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포 있음..)
오랜만에 베스트셀러를 손에 쥐다..
원래 베스트셀러는 잘 읽지 않는다.. 읽더라도 몇년 지난 후에 읽는 편이다.. 베스트셀러를 읽는다는게 일종의 유행에 편승하는 것같은 기분 때문에 사실 이 책은 내가 지금 시점에서 읽을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1. 요새 단숨에 끝까지 읽기 힘든 너무 어려운 책들만 읽고 있었고..
2. 음악마저도 익숙하지 않은 재즈만 들어서 머리를 좀 식히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다가..​
3. 마치 일본 소설같은 표지에 사실은 스웨덴 소설이라는데 약간 호기심도 끌렸고..
4. 등산동호회에 다른 친구가 아주 재미있다는 글을 올려서..
(5.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타임머신이 나오는 소설이라고 착각한 면도 컸다..)
특이한 제목을 가진.. 책을 읽게 되었다..
쉽다.. 술술 읽을 수 있다..
일단 이 책은 그동안 어렵게 읽었던 책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쉽게 읽을 수 있어서 그게 제일 좋았다.. 책을 읽다 보면 언젠가는 끝을 맺어야 하는데 읽으면서 자료 찾고.. 또 머릿속에 집어 넣어야 하는 책들은 사실 몇페이지 읽기도 어렵기 때문에 읽다 보면 한권을 다 읽는데 몇달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한권의 책을 읽는 뿌듯함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그런면에서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소설을 선택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책 속에 굉장히 어려울 것 같은 세계사​의 지식이 들어가 있어서.. 게다가 책 말미에는 연표까지 있어서 얼핏 보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책일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사전 지식이 전혀 없어도 크게 문제가 없이 읽을 수 있다.. 게다가 중간에 김일성과 김정일까지 등장하니 우리나라 독자로서는 굉장히 친근하게 읽을 수 있다..
특이한 교차 편집..
주인공의 삶을 100세 이후에 벌어지는 사건과 그 이전 거의 100년에 이르는 기간의 삶으로 나누어서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두개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진행이 된다.. 사실 내가 보기엔 그 교차가 어떤 유기적인 구성을 지니고 움직인다고 보긴 힘들긴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현재에 사건을 벌이는 노인의 캐릭터가 이해가 되고 만나는 지점이 있어 전체적으로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다..
어떤 내용인데..?
​두개의 이야기다.. 하나는 억세게 운이 좋은 초인적으로 머리가 뛰어나다고 볼 수밖에 없는.. 한 노인의 일대기이다.. 이 노인은 핵폭탄도 만들고 러시아에도 핵을 만들고 강제노역도 하고.. 뭐.. 이런저런 역사적 사건에 끼여든다.. 심지어는 북한에 가서 김정일과 김일성까지도 만난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봤다면 딱 그 캐릭터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포레스트 검프가 멍청한 상태에서 자기도 모르게 역사에 개입했다면 이 노인은 자기의 의지를 가지고.. 하지만 굉장히 시크한 태도로 개입하는 편이다.. 그리고 무슨 대단한 정의감이라든지 역사의식보다는 그저 자신의 이익과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입할 뿐이다..
​또 하나는 100세가 되는 생일에 양로원을 탈출하여 어찌저찌하다가 두명을 살해하고 많은 돈을 얻게 되고.. 그러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도망다니기도 하고 나중에는 어처구니 없이 해결되는 그런 얘기이다..
개연성은 전혀 없다..
이 책은 뭐.. 그냥 블랙코미디이다.. 전혀 개연성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전혀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들만 주구장창 일어난다.. 그게 나쁘다고 지적하는 건 아니다.. 어차피 인생이란게 원인과 결과가 명확한 일들이 오히려 더 적은 편이니까.. 하지만 모든 면에서 이렇게 운이 좋게 풀리는.. 게다가 뭐든 혼자서 익힐 수 있을 정도의(심지어는 핵 제조법까지..) 지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이 세상에 있을 리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그냥 동화다.. 대단한 역사의식도 없다.. 그저 내가 보기에는 역사상의 중요 인물들을 조롱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건 또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역사가 위인들의 대단한 결단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원인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것도 그럴싸한 얘기이다..
추천은 하는 거야? 마는 거야.?
​이 책은 인문학 책도.. 철학 책도.. 역사 책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 속에서 뭔가 대단한 인생의 진리를 발견하고 싶은 사람은 이 책 읽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그냥 운 좋은 사람이 최고다~라는 생각만 하게 할 테니까..
​하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조금은 두꺼운 소설책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는 강력 추천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래도 대단한 웃음을 주는 책은 또 아니다.. 제목에서 밝혔듯이.. 블랙코미디니까.. 예를 들어 오지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하는 믿기힘든 어처구니없는 얘기를 할 때 주변에서 신기해 하면서 듣는 것 같은 그런 기분으로 읽으면 좋을 책이다..
번역에 대해서 한 마디만..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은 임호경이라는 전문번역가이다.. 이 사람이 번역한 책은 예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카산드라의 거울'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좀 보기 힘들 정도로 번역이 되어 있어서 읽으면서도 도대체 뜻을 알기 쉽지 않을 정도로 힘들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 책은 훨씬 번역이 잘되어 있는 것 같다.. 물론 내가 원어를 읽을 수 없으니 알 수는 없지만.. 읽기에 훨씬 편했던 것은 사실이다..
한가지 궁금한 점은.. 이 책의 작가는 스웨덴 사람이고.. 이 책의 번역가는 약력을 보니 불어를 전문적으로 번역하는 것 같은데.. 그럼.. 이 책은 불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중역인가..?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첫 번째 재즈 음반 12장 - 악기와 편성 당신의 재즈 음반 12장
황덕호 지음 / 포노(PHONO)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즈를 듣기 시작하다..​

조금은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평생 듣지 않을 것 같았던 재즈를 듣기 시작했다.. 뭔가 시작할 때는 일단 책 몇권을 읽고 시작하는 쓸데없는 버릇 때문에 재즈에 관한 책을 몇권 샀다.. ​그냥 들으면서 느끼는게 사실 제일 좋긴 하고 대부분의 음악은 그저 눈에 띄는 음반을 사서 듣고 연관된 음반들을 사서 들으면서 조금씩 영역을 넓히는 방식으로 듣긴 했지만.. 재즈는 그러기엔 너무 넓었다.. 그래서 처음 들을 때 가이드를 해 줄 책이 반드시 필요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딱히 어렵지 않게 12장 정도의 대표적인 음반을 소개 받아 대략적인 재즈의 경향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절대로 내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않았다..

애매모호한..

보통 이런 개론류(라고 기대할만한) 책을 읽을 때는 이 책을 한 권 읽으면 재즈에 관한 전체적인 그림을 어느 정도 그릴 수 있게 된 후에 그 다음에 어떤 음반을 들으면 될지를 알려 주는 가이드의 역할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분명히 이 책은 지은이가 밝힌대로 재즈 입문자를 위한 책이다.. 하지만 몇가지 면에서 재즈 초심자가 읽고 듣기에는 무리가 있다..

첫째로.. 소개하는 음반이 너무 편중되어 있다.. 재즈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책을 읽을 때는 12장의 음반이 재즈의 여러가지 장르와 시대를 대표하는 음반일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몇가지 음반은 그렇지 않지만 결국은 비밥에 편중되어 있는 추천음반구성은 오로지 비밥과 그 시대의 음반만이 재즈의 전부일 것이라고 착각하게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물론 저자는 그런 점에 대해서 미리 밝히고 있긴 하지만 일반 사람이 재즈에 대해서 제일 잘 알고 있는 루이 암스트롱같은 사람의 음반조차 추천목록에 없다는 건 재즈를 입문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웠다..

​둘째로.. 용어가 꼭 쉽지만은 않다..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용어 자체가 낯설어서 읽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모든 음반에 실려 있는 라이너 노트(음반 해설)를 번역해서 따로 실어 놓은 것은 다른 책에서는 본 적이 없는 이 책의 특이한 점인데.. 일단 조금은 번역투라서 읽기가 힘들었고.. 재즈 초심자라면 절대로 알 수 없을 수많은 재즈사의 인물들 때문에 읽어도 도대체가 무슨 말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셋째로.. ​모든 곡목을 한글로 번역한 것(예를 들면, Chet Baker의 'That Old Feeling'은 '오래전 느낌'으로..)도 이해하는데 너무 걸림돌이 되었다. 이것도 내 생각에는 작가의 일종의 고집이 들어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재즈를 처음 듣는 사람은 제목을 기억하고 다음에 다른 사람이 연주하는 것을 들을 때 예전에 들은 것과 같은 음악을 구별해 내는 것도 중요할텐데.. 그것을 몽땅 다 한글로 번역한 것은 조금 이해하기 힘들다.. 저자가 라디오 진행자라고 하는데.. 라디오 진행을 할 때도 제목을 모두 한글로 번역해서 소개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내가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나열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나쁜 책은 아니다..

우선은 이 책에서 소개한 음반 12장을 듣게 되면 확실히 재즈라는 음악에 익숙해지고 재즈가 좋아진다.. 확실히 12장의 음반은 재즈의 전반을 아우르는 음반들은 아니지만 들으면 좋아질 수 밖에 없는 훌륭한 명반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듣다 보면 다른 음반들을 사고 싶어지게 만드는 힘이 있는 음반들이다..

그리고 라이너 노트 부분을 제외하면 굉장히 읽기 쉽고 친근하게.. 심지어는 조금은 오버스러울 정도로 개인적인 감정을 잔뜩 집어 넣어서 글을 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읽으면서 크게 부담이 없는 편이다..

또.. 재즈라는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재즈를 처음 들을 때 멍하니 들으면 놓치기 쉬운 것들을 잘 알려 주고 있기 때문에 ​재즈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게 된다..

음악을 아예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기 굉장히 힘들 것이다.. 용어나 악기나 기본적인 음악용어를 어느 정도 알지 못하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음악을 어느 정도 듣고 음악에 대한 지식이 조금 있는 사람에게는 훌륭한 재즈에 대한 소개서(입문서보다는..)는 될 수 있을 것이다..

음반은 어떻게 할까..?​

그리고 이 책에 있는 음반들을 듣다 보면 분명히 재즈가 좋아질 것 같고.. 다른 음반을 찾아 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물론 이 책과 함께 나온 음반이 있어서 12장의 음반에서 1곡씩.. 그리고 다른 유명한 연주자들의 재즈곡들도 수록이 되어 있지만..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고 음악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12장의 음반을 구매해서 들어 볼 것을 권한다..

음반에 대해서는.. 책에는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음반을 구하기 위해서 해외주문도 하고 중고물품도 뒤지고 해서 겨우겨우 한달여만에 음반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혹시 누군가 이 책을 음반을 듣지 않은 채로 읽으려고 한다면.. 이 책을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보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이 책은.. 음악에 대해서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면서 재즈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마무리는 머리말에 있는 저자의 말로 할까 한다..​

'재즈를 다른 음악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재즈의 관점, 재즈의 맛 그 자체를 독자족인 것으로 받아들여 달라는 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임진왜란 비겁한 승리
김연수 지음 / 앨피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순신밖에 모르는 임진왜란..

우리나라 사람치고 임진왜란을 모르는 사람들이 누가 있을까.. 그리고 임진왜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충무공 이순신일 것이다.. 조금 더 관심이 있다면 권율이 생각이 날테고.. 행주산성.. 한산대첩.. 진주대첩.. 곽재우.. 등등.. 많은 사람들이 임진왜란의 승리의 기록을 더 많이 기억하고 극난극복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들어간다.. 임진왜란을 '비겁한 승리'라고 규정하고 있는 저자는 우리들이 역사적으로 어렴풋하게 기억하고 있는 영웅들의 이야기보다는 임진왜란이라는 전대미문의 국난과정에서 정통성리학이라고 하는 주자학을 떠들고 '충'​을 절대적인 가치로 여겼던 왕과 집권기득권 세력의 부끄러운 역사를 하나하나 까발리고 있다..

이순신 장군만하더라도 당대에는 전쟁 후에 거의 죽음이 확실시 되던 사람이었으며 권율은 몰라도 조선의 수군을 거의 전멸상태로까지 몰고 간 원균과 같은 반열에 올려 격하되었으며 선조를 호송하던 일개 내시들보다 더 공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이 책은 밝히고 있다.. (실제로 ​이순신 장군이 성웅으로 추앙받고 민족의 영웅으로 떠오른 것은 훨씬 훗날 정조 때 재조명을 받으면서이다..)

미리 알고 있었으나 전혀 대비를 하지 않았던 무능력하고 부도덕한 조정..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충격적인 사실은 당시에 이미 왕부터 일반 민중에 이르기까지 조선 사람​ 모두가 일본이 조선으로 쳐들어 올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조정은 전혀 대비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의 지배세력은 조선이 중국 황제를 받드는 한, 명이 조선을 지켜 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들로서는 상비군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러한 '공짜안보' 의식 속에서 조선은 태평했다." - P.35

아무 대비도 하지 않고.. 그냥 ​명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거다.. 그리고 결국은 일본에 의해서 파죽지세로 거의 전 국토를 유린당하고 만다.. 게다가 제일 어처구니없는 것은 일본의 경험상으로 봤을 때 궁궐을 지키면서 왜적과 싸워야 했을 선조가 자신의 몸을 보살피기 위해 몽진을 떠나고 게다가 국경을 넘어 명으로 피신할 생각까지 했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일본이 승리하지 못했다는 것은 참 우습기까지 한 대목이다..

진행은 무능.. 결론은 부도덕..

​이 책은 계속해서 임진왜란의 진행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그 가장 중요한 논점은 무능력한 왕과 대신들이다.. 백성에 대한 근심은 전혀 없이 오로지 자신들의 일신상의 안전만을 생각한 왕은 도망치고 또 도망친다.. 하나하나 기억은 못하지만 대신들 또한 탁상공론만을 계속한다.. 결국 온 백성의 1/3이 전쟁통에 사망하고 그 나머지 백성들도 온전했을 리가 없다.. 가끔은 어떤 책들에서 임진왜란이 전국가적인 전쟁이 아니라 주요 거점만을 중심으로 한 그야말로 왜란이라고 하는 글들을 봤었는데.. 이 책을 보면 그런 생각은 싹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의 논공행상은 더 어처구니없게 진행이 된다.. 임금을 호송한 '호종공신'과 왜적을 물리친 '선무공신'으로 나누어서 '호종공신'을 더 앞에 놓은 것도 낯부끄러운데.. 의병장들은 공신에 책봉이 되지도 않았다고 한다.. 부끄러운 역사의 기록이다..

이 책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내 생각에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논공행상의 결과가 병자호란으로 이어져.. 결국은 인조가 청의 황제가 보낸 사신에게 머리에 피가 날 정도로 아홉번이나 머리를 찧어 절해야 했던 삼전도의 굴욕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전쟁이 났을 때 도망가는 왕과 대신들.. 전쟁이 끝난 후에 공신들을 대접하지 않는 조정을 위해 어떤 백성들이 목숨을 바쳐 충성을 할 것인가..?

결국 역사는 되풀이된다..

이 당시의 조선의 정세.. 그리고.. 전쟁의 와중에 벌어진 일들은 훗날에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것 같다.. 6.25가 터지자 시민들은 피난할 수 없도록 한강다리를 끊어버리고 도망쳐버린 이승만 대통령이라든지.. 북한과의 대치상황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북한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킬 수 없다고 하는 정부를 보면 과연 우리나라는 임진왜란 이후 400여년이 지났지만 과연 무엇이 변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역사책이기도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정책을 비판하는 책이기도 하다..

우리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한 번 읽어 보도록 추천한다.. 읽으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사에 관한 책이긴 하지만 어렵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약간 오타가 많은 것은 이 책의 단점이다..

p.​77 평성 → 편성, p.101 산새 → 산세, p.117 병령 → 병력, p.240 읽고 → 잃고, p.244 전랑 → 전란, p.259 가가마자 → 가자마자, p.267 그들이 → 그들의, p.281 수군의 → 수군을, 무함 → 모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인을 체포하라 - 14인 사건을 통해 보는 18세기 파리의 의사소통망
로버트 단턴 지음, 김지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역사를 탐험하라..
미시사(문화사의 범주에 들기도 한다고..)에 관해 관심을 갖던 중 읽은 두 번째 책이다.. 로버트 단턴은 예전에 '고양이 대학살'이라는 읽지는 않았던 책 때문에 알고는 있었지만 뭘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미시사라는 것 역시 전혀 모르는 분야였는데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로 관심을 갖게 된 후 미시사의 저명한 저자의 책을 읽고 나서 이제야 대충이라도 어떤 분야인지 맛은 보게 되었다. 

이 책은 18세기 중반 프랑스에서 벌어졌던 일종의 유행가라고 볼 수 있는 시를 도구로 해서 왕을 비롯한 궁정의 인물들을 모독한 '14인 사건'에 주목한 후 그로부터 파생한 여러가지 사회현상들과 당시의 시대상황, 그리고 시를 통한 여론의 형성 등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중후반을 넘어가면 유행하던 노래의 후렴구에 시를 붙이고 가사를 관심사에 맞게 자유자재로 불렀던 '매춘부 사생아'라는 시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매춘부 사생아'의 구성은 우리나라 민요로 치면 '옹헤야'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해 두면 될 것 같다..

저자는 정말 어떻게 보면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하나의 필화사건을 집요하게 분석하고 당시의 사건 수사기록, 샹송집, 일기 등 단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기록들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황, 특히 우리가 흔히 보는 큼직큼직한 역사적인 사건이 아닌 민초들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비록 직접적인 연관성을 자세히 밝혀내기 힘들더라고 중간중간 작가로서의 합리적인 상상력까지 보태서 당시의 사회를 재구성해 나간다..

이럼 과정들이 사실상 프랑스의 역사에 대해 지식이 거의 전무한 나로서는 즐기기 어려웠다.. 당시의 상황에 대한 조금의 상식이라도 있었으면 훨씬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우리나라 일반적인 독자가 대부분 그럴테니.. 쉽게 이해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미시사'의 연구방법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금은 알 것 같은 느낌 든다.. 그야말로 작고 세세하다.. 자료도 그렇고 결론도 그렇다.. 사실 큰 의미에서의 역사와는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당시 사람들의 작은 삶에 대해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같은 방법으로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려는 시도가 위에 말한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에서 이루어졌으니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번역에 대해서는 좀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역자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역사학자이긴 하지만 전문번역가는 아니라는 느낌이다.. 
1. 쉬운 내용이 분명한 부분도 너무나 번역투여서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여러번 읽어야 하는 부분이 많다.
2. 우리나라 문장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하이픈과 괄호를 이용한 부연 설명이 많아서 읽는 흐름이 깨진다..
3. 번역을 할 때 가장 많이 거슬리는 단어와 단어의 소유격 연결이 많아 어색하다..
4. 도대체 전혀 접해 본 적이 없는, 영한사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법한 단어들이 많이 쓰인다..
이런 요소들 때문에 가뜩이나 만만치 않은 내용들이 머릿속에 더 들어 오지 않는 건 이 책의 아쉬운 점이다..

미시사의 연구방법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
그외 역사에 관심이 없거나 어려운 문장을 공들여 읽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비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 - 케케묵은 고문서 한 장으로 추척하는 조선의 일상사
전경목 지음 / 휴머니스트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시사가 뭐야..? 

역사에 대한 책을 많이 읽자고 생각하던 차에 우연찮게 미시사란 것에 대해 알게 되었다..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이라는 용어에서 유추해 볼 때 뭔가 자세하게 보는 것을.. 아니면 작은 부분을 다루는 것을 말하는 것일텐데.. 책을 검색해 보다 보니 때마침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가 눈에 띄었다.. 조선의 역사를 말한다고 하면 보통은 '조선왕조실록'을 떠올리게 되고 조선사에 대한 책은 꽤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일단은 '고문서'라는 것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는데..

 

제목은 흔히 볼 수 있을 책인 것 같지만 이 책은 꼭 그렇지는 않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고문서'라는 것은 우리가 보통 생각할 법한 대단한 문서들이 아니다.. 주로 탄원서라든지 수기(일기같은..) 등 일상생활에서 공들여 쓴 것이 아니라 그저 적어 놓은 글들.. 중앙정부에서 오고간 문서가 아닌 지방에서 사용된 문서를 화두로 던져 놓고 그 이면에 담긴 조선사회의 생활상을 추리해 보고 자료를 보충해서 증명해 보이는 과정을 통해 조선시대 중하층 민중들의 생활상을 밝히고 있다..

 

우리는 흔히  중앙을 무대로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들만을 기억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사실 우리 일상에서는 정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보다 오늘 나의 일상에서 어떤 일들이 오고가는지가 중요할 것이고 대통령의 죽음보다는 내 가족의 죽음이 훨씬 중요할 것이다.. 국고가 바닥나 국가가 망하기 직전에 처하는 것보다 내 재산이 줄어들어 내가 파산하는 것이 백배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 틀림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전체로서의 조선이 아니라 개별적인 인물들의 자세한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부분이 굉장히 흥미로운 것은 그냥 크게만 봤을 때는 몰랐고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실제 인물들의 삶에서는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4번째 주제에서 밝혔듯이 조선 후기 중인이나 평민이 공명첩을 사서 양반이 되는 과정을 보면 오히려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이들은 금전적인 부담 때문에 오히려 공명첩 사는 것을 꺼렸고 어찌저찌 공명첩을 샀다고 하더라도 지역에서 양반행세하는 건 어려워서 오히려 몸을 낮추고 살아야 된다는 것들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상식과는 전혀 달랐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지루할 수 있는 미시사라는 주제와 연구방법을 '소개'하는 책이기도 한데, 의외로 쉽게 읽히고 일종의 추리소설을 읽어 나가는 것 같은 즐거움도 준다.. 하나의 문서를 가지고 시작한 주제는 그 주제를 가지고 추리해 나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다른 문서들을 찾아 보고 어떠한 가문의 족보를 뒤져 보고 문서의 위조를 알아내기 위해 당시의 필기 습관을 본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지적인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생각보다는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갈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인 것 같다..

 

물론 조선의 역사에 대한 개략적인 상황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이 책은 그다지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좋은 정보를 줄 것이고 그저 흥미로운 책 한권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도 괜찮을 것 같다..

 

이 책에 많은 전문적인 한자 용어들이 등장하는데 각주로 그 뜻을 함께 알려 줬다면 읽기에 좀더 수월했을 것이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강력 추천..

역사에 관심이 없을 경우에는 그다지 재미있게 읽기 힘들 것..

 

p.67의 '무함'은 '모함'의 오자인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