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흙길이 황무지를 가로지르며 이어졌다. 길가의 말라 죽은 나무들이 머리 위로 성긴 그물을 드리웠다. 무너진 건물 잔해와 엉성한 나무 십자가를 꽂아놓은 무덤이 이따금 눈에 띌 뿐, 아무리 걸어도 생명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머리 위에서 빙빙 원을 그리며 따라오는 독수리가 정겹게 보이기 시작했다. - P185

십자가를 등지고 걸으며 나는 머릿속 백지에 여인의 초상화를 그렸다. 남편을 살해하고 감옥에서 아이를 낳은, 앞길 창창한 총각 목사한테 자식을 떠맡기며 자신은 죽은 것으로 해달라고 당부한 여인.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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