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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비겁한 승리
김연수 지음 / 앨피 / 2013년 5월
평점 :
이순신밖에 모르는 임진왜란..
우리나라 사람치고 임진왜란을 모르는 사람들이 누가 있을까.. 그리고 임진왜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충무공 이순신일 것이다.. 조금 더 관심이 있다면 권율이 생각이 날테고.. 행주산성.. 한산대첩.. 진주대첩.. 곽재우.. 등등.. 많은 사람들이 임진왜란의 승리의 기록을 더 많이 기억하고 극난극복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들어간다.. 임진왜란을 '비겁한 승리'라고 규정하고 있는 저자는 우리들이 역사적으로 어렴풋하게 기억하고 있는 영웅들의 이야기보다는 임진왜란이라는 전대미문의 국난과정에서 정통성리학이라고 하는 주자학을 떠들고 '충'을 절대적인 가치로 여겼던 왕과 집권기득권 세력의 부끄러운 역사를 하나하나 까발리고 있다..
이순신 장군만하더라도 당대에는 전쟁 후에 거의 죽음이 확실시 되던 사람이었으며 권율은 몰라도 조선의 수군을 거의 전멸상태로까지 몰고 간 원균과 같은 반열에 올려 격하되었으며 선조를 호송하던 일개 내시들보다 더 공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이 책은 밝히고 있다.. (실제로 이순신 장군이 성웅으로 추앙받고 민족의 영웅으로 떠오른 것은 훨씬 훗날 정조 때 재조명을 받으면서이다..)
미리 알고 있었으나 전혀 대비를 하지 않았던 무능력하고 부도덕한 조정..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충격적인 사실은 당시에 이미 왕부터 일반 민중에 이르기까지 조선 사람 모두가 일본이 조선으로 쳐들어 올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조정은 전혀 대비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의 지배세력은 조선이 중국 황제를 받드는 한, 명이 조선을 지켜 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들로서는 상비군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러한 '공짜안보' 의식 속에서 조선은 태평했다." - P.35
아무 대비도 하지 않고.. 그냥 명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거다.. 그리고 결국은 일본에 의해서 파죽지세로 거의 전 국토를 유린당하고 만다.. 게다가 제일 어처구니없는 것은 일본의 경험상으로 봤을 때 궁궐을 지키면서 왜적과 싸워야 했을 선조가 자신의 몸을 보살피기 위해 몽진을 떠나고 게다가 국경을 넘어 명으로 피신할 생각까지 했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일본이 승리하지 못했다는 것은 참 우습기까지 한 대목이다..
진행은 무능.. 결론은 부도덕..
이 책은 계속해서 임진왜란의 진행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그 가장 중요한 논점은 무능력한 왕과 대신들이다.. 백성에 대한 근심은 전혀 없이 오로지 자신들의 일신상의 안전만을 생각한 왕은 도망치고 또 도망친다.. 하나하나 기억은 못하지만 대신들 또한 탁상공론만을 계속한다.. 결국 온 백성의 1/3이 전쟁통에 사망하고 그 나머지 백성들도 온전했을 리가 없다.. 가끔은 어떤 책들에서 임진왜란이 전국가적인 전쟁이 아니라 주요 거점만을 중심으로 한 그야말로 왜란이라고 하는 글들을 봤었는데.. 이 책을 보면 그런 생각은 싹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의 논공행상은 더 어처구니없게 진행이 된다.. 임금을 호송한 '호종공신'과 왜적을 물리친 '선무공신'으로 나누어서 '호종공신'을 더 앞에 놓은 것도 낯부끄러운데.. 의병장들은 공신에 책봉이 되지도 않았다고 한다.. 부끄러운 역사의 기록이다..
이 책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내 생각에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논공행상의 결과가 병자호란으로 이어져.. 결국은 인조가 청의 황제가 보낸 사신에게 머리에 피가 날 정도로 아홉번이나 머리를 찧어 절해야 했던 삼전도의 굴욕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전쟁이 났을 때 도망가는 왕과 대신들.. 전쟁이 끝난 후에 공신들을 대접하지 않는 조정을 위해 어떤 백성들이 목숨을 바쳐 충성을 할 것인가..?
결국 역사는 되풀이된다..
이 당시의 조선의 정세.. 그리고.. 전쟁의 와중에 벌어진 일들은 훗날에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것 같다.. 6.25가 터지자 시민들은 피난할 수 없도록 한강다리를 끊어버리고 도망쳐버린 이승만 대통령이라든지.. 북한과의 대치상황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북한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킬 수 없다고 하는 정부를 보면 과연 우리나라는 임진왜란 이후 400여년이 지났지만 과연 무엇이 변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역사책이기도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정책을 비판하는 책이기도 하다..
우리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한 번 읽어 보도록 추천한다.. 읽으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사에 관한 책이긴 하지만 어렵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약간 오타가 많은 것은 이 책의 단점이다..
p.77 평성 → 편성, p.101 산새 → 산세, p.117 병령 → 병력, p.240 읽고 → 잃고, p.244 전랑 → 전란, p.259 가가마자 → 가자마자, p.267 그들이 → 그들의, p.281 수군의 → 수군을, 무함 → 모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