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는 늘 두 가지 상반된 시선이 따라다녔다. 어머니가 없다는 이유로 주어지는 연민과 목사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적용되는 엄격한 윤리 기준. 요섭은 저도 모르게 천덕꾸러기와 애늙은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느라 또래들과 어울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 P317

요섭의 취침 기도는 항상 똑같은 소망으로 끝났다. 아침에 깨어나면 주위 사람들이 전부 바뀌어 있게 해주세요, 아멘. - P317

요지경 같은 세상사가 실은 지하 깊숙한 곳에 있는 거대한 인과율의 톱니바퀴에 의해 돌아가는 게 아닐까? - P337

"새끼, 다 까먹은 모양이네."
"뭘?"
종규는 얼굴을 들이밀고 양치할 때처럼 이를 드러냈다. 요섭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뒤로 빼자 종규는 검지 손톱으로 앞니를 톡톡 두드렸다.
"너 때문에 앞니 부러져서 한동안 영구처럼 다녔잖아. 명색이 오얀데 가오 안 살게. 너, 그날부터 이사 가기 전까지 나한테 줄창 맞은거, 기억 안 나?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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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섭은 눈앞이 어찔해졌다. 정식 출두 명령을 받고 경찰서로 가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간 송 감독이 해먹은 게 한두 건이 아니었다. 물까지 엎지르며 어설프게 쇼핑백을 챙기던 모습이 베테랑의 노련한 연기였다니. - P193

누군가 어깨를 흔드는 바람에 요섭은 눈을 떴다. 꿈을 꾼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가시나무에 휘감겨 허우적거리는 느낌만 살갗에 감돌았다. 요즘은 늘 그랬다. 부쩍 꿈을 자주 꾸는데 정작 꿈의 내용이나 이미지는 남아 있지 않았다. - P206

오른쪽 경관을 돌아보며 물었다.
"네가 체포된 곳. 장미 정원을 경계로 거긴 퀴르발 남작의 영지야." - P216

요섭이 그리는 새로운 청사진의 핵심은 가족의 복원이었다. 지금이야말로 가장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넝마쪽을 붙들고 징징거릴게 아니라, 꼼꼼히 이어 붙여 세련된 퀼트 양탄자로 재탄생시킬 것. - P225

현실이 절망적인 만큼 공상은 달콤했다네. 그런데 현실을 지탱해주던 공상을 현실로 실현하자 현실이 무너지며 뒤죽박죽이 돼버린 거야.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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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흙길이 황무지를 가로지르며 이어졌다. 길가의 말라 죽은 나무들이 머리 위로 성긴 그물을 드리웠다. 무너진 건물 잔해와 엉성한 나무 십자가를 꽂아놓은 무덤이 이따금 눈에 띌 뿐, 아무리 걸어도 생명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머리 위에서 빙빙 원을 그리며 따라오는 독수리가 정겹게 보이기 시작했다. - P185

십자가를 등지고 걸으며 나는 머릿속 백지에 여인의 초상화를 그렸다. 남편을 살해하고 감옥에서 아이를 낳은, 앞길 창창한 총각 목사한테 자식을 떠맡기며 자신은 죽은 것으로 해달라고 당부한 여인.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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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아와 요시야의 유일신론은 단지 이스라엘이 오직 야웨만을 예배해야 한다는 것을 요구했다. 그것은 다른 신들이 실제인지에 관해서는 어떤 것도 말하지 않았다. 대조적으로 제2이사야는 심지어 다른 신들이 존재한다는 것 조차 거부하는, 최초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성서 본문이다. - P116

유대인들은 이사야 53장에 있는 고난받는 종을 자신들의 고통과 궁극적인 구속에 관한 상징으로 간주했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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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아-바빌로니아인들은 당시 유다의 왕 여호야김을 계속 왕위에 있게 했다. 그러나 그는 이집트에 의해 권력을 얻었고, 따라서 친-이집트적이었다. - P95

이 사건들은 유다인들의 두 가지 핵심 믿음들을 심각하게 약화시켰다. 곧, 예루살렘이 함락될 수 없는 하나님의 도시였다는 것, 그리고 하나님이 다윗의 후손이 예루살렘에서 영원히 왕이 될 것을 보장한다는 것 말이다. - P98

구약성서의 많은 부분은 이 유다 포로민들과 그 후손들의 저술모음집이다. - P106

트라우마 고유의 자기 비난에 사로잡힌 포로민들은 이전에 그렇게 하찮게 여겼던 심판 예언자들을 진지하게 생각했고, 포로기를 죄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된 심판으로 간주했다. - P107

포로기 초기에 활동했던 다른 주요 예언자는 에스겔의 동시대인 예레미야다. 예레미야가 계속해서 예루살렘 안에 머물렀다고 할지라도, 그 또한 백성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의 상징으로 기능했다. 에스겔이 아내의 상실로 인해 고통을 겪었다면, 예레미야는 가혹한 예언들로 인한 장기간의 거부와 고립으로 고통을 겪었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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