요구하는 돈은 얼마든지 찾아내는 능력자, 그러면서도 방랑기사보다 한 단계 나을까 말까 한 보잘것 없는 출생. 그는 두려워할 상대가 아니었다. 소집할 휘하 봉신도 없고, 무수한 가신들도 없고, 큰 성채도 없고, 거론할 만한 재산도 없으며 대단한 결혼을할 전망도 없었다. - P328

‘집에 가고 싶다면 오늘 밤 신의 숲으로 오십시오.‘
산사가 베개 밑에서 접힌 양피지를 발견하고 처음 읽었을 때나 백번 읽었을 때나 똑같은 내용이었다. 그 종이가 어떻게 거기 들어갔는지, 누가 보냈는지는 알지 못했다. 쪽지에는 서명도, 인장도 없었고 필체도 낯설었다. 산사는 그 종이를 가슴께에 구겨 쥐고 내용을 혼자 중얼거렸다. "집에가고 싶다면 오늘 밤 신의 숲으로 오십시오." 산사는 가냘프게 숨을 내쉬었다. -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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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아버지의 도시락을 들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선 그는 1978년 겨울의 차가운 바람을 헤치고 아버지가 일하던 갱 2호로 들어갔다. 그 순간,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귓가에 울렸다.
"갱에는 내려가지 마라…." - P65

저에게 목표이자 꿈이 하나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던 그때 품었던 꿈이에요. 그 꿈을 위해, 그 목표를 위해 저는 대학에 갔고 외국에서 박사 학위도 받았어요. 저는 석탄 산업의 생산 방식을 뜯어고쳐서 광부들의 운명을 바꿀 거예요. - P71

오전에 긴급 시추를 하고 다시 두더지 수천 개를 풀었다. 그제야 류신은 대형 석탄층에 불이 붙었다는 악몽 같은 현실을 인정했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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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위안은 태어날 때부터 줄곧 기운이 없었다.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 우는 것조차 영 힘이 없었다.
하지만 비눗방울을 만나며 달라졌다.
태어난 지 5개월쯤 됐을 때 위안위안은 처음으로 비눗방울을 보았다. 엄마 품에 안겨 비눗방울을 바라보던 작은 눈은 이제야 세상을 제대로 본 사람인 양 별빛처럼 반짝였다. - P15

"저도 원대한 목표가 있는걸요!"
위안위안이 외쳤다.
"아빠에게 알려 주겠니?"
"커다란, 아주 커다란 비눗방울을 만들 거예요!"
위안위안이 멀리 날아간 비눗방울을 가리키며 말했다. - P21

아빠는 모든 것에 흥미를 잃은 사람이 돼 버렸어요. 아빠에게는 신선하고 신기하고 가슴을 뛰게 하는 날이 없는데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가르치려 하잖아요.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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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세이는 녹색 눈의 분노 덩어리가 되어 그를 돌아보았다. "정신이나간거냐? 그놈이 뭐라는지 읽은 거야? 사내아이 조프리라고 불렀어. 감히 나를 근친상간과 불륜과 반역죄로 고발했고!"
그야 누나가 유죄니까 그렇지.‘ 세르세이가 그 고발이 완벽하게 사실임을 알면서 길길이 뛰는 모습을 보니 놀라웠다. - P276

세르세이는 원래 제이미에게만 내보이던 미소를 지었다. "피터 공, 실로 사악하군요."
"고맙습니다, 전하."
"그리고 가장 뛰어난 거짓말쟁이지." 티리온이 누이보다 덜 따뜻하게덧붙이며 생각했다. ‘이 작자는 내 생각보다 더 위험하군.‘
리틀핑거의 회녹색 눈이 어떤 불안감도 비치지 않고 티리온의 짝짝이눈과 마주쳤다. "다들 타고난 재능이 있는 법이지요." - P279

"제가 아는 한 로버트는 서자를 여덟 두었지요." 바리스는 안장과 씨름하며 말했다. "그 어미들은 구리색, 꿀색, 밤색, 버터색 머리였지만 아이들은 하나같이 까마귀처럼 검은 머리였답니다… 까마귀만큼이나 불길한 징조이기도 했지요. 그러니 조프리, 미르셀라, 토멘이 하나같이 태양처럼 금빛으로 반짝이며 누님의 다리 사이를 빠져나왔을 때, 진실을 엿보기가어렵지는 않았습니다." - P291

"우리가 전쟁 이야기를 하게 되나요?"
"도련님은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아요." 루윈의 목소리에 날카로운 기색이 돌아왔다. "도련님은 아직 여덟 살이고…"
"아홉 살이 다 됐어요!"
"여덟 살입니다." 학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인사 말고는 아무 말도 하지마세요. 로드릭 경이나 와이먼 공이 질문을 하지 않는 한은요."
브랜은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할게요."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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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버지요. 나리가 가시고 나면 아버지가 절 벌할 거예요. 제게 욕을하고 때릴 거예요."
테온은 못에 걸린 망토를 집어 어깨에 걸쳤다. "아버지들이란 그렇지."
그는 은제 여밈으로 망토를 고정하며 수긍했다. "아버지에게 기뻐해야 한다고 말해. 내가 널 품은 횟수를 생각하면 아이를 가능성이 높잖아. 왕의 서자를 키울 명예를 아무나 얻는 게 아니야." - P208

"지금 아버지의 계획을 알고 싶은데요."
"나에게서 듣지는 못한다. 우리는 이 계획을 아무에게나 말하지 말라는명령을 받았다."
"저한테도요?" 테온은 분노가 치솟았다. - P215

숙부는 끙소리를 냈다. "네 아버지가 이 성스러운 군도를 스타크에게 넘겨줄 줄 안다면 넌 엄청난 바보다. 이제 조용히 해라. 네가 재잘거리지 않아도 갈 길이 멀다."
테온은 입을 다물었지만, 그러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그렇게 된거군.‘ - P215

귀향을 상상할 때마다 그는 어렸을 때 자던 바다 탑의 아늑한 침실로 돌아가는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노파가 안내한 곳은 핏빛 성이었다. 이곳은 방들이 더 크고 가구도 더 잘 갖춰져 있었지만, 춥고 습기가 심했다. 테온은 천장이 높다 못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쌀쌀한 거처를 받았다. - P220

"의미는 말한 대로지. 그 꼬마가 나에게 왕관을 줄 거야. 그리고 준 것은 빼앗아갈 수 있다." 발론 공은 편지를 화로에 던졌다. 목걸이 위에 내려앉은 양피지는 열기에 말리다가 시커메지면서 불이 붙었다.
테온은 경악했다. "미쳤어요?"
아버지는 손등으로 그의 뺨을 얼얼하게 쳤다. - P226

도트락인들은 그 혜성에 ‘시라크 키야‘, 피 흘리는 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노인들은 불길한 징조라고 중얼거렸지만, 대너리스 타르가르옌은 칼 드로고를 불태운 밤에, 드래곤들이 깨어난 바로 그 밤에 처음 그 혜성을 보았다. 그녀는 경이로운 심정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저건 나의 의전관이야. 신들이 내게 길을 보여주려고 보낸 거야.‘ - P228

대니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사람들은 강하지 않아. 그러니 내가 이들의 힘이 되어야 해. 나는 두려움도, 약점도 의혹도 보이지 말아야 해. 내 심장이 아무리 공포에 질리더라도 저들이 내 얼굴을 올려다보았을 때는 드로고의 여왕만 보여야 해.‘ - P230

그녀는 깨달았다. ‘조라는 나를 원해. 그 여자를 사랑했던 것처럼 나를 사랑해. 여왕을 사랑하는 기사의 마음이 아니라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마음으로 그녀는 조라의 품에 안겨 그에게 입을 맞추고, 쾌락을 주고, 몸 안으로 받아들이는 상상을 해보려 했다. 소용없었다. 눈을 감으면 조라의 얼굴이 계속 드로고의 얼굴로 변했다. - P243

어쨌든 밤의 경비대원들이니 아무도 두려움을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존은 그들의 불안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을 네 개가 비어 있었고, 야인들은 아무 데도 보이지 않았으며, 사냥감마저 달아나버린 것 같았다. 귀신 들린 숲이 이보다 더 귀신 들린 느낌이었던 적은 없다는데 노련한 순찰자들도 의견을 같이했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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