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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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음..)
오랜만에 베스트셀러를 손에 쥐다..
원래 베스트셀러는 잘 읽지 않는다.. 읽더라도 몇년 지난 후에 읽는 편이다.. 베스트셀러를 읽는다는게 일종의 유행에 편승하는 것같은 기분 때문에 사실 이 책은 내가 지금 시점에서 읽을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1. 요새 단숨에 끝까지 읽기 힘든 너무 어려운 책들만 읽고 있었고..
2. 음악마저도 익숙하지 않은 재즈만 들어서 머리를 좀 식히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다가..​
3. 마치 일본 소설같은 표지에 사실은 스웨덴 소설이라는데 약간 호기심도 끌렸고..
4. 등산동호회에 다른 친구가 아주 재미있다는 글을 올려서..
(5.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타임머신이 나오는 소설이라고 착각한 면도 컸다..)
특이한 제목을 가진.. 책을 읽게 되었다..
쉽다.. 술술 읽을 수 있다..
일단 이 책은 그동안 어렵게 읽었던 책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쉽게 읽을 수 있어서 그게 제일 좋았다.. 책을 읽다 보면 언젠가는 끝을 맺어야 하는데 읽으면서 자료 찾고.. 또 머릿속에 집어 넣어야 하는 책들은 사실 몇페이지 읽기도 어렵기 때문에 읽다 보면 한권을 다 읽는데 몇달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한권의 책을 읽는 뿌듯함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그런면에서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소설을 선택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책 속에 굉장히 어려울 것 같은 세계사​의 지식이 들어가 있어서.. 게다가 책 말미에는 연표까지 있어서 얼핏 보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책일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사전 지식이 전혀 없어도 크게 문제가 없이 읽을 수 있다.. 게다가 중간에 김일성과 김정일까지 등장하니 우리나라 독자로서는 굉장히 친근하게 읽을 수 있다..
특이한 교차 편집..
주인공의 삶을 100세 이후에 벌어지는 사건과 그 이전 거의 100년에 이르는 기간의 삶으로 나누어서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두개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진행이 된다.. 사실 내가 보기엔 그 교차가 어떤 유기적인 구성을 지니고 움직인다고 보긴 힘들긴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현재에 사건을 벌이는 노인의 캐릭터가 이해가 되고 만나는 지점이 있어 전체적으로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다..
어떤 내용인데..?
​두개의 이야기다.. 하나는 억세게 운이 좋은 초인적으로 머리가 뛰어나다고 볼 수밖에 없는.. 한 노인의 일대기이다.. 이 노인은 핵폭탄도 만들고 러시아에도 핵을 만들고 강제노역도 하고.. 뭐.. 이런저런 역사적 사건에 끼여든다.. 심지어는 북한에 가서 김정일과 김일성까지도 만난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봤다면 딱 그 캐릭터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포레스트 검프가 멍청한 상태에서 자기도 모르게 역사에 개입했다면 이 노인은 자기의 의지를 가지고.. 하지만 굉장히 시크한 태도로 개입하는 편이다.. 그리고 무슨 대단한 정의감이라든지 역사의식보다는 그저 자신의 이익과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입할 뿐이다..
​또 하나는 100세가 되는 생일에 양로원을 탈출하여 어찌저찌하다가 두명을 살해하고 많은 돈을 얻게 되고.. 그러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도망다니기도 하고 나중에는 어처구니 없이 해결되는 그런 얘기이다..
개연성은 전혀 없다..
이 책은 뭐.. 그냥 블랙코미디이다.. 전혀 개연성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전혀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들만 주구장창 일어난다.. 그게 나쁘다고 지적하는 건 아니다.. 어차피 인생이란게 원인과 결과가 명확한 일들이 오히려 더 적은 편이니까.. 하지만 모든 면에서 이렇게 운이 좋게 풀리는.. 게다가 뭐든 혼자서 익힐 수 있을 정도의(심지어는 핵 제조법까지..) 지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이 세상에 있을 리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그냥 동화다.. 대단한 역사의식도 없다.. 그저 내가 보기에는 역사상의 중요 인물들을 조롱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건 또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역사가 위인들의 대단한 결단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원인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것도 그럴싸한 얘기이다..
추천은 하는 거야? 마는 거야.?
​이 책은 인문학 책도.. 철학 책도.. 역사 책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 속에서 뭔가 대단한 인생의 진리를 발견하고 싶은 사람은 이 책 읽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그냥 운 좋은 사람이 최고다~라는 생각만 하게 할 테니까..
​하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조금은 두꺼운 소설책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는 강력 추천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래도 대단한 웃음을 주는 책은 또 아니다.. 제목에서 밝혔듯이.. 블랙코미디니까.. 예를 들어 오지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하는 믿기힘든 어처구니없는 얘기를 할 때 주변에서 신기해 하면서 듣는 것 같은 그런 기분으로 읽으면 좋을 책이다..
번역에 대해서 한 마디만..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은 임호경이라는 전문번역가이다.. 이 사람이 번역한 책은 예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카산드라의 거울'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좀 보기 힘들 정도로 번역이 되어 있어서 읽으면서도 도대체 뜻을 알기 쉽지 않을 정도로 힘들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 책은 훨씬 번역이 잘되어 있는 것 같다.. 물론 내가 원어를 읽을 수 없으니 알 수는 없지만.. 읽기에 훨씬 편했던 것은 사실이다..
한가지 궁금한 점은.. 이 책의 작가는 스웨덴 사람이고.. 이 책의 번역가는 약력을 보니 불어를 전문적으로 번역하는 것 같은데.. 그럼.. 이 책은 불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중역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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